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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December, 2012

diez y ocho de diciembre




주말 내내 집에 갇혀 있다가 더는 참을 수 없어
어제 오후 느지막히 "cacao sampaka에 가서 핫초콜렛을 마시겠어!" 라며
5시간 밖에 못 잔 남편과 외출에 질린(?) 딸래미를 추운 바깥 세상으로 끌고 나갔다



"whether it's cold or not, i don't care"



thㅣ익하고 뜨뜻한 핫초콜렛을 입술에 잔뜩 묻히고 온 것 까진 좋았는데..
달곰이가 기침을 시작했다 + 가래 끓는 소리까지!!!
그 기침이 오늘 오후까지 계속되어서 현재 상태를 지켜보고 있는 중
내일 3개월차 체컵이 예약되어 있어서 굳이 ER까지 갈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그런데 오늘 밤은 ladies' nite 이거등 o_O
가정을 버리고 탈출한 아줌마들끼리 pan de lujo에서 디너 하기로 했는데?!
오빠가 잘 봐주겠다고 해서 나가긴 나가는데
밤이 되면서 아가가 더 아프지 않을까 걱정이 되어 도저히 발이 떨어지지 않......
(하지만 이미 나는 빡센 슴옥희 메이크업을 마쳤다 ㅋㅋㅋ)

ladies' nite 후기는 다녀와서 커밍 쑨







"국민애벌레..가 아니고 butter balls"


부내나는 빵이라는 뜻의 "pan de lujo" (http://www.pandelujo.es/) 는
예전에 베이커리가 있던 자리에 만들어진 레스토랑
쇼윈도에 있는 발목 없이 튼실한 다리를 가진 발레리나 조각이 눈길을 잡는,
밖에서 봐선 이게 뭐하는 가게인지? 좀 알기 힘든 집이다
캐주얼하면서도.. 어째 좀 posh한 분위기에 부가세 별도 ㅋ
유모차 끌고는 못 갈 곳이라 (아픈;) 아가를 저버린 날에 안성맞춤이었다

날씬한 처자 넷이 스타터와 메인을 세 개씩 시켜 나눠 먹었다

burrata trufada, ensalada de tomates raff y EEVO
mejillones abiertos al vapor con salsa de verduras asadas y azafrán
croquetas de jamón ibérico
pluma de cerdo ibérico a la parrilla, salsa de miel y mostaza
solomillo salteado con ajos y romero, salsa de vino tinto
vieiras a la plancha, salsa holandesa

와인리스트는 괜찮은 편인데 칵테일이나 샷 종류는 그냥 그냥
입구에 웨이팅 바가 따로 있는 것 치곤 술이 빈약하다
대부분 와인이나 tinto de verano를 마시던데 우리 일행들은 과감히 모히또를 시킴
모히또는 완전 스페인답게 설탕이 과한.. 달달한 모히또였다 -_- 별로 -_-
(어차피 수유부인 나는 그러거나 말거나 agua con gas -_-)

등심스테이크 빼고는 -고기 질이 별로였음- 전부 맛있었다
맛도 맛이지만 프레젠테이션에 신경을 많이 쓰는 집이라
윗 사진처럼 버터를 시켜도 거하게 주고 나서 깨알같이 돈을 받는다지요 ㅋㅋㅋ

dulce도 시켜보고 싶었지만 너무 배가 불러서 패쓰
밤마실이 고팠던 우리는 무조건 2차를 가야 했거든요 ㅋㅋㅋ



08 December, 2012

ocho de diciembre




어제 첫 예방접종을 받은 -태어나자마자 맞는 B형간염 빼고- 75일 된 달곰은
하루가 지난 지금은 축 늘어져 계속 선잠을 잔다
오전 10시 반에 접종을 마치고 오후 4시 쯤 부터 보채기 시작,
눕히면 기절할 듯 울고 안아주면 끙끙대며 졸기를 반복하며 저녁 나절을 보내고
밤 10시 반에야 침대에 등을 붙이고 잠이 들었다
(그런 와중에도 밤에는 혼자 잘 자는 그대는 잠만보 ㅋㅋㅋ)
저녁까지 체온이 37.5도 언저리였던 게 새벽이 되자 38.3도까지 치솟았지만,
끙끙대며 깊게 못 자긴 해도 특별히 울며 보채지 않길래
해열제를 쓰지 않고 조금 더 지켜보았다
다행히 아침이 되자 37.2도로 떨어져서 안심!
여전히 기운이 없고 잘 놀란다
(거의 없어졌던 모로반사가 다시 생긴 건 뭐지?!)
아직 주사맞은 부분이 불편한지 로션바르다 건드렸더니 칭얼칭얼 ㅠ
이래저래 안쓰러워 죽겠는데..
하루사이 수척해졌나? 왼쪽 눈에 쌍꺼풀이 잡히기 시작
주사 한 번 더 맞으면 미래의 수술비용을 아낄 수 있을지도 ㅋㅋ


아기 키우기는 공부의 연속
우리나라의 소아보건법이나 접종법과는 좀 차이가 있는 스페인에서
제 때 제대로 예방접종을 받으려면 심도 있는 공부가 필요하다
우선 질병과 백신의 이름을 스페인어로 정확히 알아둘 필요가 있고,
육아수첩 상의 접종 스케줄도 외우고 있어야지
멍청해서는 애도 못 키우겠구만 ㅎㅎ


"comunidad de madrid에서 제공하는 육아수첩"


생후 2개월에 맞는 필수접종에는

difteria  디프테리아
tetanos  파상풍
tosferina  백일해
HiB  뇌수막염
polio  폴리오(소아마비)
hepatitis B  B형간염
meningcoco C  수막구균
neumococo 13v  폐구균

총 8가지가 있는데, 이 중에서 폐구균은 아직 유료접종이다
13가 백신인 prevenar 13 을 약국에서 직접 사다 병원에 제출해야 함
가격은 우리나라나 비슷하게 1회분 65유로 줬다
(한국에선 10가 백신도 쓴다지만 스페인에선 13가 백신이 원칙임)

meningcoco C는 영어로 meningitis, 수막구균 백신이다
미국으로 유학가는 한국인 학생들의 골치를 아프게 하는 바로 그 백신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갓난 아기일 때 접종하는 필수 백신이지만,
한국에서는 특정 종합병원에서나 개인적으로 약을 사서 맞을 수 있다고 하네
(비용은 10만원 안팎)

한국과는 달리 이 모든 백신을 한꺼번에 접종한다
나눠 맞추면 아기가 덜 아플 것 같지만, 그냥 하루 한 번 놀라고 마는 게 낫다고 ㅋ
DTaP와 HiB, B형 간염 백신이 하나로 합쳐진 infanrix 라는 콤보 백신을 쓰기 때문에
8가지를 하루에 다 맞지만 실제로 주사바늘은 3번 꽂히는 셈

세 번 따끔하고 세 번 '으앙'(이라고 쓰지만 사실 '끄으으으아아악')하고 나서
엄청 달달하고 끈끈한 rotateq 을 한 병 원샷하고 모든 접종 완료
스페인에서는 로타바이러스 백신 중 rotarix 는 판매하지 않는다
로타는 필수가 아니라서 병원 원무과에서 내 돈 내고 -70유로- 샀다



한국 사람들이 스페인을 좀 무시(?)하는 경향이 있는데..
올리브 따서 기름 짜고 소 잡아 하몽이나 만들어 햇빛 아래서 낮잠이나 잔다고;
아무리 스페인이라도 유럽은 유럽이고 EU 국가인지라
이처럼 예방접종에 대해서 한국보다 훨씬 앞서있듯
사회 보장이나 국민 보건에 대해서는 역시 한국과 비교할 수 없는 선진국이다



06 December, 2012

seis de diciembre




제 18대 대통령 선거 재외국민 부재자 투표를 하고 왔다
(부끄럽게도) 이거슨 나의 첫 대선 투표...;
첫번째 기회엔 절친 언니오빠들과 에버랜드에 가서 사파리를 봤고
두번째 기회엔 현재의 신랑님과 회사 안 가는 기쁨에 별 거 없어도 데이트
그렇게 투표일 마다 깨알같이 공휴일처럼 놀아버리고선,
남의 나라에 와서야 갑자기 나의 권리와 의무를 주장하고 나섰으니...
사실 자의로 재외국민 신고를 하고 투표 신청을 한 게 아니라
대사관에 다른 볼 일이 있어 갔다가 낚인 케이스 =_=

여튼 기표함 님께서 비행기 타고 귀국하시는 일정 따라
투표는 본국보다 빨리 시작한다
바스크지방이나 그란카나리아 같이 멀리서 오는 교민을 위해
주말을 끼어 일주일에 거쳐 길게 길게 운영


"태어나서 처음으로 대한민국의 territory에 들어가는 셈"


주 스페인 대한민국 대사관은 우리집에서 걸어서 15분 거리
영상 5~6도 언저리의 추운 날씨라
달곰이도 곰돌이우주복 입히고 풋머프로 단디 포장해서 출발
가는 길에 한국인들을 여럿 만났다
한국 사람은 커녕 아시안도 보기 힘든 동네인데, 다들 투표에 의외로 열정적
대사관 직원은 영사과에 몇 명 뿐인 줄 알았더니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투표 지원을 하고 있었다
(물론 몇몇은 선관위일테고, 봉사자 한 명은 다름아닌 서울식품 사장님 ㅋㅋㅋ)
본주소 확인을 하다가 '오리지널 강남스타일' 소리도 듣고;
평생 투표 한 번 안 해본 티를 착실히 내느라
도장 뚜껑 열 생각을 못해 투표용지에 빈 샷 날림 ㅋㅋㅋ
영사과 언니랑 달곰이 여권 만드는 거에 대해 얘기 좀 하고 컴백홈
이렇게 나는 대한민국 국민의 의무를 다했습니다
다음 투표는 -언제가 될 지 모르겠지만- 꼭 한국에서 하기를...


