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August, 2012
veinte y cuatro de agosto
스페인에 돌아오자마자 (지난 6월에 계약해뒀던) stokke 크립을 배송 받았다
백화점에 문의하니 주문해서 받기까지 기본 1달 이상 걸린다고 하길래,
한국에 들어가기 직전에 미리 구입을 하고 백화점에서 보관을 하고 있다가
내가 원하는 날짜에 배달 받는 걸로 계약을 했었지롱 ㅎㅎ
덕분에 제품은 일찍 받을 수 있었지만,
막상 받고보니 박스가 너무 커서 집 안에 두기가 곤란한거다 ㅠ
더군다나 박스는 왜 이렇게 더러운지.. 노르웨이에서부터 제 발로 걸어 온 것 같은!!!
부품 확인만 대충 마치고 박스 째 현관에 내버려 둔 지 2주 만에
오빠가 두 팔 걷어붙이고 -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 조립에 나섰다
(*여기나 바람의 근원은 오늘 장만한 버버리 프로섬 트렌치코트 인 듯 싶다)
한국에서 스토케 크립을 사면 기사가 와서 조립까지 해준다던데..
그런 럭셔리한 서비스 따위는 잊고 지낸지 오래 됐다
결국 10만원 짜리 ikea 가구를 사나, 100만원 짜리 고급 가구를 사나
직접 한 손에는 설명서 한 손에는 연장을 들고 조립해야 하는 건 마찬가지라니
오빠는 비싼 거 사고 이게 왠 고생이냐며 투덜투덜-
(참고로 스페인에서 stokke sleepi basic 가격은 640유로)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부품끼리 유격이 잘 맞지 않았다
스크류가 들어가는 구멍들의 위치가 조금씩 어긋난다
이건 분명 제품의 문제이지, 우리 부부의 조립 실력이 거지같은 게 아니다
우리가 그 동안 조립하고 뜯어낸 ikea 가구가 몇 십개인데..
급히 네이년 검색을 해보니 "조립이 엄청 간단하고" "무척 쉬워요" "빠른 조립"
이런 초 긍정적인 홍보성 후기 밖에 없더라
생각해보니 그 사람들은 직접 조립했던 게 아니잖아!! 기사 찬스가 있었잖아!!
스토케 크립을 사서 사용 중인 S언니(미국 거주)에게 급히 카톡을 보냈다
"이거 왤케 짝이 안 맞아요? 심지어 브레이크도 안 걸려"
"완전 안 맞지? ㅋㅋㅋ 우리 남편도 입에 욕을 달고 조립했어"
휴- 우리 것만 불량이었던 건 아니구나
비틀고 당겨서 겨우 조립을 마쳤다
백화점 매장에서 봤을 때 보다 훨씬 크게 느껴진다
하긴 아무리 아기 것이라고 해도, 아기 침대도 침대니까 클 수 밖에
그러나 좁은 우리집 베드룸은 사람 하나 지나다닐 틈도 없이 꽉 차버렸다
밤중 수유를 편하게 하고 아기 옆에 누워 자는 효과를 내기 위해서
사이드 펜스 하나를 열어 내 침대에 붙여놓았는데,
내가 침대에서 오르내리는 공간 따위는 없는 거다 ㅠ.ㅠ
정말 작은 사람 달곰이 하나를 위해서 우리가 포기해야 하는 것들이 어마어마하구나
S언니는 크립 정말 안 쓰게 된다며 돈값 못 한다고 했지만,
크립 외에 다른 대안이 없는 우리는 달곰이가 잘 적응하기만을 바랄 뿐이다
싫어한다면.. 어쩌면 엉덩이 한 대 때릴지도 몰라!
19 August, 2012
diez y nueve de agosto
오빠네 학교 앞 스타벅스에 나와있다
이번 주말 내내 덥다고 하더니, 오늘은 구름이 잔뜩 끼고 시원한 바람이 분다
그런데도 별다방 안에는 추울 정도로 에어컨을 틀어놨다
따뜻한 카라멜마키아또에 딸기 머핀을 시켜놓고 그저 느긋하다
여기서 일하는 애들은 영어를 곧잘 하는 편인데도,
주문 할 때 왠지 스페인어로 해야만 할 것 같은.. 영어로 해도 충분히 친절한데
한국에 가 있는 동안 "스페인 완전 구려" 라는 말을 참 많이 했던 것 같다
사는 게 어떠냐는 질문을 받거나, 맛있는 걸 먹으러 갈 때 마다..
