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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 October, 2012

dos de octubre




달곰 생후 8일 째, 이 세상에 공식적으로 데뷔했다
registro civil에 달곰의 출생신고를 완료하고, 달곰의 이름으로 된 증명서를 발급
그리고 우리 세 사람이 가족임을 증명하는 'libro de familia'도 생겼다
우린 분명 한국사람들인데, 어째 머나먼 타국에서 먼저 가족 인증을 받다니 ㅎㅎ
그것도 하필이면 내가 참참 싫어하던 스페인에서 말이다
정말 사람 사는 일은 알 수가 없어



퇴원하기 전에 병원에서 출생신고와 관련해서 세 가지 문서를 받았다
i) Documento de identificación sanitaria materno filia
옅은 파란색의 조그마한 종이에 달곰의 인적사항이 적혀있고
내 지문 하나랑 달곰의 족적 -제대로 안 찍혀 판독 불가- 이 찍혀 있다
ii) Cuestionario para la declaración de nacimiento en el registro civil
그야말로 registro civil에 가서 출생신고를 하기 위한 신청서
iii) 달곰의 출생을 증명하는 담당 산과의사의 레터
마드리드에서 출생신고를 한다면 이 중에서 i)과 ii)만 필요하단다

그 외 우리가 챙긴 서류는..
나와 오빠의 NIE 카드 
나와 오빠의 여권
(혹시 몰라서) NIE 연장신청서
(혹시 몰라서) Empadronamiento
혼인관계증명서 번역/공증본

수속이 얼마나 복잡 할 지 알 수가 없어 오빠 혼자 보내기는 불안하고,
그래서 마드리드 뉴 멤버가 된 Y씨 -서어전공자- 의 도움을 받기로 했다
Y씨와 오빠가 calle de pradillo에 있는 오피스에 도착한 게 9시 조금 전인데
이미 새볔부터 나온 게 틀림 없을 사람들의 줄이 블럭을 넘어섰단다

출생신고 절차는 네이년 검색을 해서 나오는 마드리드 모 변호사씨의 포스팅을 참조
Y씨가 워낙 스페인어를 잘 하니, 절차를 모르면 물어서라도 하겠지 ㅋㅋㅋ
..라고 스페인 와서 처음으로 마음 푹 놓고 오빠를 내보냈다



역시나 능력자 Y씨의 도움으로 무난하게 일을 처리하고 온 오빠는
'libro de familia'라고 부르는 가족관계증명서와 출생신고증명원 3장을 들고 왔다
출생신고증명원을 최소한 5장까지 받아오라고 시켰지만,
원칙적으로 1회에 2장까지 발급 할 수 있단다 (발급 비용은 무료)
추후에 더 필요하면 인터넷이나 전화로 주문해서 집으로 받을 수 있고...
한국에서 출생신고 할 때 / 대사관에 여권 신청 할 때 / 달곰이 NIE 만들 때 등
지금 당장 필요한 곳만 세 군데라 넉넉하게 받고 싶었지만...
그래도 Y씨의 화술로 3장이나 받아왔다니 그의 활약에 박수를 보냅니다
'libro de familia'는 여권보다 약간 큰 책, 말 그대로 책이다
나와 오빠의 인적사항과 자녀(달곰)의 인적사항이 적혀있다
앞으로 스페인 내에서 우리가 가족이라는 걸 증명하는데 이 것만 있으면 된단다
작년에 한국에서 받아와 수십번을 쓰고 꼬깃해진 혼인관계증명서는 이제 안녕

한국에서의 신고는 엄마가 귀국길에 서류를 챙겨가서 대신 할 예정
신고가 완료되면 EMS로 서류를 받아서 대사관에서 달곰의 여권을 신청 할 수 있고,
여권이 있으면 비로소 NIE 발급이 가능하다

사람이 하나 태어나서 이 사회에 속하기까지의 절차가 결코 쉬운 게 아니구나 0_0



10 March, 2012

diez de marzo




말도 안돼
5월 중순부터 7월 말까지, 두 달 넘게 한국에 있을 예정인데 그 사이에 결혼식 하나 없다니
하긴 작년 여름에도 들어가 있었지만, 아무도 결혼하지 않았다
한국 나이로 배스킨라빈스를 찍었는데 왜 내 친구들은 결혼하지 않나요 ㅠ_ㅠ
진심으로 자리에 참석해서 직접 축하해주고 선물을 전해주고 싶단 말이다
계좌 받아 송금하고 한국 온라인쇼핑몰에 주문해서 선물을 보내주는 건 정말 재미없어