19 November, 2012

diez y nueve de noviembre




어젯밤 한차례 볼케이노급 잠투정을 하고 9시 반에 겨우 잠들어
무려!!!
오늘 아침 6시 반이 되어서야 -그것도 응가 누러- 깨어난 달곰양 덕분에
나도 오빠도 푹푹 깊은 잠을 자서 컨디션이 너무 좋은 날이다
몸도 가뿐하고 날씨도 끝내주는데,
오늘은 별 일이 없네...?

0_0

H언니네에 김치 나눔 배달을 가겠다며 주섬주섬 외출 준비 시작
아침 맘마 먹고 소파에 누워 뒹굴뒹굴하던 달곰도 급히 외출복으로 갈아입고
집에만 있으면 엉덩이에 뿔이 나는 엄마 손에 이끌려 또 시내로 고고
날씨가 너무 좋아 유모차 커버를 챙길 필요가 없어 보였다
아기도 외기욕 좀 해야지 ㅎㅎㅎ
그래도 찬바람 들면 안되니까 이어플립을 하나 씌워줬다
달곰은 옷 갈아입을 때 잠자코 있는 편이지만 모자 쓰는 건 무척 싫어한다
급 울음을 터뜨리는 아가를 급히 카시트에 앉히니 또 다시 잠잠 ㅋ
정말 카시트를 좋아하는 55일 된 우리 착한 아기 :)



언니를 만나 우선 mercado la paz에 들러 바질(=albahaca)을 한 다발 샀다
잣 넣고 치즈 넣고 윙윙 돌려 바질페스토를 잔뜩 만들어 놓을 생각
일반 마트에서 구하기 힘든 다이콘도 하나 사고 과일도 좀 사고
(모양 빠지게) 유모차 가방걸이에 비닐을 주렁주렁 걸고
이 집 저 집 다니며 아이쇼핑을 실컷 하다가
착한 가격에 러블리한 옷을 파는 nice things에서 달곰이 옷도 하나 사고
mas q menos에서 커피 한 잔 + 하몽 타틴 으로 배 채우고
슬슬 잠에서 깨는 달곰에게는 뜨끈한 분유 한 사발 먹여주고 집으로 컴백

실컷 놀고 들어온 우리 딸,
피곤했던지 아빠 품에 안기자마자 다시 떡실신해서 저녁 내내 자고 있다..
오늘은 잠투정도 없어?
너무 안 자도 곤란하지만 또 이렇게 일찍 자면
새벽에 일어나서 징징댈까봐 그게 또 걱정
제발 부탁인데 오늘도 어제만큼만 푹 자주렴
내일은 엄마랑 '무려' 시외곽에 있는 아울렛까지 가야한단 말이다!



18 November, 2012

diez y ocho de noviembre




직접 담근 김치나 반찬류(불고기나 갈비, 나물, 만두 등)를 파는 집이 여럿 있는데
오늘은 각각 다른 집에서 LA갈비 2kg와 김장김치 3kg가 도착했다
LA갈비를 재워 파는 집에서 김치를 시켜 봤더니 너무 간이 세고 매워서
깔끔한 맛을 좋아하는 -사실 나는 김치맛 따윈 뭣도 모르지만- 우리 입맛엔 노노
그래서 이번에는 김치를 제외하고 갈비만 시켰더니..
아, 갈비의 절반이 기름이고 나머지 절반이 뼈인 듯
대체 먹을 수 있는 고기는 어디에 붙어있는건지 모르겠다
1kg에 15유로나 하는데 이 돈이면 그냥 내가 고기 사다 재우는 편이 나을 듯
(나에겐 missycoupons.com에서 전수받은 환상의 레시피도 있는데!)
새로이 다른 분에게 주문한 김치는 무려 3kg나 되는데
매콤하고 시원한데다 깔끔해서 마음에 들지만 완전히 익은 채로 도착
쉬어버리기 전에 전부 다 먹을 자신이 없어서 친구네에 나눔 할 작정이다
참, 마드리드에서 파는 김치값은 1kg에 8유로로 굳어진 듯

값에 비해 썩 맘에 들진 않아도 냉장고를 꽉 채우니 마음이 놓인다



07 November, 2012

siete de noviembre




옆집 J가 파리에서 -고야드 대신에 ㅠ.ㅠ- 사다준 la duree의 마카롱을 먹으며 포스팅
사실 마카롱 홀릭은 아니지만 왠지 la duree는 옳다고나 할까
지난 번에 밀라노에 갔을 때도 들를까 했지만,
그때는 건너편 peck에 빠져 허우적대느라 마카롱 따위는 보이지 않았었는데
돌체가 부족한 마드리드에서는 이런 선물 받으면 눈에서 땀이 나지 ㅋㅋ



H&M에서 사온 곰돌이 우주복을 개시하려고 했는데
럴수럴수! 2-4m 사이즈로 사왔는데도 46일 된 우리 달곰에겐 너무 크다
'입히기에 좀 큰' 정도가 아니라 한 쪽 다리에 애가 쑥 들어가 ㅋㅋㅋ
대체 저 아가는 왜 그렇게 작게 태어나서...
한 달 만에 6센티나 자라서 이젠 좀 평균 사이즈가 되었다 생각했는데;


가격 따라 저퀄인 북극곰 코스튬 H&M


아직 너무 어린 아가라 옷 사는 게 여간 어렵지 않다
외출은 주구장창 하는데 외출복이 너무 없다
모자도 하나 뿐이고 신발은 아예 없어서 -양말은 좀 있지만- 나갈 때 마다
zara baby에서 샀던 미니마우스가 그려진 우주복만 입는 불쌍한 반달곰
오빠는 이 유치한 우주복을 어찌나 싫어하는지 ㅠ.ㅠ
여기저기 다녀보니 zara baby는 조금 큰 아기들이 입을 게 많고
달곰같은 자그마한 뉴본 베이비는 H&M에서 바디수트나 사야 할 듯

오늘은 내가 마드리드에서 제일 좋아하는 동네인 justicia의 한 골목 안에서
너무 예쁜 아기옷 가게를 하나 찾아냈다

http://www.suenospolares.com/

스페인 아기옷 브랜드 중에 가장 핫한 bobo chose 가맹점이기도 하고
한국 엄마들이 열광한다는 popupshop 이나 atsuyo et akiko 같은 브랜드도 있고
아기들을 위한 ugg 나 hunter, bensimon 도 몇 가지 갖춰놓았다
함께 구경 간 H언니는 여기저기서 탄성을 질렀다
나는 아직 아기옷 쇼핑 분야에는 뉴비라 아는 브랜드가 얼마 없지만,
아기옷 홀릭인 A나 H언니 어깨 너머로 배우다보면 곧 통달하겠지? ㅋㅋㅋ
정말 예쁜 아기옷이 무진장 많다는 걸 새삼 알게 되었지만
어쩜 그렇게 하나같이! 착실하게! 이쁜 만큼 비싼 값을 자랑하는 걸까..
A는 아들 옷에는 절대 돈을 아끼지 않는 것 같지만,
우리 달곰 가족은 저소득층 수준의 수입과 P 펀드로 근근히 사는 유학생 가족인 만큼
북유럽 브랜드의 바디수트를 40유로 씩 주고 사는 건 미친 짓이다
다행히도 이 가게에는 뉴본 베이비를 위한 옷이 거의 없어서
내년 봄 쯤 되어야 슬슬 쇼핑하러 들러볼 만 하겠다
그 때 까지는 그냥 H&M이나 주구장창 다니자는 생각 ㅋㅋㅋ
oeuf nyc 같은 브랜드의 보들보들한 니트를 입는 아가에 비하면 좀 빈해보이겠지만,
괜찮아, 달곰은 미친 미모를 가졌으니까 ㅎㅎ



12 October, 2012

doce de octubre




"certificado de nacimiento y libro de familia"




한국에서 달곰의 출생신고를 하려면 스페인 출생증명서의 번역이 필요하다
어려운 내용이 아니고 공증도 필요없는지라, 내가 직접 하기로 했다 ㅎㅎ
오랜만 -몇 년 만..?- 에 ms word를 띄워놓고 테이블질을 하는데,
예상치 못한 부분에서 마구 꼬인다
달곰의 출생국가는 españa, '스페인' 이라고 번역했다
달곰의 출생장소는 hospital la moreleja, '라 모랄레하 병원' 으로 표기
달곰의 집주소는 avenida san luis.. 읭?
avenida는 영어로 avenue
'아베니다 산루이스' 로 적을 것인가, '산루이스 애비뉴' 로 적을 것인가
'아베니다' 를 선택하면 españa 역시 '스페인' 대신 '에스파냐' 라고 해야 맞을 것
그런데 미국에서 출생한 아기들의 경우에는
united states of america를 '유나이티드스테이츠오브아메리카' 가 아니라
'미합중국' 이라고 표기하는 게 정석이란다
주미 한국대사관에서 권고하는 가이드라인에 따른 거라니...
주스페인 한국대사관은 (하는 일이 없다보니) 가이드라인 따위 있을 리가 없고...
그렇게 치면 스페인은 사실 '스페인왕국' 이란 말이다!!!
그리고 /빠/와 /파/ 같은 된소리와 거센소리 문제까지 겪고 싶진 않으니까

그냥 '스페인' 으로 결정 (쉽게 가자!)

