29 February, 2012

veinte y nueve de febrero




(4년 만에 돌아온 29일인가? 뭐 그래서 어쩌라고)



어제-오늘에 걸쳐서 혈액 및 소변검사를 받았다
'검사를 받았다'라는 표현은 적당치 않은 듯, 그저 내 피와 오줌을 갖다 바쳤을 뿐이니까
2월 16일 check-up을 갔을 때, 3월 1일 전 까지 이런 저런 검사를 받으라는 미션을 받았다
검사지 항목을 들여다보니 풍진, 간염 등 항체 검사, HIV 검사, 소변 검사 등등
한국에서 흔히 '산전검사'라고 부르는 그런 것인 모양이다
차일피일 미루고 미루다 결국 날짜의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어제(28일) 병원 방문
혈액검사는 병원 1층 lab에서 하는데 여긴 따로 예약을 받지 않아 줄 서서 기다려야 했다
내 차례가 되어 주사실에 들어갔더니 소변검사를 한 적이 있는지를 묻는다
자가임신확인을 하고 처음 병원에 갔을 때도 소변검사는 안 해주던데?
우선 피를 두 통 뽑더니 소변통을 주면서 "내일 아침 첫 소변을 받아와"라고 한다
"내일 다시 오라고?"
"응 첫 소변을 이만큼만 받아오면 돼"
아니 이게 무슨 효율이라는 걸 모르는 시스템이람
집과 병원이 가깝긴 하지만, 좁은 주차장에 차 넣고 빼는 것도 일이고 주차비도 내야 하고 -_-
민망하게 생긴 소변통 하나 받아들고 병원을 나섰다

el corte inglés 1층 para farmacia로 발걸음을 총총
지난 주부터 배와 옆구리, 허벅지 부분에 소양증으로 의심되는 빨간 좁쌀이 퍼지고 있어서
보습을 강화할 겸 이젠 정말 튼살방지제품을 바르자! 라고 다짐
무난하게 clarins의 오일과 stretch mark control cream을 사서 바르려고 했는데
스페인으로 오일은 수입되지 않는다고 하네 0_0
A언니가 추천한 독일제 frei라는 브랜드도 여기서는 찾을 수 없고, 미제 plagentra도 없고
대충 서치해보니 weleda의 튼살방지오일도 평이 괜찮은 것 같다
weleda는 디자인은 참 구리지만 믿을 만한 유기농 친환경 브랜드, 그리고 별로 비싸지 않다
아낌없이 팍팍 바를 생각을 하면 비싸고 구하기 힘든 건 도움이 안 되겠지
스페인식 제품명은 'aceite para masaje antiestrías'
100ml에 가격은 20유로 정도
집에 와서 테스트해보니 아주 약한 아몬드향에 발림성도 좋다 (병은 구리다)
더이상 고민할 것 없이 오일은 이걸로 정착하고, 후기 들어서면 클라란스 크림을 덧발라줘야지



그리고 오늘 새벽같이 소변을 채집하고
밀봉했지만 찝찝한 소변통을 가방에 넣고 다시 병원 행
오늘은 lab 앞에 줄이 없더라 - 소변통을 제출하니 3월 7일 이후에 결과를 받으러 오란다
"또 오라고? 여기로?"
주치의에게 결과를 곧장 쏴준다던지 우편으로 보내주는 서비스는 없는 거니..

신경질이 나서 쇼핑으로 화풀이나 할 겸 다시 백화점으로 차를 돌렸다
이번 행선지는 lancome 매장 ㅋㅋ
어제 우연히 인터넷에서 본 봄 신상품들이 너무 예뻐서, 더군다나 limited edition!!!
가장 아끼는 308 립스틱을 변기에 빠뜨리고 공황상태가 계속되었기 때문에
그 빈 자리를 채워줄 대단한 립스틱이 절실히 필요했다
스페인의 화장품 매장녀들은 쿨하게 손님에게 신경을 안 써서 테스트하기 편하긴 한데
너무 신경을 안 쓰는 나머지 리무버나 티슈도 안 주고 손거울도 딱히 없다;;
하나 골라서 계산하려니 29유로, 현재 환율로 치면 44000원 정도?
... 4만원 짜리 립스틱인데 ㅠ_ㅠ
여기서는 뭘 사도 항상 손해보는 느낌이다



