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April, 2012

quince de abril




미국에서나 유럽에서나 이상기온의 여파를 온 몸으로 맞는구나
누가 남유럽의 봄은 아름답다고 했나.. 꽃이 피나 싶더니 갑작스레 찾아온 추위로 올 스탑
기온 수치만으로 따지면 한국보다 이 '태양의 나라'가 더 춥다

집 덥히는 데에는 -난방은 물론 잘 나오지만- 뭔가 팔팔 끓이거나 오븐을 돌리는 게 좋다
식사빵이 여의치않아서 체다치즈를 듬뿍 넣고 비스킷을 굽고 싶었다
그런데 왜 이 나라는 grated or shredded cheddar cheese를 팔지 않나요?
체다가 없는 건 아닌데, 고다랑 섞여 있거나 모짜렐라랑 섞여서 피자 토핑용으로 나온다거나
carrefour를 가도 hipercor를 가도 체다 한 종류만 갈아서 파는 게 없더라
물론 덩어리 치즈를 사서 그레이터에 직접 가는 편이 신선하고 경제적이겠지만
그럼 또 그레이터를 사야 하거든 -_- (경제적이지 않잖아?)
급한대로 고다치즈랑 믹스된 제품을 한 봉지 샀다
푸드프로세서가 있는 한, 스콘이나 비스킷처럼 만들기 쉬운 베이킹 거리도 없을 듯
드륵드륵- 반죽해서 구워내는데 총 30분이면 충분하니까 말이다
버터밀크를 넣고 clinton st. bakery 스타일의 포슬포슬한 비스킷을 굽고 싶었지만
이 나라 dairy 섹션에서 시판 버터밀크를 본 적은 없는 것 같고
직접 만들까 싶어도 과연 멸균우유가 버터밀크로 변신해줄지 확신이 안 섰다

























결국 선택한 건 재료가 간편한 red lobster 레스토랑에서 준다는 체다치즈 비스킷
(사실 너무 태키해보여서 이 체인 레스토랑에 가본 적은 없다 ㅋ)
워낙 간단하다보니 당연히 잘 나오긴 했는데.. 체다치즈 100%가 아니라서 덜 짜다
하얀 고다가 체다보다 양이 많았는지, 먹음직스러운 노란색도 잘 안 보이더라고
치즈의 짭쪼름한 맛으로 먹는 게 좋을 것 같았는데
그냥 먹기엔 밍밍해서 결국 크랜베리 잼을 듬뿍 발라 먹어야 했다 ㅠ_ㅠ
savory 메뉴로 생각하고 만들었는데 디저트가 되어 버렸네
몇 개 남긴 건 짭짤한 cream gravy를 곁들여서 다음날 아침식사로 해결



아무래도 그레이터를 사야겠지?
나중에 달곰이 이유식 하려면 뭔가 '갈아서 쓸' 일이 있을테니까
제스터도 없어진 마당에, 이래저래 다용도로 쓸 수 있는 걸로..



12 April, 2012

doce de abril




오빠님하의 'take at home' 학기말 고사가 있는 날
이런 날이면 극도로 예민해지는 님하는 식욕이 없다며 아무것도 먹지 않기 때문에
덩달아 나도 작은 바나나 하나로 저녁을 때웠더니 밤 10시가 넘어서야 배가 고프다 ㅠ
남편이 아무리 바빠도 임산부는 그저 배고픈가봐 ㅎㅎㅎ



오늘은 달곰이의 16W check-up이 있던 날
일정표에 따르면 초음파 검진 없이 문진만 하는 것 같아서 편안한 마음으로 병원에 갔다
미국 병원들은 대게 12W, 20W, 37W, 세 번 정도만 초음파를 봐주길래...
근데 왠걸, 간단하게 요즘 몸상태에 대해서 질문하더니 초음파를 보자 하네???
공보험의 경우에는 총 임신기간 동안 초음파를 3~4번 보고 나머지 검진에서는 도플러로
심음 측정 정도만 하는가본데 - 미국은 사보험인데도 그 모양이지만;;
스페인에서 사보험을 들면 검진 마다 기본적으로 초음파를 포함시키나 보다
어쨌든 나는 땡 잡았네!를 외치며
오늘은 드디어 달곰이의 성별을 알 수 있지 않을까 매우 통키통키하였다
미리 달달한 걸 먹고 초음파를 보면 high해진 태아가 마구 움직여서 보기 편하다던데
아침식사로 핫초코라도 마시고 올껄~ 하고 후회했지만 이미 늦었지