그런데 오히려 다시 돌아와서야 스페인을 보다 객관적으로 볼 수 있게 되었다
한국이 엄청 그리울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다 ㅋㅋㅋ
(굳이 그리운 게 있다면.. 역시나 온갖 빵집과 짜장면 정도? ㅋㅋㅋ)
마드리드에 대한 나의 편견이 얼마나 심했던지,
이 사람 저 사람 붙들고 스페인 욕을 했던 게 좀 무안해진다
그래도 내가 선택해서 사는 곳인데 부정적인 이야기만 잔뜩 날리고 왔으니..
비록 우리나라는 아니지만, 내 얼굴에 침 뱉은 기분
막상 와보니 날씨도 좋고 한국에 비해 특별히 불편한 걸 모르겠다
부모님과 지내는 건 좋은 점도 있지만 아무래도 마음에 걸리는 게 많은데,
온전한 자유와 독립을 되찾으니 이렇게 홀가분 할 줄이야 ㅋㅋ
날씨가 이렇게 좋은 줄은 몰랐다
매일같이 화창하지만 습하지 않다는 건 날씨가 가진 최고의 축복이다
햇빛은 강렬하지만 그늘에 서면 선선하고, 밤바람은 에어컨보다도 낫다
안방 창문을 조금 열어두고 자면 절로 쾌면이 몰려온다
여전히 시켜먹을 곳 없고, 간단한 외식거리 없고, 커피숍도 스타벅스 뿐이지만
날씨 하나 때문에라도 '여름의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는다
더군다나 이번 여름엔 너무 고생했다고...
막달을 스페인에서 지내게 된 건 천만다행인 듯 싶다
(대신 너무 건조해서 배가 쉽게 틀까.. 그게 좀 걱정이랄까)
우리집 역시 너무 마음에 든다
역시 좁긴 - 하긴 뭐 그 사이에 갑자기 면적이 늘어날 리가; - 엄청나게 좁지만,
높은 천장과 두꺼운 벽 덕분에 하루종일 서늘하다
온도만 맞춰놓으면 자동으로 on/off를 반복하는 에어컨 역시 잘 돌아간다
비록 너무 좁아서(ㅠㅠ) 달곰이 물건이 여전히 산처럼 쌓여있지만..
우리에겐 ikea가 있으니까.. 수납공간은 천천히 고민해봐야지
작년에는 여름이 막 지나갈 무렵에 들어와서 여름 과일 구경을 못 했는데,
스페인 수박이 이렇게 맛있는 줄 미처 몰랐다
sandia negra 라는 흑피 수박을 샀는데 껍질이 얇고 씨가 없다
속살은 새빨갛다 못해 체리빛 +_+ 정말 달고 시원하다
요즘은 수박과 함께 paraguayo 라고 부르는 '납작 복숭아'에 올인하고 있다
이름만 들어선 당연히 남미 출신 쯤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어이없게도 중국 품종이란다.. 한국에선 본 적도 없는데?!?
황도와 백도 사이, 분명 털복숭아 종족이긴 한데 과육이 흐물거리지 않고 쫀쫀하다
신맛이나 물맛이 전혀 없이 복숭아맛 주스를 굳혀놓은 것만 같아서
물컹거리는 백도를 좋아하지 않는 오빠도 잘 먹는다
참,
lubina라고 부르는 작은 농어(?)를 para fillete로 손질해서 팔길래
밑져야 본전으로 사다가 오븐에 소금구이를 해봤는데 놀랍게 맛있었다
고등어 철이 끝나서 구워먹을 생선이 마땅치 않았는데
이런 촉촉한 흰살 생선이 있을 줄이야 - 농어 철 끝나기 전에 더 사다 먹어야지
18 August, 2012
diez y ocho de agosto
도착 5일 째, 주말이 되어서야 랩탑 만질 시간이 난다
여전히 집 안 곳곳에 갓 이사 온 집 마냥 박스와 쇼핑백, 포장재가 굴러다니고
5일 동안 바닥 청소는 겨우겨우 3번, 화장실 청소는 0번;;;
a.
새벽 7시 되어 집에 도착해서 오전 내내 쉬고 짐을 풀었다
해외 생활 하면서 처음으로 액젓, 매실원액, 간장 따위를 공수해왔는데
다행히 (유자차가 조금 샌 것 만 빼면) 터진 것 없이 무사하다
32kg 가방을 두 개나 실을 수 있었는데 막상 모든 가방이 23kg를 넘지 않았다
이럴 줄 알았으면 생생야끼우동이라던가, 빵 같은 걸 실컷 넣어 올 것을..
