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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January, 2013

veinte y tres de enero








정말로 별 일이 다 있네
오늘은 121일 된 반달곰양의 4개월 check-up이 있었다
완분으로 넘어가면서 한 회에 200ml 씩 벌컥벌컥 들이키는 달곰을 보며
이젠 몸무게가 팍팍 늘겠구나- 하고 나름 안심하고 있었는데,
5.6kg.. 아직도 6kg 대에 진입하지 못했다 ㅠ.ㅠ
덜 느는 몸무게에 비해 잘 크는 편이던 키 마저도 한 달 동안 겨우 1cm가 자랐네
몸무게는 10-25%, 키는 50%에 걸쳤다

문제는 머리둘레;
머리둘레가 문제가 되는 경우는 당연히 머리가 너무 클 때, 아니었나?
머리가 작아도 너어어무 작아서 38.3cm
어이없게도 3%, 그래프를 벗어나버렸다

머리둘레를 재보고 차트를 확인한 산체스쌤은 읭? 하더니
돌아와서 다시 재보고 또 차트를 확인하고 읭? 하더니
또 재보고 또 차트를 확인하고 슬슬 표정이 굳어간다
뭔가 잘못되어가고 있는 걸 감지한 나도 얼굴 근육이 딱딱해진다
"is there any problem with my girl?"
심각한 표정으로 달곰의 머리 여기저기를 눌러보고 눈동자에 빛을 비춰보고..
고개를 잘 가누냐고 묻길래 일부러 뒤집어놓고 보여줬다
머리를 무려 90도로 치켜올리는 강인한 목근육을 보라
손전등과 소리쇠를 가지고 아가가 주변 사물을 인식하는지도 확인했다
우리 달곰이 아무 문제 없는데 ㅠ.ㅠ
그냥 좀 작을 뿐이지 발달은 정상적인 것 같은데 ㅠ.ㅠ

결국 특이한 문제소인을 발견하지 못한 쌤은 
"이거슨 유전적인 요인이 클 것 같다" 며 무려! 내 머리둘레를 재는 게 아닌가
나 오늘 머리 안 감아서 이어플립비니 쓰고 나갔는데 개망
머리둘레가 작은 건 내가 아니라 오빠지
나는 얼굴은 작지만 뒷짱구가 흑형삘이라서 머리둘레는 꽤 나온단 말이다

결국 2주 마다 몸무게와 머리둘레 증가를 정밀 체크하자고 해서
다음 체컵은 2월 초에 잡혔다
임신 말기에도 아기 크기가 작다도 매주 정밀초음파를 받았었는데
대체 왜 이런 일이 자꾸 일어나는거지;;;
스페인의 무언가가 나와 달곰의 정기를 빨아먹고 있는 게 아닐까



집에 와서 대체 머리가 작은 게 뭐가 문제길래- 폭풍 검색했더니
왠걸 왠걸 듣기만 해도 무섭게 "소두증"이라는 병이 있더라
대천문이 빨리 닫히거나 두개골이 안 자라서 뇌가 그만큼 성장을 못 하는 거
뇌가 작아지면 공룡 마냥, 지적 능력이나 행동 능력 발달에 문제가..
o_O
아이 무셔
아이 무셔
한국에서도 1% 라인에 걸리면 정밀 검사를 권한다는데
그치만 우리 달곰은 그런 건 아닐거야
진짜 어이없고 속상하다



21 January, 2013

veinte y uno de enero




반달곰양의 첫 신분증, 여권 발급 신청을 했다
여권이 나오고나면 여기 거주증 신청 단계인데 그건 할 필요가 없어졌으니까
(이유는 나중에)
여권만 무사히 나오면 달곰에 걸린 업무는 대충 끗 :D



사진찍기가 완전 챌린지;
"아기 여권사진" 으로 검색을 백만번 쯤 한 듯
처음부터 사진관에서 찍을 생각은 없었고 (분명 터무니없이 비쌀테니까)
그냥 우리집 하얀 벽 앞에서 범보의자에 앉혀 찍기로-
대게는 눕혀서 찍느라 애들이 춈 많이 퍼지던데 ㅠ_ㅠ
달곰은 월령에 비해 제법 똑바로 앉을 수 있고
날씬쟁이 아가라서 뽈살이 적어 정면에서도 두 귀가 보이니까
과감하게 혼자 앉아 찍도록 하자꾸나
한 번 해보고 안 되면 plan B -바운서에 흰 천 깔고 앉히기- 로...