'애비뉴' 나 '아베니다' 를 빼버리면 어떨까?
생각해보니 그것도 안 되겠다
lancaster avenue 31을 '랭카스터 애비뉴 #31' 대신 '랭카스터 #31' 이라고 쓴다면
이 랭카스터가 펜실베니아주의 아미쉬들이 사는 랭카스터란 깡촌인지,
필라델피아 근교 메인래인 지역을 관통하는 랭카스터 애비뉴인지 누가 알겠어

결국 고심 끝에 '아베니다 산루이스' 로 낙찰

그럼 아파트 홋수는 어떻게 적지?
'포탈 3 에스칼레라 5 2층 C호' 는 정말 간지도 안 나고 뭔 소린지도 모르겠고,
그냥 '3-5-2C호' 라고 간결하게 줄여버렸다
강남구청 호적과 공무원이 스페인식 주소에 대해 알게 뭐람?



02 October, 2012

dos de octubre




달곰 생후 8일 째, 이 세상에 공식적으로 데뷔했다
registro civil에 달곰의 출생신고를 완료하고, 달곰의 이름으로 된 증명서를 발급
그리고 우리 세 사람이 가족임을 증명하는 'libro de familia'도 생겼다
우린 분명 한국사람들인데, 어째 머나먼 타국에서 먼저 가족 인증을 받다니 ㅎㅎ
그것도 하필이면 내가 참참 싫어하던 스페인에서 말이다
정말 사람 사는 일은 알 수가 없어



퇴원하기 전에 병원에서 출생신고와 관련해서 세 가지 문서를 받았다
i) Documento de identificación sanitaria materno filia
옅은 파란색의 조그마한 종이에 달곰의 인적사항이 적혀있고
내 지문 하나랑 달곰의 족적 -제대로 안 찍혀 판독 불가- 이 찍혀 있다
ii) Cuestionario para la declaración de nacimiento en el registro civil
그야말로 registro civil에 가서 출생신고를 하기 위한 신청서
iii) 달곰의 출생을 증명하는 담당 산과의사의 레터
마드리드에서 출생신고를 한다면 이 중에서 i)과 ii)만 필요하단다

그 외 우리가 챙긴 서류는..
나와 오빠의 NIE 카드 
나와 오빠의 여권
(혹시 몰라서) NIE 연장신청서
(혹시 몰라서) Empadronamiento
혼인관계증명서 번역/공증본

수속이 얼마나 복잡 할 지 알 수가 없어 오빠 혼자 보내기는 불안하고,
그래서 마드리드 뉴 멤버가 된 Y씨 -서어전공자- 의 도움을 받기로 했다
Y씨와 오빠가 calle de pradillo에 있는 오피스에 도착한 게 9시 조금 전인데
이미 새볔부터 나온 게 틀림 없을 사람들의 줄이 블럭을 넘어섰단다

출생신고 절차는 네이년 검색을 해서 나오는 마드리드 모 변호사씨의 포스팅을 참조
Y씨가 워낙 스페인어를 잘 하니, 절차를 모르면 물어서라도 하겠지 ㅋㅋㅋ
..라고 스페인 와서 처음으로 마음 푹 놓고 오빠를 내보냈다



역시나 능력자 Y씨의 도움으로 무난하게 일을 처리하고 온 오빠는
'libro de familia'라고 부르는 가족관계증명서와 출생신고증명원 3장을 들고 왔다
출생신고증명원을 최소한 5장까지 받아오라고 시켰지만,
원칙적으로 1회에 2장까지 발급 할 수 있단다 (발급 비용은 무료)
추후에 더 필요하면 인터넷이나 전화로 주문해서 집으로 받을 수 있고...
한국에서 출생신고 할 때 / 대사관에 여권 신청 할 때 / 달곰이 NIE 만들 때 등
지금 당장 필요한 곳만 세 군데라 넉넉하게 받고 싶었지만...
그래도 Y씨의 화술로 3장이나 받아왔다니 그의 활약에 박수를 보냅니다
'libro de familia'는 여권보다 약간 큰 책, 말 그대로 책이다
나와 오빠의 인적사항과 자녀(달곰)의 인적사항이 적혀있다
앞으로 스페인 내에서 우리가 가족이라는 걸 증명하는데 이 것만 있으면 된단다
작년에 한국에서 받아와 수십번을 쓰고 꼬깃해진 혼인관계증명서는 이제 안녕

한국에서의 신고는 엄마가 귀국길에 서류를 챙겨가서 대신 할 예정
신고가 완료되면 EMS로 서류를 받아서 대사관에서 달곰의 여권을 신청 할 수 있고,
여권이 있으면 비로소 NIE 발급이 가능하다

사람이 하나 태어나서 이 사회에 속하기까지의 절차가 결코 쉬운 게 아니구나 0_0



19 August, 2012

diez y nueve de agosto




오빠네 학교 앞 스타벅스에 나와있다
이번 주말 내내 덥다고 하더니, 오늘은 구름이 잔뜩 끼고 시원한 바람이 분다
그런데도 별다방 안에는 추울 정도로 에어컨을 틀어놨다
따뜻한 카라멜마키아또에 딸기 머핀을 시켜놓고 그저 느긋하다
여기서 일하는 애들은 영어를 곧잘 하는 편인데도,
주문 할 때 왠지 스페인어로 해야만 할 것 같은.. 영어로 해도 충분히 친절한데



한국에 가 있는 동안 "스페인 완전 구려" 라는 말을 참 많이 했던 것 같다
사는 게 어떠냐는 질문을 받거나, 맛있는 걸 먹으러 갈 때 마다..
그런데 오히려 다시 돌아와서야 스페인을 보다 객관적으로 볼 수 있게 되었다
한국이 엄청 그리울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다 ㅋㅋㅋ
(굳이 그리운 게 있다면.. 역시나 온갖 빵집과 짜장면 정도? ㅋㅋㅋ)
마드리드에 대한 나의 편견이 얼마나 심했던지,
이 사람 저 사람 붙들고 스페인 욕을 했던 게 좀 무안해진다
그래도 내가 선택해서 사는 곳인데 부정적인 이야기만 잔뜩 날리고 왔으니..
비록 우리나라는 아니지만, 내 얼굴에 침 뱉은 기분
막상 와보니 날씨도 좋고 한국에 비해 특별히 불편한 걸 모르겠다
부모님과 지내는 건 좋은 점도 있지만 아무래도 마음에 걸리는 게 많은데,
온전한 자유와 독립을 되찾으니 이렇게 홀가분 할 줄이야 ㅋㅋ

날씨가 이렇게 좋은 줄은 몰랐다
매일같이 화창하지만 습하지 않다는 건 날씨가 가진 최고의 축복이다
햇빛은 강렬하지만 그늘에 서면 선선하고, 밤바람은 에어컨보다도 낫다
안방 창문을 조금 열어두고 자면 절로 쾌면이 몰려온다
여전히 시켜먹을 곳 없고, 간단한 외식거리 없고, 커피숍도 스타벅스 뿐이지만
날씨 하나 때문에라도 '여름의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는다
더군다나 이번 여름엔 너무 고생했다고...
막달을 스페인에서 지내게 된 건 천만다행인 듯 싶다
(대신 너무 건조해서 배가 쉽게 틀까.. 그게 좀 걱정이랄까)

우리집 역시 너무 마음에 든다
역시 좁긴 - 하긴 뭐 그 사이에 갑자기 면적이 늘어날 리가; - 엄청나게 좁지만,
높은 천장과 두꺼운 벽 덕분에 하루종일 서늘하다
온도만 맞춰놓으면 자동으로 on/off를 반복하는 에어컨 역시 잘 돌아간다
비록 너무 좁아서(ㅠㅠ) 달곰이 물건이 여전히 산처럼 쌓여있지만..
우리에겐 ikea가 있으니까.. 수납공간은 천천히 고민해봐야지