대학 동기인 B군(31세/미혼)과 페북 채팅을 했다
학교 다닐 적만 해도 '누가 봐도 부산 남자'였던, 촌티를 채 못 벗은 복학생이었지만
서울 생활 오래 하고 번듯한 직장에 자리 잡으면서부터 사람이 되었다
무난한 성격, 무난한 외모, 무난한 학벌, 무난한 집안, 무난한 직장
이리저리 뜯어봐도 모난 구석 없는 무난한 신랑감이 되었다
자연스럽게 소개팅이 많이 들어오는 것 같고 나가기만 하면 백전 백승!!!
결혼적령기의 여성이라면 누구라도 공감하겠지만,
돈 많은 싸이코나 집안 좋은 옥동자보다 만나기 어려운 남자가 '무난한 남자'렸다
지금 만나고 있는 여자는 (구여친 평균보다 조금 많은) 29살이란다
나이가 차서 그런지 결혼하자는 농담을 많이 해서 부담스럽단다
캬, 이 배부른 남자 같으니라고
30대에 들어선 남자들은 여전히 예쁜 여자를 좋아하지만 예쁜 게 다가 아니라는 것도 알고 있다
경제적으로 자리잡기 시작한 자기들을 노리는 20대 중반 어린 녀성들이 많다는 것도 안다
맘만 먹으면 30대 중반을 넘어선 골드미스 누나들을 잡을 수 있다는 것도 안다
굳이 동갑내기 여성을 만나는 경우는 손해보는 장사라는 걸 무엇보다 잘 알고 있다
그래서 31세의 여자사람들은 게임이 되질 않는다
현재 남친도 없는 내 친구들은 어쩌란 말이야 ㅠㅠㅠㅠ



04 January, 2012

cuatro de enero




시간과 삶의 흐름에 있어 '폭풍같다'라는 부사를 써야만 하는 경우가 있다
2011년에서 2012년으로 넘어온 나의 시간에야말로 '폭풍같이 흘렀다'라는 표현을 달아줌이 옳다
크리스마스날 부터 2박 3일로 san sebastián - biarritz - bilbao 여행을 다녀오고
밀린 빨래, 청소에 치여 여독을 풀 새도 없이 손님 맞이를 했으며
오늘에서야 B양을 공항에 데려다주고 집에 돌아오니 그녀의 뒤에 남은 건
구불구불하게 파마한 그녀의 수많은 머리카락과 설거지 안된 컵 무더기, 두 봉지가 넘는 쓰레기
졸립고 노곤하지만 머리카락에 뭉친 먼지 덩어리들이 굴러다니는 위로 몸을 뉘일 수 없어
청소기를 돌리고 빨래를 모으고 화장실 청소를 했다
거실 전등 하나가 죽어버린지 일주일이 되었지만 여전히 교체를 못 했고
파스 앨러지 후유증으로 피부염을 심하게 앓고 있는데 병원에도 못 갔고
내일 만큼은 늦잠 자고 느긋히 하루를 보내고 싶은 나에게
아파트 사무실을 찾아가고 병원 응급실에서 대기를 타야 하는 미션이 또 남아있다니...



...라고 써놓고 포스팅도 못 한 채 잠들어버린 게 어젯밤
한참 쓰다 말고 옆집 A언니네 잠시 밤마실을 가서 무려 1시간 반이나 수다를 떨고 왔더니
이미 하루가 또 끝나 있었다
밀려 있는 설거지를 마치고 취침, 오늘 아침 11시 반이 지나서야 침대에서 기어나왔다
안방에 커튼을 단 뒤로 낮이고 밤이고 볕이 들어오지 않아 늦잠 자는 데에는 안성맞춤이지만
새빨간 커튼이 비쳐 방 안이 정육점처럼 되어버리는 건 어찌해야 할 지 모르겠다



요즘 한 방, 원샷원킬, 이런 단어를 자주 쓰는데..
멀쩡히 있던 사람을 단번에 우울하게 만들어 버리는 한 방을 맞고야 말았다
'부부불화'의 대명사 G사장 내외에게 둘째가 생겼단다
돈이 많아 셋, 넷도 키울 수 있거나 우수한 유전 형질을 길이길이 이어가야 하는 사람들은
가능한 한 아이를 많이 낳아 불임의 시대를 극복하는 게 좋다고 생각하지만
G사장이 가정의 평화를 가장하고 아내를 임신시키고 입덧하는 걸 돌봐주는 모습을 상상하니
주인공을 제외한 모든 것이 거짓이고 허상인 블랙코미디 영화를 보는 것만 같다
나는 왜 절친의 좋은 소식을 순수하게 기뻐하지 못하는 건지 'ㅅ'