28 February, 2012

veinte y ocho de febrero




할머니, 9월이면 할머니의 외증손자가 한 명 더 태어나요
갓난쟁이 때 부터 할머니 손으로 키워놓은 꼭지도 할머니처럼, 엄마처럼, 엄마가 된답니다
지금 어디서 무얼 하고 사느냐고 궁금하시죠
왜 이렇게 오랫동안 찾아오지 않느냐고요
죄송해요, 이번 봄에 한국 들어가면 제일 먼저 찾아뵐께요
달곰이가 외증조할머니께 첫 인사 드려야 하니까요
그때 쯤이면 배도 볼록 나왔을테니까, 모습이 어색해도 놀라지 말아주세요 ㅎㅎ
항상 소녀같은 엄마도 이제 '외할머니'라는 타이틀을 갖게 되었어요
과연 엄마가, 할머니 만큼 조건 없는 무한대의 사랑을 손주에게 베풀 수 있을까요?
할머니, 사실 난 그 점에 있어서는 좀 걱정돼 ㅋㅋㅋ
엄마가 좀 계산적이잖아 ㅋㅋㅋ 달곰이 맡긴다고 하면 막 화 낼 것 같거든 ㅋㅋㅋ
막상 엄마는 할머니한테 학교 다니는 우리 맡기고 유럽여행 다녀오고 그랬으면서 ㅋㅋㅋ
난 뭐 그때 좋았어요, 할머니 도시락 먹는 거 신났거든
방앗간에서 방금 뽑은 가래떡 사다가 같이 꿀 찍어 먹는 것도 너무 좋았구
우리 엄마가 달곰이에게 물질적인 원조 뿐.만.아.니.라 그런 소소한 사랑을 가르쳐줬으면 좋겠어
할머니의 첫 외증손자가 아마 한씨 가족 첫째 딸이지요?
증손자가 생겼을 때 기분이 어떠셨어요?
할머니가 이룩한 4대에 걸친 거대한 가족을 보는 기분이 어떠셨을지 궁금해요
나는 나 결혼하는 모습을 할머니께 못 보여드린 게 마음 속 큰 바위가 되어 박혀버렸어요
웨딩드레스 입고 버진로드를 걸어가는 모습을 할머니만 못 봤잖아..
결국 할머니께 손주사위랑 달곰이도 인사시키지 못 했어
그런 점에 있어서는 나보다 20살이 더 많은 J언니가 너무 부럽네요 =_=

할머니, 나 있쟈나, 사실 요즘 좀 힘들어
미국에 있을 때 보다 훨씬 더 한국에 가고 싶고 가족들이 너무 보고 싶어요
아는 사람 하나 없어서 일주일에 5일은 약속도 없이 집에만 처박혀 있는 게 예사인데
이렇게 심심하게 지내면 달곰이에게도 별로 안 좋을 거야
내가 어릴 때 그랬던 것 처럼, 우리 달곰이도 외할머니가 놀아줬으면 좋겠는데 말이죠
그런 생각을 하면 어린 시절이 사무치게 그리워지면서 가족 품으로 돌아가고 싶은 거야
타임슬립을 하지 않는 이상 나의 어린 시절로 돌아갈 수는 없으니까
적어도 내가 받았던 사랑 만큼 달곰이의 어린 시절을 채워주고 싶다고나 할까
그러려면 따뜻하고 인자한 외할머니와 이모, 삼촌 같은 등장인물들이 많이 필요하잖아
(난 정말 할아버지에 대한 기억은 전혀 없나봐?!)

아빠 몰래 ㅋㅋ 내 손에 묵주를 쥐어주고 주기도문을 가르쳐주던 할머니가 보고 싶어요
근데 할머니, 할머니가 가르쳐줄 때랑 지금이랑 주기도문이 달라졌나봐!!!
나 교리 공부 할 때 다시 외웠는데, 많이 바뀌어서 헷갈렸어
근데 심지어 지금은 그 마저도 끝까지 다 외우지도 못해
그래서 할머니께 기도를 바치고 싶은데, 할 수 있는게 성호경 밖에 없어서 죄송해요...