작년에는 여름이 막 지나갈 무렵에 들어와서 여름 과일 구경을 못 했는데,
스페인 수박이 이렇게 맛있는 줄 미처 몰랐다
sandia negra 라는 흑피 수박을 샀는데 껍질이 얇고 씨가 없다
속살은 새빨갛다 못해 체리빛 +_+ 정말 달고 시원하다
요즘은 수박과 함께 paraguayo 라고 부르는 '납작 복숭아'에 올인하고 있다
이름만 들어선 당연히 남미 출신 쯤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어이없게도 중국 품종이란다.. 한국에선 본 적도 없는데?!?
황도와 백도 사이, 분명 털복숭아 종족이긴 한데 과육이 흐물거리지 않고 쫀쫀하다
신맛이나 물맛이 전혀 없이 복숭아맛 주스를 굳혀놓은 것만 같아서
물컹거리는 백도를 좋아하지 않는 오빠도 잘 먹는다



참,
lubina라고 부르는 작은 농어(?)를 para fillete로 손질해서 팔길래
밑져야 본전으로 사다가 오븐에 소금구이를 해봤는데 놀랍게 맛있었다
고등어 철이 끝나서 구워먹을 생선이 마땅치 않았는데
이런 촉촉한 흰살 생선이 있을 줄이야 - 농어 철 끝나기 전에 더 사다 먹어야지



18 August, 2012

diez y ocho de agosto




도착 5일 째, 주말이 되어서야 랩탑 만질 시간이 난다
여전히 집 안 곳곳에 갓 이사 온 집 마냥 박스와 쇼핑백, 포장재가 굴러다니고
5일 동안 바닥 청소는 겨우겨우 3번, 화장실 청소는 0번;;;



a.
새벽 7시 되어 집에 도착해서 오전 내내 쉬고 짐을 풀었다
해외 생활 하면서 처음으로 액젓, 매실원액, 간장 따위를 공수해왔는데
다행히 (유자차가 조금 샌 것 만 빼면) 터진 것 없이 무사하다
32kg 가방을 두 개나 실을 수 있었는데 막상 모든 가방이 23kg를 넘지 않았다
이럴 줄 알았으면 생생야끼우동이라던가, 빵 같은 걸 실컷 넣어 올 것을..
달곰이 물건 챙기는데 정신없어 우리 먹을 게 너무 없는 게 아쉬워 죽겠다

b.
el corte inglés sanchinarro에 들러 달곰이 침대 배달 예약을 하고
내친 김에 유모차와 카시트까지 구입을 했다
9월 1일부터 스페인 국내 소비세가 확 오르기 때문에 미리 사는 게 이득
유모차가 929유로, 카시트가 299유로
물론 특별히 할인이나 사은품 따위는 없다
20유로 짜리 장난감을 사나, 1000유로 넘는 비싼 걸 사나 푸대접은 마찬가지
이럴 때는 '고객이 왕'인 것만 같은 한국 백화점이 무척 아쉽다
유모차와 카시트는 3주 뒤에 배달 올 예정

c.
34W 체크업을 하러 가보니 일주일 만에 달곰이는 다시 정상위가 되어있었다
앞으로도 몇 번을 더 뱅뱅 돌지 모르는 일이다
어이없게도 주치의 dra. blasco는 8월 말 부터 10월 말 까지
무려 두 달!!! 동안 휴가를 가기 때문에 출산까지 나를 봐줄 수 없단다
그래서 난... 누군지도 모르는 왠 남자 의사에게 인계가 되어버렸다 ㅠ
이왕에 바뀐 거, 영어 잘 하고 경험이 풍부한 의사라면 좋겠는데
막달 다 되어 일이 좀 복잡해졌는데
제발 달곰이가 변덕을 부려 돌발상황(e.g. 수술)이 일어나지 않기를...

d.
stokke sleepi가 도착했다
하얗고 예쁜 침대..는 커녕 본품 상자가 어찌나 더러운지
배달 받자마자 현관에 두고나선 손을 대거나 옮길 엄두가 나질 않는다
하지만 방문이 좁아 거실에서 조립을 하면 방으로 옮길 수가 없고 (바퀴도 있는데!)
안방에는 조립 할 공간이 남질 않고 0_0
아무래도 더러운 상자에 넣어 둔 채 2~3주는 더 버텨야지 싶다
매트리스만 꺼내서 햇볕에 널어두고 커버 세탁 중

e.
las rozas village outlet의 bonpoint 매장에서 달곰이 옷을 몇 벌 질렀다
당초 계획은 petit bateau에서 당장 입힐 바디수트와 우주복을 사는 것이었는데
라인 별로 사이즈가 제각각이라 미리 사는 건 포기
달곰이 나오면 함께 외출해서 직접 맞춰보고 사야할 듯 싶다
(갓난쟁이도.. 쇼핑 외출 할 수 있겠지?)
그래놓고 bonpoint에서는 6개월 이후에나 입을 수 있는 옷들을 사버렸다
"가격이 너~무 착해서 지르지 않을 수 없었다" 라고 변명해야지

f.
스페인의 여름 세일 기간은 이미 끝났나보다
나름 기대를 하고 시내에 나갔는데 노리고 있던 COS나 zara home에는
'rebajas'라는 푯말을 커녕, 세일의 흔적 조차 없었다
그나마 오빠만 scalpers의 세일 끝물에 남아있던 에스빠드류 로퍼를 하나 건졌다
comptoir des cotonniers에 70%가 붙어있긴 하던데
지금 내 몸에는 어떤 옷도 들어가질 않으니 입어보고 살 수가 없잖아 ㅠ_ㅠ

g.
한 달 동안 텅텅 비어있던 냉장고를 채우는데에는 시간이 좀 걸리기 때문에
집에서 매 끼니 해먹을 음식이 마땋찮은데,
한국에서 뱃고래를 늘려둔 오빠는 펭귄 새끼 마냥 먹을 것을 찾는다
기껏 찌워온 살이 빠지지 않게 많이 먹이고는 싶은데.. 뭘 먹이냔 말이다
콜레스테롤 수치를 고려해야하는 신세가 되었기 때문에
우유도 semidesnatada로 사고 새우나 고기 소비를 줄이기로 했다
그랬더니 살 게 엄썽!!! 마트를 100바퀴 돌아도 카트가 텅텅 빈다구!!!



03 June, 2012

tres de junio




그저께 아침 즈음 "나 마드리드 가면 재워줄거야?" 라는 카톡이 도착했다
보낸 이는 서울에 있는 남동생
무슨 출장이 그리도 급하게 잡히는거냐
주말까지 끼어와서 관광을 하겠다는 참 한가로워보이는 출장
덕분에 어젯밤부터 오늘까지 꼬박 하루를 알차게 관광가이드에 할애했다
몸이 예전같지 않은지라 같은 거리를 걸어도 더 쉬이 다리가 붓고 피곤하다
그래도 책임감을 가지고 하루종일 열심히 걸어다녔는데,
아침, 점심, 저녁을 너무 거하게 챙겨먹어서 그런지 몸무게는 더 늘었더라 o_O



늦은 아침을 mercado de san miguel에서 핀초 집어먹는 걸로 때우고
점심 메뉴는 역시 마드리드에서 가장 유명한 '관광지' botin 에서 cochinillo asado였다
(좋아하는 음식은 아니지만.. 세고비아에서 먹었을 때 보다 더 낫더라?)

저녁으로는 스페인을 대표(?)하는 메뉴, paella를 먹어야죠
빠에야를 전문으로 하는 유명한 arrocería가 여러 곳 있긴 하지만,
내가 가본 중에는 la buganvilla 가 가장 만족도가 높았다
alonso martinez 역 근처에 본점이 있고, san sebastian de los reyes에 분점이 있고
한국사람 입맛에 스페인 정통 빠에야는 좀 짜고 쌀이 덜 익은 느낌이지만
이 곳은 "menos sal, por favor" 라고 주문 하지 않아도 맛만 좋다
빠에야 뿐만 아니라 다른 생선이나 샐러드 메뉴도 훌륭하다
그 중에서 추천메뉴는 ensalada cesar나 pulpo grille a la planch
샐러드에는 닭고기 대신 통통한 anchoa(앤초비)를 올리고, 문어에 곁들인 감자도 좋다
특히!!!
해산물 요리가 주를 이루다보니 다들 화이트나 로제와인을 시키는 듯 하지만
화이트는 한 잔만 마시고 두번째 잔 부터는 꼭 레드를 시키도록 하자
이 맛집의 vino tinto de la casa는 "felix axpilicueta 2008 crianza"
쉽게 살 수 있는 레이블이 아니고, 글라스와인으로 내놓기엔 가격도 제법 나간다
프랑스와 미국산 오크통을 오랜 시간 잘 버무려서 오크향을 팍팍 뽑아냈다
덕분에 스페인와인이지만, 튼튼한 캘리와인을 마시는 듯
cava를 베이스로 해서 만든 sorbete들도 빠에야 후의 디저트 메뉴로 찰떡궁합이지만,
술을 못 마시는 나는 tarta 같은 걸 시키는 수 밖에 없는데 그 쪽은 좀 구림;



27 May, 2012

veinte y siete de mayo




본격적인 마드리드의 관광 시즌이 시작되었다
날씨가 춥던 4월까지만 해도 텅텅 빈 채 다니던 madrid visión(투어버스)가 꽉 차고
영어를 더듬거리며 택스환급서류를 작성하는 관광객들이 샵마다 심심찮게 보인다
활기찬 느낌은 나쁘지 않지만 사실 주민으로서는 불편하다