사실 원샷원킬이 아닐 수도 있는 거잖아
그렇게 성공한 S언니, J, A, B언니까지, 사실 원샷원킬이 아니었을 수도 있는 거잖아?
몇 달 동안 매번 배란일 계산해서 숙제하고 고생하다가 생긴 건 아닐까?
(근데 뭐 누가 그런 걸로 거짓말을 하겠어 -_-)

나만 빼고 모든 married들이 애를 쑥쑥 낳으며 정상적인 가정생활을 영위한다니
왠지 모를 배신감이 들어서 마음을 곱게 쓰지 못하게 되었나보다



11 December, 2011

once de diciembre




요 며칠 간 네이버 카페 <맘XX릭>에서 재미난 글들을 실컷 읽고 있다
재밌다고 읽는 글들이 전부 자극적이다
십대에 사고치고 아이 낳은 리틀맘 이야기라던가 부모에게 혼전임신을 이실직고하는 이야기
인터넷 커뮤니티의 특성상 극단적인 상황이 많아서 매번 우와- 하며 놀라곤 하지만
곰곰히 생각해보니 리틀맘이나 혼전임신이나 내 주변에 없는 이야기도 아니지 않은가
직접적으로 아는 사람은 아니지만 -아는 남자사람친구의 도망간 여친- 바람나서 만난 남친과
고 3때 첫째 아기 출산, 연년생으로 둘째도 출산했던 #양
대학교 3학년 때였나 길에서 우연히 보니 아이들을 어린이집에 데려다 주고 있었다
회사 다닐 적에는 같은 팀 대리들이 줄줄이 혼전임신을 한 채 결혼을 했고
특히 Y대리(남자, 당시 32세)는 사내커플이었기 때문에 와이프 되는 분과 마주칠 때 마다
나의 요상한 기분을 들킬까봐 눈을 피하곤 했었다 ㅋㅋ
친한 친구인 A양 역시 사고를 치고 무려 아이를 낳은 다음에야 결혼식을 올렸다
남편이고 A양이고 주변 사람들에게는 출산 사실을 전부 숨기고
나는 어쩌다보니 일찍부터 알고 있었지만 아직도 아이의 존재를 모르는 사람이 꽤 될 듯

10년 전 삼성동 모 닭집에서 #양이 이미 애기 엄마라는 사실을 알고 뜨악 -_-
애 낳느라 수능을 못 봤고 졸업하자마자 혼인신고를 했는데 둘째까지 생기는 바람에
남편 @군은 상근 근무를 하고 있다는 먼나라 이야기를 들었던 기억이 난다
정말 안드로메다에서 온 ET들이나 그런 삶을 살 것만 같았다
지금보다 훨씬 괄괄하고 독설을 일삼던 어린 시절의 나는,
자신의 찬란한 시절을 다 버리고 책임도 못 질 아기를 줄줄이 낳는 그들의 행동양식이
일반 포유류와 뭐가 다르냐고 어이없다 했었지
이제 @군과 #양은 결혼 10년차 부부에 초딩 학부모가 되었으려나
나이가 들고 보니 '뭐 사람이 살다보면 그럴 수도 있지' 정도로 생각이 정리가 된다
트라우마가 없지 않겠지만 부디 행복하게 잘 살고 있기를



20 November, 2011

veinte de noviembre




요 며칠 -한참 뒷북이지만- <짝> 노총각 노처녀 특집편을 보고 있다
아직은 멀게 느껴지는 나이인 40대 중반의 철벽같은 싱글들을 보고 있자니 짜증이 난다
남자 1호부터 7호까지, 여자 1호부터 7호까지
왜 여태껏 짝을 만나지 못했는지 연애를 많이 하지 못했는지 쉽게 수긍이 간다
다섯 누나 밑에서 귀하게 자란 도끼남부터 학벌지상주의녀, 싸이코 페어, 그냥 병신까지
이럴 때 마다 적령기 안에 결혼이라는 숙제를 해치웠다는 사실에 안도감을 느낀다
안도감 이상의 여유?
아니, 우월감 일지도 모르겠다
적어도 나는 선도 보지 않았고 주말 마다 잡힌 소개팅에 넌더리가 난 적도 없으며
검증되지 않은 만남의 자리에서 이름도 알고 싶지 않은 병마티스트들을 마주보지 않아도 되니까