사랑하는 할머니
5월에 귀국하면 후딱 얼굴 보러 갈게요 ♥



27 February, 2012

veinte y siete de febrero




정말 오랜만에 미역국을 한 솥 끓였다
기억이 가물가물해서 미역을 너무 많이 불렸더니 정말 솥 하나가 꽉 찼어 ㅡ0ㅡ
집 마다 국 끓이는 방식이 다르고 재료가 다른 법인데,
어린 시절 우리집 간판 미역국은 양지육수로 끓이고 고기를 쪽쪽 찢어넣은 고깃국 st 이었다
어느 명절에 진해 외가에 놀러갔다가 갈치 넣은 미역국을 보고 어찌나 놀랐던지 ㅎㅎ
그런데 어느 순간 엄마의 미역국이 변했다
고기가 사라지고 조갯살과 관자가 미역 사이에 둥둥 떠다니는 것
치아 문제로 조개와 관자를 안 먹는 나로서는 고기미역국이 절실했지만,
우리 가족 고기 섭취량이 너무 과하다는 식영과 출신 엄마의 논리를 이길 수가 없었다
그래서 결혼하고 내 살림을 차리면서 '나의 미역국'에는 단연코 고기로 끓인 미역국이 등극했다
H-mart에 가면 작게 나눈 beef brisket을 쉽게 살 수 있었다
항상 냉동칸에 떨어지지 않게 구비해두었다가 소고기무국도 끓이고 떡국도 끓이고

왠걸, 마드리드로 오니 brisket 부위를 뭐라고 부르는지 모르겠다
진열되어 있다면 비슷한 걸 집어오겠지만, 스페인의 고기 분류는 미국과 많이 다르다
스테이크용 고기는 안심과 등심 부위를 섞어서 넓적하고 얇게 잘라 무조건 "buey chuletón"
미국에서 사먹던 fillet mignon이나 T-bone은 절대 찾을 수 없다
도축과정 -피를 빼는 방법- 에서부터 차이가 나는 것 같고 해체를 다르게 하나 보다
어쨌거나 마트에서 보면 "para guisar(끓이기)"이라고 쓰인 스튜용 고기는 팔고 있지만
그런 고기로는 양지육수의 맛을 낼 수 없어!
그래서 결국 구하기 쉬운 홍합으로 미역국을 끓이게 되었다...
홍합살은 푸슬푸슬하고 맛이 없지만 육수는 기름기 없이 개운해서 괜찮은 것 같다

얼마 전 '산모미역'이라 불리는 기장미역의 존재를 알아버렸는데
그 미역으로 국을 끓이면 얼마나 뽀얗고 진한 국물이 우러날까 0_0 무척이나 궁금하다
기장미역이 갖고 싶어!!!



23 February, 2012

veinte y tres de febrero




오랜만에 IE 마나님들과의 점심 회동
3주 전 나의 두드러기 파동으로 취소되었던 태국 음식점 thaidy 에서 다시 만났다
1시 반 부터 문 여는 걸 1시로 잘못 알고 갔다가 뺀찌 먹고 ㅋㅋ santa barbara로 가서 커피 한 잔
두드러기 오크 사진을 보여주며 신나게 수다를 떠는 도중에
J언니가 실수로 임신 사실을 흘리는 바람에 결국 모두 알게 되었다능;
내가 단속을 한다고 해도 언젠가는 누구에게서든 흐를 수 있다고 염두에 두고 있었지만
막상 숨기고 있다가 들통이 나니까 좀 민망하기는 했다 ㅋㅋㅋ

thaidy는 정말 고맙게도 중국인이 아니라 오리지널 태국인들이 운영하는 가게
오랜만에 태국어를 들으니 옛날 생각이 새록새록 나면서 반갑고 ㅎㅎㅎ
메뉴판도 태국어로 병행 표기가 되어 있어서,
"까이는 닭, 꿍은 새우, 딸레는 생선, 까오는 쌀, 운센은 당면, 얌은 무침, 팟은 볶는 거에요~"
라며 좀 아는 척 작렬 했음 ㅋㅋㅋㅋㅋ
똠양꿍을 시켜보고 싶었지만 실란트로가 들어있을까 싶어 못 시키고
(※ 난 실란트로를 염소처럼 씹어먹는 매니아지만 나머지 멤버들이 싫어해요 ㅠ)
대신 꼭 먹고 싶었던 얌문센이랑 satay kai(피넛소스 닭꼬치)를 주문했다
사테는 방콕에서 박부 & 소상무랑 갔던 PTT 행사 피로연에서 먹었던 게 참 맛있었는데...
여튼 얌문센은 좀 덜 새콤했지만 사테는 아주 맛있었고
팟타이는 쌀국수가 쫄깃하게 잘 살아있고 적당히 달콤한 게 내 입에 꼭 맞았다
볶음밥은 짱개 스타일 -달걀이 부슬부슬 섞여있는- 인데 기름이 적고 보슬보슬, 굿굿
주문받는 아저씨는 태국남자 답게 나긋나긋하고 친절했다
"컵 쿤 카압-" 하는 억양 그대로 "무차스 그라시아-ㅅ" 라고 ㅋㅋㅋ

매일 맛있는 걸 먹으러 다니는 인생은 정말 아름답구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