일요일 브런치를 즐기러 간 [h]arina에도 어찌나 관광객이 많던지...
puerta de álcala 남서쪽에 있는 빵집 겸 브런치 까페
이름(harina = 밀가루)대로 상당히 본격적인 빵을 구워서 판다
sourdough bread들을 주종목으로 케익 메뉴도 괜찮다
정말 싫은 bocadillo도 이 집 바게뜨로 만들면 왠지 맛있게 느껴지는 것 같고 ㅎㅎ
평일 낮에는 여유롭고 조용해서 오래 앉아있어도 눈치가 안 보이는데
오늘은 웨이팅하는 사람들의 시선이 따가워서, 마치 서울의 인기 까페에 온 듯 했다
계산서 하나 받는데도 어찌나 오래 걸리던지
(빵맛, 음식맛은 일품이지만 서비스는 실망스러운 수준이다)
시저샐러드에 로스트비프 보카디요, 레모네이드로 든든히 아침을 먹고
또 dulce de leche 크림을 채운 패스트리롤 - 인기메뉴!- 을 세 개나 사들고
길 건너편 parque de retiro 산책에 나섰다

으앜 -_-
원래 사람 많은 공원이라고는 하지만 이건 해도 해도 너무하잖아
구석진 골목길까지 사람이 가득해서 제 속도로 걸을 수도 없을 지경이었다
평소에 걸을 일이 너무 없어서 오늘은 작정하고 걷기운동 하러 나온건데 ㅠ_ㅠ
그래도 햇살 따사롭고 바람 시원한 최고의 날씨에
tacky하기 짝이 없는 노점상이나 소음공해 수준의 엉터리 색소폰 연주자 조차도
오랜만에 녹음을 즐기러 나온 나에게는 전부 유쾌하게 느껴졌다

(관광객의 범람은 좀 피곤하지만) 역시 마드리드는, 여름이야



18 May, 2012

diez y ocho de mayo




<달곰이를 위한 쇼핑>
이제 더 미룰 수 없다! 라는 마음가짐으로 하루 이틀 사이에 여럿 해치웠다
'시작이 반' 이라고 뭐라도 하나 사고 나니 준비성 있는 엄마가 된 듯한 뿌듯함과 함께,
아기용품의 세계는 개미지옥이나 같다는 말에 십분 공감하게 된다



➊ nappy disposal
일명 '똥기저귀 쓰레기통'
절대 필수품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쇼핑목록 1순위에 오른 건 순전히 내 욕심 때문이다
우리 아파트는 쓰레기 내놓는 시간이 정해져있어서 냄새 난다고 마구 갖다 버릴 수가 없다
예전에 친구 아기의 (묵은) 똥기저귀 냄새를 맡고 정신이 혼미해지는 경험을 한 터라
돈지랄이거나 말거나 이 아이템은 꼭 사고야 말겠다고 다짐했었다
내가 고른 건 tommee tippee 브랜드의 제품












bin이 19.90유로이고 전용 비닐 리필이 한 롤에 9.90유로
우선 0~4m 신생아용으로 두 롤만 장만했다
(한 롤 가지고 얼마나 쓸 지 모르겠네)
playtex의 diaper genie처럼 페달식 자동형은 아니지만,
똥기저귀 하나 하나가 비닐로 개별 포장되기 때문에 냄새는 훨씬 덜 할 것 같다



➋ pantry
부엌이 아주 좁진 않은데 수납공간이나 카운터탑에 여유가 없어서
젖병소독기나 건조대를 놓을 만한 공간이 필요했다
또 분유나 젖병, 이유식 도구는 다른 조리 도구랑 분리해서 수납하는 게 좋겠지
원래 쓰던 ikea의 카트를 하나 더 놓고 싶었지만 너무 비싸고(200불 대) 무거워서,
얇은 철제 프레임으로 된 antonius라인의 팬트리를 골랐다 (http://www.ikea.com/us/en/catalog/products/S39888644/)
윗 두 칸은 뭐가 들었는지 잘 보이도록 철망 바구니로, 나머지 두 칸은 플라스틱 서랍
워낙 가벼운데다 바퀴도 달아놔서 필요하면 거실로 끌고 나올 수도 있겠다



➌ detergents
미국이나 한국처럼 젖병세척제나 아기 전용 세탁세제를 팔지 않기 때문에
앞으로 주방세제, 욕실세정제, 세탁세제는 전부 독일제 sonett을 사용하기로 했다
아기들을 위한 브랜드는 아니지만 화학성분 0%를 자랑하는 친환경 제품이니까
마드리드 babydeli에서 살 수 있다
그렇지만 sonett은 제품군이 다양하지 않은 게 흠이라,
추가로 필요한 건 할 수 없이 미국에서 ecover 제품들을 공수했다
무거운 편이지만 iherb.com 배송료가 워낙 저렴하니 부담되지는 않네
stain remover stick (4불)
sunny day fabric softener (5불)
dishwasher 25 tablets (7불)



➍ infant spoons
백화점 아기용품 매장에서 béaba 스푼이 5개에 19.90유로 인 걸 보고 겁에 질려
soft tip과 all silicone 스푼들을 우선 질러봤는데, 둘이 합쳐 겨우 9불 남짓
어차피 이유식 먹으려면 내년이나 되어야겠지만 싸고 귀여워서 미리 질렀다 ㅋㅋㅋ
그 참에 휴대용 분유통, 젖병 세척 브러쉬, 욕조 오리 따위
먼치킨에서 나오는 것들 중 당장 필요해보이는 것들도 함께 결재했다능


















➎ earth mama
좋은 브랜드가 많이 있지만 -퀄리티가 보장되고- 패키지가 귀엽다는 이유로
earth mama angel baby에서 이거저거 구입
역시나 iherb.com을 통해 미국에서 한국으로 배송 중이다
natural nipple butter 유두보호 크림 (12불)
organic milkmaid tea (5불)
bottom balm for babies 기저귀 발진 완화 크림 (12불)
mama bottom spray 회음부용 스프레이 (12불)



➏ dental wipes
구강티슈.. 라고 하던가, 이건 활용도나 안전성에 대해 의견이 극도로 엇갈리긴 하는데
'좋다 or 나쁘다' 를 판단 할 수 있는 건 우선 시중에 제품이 있을 경우이고
있는 것 보다 없는 게 많다는 스페인에서는 당연스레 팔지 않는 아이템이다
그래서 그냥 my dentist's choice 것으로 2개만 주문해보았다
물티슈로 닦아봐야 뭐 얼마나 제대로 닦이겠어?
급할 때만 쓰도록 하고, 제대로 양치를 시킬 수 있을 때 부터는 weleda를 쓸 예정


















02 May, 2012

dos de mayo




이태리에 가기 한 주 전에 깎았던 머리가 덥수룩해져 오빠의 꼴이 엉망인지 좀 되었다
이래라 저래라 하지 않는 편인 나는, 본인이 머리 깎고 싶다 라는 의사를 내비칠 때 까지 기다렸고
5주 만에야 휴일을 틈타 미용실, 아니 미용집? 미용하는 가정집을 찾았다
미용집은 atocha renfe station보다 더 남쪽 동네에,
찾아갈 만한 다른 용건이 전혀 생기지 않는 곳에 있다
미용집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말 그대로 정식 가게가 아니라 가정집이기 때문이다
한국인 여자미용사가 사는 가정집
원베드 피소의 살롱에 미용의자와 벽거울, 각종 열처리 기구를 세워두고 영업을 한다
컷만 하는 정도라면 별로 문제 될 건 없다
뭐 한국의 친구들에겐 우중충하고 좁은 아파트와 추레한 시설이 굴욕적으로 느껴질 지도 모르겠지만
필라델피아 이가자 어퍼더비점이나 마드리드 송 미용실을 거친 우리는 이제 감정이 무뎌졌다
(컷 한 번에 55,000원 씩 내던 도산공원 앞 6년 단골 헤어샵 -미용실이 아니라- 은
그냥 우리 삶의 서울쥐버전, 또 다른 단면일 뿐이다)
미용집에는 욕조와 샤워기가 딸린 화장실이 하나 있고, 샴푸는 그 곳에서 손님이 알아서 처치한다
그래서 난 머리를 자르고 나서 샴푸를 하지 않고 돌아온다
마드리드의 동네 미용실 가격이 컷 20유료, 샴푸 5유로 인데 반해 여기는 15유로다
불법영업이니 IVA가 포함되었을리 없고 현금만 받고, 따라서 팁을 따로 낼 필요도 없다