12W에는 sonogram room에서 정밀 초음파를 봤던 것이라 화질이 엄청 좋고
내 앞으로 환자 전용 모니터가 따로 있어 달곰이를 실컷 감상할 수 있었지만,
오늘은 일반 검진실에 있는 (후진) 기계를 이용했다
화질도 구리고, 모니터가 의사 쪽을 향하고 있어 나한테는 뭐가 보여야 말이지 0_0
고된 여행을 다녀오느라 내심 달곰이가 잘 있는지 불안했었는데
이 녀석은 어쨌거나 너무 잘 있더라
이미 좀 좁아보이는 아기집 안에서 (말 그대로) 발악을 하고 있었다
4주 만에 더 길쭉해진 팔다리를 마구 휘저으며 스캐너 저리 꺼지라고 -_-
아 왠지 성격은 나를 닮은 것 같아 ㅠㅠㅠ
착한 우리 주치의샘은 다리 사이를 겨냥해서 거의 내 옆구리까지 스캔했지만
발차기를 심하게 하는 터라 제대로 볼 수가 없었다
볼 만 하면 돌아서고, 볼 만 하면 발로 차고 멀리 도망가고 -_-
민망하고 짜증나 진짜...
흘깃 보일 때 마다 미사일로 추정되는 것이 보이지는 않아서
주치의샘은 '내 생각에는 여자아이인 것 같은데..' 절대 확신 할 수 없단다

그래, 어차피 20주에 보려고 한 거 였어
아빠가 같이 오지 않아서 오픈하지 않은 거라고 생각하마



10 April, 2012

diez de abril




여행 내내 원없이 이탈리안 퀴진을 흡입했지만
좀 아쉬운 점이 있다면 방향성이 너무 한결같았다는 것이다
식당에 가서 음식을 시킬 때 마다 'B양'이 일종의 제약이 되었다고 한다면 섭섭하게 들리겠지?

B양의 식성은 가히 최.악.이다
사실 함께 회사 다닐 때 까지만 해도 B양의 편식이 이 정도로 심한 줄은 잘 몰랐다
둘이 공통적으로 좋아하는 메뉴(쌀국수나 오므라이스, 우동 정도)만 골라서 식사를 하니까
김치찌개나 부침개, 비빔밥을 먹는 B양을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녀의 식성을 제대로 알게 된 건, 그녀가 필라델피아의 우리집에 놀러 왔을 때 부터
도착한 첫 날 일식을 좋아하는 B양을 위해서 갖은 야채와 닭고기를 넣고 야끼소바를 해줬는데
가늘게 채 쳐진 야채를 전부 걸러내고 먹더라고 -_-
반면 고기라고 하면, 육회부터 하몽, 퍽퍽한 닭고기까지 엄청난 양을 먹어낸다
그리고 그녀는 결코 물을 마시지 않는다
그녀의 방문 때 마다 코카콜라 12캔 들이 박스를 사와야 했다
저녁식사 후에 과일을 내놔도 먹지 않는다
야채, 과일은 손도 대지 않고 물 대신 콜라만 들이키는 게 B양이 사는 방식
반면 단 걸 엄청 좋아해서 아이스크림이나 초콜렛이나 쿠키 종류는 가리지 않고 먹는다
커피나 티(!!!)를 마실 때에도 각설탕을 4~5개 씩 투입하는 별난 식성
사실 식성이 유별나고 편식이 심하다 해도 다른 사람들에게 큰 피해를 주지 않는 범위에서는
그저 개인의 취향 일 뿐이기 때문에 내가 상관 할 바가 아니다
(나 역시 파란 피망과 오이, 고추는 절대 먹지 않는 편식쟁이이고)
그저 B양의 복부비만과 치아, 피부가 걱정 될 뿐;;

하지만 함께 다니며 밥을 사먹으려다보니 야채가 든 메뉴는 시킬 수가 없는 거다
나도 야채 러버는 아니지만 식사에 곁들이는 샐러드는 곧잘 먹는 편이고,
오빠는 자타가 공인하는 샐러드 러버이기 때문에 야채를 전혀 먹지 못하는 건 꽤나 괴로웠다
더군다나 나는 16주차 임산부
야채와 과일의 섬유소 섭취가 적어지면 곧장 변비마왕이 찾아온단 말이다 ㅠ
유일하게 야채가 섞인 메뉴라고 시킨 것이 루콜라를 듬뿍 올린 피자
물론 B양은 자기 몫의 피자 위의 루콜라를 탈탈 털어냈다 ㅋㅋㅋ



그래서 나는 '마데인이태리 변비'를 얻어들고 컴백홈
하루 쉬고나서 곧장 그로서리 쇼핑을 나가, 야채와 과일을 한아름 사들고 돌아왔다
레드오렌지, 포도, 엔다이브, 당근, 옥수수, 로메인, 그린빈, 숙주, 브로콜리 등
그리고 매일 아침 계절샐러드(샐러드 그린에 엔다이브, 포도, 오렌지, 사과 투입)를 준비해서
peck에서 사온 스트로베리 발사믹 비니거를 듬뿍 뿌려 먹고 있다
저녁 메뉴로는 콘샐러드 무쳐서 엔다이브에 올리기도 하고 묵은지로 김치찜도 하고..
우리 BB도 얼렁 자라서 야채맛을 좀 알아야 할텐데 ㅎㅎㅎ