결혼 적령기의 한복판에 있는 나이라 싱글 친구들 앞에서 우월감을 갖는 일은 아직 없지만
가까운 친구들 중 몇몇이 과연 언제 어떻게 결혼을 할지 불안한 것은 사실이다
불안하고 걱정이 되더라도 "남의 인생이기 때문에" 절대 이러쿵 저러쿵 하지는 않는다
다만 해가 바뀌는 체감속도는 점점 빨라지는데
친구들이 좀 더 현실을 직시하고 시장의 흐름을 읽어줬으면 하는 게 내 바램이다
조금 이르게(?) 결혼 한 탓인지 결혼은 언제 하는 게 좋겠느냐는 질문을 종종 받게 되는데
남자에겐 30대에 접어들고 생각해도 늦지 않고
여자에겐 30대 초반을 넘기지 말라고 대답하곤 한다

말도 안 되지

지금 내 나이가 벌써 (한국 나이로) 30인데 2011년은 한 달 하고 열흘 밖에 남지 않았다
동갑내기 여자친구들에게는 이미 노란 경고등이 켜졌다는 말이다
이번 크리스마스를 겨냥하고 지금 급히 남친을 만드는 기적이 일어난다고 해보자
적어도 6개월은 사귀어야 결혼 이야기가 나올 터이고 합의 후 최소 3개월
천생연분을 만나거나 양가의 절대적인 서포트가 있지 않고서야 2012년에 결혼 할 가능성은 0%
다음 해로 넘어가면 이미 32세, 마지노선이다
현재 남자친구가 있기는 한데 그가 동갑이거나 30대 초반이라면?
그는 결코 급하지 않지만 그녀는 이미 조급해져서 서로의 needs가 맞지 않게 된다
실제로 '번듯한 직장에 성격도 무난하지만 동갑인' 남자친구와 영 진전이 없는 E양도 있으니까

BFF라 칭하는 D양은 안좋은 기록을 매년 갱신하고 있다
20대 초반부터 꿈이 '웨딩드레스를 입은 신부'였던 그녀는 지치지도 않고 남자친구를 만든다
남자마다 꽤 오랜 기간 교제를 하고 결혼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하지만
이번에는 되는가.. 싶다가도 금새 뒷통수를 맞고 버려지기를 반복
거절 당하는 이유도 가지가지
성격이 안 맞아서, 돈을 많이 쓸 것 같아서, 건강한 2세를 출산하지 못 할 것 같아서
나 스스로도 D의 취향이나 결혼관에 문제가 있다고 인정하니까 놀랄 일도 아니다
다만 주변과 스스로의 압박에서 자유로워지지 못하는 그녀의 성격이 마음의 병을 키우는 것 같다
예전보다 훨씬 신경질적으로 변했으며 피해망상이 생겼다
한마디 툭 던지는 것도 snobbish married의 잘난 척 섞인 공격으로 받아들이는 듯 하다
엄청난 기적 없이 D가 2014년 이전에 결혼 성공하기는 1억 모으기 보다 어려워 보인다
(1억을 모으는 것도 불가능해 보이는데;)

오전에 카톡으로 대화했던 no군도 위험요소를 가지고 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주변에 여자는 많다고 했다
별로인 여자는 많다고 했다
'별로인 여자'가 뭔가 했더니 결국 얼굴이 별로인, 예쁘지 않은 여자란다
얼굴이 예쁜 여자는 옆에서 징징대는 것도 귀엽게 보인다고 했다
no군은 징징대고 비논리적인 여자를 싫어하는 것 같은데 얼굴이 예쁘면 용서가 되나 보다
이의는 없다
모든 여자는 징징대는 구석이 있기 마련이니까 이왕이면 얼굴이 예쁜 편이 낫겠지
그렇지만 예쁜 여자는 희귀종이고 그런 종자를 얻으려면 뭔가 획기적인 장점이 필요하다
no군은 아직 그만한 장점을 개발하지 못했는지 5년 째 여친이 없으시단다
30대 중반이나 되면 결혼할까 생각 중이라고 하길래
그 나이에 예쁜 -그리고 어린- 여자를 만나고 싶으면 carrera 4s 정도는 필요하다고 해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