마드리드에서 유일하게 버젓이 장사하는 한국인 미용실은 'peluquería song'이라는 곳이다
나이 지긋한 부부가 1/4 반지하 가게에 진분홍빛 비닐 의자 세 개를 놓고 영업을 한다
헤어디자인이니 패션, 미용과는 백만광년이나 떨어진 무뚝뚝한 아줌마가 머리를 깎는데,
정말 가위로 '자르는' 행위보단 바리깡으로 '깎아올리는' 게 태반이다
그렇게 기교없이 쳐올려진 머리는 해군과 초딩의 기묘한 결합이랄까, 깎인 사람만 환장할 노릇이다
에쓰빠뇰보다야 한국 아줌마가 낫겠지 라는 편견이 잘못이었다 ㅠ.ㅠ
머리빨이 외모의 90%인 남자로 태어난 오빠가 머리에 바른 돈이 깎여나가는 꼴에 기겁해
"대체 가위는 언제 쓰세요? 지금이 80년대도 아니고 바리깡으로 쳐올리다뇨!"
내가 정색을 하며 대든 덕분에 우리는 송 미용실에 다시는 갈 수 없게, 가지 않아도 되게 되었다
한국에서 윤미쌤이 출국선물이라며 정성스레 붙이고 말고 영양까지 듬뿍 줬던 머리카락은
그렇게 불쾌하게 송씨 아줌마네 쓰레기통에 버려지고...
그 뒤로 여기저기 로컬 이묭실을 들락거리며 손짓발짓으로 거의 반 년을 버텨오다가
한국에서 연수를 마치고 돌아와 영업을 재개한 미용집 언니 덕분에 상황이 십분 나아졌다
그럴싸하게 잘 깎는 편은 아니지만 가슴 속에 열불이 나는 경우는 피할 수 있으니



사실 근 3년 간 가장 늘은 건,
두 달 넘게 길어버린 머리도 고데기와 아베다 왁스로 제법 제 자리를 찾아주는 오빠의 요령과
한 올의 흐트러짐 없이 뱅 앞머리 길이를 유지하는 나의 쪽가위 스킬...



26 April, 2012

veinte y seis de abril




마드리드의 봄은 썩 아름답지 못한 봄인가보다
꽃나무가 없는 사막 한복판이니 꽃놀이는 바라지도 않지만 어찌 이리 비가 줄기차게 내리는지
메마른 사막에도 우기가 있다는 믿을 수 없는 사실이 여기에서야 진실이 된다
유럽다운 두꺼운 구름이 빈틈없이 깔려 하루종일 어둑어둑하니
'태양의 나라'에 산다며 부러워하는 속 모르는 지인들에게는 답답할 뿐 이다
아침 일찍 세무서에 볼 일을 나갈 작정이었지만 푹 젖은 바깥 모습에 질려 다시 드러누웠다
연한 라떼를 한 잔 만들고 아점 시간이 되도록 책만 읽었다
아점상으로 근대된장국을 덥히고 달걀프라이를 지져냈다
왠지 어릴 적 부터 아침 된장국엔 달걀프라이거나 슬라이스치즈여야만 하니까
을씨년스러운 날씨에 떠먹을 뜨끈한 국을 미리 끓여놓은 야물딱진 나에게 감탄했다
냉동 식빵 조각을 토스트해서 잼 발라 먹기엔 너무 어둡다
브레드머신을 사서 아침마다 갓 구운 솜살식빵을 먹을 수 있다면 좀 나으려나?
(이참에 검색해보니 필립스 것이 100유로.. 나쁘지 않네)



저녁 설거지에 치여 허우적대는 중에 오빠가 담배를 피러 나가는 소리가 났다
"D가 뭐 줄 거 있다고 만나자고 하네?"
한국 다녀온 D씨의 와이프가 뭔가 들고 왔나보다
미리 부탁해뒀던 세탁조 청소 세제 외에 뭐가 더 있으려나-
하고 마치 어린 시절 출장 다녀오는 아빠를, 아니 아빠의 선물을 기대하던 것 마냥 조금 설렜다
나가놀지도 않고 집에 진득히 들어앉아 언제 올 지 모를 아빠를 기다리는 만큼
아빠는 결코 나의 기대치에 못 미치는 법이 없었다
(지금도 비싸서 쉬이 못 사먹는) 린트 초콜렛이 여러 통, 온갖 치즈에 자잘한 장난감
출장가방에서 나오지 않고선 도통 볼 수 없는 린트를 그토록 기다렸나보다
오빠가 들고 올 J의 봉투에는 어떤 린트가 들어있을까?
이렇게 거창한 기대는 그 나름대로 재미가 있었지만, 그만 거기까지
봉투가 소박해서는 문제가 안 되지만, 내용물에 웃음이 났다
얼었던 것이 막 녹은 듯한 나폴레옹(& 조세핀) 빵집의 카스테라 하나, 크림빵 두 개가 들어있었다
소라모양 초코크림빵과 조개모양 슈크림빵에 오빠는 웃어버렸다
나는 철저히 김영모 과자점 토박이로 컸다
그 외에는 논현동 이모댁에 갈 때 마다 들리는 wien 정도가 있었다
압구정 현대아파트 아이들처럼 나폴레옹을 숭배하지 않았다
나폴레옹 팥빵이 맛있다고 한들, wien 보다는 못하다고 생각한다
세월이 흐르면서 세련된 정통 프랑스 파티쉐리로 발전한 영모아저씨네 가게와 달리
나폴레옹은 여전히 젤리 뿌린 팥빙수와 소라빵을 판다
그 토종스러움과, 그에 반하는 사악한 가격대에 나폴레옹을 싫어하는데
6개월이 넘도록 한국빵을 그리워하는 내 앞에 초코크림으로 구멍을 메운 소라빵이 나타난 게다
사실 나는 초코크림도 슈크림도 전연 먹지 않는데 ㅎㅎㅎ
프랑크푸르트에서 오는 린트를 기다리는 내 앞에 누가 가나초콜렛을 드민 기분은
왠지 모르게 웃기고 웃기고 또 우스웠다



28 March, 2012

veinte y ocho de marzo




스페인에 온 지 6개월이 넘어서야, NIE 카드를 받은 지 5개월이 되어서야
우리는 드디어 한국 운전면허증을 스페인 운전면허증으로 교환, 발급 받았다
게을러 정말 ㅋㅋㅋ
평일 중에 오빠가 시간을 내기도 어렵고, 추운 겨울에 길바닥에서 벌벌 떨고 싶지 않았고,
그러던 중에 임신으로 모르는 길 쉽게 나설 수 없게 되었고, 뭐 그런 이유? ㅋㅋ
4월 중으로 자동차 보험회사에 스페인 운전면허 사본을 제출해야 하는 조건이 걸려 있어서
이태리 가기 전에 신청하자고 다짐하고 오늘을 d-day로 잡았다
스페인으로 오는 한국인 대부분이 (현지 면허가 굳이 필요 없는) 나이 어린 연수생이라
실제로 면허 교환을 하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다
인터넷 검색을 해봐도 2010년 이후에 작성된 후기는 거의 찾을 수 없고
블로그 포스트 대부분이 대사관에서 제공하는 기본적인 정보의 ctrl c + ctrl v
그나마도 오래된 정보라 그 사이에 수수료도 많이 올랐는데 ㅠ.ㅠ
IE 선배들 중에 이거 하나 제대로 정리해둔 사람이 없다는 것도 안습이다
울 오빠와 마찬가지로 스페인어 문맹이라 이런 일 마다 고통받는 사람들이 많을텐데..
여튼 정확한 위치나 과정을 모르는 상태로 부딫힌 만큼,
삽질까지는 아니라도 불필요한 시간 낭비와 발품을 많이 팔아야 했다



한국 면허를 스페인 면허로 교환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은,
i) NIE 카드 - 번호만 받은 상태는 결격 - 를 득템한 자
ii) NIE 카드의 개시일자 이전에 발급 받은 한국의 운전면허증을 가지고 있는 자
    개시일자는 비자를 지참한 사람의 스페인 입국일과 같다 (카드 신청 or 발급일이 아님)

i)과 ii)를 만족한 사람은 대한민국 대사관 민원실로 가서
한국 운전면허증의 스페인어 번역 공증을 받는데, 민원실 사정에 따라 1~2시간이나 걸리니까
아침 일찍 가서 신청하고 죽치고 앉아 기다렸다가 받아오는 편이 좋다
(대사관 돋게 오전에만 민원 업무를 봐주니까)
NIE 카드를 가진 자 만이 은혜를 받을 수 있으니, 여권/NIE/운전면허증을 전부 지참해야 함
난 이걸 지난해 11월에 미리 받아놨었는데.. 서류 유효기간은 딱히 없나보다
수수료는 1건 당 3.20유로 였다



그럼 이제 본격적인 RPG에 나서기 전에 장비 점검을 해야지
‧ NIE 카드 원본
‧ NIE 카드 앞/뒷면 사본 1장
‧ 한국 운전면허증 원본
‧ 한국 운전면허증 앞/뒷면 사본 1장
‧ 증명사진 2매 (반명함판 사이즈)
‧ 대사관이 발급한 운전면허 번역공증 확인서 원본
‧ (NIE와 현재 주소가 일치하지 않는 사람에 한해서) 주소가 명시된 empadronamiento
혹시나 해서 여권과 여권 사본도 들고 갔지만 전혀 보지 않았고
NIE와 한국 운전면허증 사본은 흔히 알려진 2장이 아니라, 1장이면 충분하다