근데 사진 찍는 당일 아기님하 컨디션이 별로별로
그토록 사랑하는 범보의자에 앉아서도 표정이 뚱하다 =_=
결국 제대로 된 정면샷이 나오긴 했으나
눈썹은 八자, 입꼬리도 축 처진 못난이가 요기잉네

귀 보이고 이빨 -은 없어서- 안 보이는 눈동자 정면샷은 얻었으나
아무래도 스투디오가 아니라 배경이 좀 누리끼리하다;
아가 시력 보호를 위해 스트로보 팡팡이나 정면 조명을 사용 할 수도 없다보니
전체적으로 칙칙한데 심지어 목 아래로 그림자도 생겼어 ㅠㅡㅠ
나의 10년 뽀샵 신공으로 최대한 보정은 했지만
까르푸의 즉석인화기 -1장에 1유로- 로 뽑았더니 완전 즈질
정말 이런 즈질 사진이 없다 ㅠㅠㅋ


증명사진은 뚱해야 한다는 진리는 4개월 아기에게도 예외가 없다


(참고로)
요런 곳에 가면 여권사진 사이즈로 편집 가능
편집한 뒤 4"X6"(10cmX15cm) 사이즈로 인화해서 가위질하면 끗






대사관에서 여권 발급하는데 필요한 서류는,

기본증명서 (반달곰 명의)
가족관계증명서 (달곰파파 명의)
출생국 출생증명서 원본
사진 1매
부모 중 1인의 여권
수수료 28유로

기본증명서랑 가족관계증명서는 한국에서 우편으로 공수
신청 후 2주 정도 기다리면 5년짜리 복수여권이 나온다
아가들은 얼굴이 많이 바뀌기 때문에
10년이 아니라 5년 만 쓸 수 있다고 ㅎㅎ
달곰의 즈질사진은 시스템의 거부를 간신히 피해 스캔 성공 :)






우리딸,
세상에 나온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여권도 만들고 첫 비행기 체험도 하는구나
이렇게 너무 빨리 쑥쑥 자라버릴까 두려워
잠투정 하느라 울고불고해도 짜증내지말고 더욱 더 귀여워해줘야지



01 January, 2013

uno de enero




새해의 첫 시작은 상콤하게도 새벽 5시부터 눈 비비며 일어나
정화수 -끓여서 식힌 물- 를 뜨고 밥과 국을 준비해 백일 삼신상을 차렸다
삼색나물이 없어 삼색그릇에 국을 뜨고 ㅋㅋㅋ
금지품목인 마늘이 둥둥 떠다니는 미역국에
물을 떠놓을 사발이 없다보니 에스프레소잔으로 ㅋㅋㅋ
나중에 보니 수저를 안 놨더라고? ㅋㅋㅋ
삼신 할배님들 맨손으로 드셨나.. 죄송해라
세상에 이런 삼신상이 어디 있을까 싶었지만,
우리 달곰이 건강하게 잘 자라길 바라는 모든 마음을 다 해서 열심히 빌었다
"우리 달곰이 발 크게 해주세요~"
그리고 오빠는 삼신상 차렸다고 시어머니께 자랑했다가
허튼 데 빌지 말고 성당 가서 '찬미예수님'께 기도나 올리라고 혼났다능 ㅋ



"삼신상 프레젠테이션의 새로운 비전을 제시.."



상을 물리고 다시 잠들었다가 해 뜨고 일어나 본격 손님맞이 준비
대단한 걸 차린 것도 없는데 오전 내내 정신 없고 허둥지둥 일이 자꾸 밀려
막상 손님들이 도착했을 때 오늘의 주인공께선 기저귀 차림 ㅠ.ㅠ
예쁜 옷 입은 아가를 번쩍 안고 우아하게 손님을 맞는 호스티스 따위 개나줘



"컵케익 따위 알게 뭐람, 발로 뭉개버렸다"

헤어밴드  shop dami
카디건  bonpoint
블루머  nanos baby
양말  trumpette maryjane



"백일이 뭐 대수라고"
뭔가 준비하는 것 자체가 귀찮아서 은근히 스스로 세뇌하고 있었지만
막상 삼신상에 손님상에 (컵)케익까지 준비해 대충이나마 구색을 갖춰 치루고 나니
그래도 해주길 잘했다고, 달곰이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생각이 든다

이렇게 바쁘지만 기분 좋게 2013년 시작!
2013년은 아마도 '기분 좋지만 늘 바쁜 해'가 될 것 같다...