09 April, 2012

nueve de abril




말린 과일의 철분 함유량이 높다길래 "군것질 대신 먹으면 좋겠군"이라며 사온
말라가 건포도(D.O. pasas de málaga)에 몰입하고 있다
군것질은 군것질이고, 말라가 건포도는 말라가 건포도라는 게 문제지만 :(
빠삭빠삭(씨가 든 채 그대로 말려서)한 건포도를 집어먹으며 여행 후기를 날려볼까나



남유럽의 대표적인 두 나라, 이태리와 스페인
기후나 음식도 비슷하고 사람들의 기질도 비슷할 거라 믿었던 편견이 한 방에 날아갔다
물론 겨우 5일에 걸쳐 북부 이태리 3개 도시(밀라노, 피렌체, 베네치아)를 둘러봤을 뿐이지만
매끈하다고 믿고 수박 겉을 핥다가 혀에 걸린 튀어나온 부분들이라도 나열해보겠다



a. 낮술을 안 마신다
아침과 점심 사에에 먹는 merienda에도 작은 맥주 한 잔(caña)을 곁들이는 이 곳과 달리
이태리 사람들은 점심 식탁에 맥주나 와인을 올리지 않았다
직장인들은 일터로 돌아가야하니까? 스페인 사람들은 일 하는 중에라도 맥주를 마신다

b. illy의 나라
대신 이태리 사람들은 스페인 사람들보다 커피를 더 많이 마시는 것 같다
그리고 커피의 맛도 훠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얼씬 훌륭하다
아무리 작은 가게라도 엄청난 압력을 자랑할 것만 같은 거대한 머신이 구비되어 있었고
우리가 가본 곳의 대부분은 illy 원두를 썼다
밀라노-베네치아 기차 노선의 경우에는, 푸드카트가 돌아다니며 커피를 파는데
카트 위에 illy X7 캡슐머신을 올려두고 에스프레소를 내려주더라고
어차피 난 latte macchiato(= caffe latte) 밖에 마시지 못하지만
급한 걸음으로 들어와 바에서 una caffe(에스프레소 한 잔)를 단숨에 입 안에 털어넣고
1유로 동전을 올려두고 바람처럼 사라지는 밀라네제 신사 양반들이 넘 멋지더라고 ♥

c. 돌체엔...
어딜 가나 티라미수와 파나코타를 팔 거라 믿었다
하지만 일반 음식점에서 구비해두는 돌체 메뉴는 스페인이랑 크게 다르지 않더라고
초콜렛 케익이나 과일 타르트, 달걀 푸딩 같은 것 들
파나코타는 끝내 한 번도 못 만났지만 티라미수는 두 세번 시켜 먹어본 결과,
티라미수는 본토라고 해서 더 끝내주는 것도 아니라는 것 ㅋㅋㅋ
식사용 빵의 종류는 스페인보다 좀 더 다양하고 좀 더 팬시한 편이지만
역시 프랑스나 일본의 정교한 디저트가 어디에나 널려있는 나라는 아니었다

d. alfa romeo in milan
알파로메오의 본고장에는 brera가 날아다니고 giulietta가 국민차 일 거라 믿었지만
마드리드에서 보이는 것 보다 개체 수가 더 적은 것 같더라
제일 보편적인 브랜드는 (국산브랜드 fiat를 제외하면) 의외로 audi
VW에 비해서 아우디나 B당이 더 많이 굴러다니는 걸 보니, 역시 스페인보다 잘 사나봐 ㅋ

e. 고급 택시
마드리드 택시의 80%가 skoda의 octavia라는 점에 눈물이 난다
못난 성능 못지 않게 못생긴 구형과 신형 옥타비아로 도배가 된 마드리드의 거리와 달리,
밀라노에선 M당의 C와 B당의 3시리즈가 택시 노릇을 하더라고
같은 맥락으로 르노의 뚱땡이 espace를 경찰차로 채택한 마드리드와 달리,
밀라노의 경찰차는 알파로메오의 159(brera의 세단형)!!!
감히 도전할 수 없는 경찰의 권위를 풍기는 멋진 선택이지만... 컬러는 넘 구렸다 ㅠ

f. 바이링구얼
우리는 관광객인 만큼, 마주치는 이태리 사람마다 전부 영어를 너무 잘하더라
(마드리드는 구시가지 한복판에서도 영어가 잘 안 통하는데..)
이태리 사람들은 이태리어를 잘 하는 B양이 그네들의 언어로 이야기를 해도 영어로 대답을 했다

g. 모기와 습기
햇살이 강렬한 나라라고 하면 무조건 타들어가게 건조한 모양을 상상했지만,
이태리 북부는 역시 사막이 아닌지라 습기가 많았다
전날 오전에 널어 둔 수건 빨래가 다음날 아침이 되도록 완전히 마르지 않더라니까?
습한 덕분에 밤이 되면 모기가 날아들었다
방충망도 없이 그냥 창문을 열어두니, 하루에 두 마리 씩 꼬박꼬박 모기가 잠을 방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