이제 장비를 주섬주섬 챙기고 먼저 신체적성검사를 받으러 갔다가,
교통국으로 가서 운전면허 교환 신청을 하는 일정으로 움직이도록 한다
내가 갔던 교통국(jefatura provincial de tráfico)은 c/ arturo soria 125에 위치
125번지와 143번지, 두 건물에 나눠져 있는데 교환(canjes) 업무는 125번지에서 담당한다
워낙 주차하기 어렵기로 유명한 길이라 처음부터 스트릿파킹은 포기하고
골목 3개 거리에 있는 arturo soria plaza 주차장을 이용했다



아래는 내가 생각하는 the best procedure ♥
이대로만 했더라도 최소 1시간은 세이브 할 수 있었을텐데..
우리는 처음에 4층, 다시 1층, 다시 4층, 다시 1층, 클리닉, 다시 1층, 결국 4층 -_-



⓵
교통국 건너편 길가에는 centro médico y psicotécnico del conducción
이라고 써붙인 자그마한 사설 적성검사소가 바글바글 하다
가격비교를 해보지는 않았지만 이미 카르텔이 형성되어 있을 것이라 믿고, 수수료는 인당 40유로
접수처에 NIE를 제출하며 "para canje de permiso de conducción"이라고 말해둔다
신규발급자와 교환신청자의 적성검사 항목이 다르기 때문
간단한 인적사항을 적고나서 수수료를 지불한 뒤 첫번째 검사관을 만난다
나이, 병력, 알콜 섭취 및 흡연 빈도수, 키, 몸무게 등을 질문하고
양안 시력을 잰 뒤 교정시력인지 운전 중에 어떤 교정기(안경 or 렌즈)를 착용하는지 확인한다
두번째 검사관이 기다리고 있는 방으로 간다
인적사항을 확인하고 나서 정체불명의 검사를 받는다
검사관 말로는 플레이스테이션보다 쉽고, 실제로는 플레이스테이션보다 어렵다
그냥 공간지각력을 테스트하는 전자게임이랄까
(나는 30,000점까지 통과하는 테스트를 불과 1,500점으로 통과하고 극찬을 받음;;)
검사자가 웹캠으로 즉석에서 얼굴사진을 찍고 적성검사서를 발급해주면 끗
간단해보이는 검사 같지만 실제로 대기시간이나 문진시간이 길다
우리는 둘이 한 명씩 하다보니까 클리닉에서만 거의 1시간이 소요되었는데,
certificado médico의 유효기간은 90일이니 시간 날 때 미리 받아두는 것도 좋겠다

⓶
값비싼 적성검사서를 품에 안고 c/ arturo soria 125번지로 향한다
1층(B층 X) 넓다란 방의 왼쪽 'canjes para extranjeros' 창구에 줄을 선다
한국인이고 면허 교환을 하고 싶다고 하면 마데인대사관 번역공증서를 가지고 있냐 등의
간단한 확인을 하고나서 종이 3장과 번호표를 준다*
먹지가 붙어있는 종이는 신청서(solicitud)이고 나머지는 그냥 그런 잡다한 것들
세 장 모두 작성을 하고 firma 표시 된 곳에 싸인을 휘갈겨 줄 것

⓷
신청서를 받고 돌아서면 저멀리 건너편에 caja 창구들이 보인다
(작성된) 신청서를 내밀면 수수료 26.60유로를 지불하라고 하는데,
현금 뿐만 아니라 카드로도 낼 수 있으니까 미리 "카드로 지불하겠어요"라고 말해야 함
신청서 중간에 수수료가 지불되었다는 도장을 찍어준다

⓸
엘리베이터를 타고 4층으로 올라가면 canjes에 관련된 업무를 처리하는 사무실이 있다
1층에서 받은 번호표는 4층에서의 대기번호이기 때문에,
신청서를 작성하고 수수료를 내는 중간에 땡땡이를 치거나 굼뜨게 행동했다가는
4층에 도착해서 내 번호가 이미 지나가버린 걸 확인하고 땅을 칠 수 있음**
오전 10시 반 경 처음 4층에 올라갔을 때는 대기자가 1~2명 뿐이었는데,
12시가 되어서는 어림잡아 30명 정도가 앉아있었다
그 외에도 아직 안 올라온 사람, 수수료 내고 있는 사람, 클리닉에 간 사람 등등을 더하면
최소한 40명 정도가 내 앞에 있다는 얘기 -_-
그러므로 뭐든 관공서 업무는 아침 일찍 가는 게 좋은 법이다

⓹
내 번호가 호명되고 창구로 가면 고이고이 간직해둔 무기를 죄다 풀어놓는다***
태어난 곳이 어디니, 집 주소가 어떻게 되니, 전화번호는? 등등 몇 가지 질문에 대답을 하고
3개월 짜리 임시면허 종이쪼가리를 받는다
본 면허증은 2~3주 내로 우편으로 날아온다고 하니 주소를 정확히 알려줄 것
NIE 카드는 돌려받지만 한국 운전면허증은 여기서 이만 빠이빠이-
나중에 스페인 면허증을 가지고 오면 한국 면허증을 돌려받을 수 있다고는 하지만,
대체 누가 10년 짜리 EU 운전면허증을 도로 토해내겠어?
한국 면허야 귀국 했을 때 분실신고 하고 새로 발급받으면 되는 것을 ㅎㅎ
(기존 면허를 맡겨두고 새 면허를 받는다고 스페인 면허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는 본 적 없음)



*
신청서(solicitud o impreso)는 교통국 홈페이지에서 다운 받을 수 있다
http://www.dgt.es/portal/gl/oficina_virtual/conductores/canje_permisos/
오른쪽 리스트 세번째 'corea'를 클릭하면 화면 맨 아래 impreso 링크가 뜬다
그러나 그저 신청서 뿐, 신청서와 함께 제출해야 하는 다른 두 장의 서류(declaraciónes)
는 올라와있지 않으니까 그냥 창구에서 한꺼번에 받는 게 낫다

**
우리는 삽질 덕분에 당연히 번호를 놓쳤고 1층으로 돌아가 새 번호를 받으려 했다
그러나 1층 창구직원은 그냥 올라가서 먼저 하라는 거다
아니, 수십 명이 도끼눈을 하고 앉아 기다리고 있는데 뭘 어떻게 먼저 하라는 거야?!?
라고 궁시렁거리면서도 그대로 올라가 재빨리 주변 스캔 후 빈 창구로 돌진
근데 정말 지나간 번호를 찾아서 받아주더라고
대기실에 있던 성질 나쁜 남자가 쫒아와 소리지르며 항의했지만 직원에게 뺀지 먹음
덕분에 우리는 2시간은 족히 걸릴 대기시간 없이 여유롭게 업무를 보았다

***
네이년 블로그를 검색해보면 certificado de extranjeria에 대한 내용을 볼 수 있다
2000년 이후에 발급 받은 한국 면허의 경우에 외국인관리소에서 신원증명서를 받아오라는 건데,
이건 현재에는 전혀 유효하지 않은 정보니 깔끔히 무시하길
NIE만 있으면 여권도 보지 않는데, 이런 서류는 창구 직원들도 존재를 모른다



23 February, 2012

veinte y tres de febrero




오랜만에 IE 마나님들과의 점심 회동
3주 전 나의 두드러기 파동으로 취소되었던 태국 음식점 thaidy 에서 다시 만났다
1시 반 부터 문 여는 걸 1시로 잘못 알고 갔다가 뺀찌 먹고 ㅋㅋ santa barbara로 가서 커피 한 잔
두드러기 오크 사진을 보여주며 신나게 수다를 떠는 도중에
J언니가 실수로 임신 사실을 흘리는 바람에 결국 모두 알게 되었다능;
내가 단속을 한다고 해도 언젠가는 누구에게서든 흐를 수 있다고 염두에 두고 있었지만
막상 숨기고 있다가 들통이 나니까 좀 민망하기는 했다 ㅋㅋㅋ

thaidy는 정말 고맙게도 중국인이 아니라 오리지널 태국인들이 운영하는 가게
오랜만에 태국어를 들으니 옛날 생각이 새록새록 나면서 반갑고 ㅎㅎㅎ
메뉴판도 태국어로 병행 표기가 되어 있어서,
"까이는 닭, 꿍은 새우, 딸레는 생선, 까오는 쌀, 운센은 당면, 얌은 무침, 팟은 볶는 거에요~"
라며 좀 아는 척 작렬 했음 ㅋㅋㅋㅋㅋ
똠양꿍을 시켜보고 싶었지만 실란트로가 들어있을까 싶어 못 시키고
(※ 난 실란트로를 염소처럼 씹어먹는 매니아지만 나머지 멤버들이 싫어해요 ㅠ)
대신 꼭 먹고 싶었던 얌문센이랑 satay kai(피넛소스 닭꼬치)를 주문했다
사테는 방콕에서 박부 & 소상무랑 갔던 PTT 행사 피로연에서 먹었던 게 참 맛있었는데...
여튼 얌문센은 좀 덜 새콤했지만 사테는 아주 맛있었고
팟타이는 쌀국수가 쫄깃하게 잘 살아있고 적당히 달콤한 게 내 입에 꼭 맞았다
볶음밥은 짱개 스타일 -달걀이 부슬부슬 섞여있는- 인데 기름이 적고 보슬보슬, 굿굿
주문받는 아저씨는 태국남자 답게 나긋나긋하고 친절했다
"컵 쿤 카압-" 하는 억양 그대로 "무차스 그라시아-ㅅ" 라고 ㅋㅋㅋ