18 December, 2012

diez y ocho de diciembre




주말 내내 집에 갇혀 있다가 더는 참을 수 없어
어제 오후 느지막히 "cacao sampaka에 가서 핫초콜렛을 마시겠어!" 라며
5시간 밖에 못 잔 남편과 외출에 질린(?) 딸래미를 추운 바깥 세상으로 끌고 나갔다



"whether it's cold or not, i don't care"



thㅣ익하고 뜨뜻한 핫초콜렛을 입술에 잔뜩 묻히고 온 것 까진 좋았는데..
달곰이가 기침을 시작했다 + 가래 끓는 소리까지!!!
그 기침이 오늘 오후까지 계속되어서 현재 상태를 지켜보고 있는 중
내일 3개월차 체컵이 예약되어 있어서 굳이 ER까지 갈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그런데 오늘 밤은 ladies' nite 이거등 o_O
가정을 버리고 탈출한 아줌마들끼리 pan de lujo에서 디너 하기로 했는데?!
오빠가 잘 봐주겠다고 해서 나가긴 나가는데
밤이 되면서 아가가 더 아프지 않을까 걱정이 되어 도저히 발이 떨어지지 않......
(하지만 이미 나는 빡센 슴옥희 메이크업을 마쳤다 ㅋㅋㅋ)

ladies' nite 후기는 다녀와서 커밍 쑨







"국민애벌레..가 아니고 butter balls"


부내나는 빵이라는 뜻의 "pan de lujo" (http://www.pandelujo.es/) 는
예전에 베이커리가 있던 자리에 만들어진 레스토랑
쇼윈도에 있는 발목 없이 튼실한 다리를 가진 발레리나 조각이 눈길을 잡는,
밖에서 봐선 이게 뭐하는 가게인지? 좀 알기 힘든 집이다
캐주얼하면서도.. 어째 좀 posh한 분위기에 부가세 별도 ㅋ
유모차 끌고는 못 갈 곳이라 (아픈;) 아가를 저버린 날에 안성맞춤이었다

날씬한 처자 넷이 스타터와 메인을 세 개씩 시켜 나눠 먹었다

burrata trufada, ensalada de tomates raff y EEVO
mejillones abiertos al vapor con salsa de verduras asadas y azafrán
croquetas de jamón ibérico
pluma de cerdo ibérico a la parrilla, salsa de miel y mostaza
solomillo salteado con ajos y romero, salsa de vino tinto
vieiras a la plancha, salsa holandesa

와인리스트는 괜찮은 편인데 칵테일이나 샷 종류는 그냥 그냥
입구에 웨이팅 바가 따로 있는 것 치곤 술이 빈약하다
대부분 와인이나 tinto de verano를 마시던데 우리 일행들은 과감히 모히또를 시킴
모히또는 완전 스페인답게 설탕이 과한.. 달달한 모히또였다 -_- 별로 -_-
(어차피 수유부인 나는 그러거나 말거나 agua con gas -_-)

등심스테이크 빼고는 -고기 질이 별로였음- 전부 맛있었다
맛도 맛이지만 프레젠테이션에 신경을 많이 쓰는 집이라
윗 사진처럼 버터를 시켜도 거하게 주고 나서 깨알같이 돈을 받는다지요 ㅋㅋㅋ

dulce도 시켜보고 싶었지만 너무 배가 불러서 패쓰
밤마실이 고팠던 우리는 무조건 2차를 가야 했거든요 ㅋㅋㅋ



12 November, 2012

doce de noviembre




한국식으로 하면 오늘이 달곰이의 50일
(= 만 49일)
그렇다고 특별한 건 없다
한국에서처럼 공짜 50일 사진을 찍어주는 스투디오 순례를 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집에만 있기 뭐해서 plaza norte 2로 마실을 나가
스타벅스에서 디카프 프라푸치노 한 잔 마시고 zara baby에서 신발 한 켤레 구입
그러고보니 이 신발이 달곰이의 첫 신발이다;
자그마한 신발이 귀엽다보니 출산 전에 아기 신발부터 사놓는다던데
무심하고 돈 없는 엄마 덕분에 달곰이는 지금까지 신발이 없었어요
첫 신발이 zara인 건 좀 미안하지만, 그래도 개중에 비싼 진짜 가죽신ㅋ이다
그러나 가장 작은 사이즈를 샀어도 여전히 헐렁하다는게 함정..