매일 맛있는 걸 먹으러 다니는 인생은 정말 아름답구나 ♥



22 February, 2012

veinte y dos de febrero




점심을 먹으러 recoletos에 다녀왔다
colón 광장과 puerta de alcalá 사이에 펼쳐진 지역으로 길 건너 justicia만큼 맛집이 많다
calle de recoletos는 관광객은 전혀 찾아오지 않는 좁고 긴 골목
한 집 건너 카페와 레스토랑이 빼곡이 차 있는 맛집 골목이다
cuzco 근처에 있던 "new york burger"가 여기에 분점을 냈다길래 햄버거 먹으러 고고-
(국립도서관 밑으로부터 엄청 크고 깨끗한 공영주차장이 있어서 주차가 편함)

오픈 시간에 딱 맞춰서 들어갔는데 한 방송국에서 촬영을 하고 있었다
버터를 바르고 소금 쳐서 구운 옥수수를 시키고 오빠랑 나랑 각각 햄버거 하나 씩
패티 사이즈가 160 / 250 / 350 / 500g 까지 있는데
160g이 딱 평범한 햄버거 사이즈, 250g은 두께가 1인치가 넘는 것 같았다
500g짜리를 시키면 너비아니 석쇠구이가 3인분 쯤 나오려나?!
옥수수를 들고 뜯는데 자꾸 방송국 카메라가 돌아다녀서 너무 민망했다
<6시 내고향> 같은 데 나와서 후루룩 쨥쨥 땀 흘리며 맛있게 먹는 사람들은 어떻게 찍는 거지?
패티 굽기를 지정 할 수 있고 빵 -참깨 or poppy seed- 도 고를 수 있는데
패티를 'hecha poco'로 부탁했더니 250g 녀석은 너무 덜 익어서 과하게 부드러웠고
고기가 별로 안 따뜻해서 그런가, 윗빵이 너무 차가워서 그게 좀 에러
햄버거 생각 날 때면 또 올 것 같지만 역시 햄버거는 미국만한 곳이 없는 것 같다
스페인 애들은 햄버거가 뭔지 잘 몰라 =_=

디저트 메뉴가 상당히 마음에 들었다
라즈베리소스를 곁들인 뉴욕치즈케키라던가 브라우니, 피칸파이, 당근케키, 레몬치즈케키
당근케키나 뉴욕치즈케키는 스페인에서 찾기 힘든 디저트라서 꼭 먹으려고 했는데
프렌치프라이가 너무 맛있어서 마셔버린; 덕분에 디저트 먹을 배가 없어서
결국 cheesecake with dulce de leche 한 조각을 포장 주문했다
소다 2잔에 햄버거 2개, 구운 옥수수에 케키 한 조각까지 해서 30.15유로 밖에 안 나왔다
동네 자리값에 비해서 가격은 싼 듯 :)

new york burger



13 February, 2012

trece de febrero




열흘이 넘도록 투병생활을 한 나를 위로하고자 A언니와 형부가 점심을 사줬다
너무 오랜만에 외출이라 들떠서 화장도 곱게 하고 머리도 정성껏 말고 ㅋ
튀김, 인스턴트, 자극적인 양념, 해물을 피해야 하는 내 사정을 고려해서 정한 메뉴는 '라멘'
alonso martinez 역 근처에 있는 oishii로 갔다
바로 옆 골목에 cacao sampaka가 있어서 발렌타인데이 선물 사기도 안성맞춤 ♥

비록 중국인-_-이 하는 일본 라멘집이기는 하지만 메뉴는 곧잘 갖춰놓은 편
라멘은 돈코츠, 소유, 미소, 야사이(채소), 치킨까스, 카레, 비프칠리, 해물 등이 있고
가츠동, 치킨가츠동, 오야코동, 우나기동, 카레라이스, 다양한 볶음밥
덴푸라우동, 야사이우동, 가라아게우동, 카레우동, 야끼우동, 야끼소바
primero plato로는 에다마메, 교자, 야끼도리, 사케(연어꼬치) 등등
여느 일식집처럼 helado té verde(녹차아이스크림)이나 녹차 푸딩 같은 것도 판다
덴푸라우동이 넘넘 먹고 싶었지만 튀김이라 패쓰하고
돈코츠라멘을 시켰는데, '돈코츠'라고 생각하면 영 아니지만 '라멘'이라고 생각하면 괜찮다
제대로 된 일본 음식 찾기 쉽지 않은 마드리드에서 먹을 만한 일본 라멘이면 고맙지
차슈 -라기보단 얇은 삼겹살;;;- 외에 숙주나 오뎅 고명이 푸짐한 편이고
특히 면발이 인스턴트보다 탄력있고 쫄깃해서 마음에 들었다
어차피 ippudo처럼 생면을 직접 만들 능력이 없는 가게라면 이 정도가 적당한 것 같아
(필리에서 가끔 먹던 tampopo보다는 훨!씬! 낫다)
야끼도리는 너무 작고 소스가 좀 싱거웠지만 어찌 구웠는지 불맛이 좀 나더라

postre로 녹차아이스크림을 먹을까 잠깐 고민하다가
미친듯이 추운 날씨에 아이스크림이 왠말이냐며 그대로 sampaka로 직행
쫀쫀한 chocolate caliente를 한 잔 씩 시키고
형부가 초콜렛무스케잌도 두 개나 시켜주셨다 (내가 다 먹었음!!! 최고 최고!!!)

이렇게 자극적으로 많이 먹어도 되나 싶었지만 다행히 아직까지 두드러기 0%



함께 자리하지 못한 오빠를 위해서 초콜렛바 따위를 사왔는데
'chocolate blanco con té verde'가 있었다! 스페인에서 말차맛 초콜렛이라니!
기대에 충만해서 둑흔둑흔하는 하트를 고이 안고 집으로 모셔왔는데
하겐다즈 녹차아이스크림보다 진한 맛에 레몬슈거까지 콕콕 박힌 진정 특제 초콜렛이었다
몇 조각 맛 본 오빠는 당장 10개 쯤 사오라며 ㅋㅋㅋ
(10개를 사도 40유로, 착한 가격 ♥)
주말 전에 오빠랑 한 번 더 똑같은 코스로 돌아야겠다



07 February, 2012

siete de febrero




2월 7일은 아빠의 생신
아빠는 지금 런던 패딩턴역 근처의 한 호텔에서 BBC worldwide 따위를 보고 계시겠지
아, 부럽다 런던



나의 food craving은 디저트를 타깃으로 잡았는지
매일 밤 마다 (평소에는 거들떠도 안 보던) 생크림케이크나 판 티라미수가 허공에 맴돈다
지방의 천국을 떠나 디저트의 불모지로 이주한 댓가를 톡톡히 치루는 셈이다
c/ velazquez에 가면 영국식 컵케이크 집이 있고 mercado de san anton 안에 있는 케이크 가게
맛이 꽤 괜찮다는 건 알고 있지만 몸이 성하지 않아 먼 외출은 아직 무리무리
더군다나 북극에서 강림하신 한파를 피하려면 뭐래도 집이 최고다
방콕하는 동안 주워먹을 간식거리를 사러 까르푸에 갔지만 실적은 시원찮다
코코볼 대용으로 사온 네스퀵퍼프와 씨리얼바, actimel 바나나&딸기맛 따위..
BB가 밀라노에 있는 마트에서 파는 맛있는 초코디저트라는 걸 사진까지 찍어 보내줬지만
danone이나 nestle같은 다국적 브랜드가 아니라 여기엔 수입되지 않는 것 같다
한국에 들어가 그토록 그리워하던 디저트들을 실컷 흡입하려고 매일매일 날짜를 세는 나에게
'모두가 못살기 위해'서 artisée를 무너뜨리는 고국의 개미들은 야속하기만 하다
뉴욕에 가서 payard나 dean&deluca에 앉아 커피 한 잔 마시지 못 할 것들이,
신세계 본점 명품관까지 찾아와서 사과타틴을 앞에 두고 찍은 싸이 인증샷 속의 자기 자신은
새까맣게 잊어버리는 참새만한 두뇌로 평등이니 상도덕을 지껄이는 건지
동네 빵집 안 가고 곧 죽어도 파리바게뜨 가는 주제에
빕스보다 아웃백을 더 자주 가는 주제에
생크림케이크도 없는 곳에서 아띠제 모카쉬폰을 그리워하는 나에게
이러지 말란 말이다!!!



날씨만 좀 따뜻했더라면, 몸이 가벼웠더라면 지금쯤 런던으로 갔을텐데
하지만 이도 저도 받쳐주는 게 없으니 그냥 멍하니 창 밖의 돌풍 소리만 듣고 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