출산 한 지 50일이 되었구나
산욕기가 끝났고 분만 당시의 기억이 벌써 가물가물한데도,
여전히 빼야 할 지방이 3~4kg 씩이나 허벅지에 붙어있고
예전에 입던 청바지 단추를 잠그려면 좀 더 기다려야 한다

그리고 달곰의 '100일의 기적'까지는 50일이 더 남았다



23 October, 2012

veinte y tres de octubre




짧은 듯 긴 듯 6주라는 시간이 지나가고 엄마가 한국으로 돌아가신다
불과 한 달 전인데, 함께 마드리드 관광을 하고 외식하러 다니던 게 아득하다
예정일 새벽 진통이 와서 엄마를 깨우고 밥을 차려달라던
내 인생에서 가장 놀라웠던 그 하루는 더더욱 한참 전으로 느껴진다
복이 많아서,
비행시간만 13시간이 걸리는 먼 타국에서도 엄마에게 의지해서 아기를 낳고
가장 어렵고 소중한 달곰의 신생아 시절을 엄마와 함께 나눌 수 있었다

어린 아가를 데리고 공항에 나가는 게 부담스러워
아침 일찍 현관문에서 엄마를 배웅하며 어찌나 눈물이 났는지 모른다
결혼 전에도 이런 저런 일로 집을 떠나있기도 했고
결혼과 함께 나와 지낸지 벌써 4년 차라 반 년 정도 떨어져 지내는 건 익숙하지만,
그래도 늘 고통스럽고 겪고 싶지 않은 건 '헤어짐'이다
엄마와 오빠가 탄 엘리의 문이 닫히고 혼자 집으로 돌아왔을 때,
해가 뜨는 동쪽 하늘의 붉은 빛이 들어오는 방에서 자고 있는 달곰이와
단 둘이 우주 한복판에 떨궈진 그런 참담한 기분이 들었다



11 October, 2012

once de octubre




누가 달곰더러 효녀라고, 천사 아기라고 했던가
누가 달곰의 패턴을 읽기 쉽다고, 왜 우는지 추측이 가능하다고 했던가
누가 <secrets of the baby whisperer>대로 아기를 키울 수 있다고 했던가
내가 너무 자만했던 것 같다
나는 트레이시 호그도 아니고, 신생아실 간호사도 아니다
달곰은 역시나 적시나 내 아이답게, 교과서형 모범생 아기가 아니었다
그리고 이 세상에, 태어나자마자 인간의 언어로 교감하고 혼자 숟가락질을 할 줄 알며
밤 11시에 자고 아침 9시에 일어나는 모범생 아기란 없다!!!

생후 2주까지 원만한 생활 패턴을 가지고 얌전하던(= 하루종일 잠만 자던)
달곰을 보고 엄마와 오빠는 "이렇게 순한 아기가 있나!"라고 감탄했지만,
맘스홀릭에서 극단적인 경험담을 많이 접한 나는 여전히 달곰의 기질에 의문을 가졌다
아니나 다를까
3주차가 되면서 달곰은 '용쓰기'라는 기술을 득했다
자는 동안 내내 끙끙낑낑깽깽대어, 소머즈의 귀가 발현한 나는 잠을 잘 수가 없다
끙끙낑낑깽깽의 간격이 짧아지다보면 예외없이 자지러지게 우는 소리가...
신생아 초기단계에 잉잉- 거리고 울던 달곰은 이제 끄악끄악- 하고 울게 되었다
그렇게 1시간 정도를 끊임없이 울고 나면 목이 쉰다
끄악끄악 동안 우는 원인을 제거하지 못하면 달곰은 캭캭- 거리며 악을 쓰고,
이 쯤 되면 얼굴이 적고구마색으로 변하면서 배꼽이 튀어나온다
여기까지 오면 아무리 안고 달래봐야 쉽게 진정이 되질 않는다
젖을 물려 기분전환을 하려고 해도, 악을 쓰며 너무 많은 에너지를 소모한지라
막상 젖을 빨 힘이 남아있지 않아 5분 이상 먹지를 못한다
5분 만에 젖을 물고 선잠이 들어 재빨리 트림을 시키고 눕혀재우면 그나마 성공;
대게는 젖 빠느라 온 몸에 힘 주다가 기저귀에 쉬나 응아를 지리고
수유를 마치고 기저귀를 갈아주려 하면 여지없이 잠에서 깨어버린다

2시간 반~3시간 간격으로 수유를 하던 것이 이젠 들쭉날쭉
30분 만에 먹이기도 하고 4시간 넘게 못 먹여 젖이 뭉쳐버리기도 한다
어쨌거나 요 며칠 사이 수유텀은 엄청 짧아졌다
달곰의 뱃고래가 커진 데 반해 나의 젖량이 늘지 않았거나, 여전히 애가 빨기 힘들거나
심지어 젖병에 분유나 유축 모유를 담아줘도 먹지 않는 경우까지 생겼다
입은 분명 오물거리는데 젖병에 담긴 양은 줄지 않아 o_0
간밤에는 무려 50분이나 젖병을 물고는 10ml 밖에 먹지 않아 날 광분하게 했다



... 라고 오늘 오후에 적어놓았는데,
모든 일이 틀어진 원인을 달곰에게 두었던 내가 한없이 부끄럽게 되었다

한참을 소리높여 악을 쓰다가 분유 60ml를 단숨에 먹고 (젖병을 잘 빨더라?!)
겨우 잠이 든 달곰이가 왠 일인지 3시간이 넘도록 낮잠을 잤다
그 사이에 나는 젖이 꽉 차버렸고 결국 양 쪽 모두 유축해서 100ml 한 병을 만들었다
이번에 일어나면 유축한 걸 먹여봐서 한 번에 먹는 양이 얼마나 되는지 봐야지
그런데!
푹 자고 일어나 기저귀를 갈고 기분이 좋아진 달곰에게 젖병을 물렸다
열심히 오물거리는데 꿀꺽거리며 목구멍으로 넘어가는 소리가 나지 않는다
"이 녀석이 또 젖병가지고 장난치네?"
라고 생각하며 입에서 젖꼭지를 빼고 안을 들여다보니..
젖꼭지 구멍이 막혀있다?!?
거뭇한 무언가가 구멍을 꽉 막고 있는 게 육안으로도 보였다
당황해서, 다른 젖꼭지로 갈아끼고 입에 물려보니 꼴깍거리며 잘도 먹는다
순식간에 무려 90ml를 먹어버리고 게워내지도 않는다
더블하트 신모유실감 SS 젖꼭지는 왠 실먼지 뭉치로 꽉 막혀있었다
젖병을 안 빠는 게 아니었어 ㅠ_ㅠ
오히려 새벽에 깨서 50분 동안 안 나오는 젖꼭지를 죽어라 빨아야 했으니 ㅠ_ㅠ
그것도 모르고, 무지하고 성질 급한 엄마는 아기 탓만 한 셈이다
유축 모유를 저만큼이나 먹는 걸 보니 뱃고래가 많이 커졌나본데,
무지한 엄마는 그것도 모르고 지난 주나 같은 양을 계속해서 먹여댔으니
달곰은 자꾸 배가 고프고 그래서 잠에서 일찍 깨고 나는 또 적은 양을 먹여놓고
빨리 자라하는데 달곰은 배가 덜 차서 더 먹고 싶고... ㅠ_ㅠ

90ml를 단숨에 먹고 다시 천사같은 표정으로 잠든 달곰을 내려다보니
너무너무 미안해서 내 스스로 내 목을 치고 싶었다 ㅠㅠㅠ
대체 어떻게 된 엄마가 -초보라지만- 스스로 잘못해놓고 애 탓만 하고 있을까
너무 미안해서 눈물이 줄줄 나더라
달곰이 이 내 죽도록 미안한 마음을 조금이라도 알아줬으면...



26 September, 2012

veinte y seis de septiembre




내 인생 최초의 입원이 막을 내린다
이제 굴욕적인 모양새의 일회용 팬티와 산모패드에 익숙해지고
달곰과 둘이서 시간 보내는 게 즐거울 만 하니까
오늘 오후 5시 반이 넘으면 퇴원 할 수 있단다
집에 가는 건 너무도 반갑지만, 집에서 기다리고 있는 엄마가 두렵다 ㅋㅋㅋ
샤워도 못 하게 해.. 손도 못 씻게 해.. 잔소리 잔소리
병실 실내온도를 무려! 30도에 맞춰놔 달곰 태열 폭발하고 ㅠ
원체 잔소리 심한 성격이라 더더욱 감당이 안 된다
대놓고 화도 짜증도 못 내겠고..
앞으로 매일 13번 씩은 부딫힐 한 달의 여정이 깜깜하다

40시간, 6끼니 동안 엄마표 미역국에 과일도시락에
병원식으로 나오는 것들도 간간히 집어먹어서
왠지 분만 직전보다 지금 몸무게가 더 나갈 것 같다
어제에 비해 한결 몸이 나아진 것 같아서 병실을 열심히 돌아다니는데
(엄마가 같이 있었음 계속 누워있어라 했겠지만)
장이 제자리를 찾아가며 줄ㅂㄱ가 부끄러운 줄 모르고 쏟아지고
물렁물렁한 뱃살이 출렁출렁인다
마치 일주일 방치된 바람 덜 빠진 풍선 같이 쪼글쪼글하다
언제나 되어야 복근운동을 해서 이걸 바로잡아줄지...;
집에 가서 빨리 체중계에 올라가고 싶다

엄마가 컴퓨터나 폰을 오래 못 쓰게 하기 때문에
언제나 되어야 출산이나 스페인의 산부인과 병원 체험에 대해
자세한 글을 적을 수 있을지 기약이 없네

여튼 오늘은,
달곰 생후 48시간이 되는 오후 5시 반에 첫번째 예방접종(hepatetis b)과
선천성대사이상검사 -6종짜리 제일 기본적인 것- 를 마치고 나면
우리집 새식구 달곰양을 모.시.고 집으로 향한다



04 August, 2012

cuatro de agosto




10주나 잡고 왔는데, 이제 1주 남았다
가슴골에 땀띠가 나고 격한 더위에 토악질이 날 정도로 고생을 하고 있지만
구수한 think coffee -서울에도 분점이 생기다니!- 나 미타니야를 두고 가려니
도저히 서울을 떠나는 발걸음이 즐거울 것 같지 않네
(더위에 넉다운 된 오빠는 그저 빨리 마드리드로 돌아가고 싶다지만)
출산준비는 대부분 끝나서 이미 아기용품으로만 이민가방 두 개를 꽉 채운다
놀이방매트까지 비행기에 태워 모셔가게 되었다
미국도 아니고 스페인에서 LG하우시스 놀이방매트 같은 걸 팔리가 없지
여느 한국 엄마들처럼 나도 한국에서 놀이방매트를 공수하는 처지가 되었다
아직 유모차나 카싯, 유축기, 바운서 등 굵직한 게 많이 남았는데도
이미 (태어나지도 않은) 달곰양에게 수백을 쏟아부었다
은수저는 못 물려줘도 쑥쑥 크는 데 불편함은 없으라는 엄마의 마음이려니 해줘 ㅋㅋ
아, 엄마가 아니라 외할머니의 마음 or 능력이려나



아무리 잘 꾸민 집이라도 한순간에 뽀로로놀이방으로 전락시킨다는
놀이방매트 디자인을 고르는 건 너무 어려운 미션이었다
오빠 친구에게 선물받기로 했지만 파크론 따위 저렴한 걸로 합의 할 순 없는 거다 ㅋ
기본적으로 뽀로로, 디즈니, 키티, car 시리즈를 제외하고
우리집 사이즈에 맞춰 제일 작은 매트(190X130)를 구입해야하니
고를 수 있는 디자인이 몇 되지 않았다
그나마 점찍어뒀던 리락쿠마 시리즈는 작년 제품이라 이미 단종 ㅠ
그래서 고르고 골라 캐릭터 없는 '피셔프라이스 레인포레스트'가 달곰이 매트로 낙찰
다행히도! 실물을 보니 생각보다 색감이 괜찮다
오빠는 간지나는 LC4 라운지체어를 -캥거루케어용으로- 장만할 계획을 품고 있는데
sleek한 라운지체어 밑에 원숭이가 뛰어노는 열대우림이라니;;;
우리 딸바보님께서는 애가 거기서 미끄럼을 타도 뭐라고 못 할 게 분명하니,
결국 eames 같은 걸 들여놓은들 달곰이 놀이터가 될 뿐이라는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