달곰이 물건 챙기는데 정신없어 우리 먹을 게 너무 없는 게 아쉬워 죽겠다
b.
el corte inglés sanchinarro에 들러 달곰이 침대 배달 예약을 하고
내친 김에 유모차와 카시트까지 구입을 했다
9월 1일부터 스페인 국내 소비세가 확 오르기 때문에 미리 사는 게 이득
유모차가 929유로, 카시트가 299유로
물론 특별히 할인이나 사은품 따위는 없다
20유로 짜리 장난감을 사나, 1000유로 넘는 비싼 걸 사나 푸대접은 마찬가지
이럴 때는 '고객이 왕'인 것만 같은 한국 백화점이 무척 아쉽다
유모차와 카시트는 3주 뒤에 배달 올 예정
c.
34W 체크업을 하러 가보니 일주일 만에 달곰이는 다시 정상위가 되어있었다
앞으로도 몇 번을 더 뱅뱅 돌지 모르는 일이다
어이없게도 주치의 dra. blasco는 8월 말 부터 10월 말 까지
무려 두 달!!! 동안 휴가를 가기 때문에 출산까지 나를 봐줄 수 없단다
그래서 난... 누군지도 모르는 왠 남자 의사에게 인계가 되어버렸다 ㅠ
이왕에 바뀐 거, 영어 잘 하고 경험이 풍부한 의사라면 좋겠는데
막달 다 되어 일이 좀 복잡해졌는데
제발 달곰이가 변덕을 부려 돌발상황(e.g. 수술)이 일어나지 않기를...
d.
stokke sleepi가 도착했다
하얗고 예쁜 침대..는 커녕 본품 상자가 어찌나 더러운지
배달 받자마자 현관에 두고나선 손을 대거나 옮길 엄두가 나질 않는다
하지만 방문이 좁아 거실에서 조립을 하면 방으로 옮길 수가 없고 (바퀴도 있는데!)
안방에는 조립 할 공간이 남질 않고 0_0
아무래도 더러운 상자에 넣어 둔 채 2~3주는 더 버텨야지 싶다
매트리스만 꺼내서 햇볕에 널어두고 커버 세탁 중
e.
las rozas village outlet의 bonpoint 매장에서 달곰이 옷을 몇 벌 질렀다
당초 계획은 petit bateau에서 당장 입힐 바디수트와 우주복을 사는 것이었는데
라인 별로 사이즈가 제각각이라 미리 사는 건 포기
달곰이 나오면 함께 외출해서 직접 맞춰보고 사야할 듯 싶다
(갓난쟁이도.. 쇼핑 외출 할 수 있겠지?)
그래놓고 bonpoint에서는 6개월 이후에나 입을 수 있는 옷들을 사버렸다
"가격이 너~무 착해서 지르지 않을 수 없었다" 라고 변명해야지
f.
스페인의 여름 세일 기간은 이미 끝났나보다
나름 기대를 하고 시내에 나갔는데 노리고 있던 COS나 zara home에는
'rebajas'라는 푯말을 커녕, 세일의 흔적 조차 없었다
그나마 오빠만 scalpers의 세일 끝물에 남아있던 에스빠드류 로퍼를 하나 건졌다
comptoir des cotonniers에 70%가 붙어있긴 하던데
지금 내 몸에는 어떤 옷도 들어가질 않으니 입어보고 살 수가 없잖아 ㅠ_ㅠ
g.
한 달 동안 텅텅 비어있던 냉장고를 채우는데에는 시간이 좀 걸리기 때문에
집에서 매 끼니 해먹을 음식이 마땋찮은데,
한국에서 뱃고래를 늘려둔 오빠는 펭귄 새끼 마냥 먹을 것을 찾는다
기껏 찌워온 살이 빠지지 않게 많이 먹이고는 싶은데.. 뭘 먹이냔 말이다
콜레스테롤 수치를 고려해야하는 신세가 되었기 때문에
우유도 semidesnatada로 사고 새우나 고기 소비를 줄이기로 했다
그랬더니 살 게 엄썽!!! 마트를 100바퀴 돌아도 카트가 텅텅 빈다구!!!
12 August, 2012
doce de agosto
마지막 날 짐싸기에 돌입
이번에는 역대 최고의 수하물 용량 혜택(?!)을 받고 비행기를 타게 되었다
내 몫으로 32kg 두 개, 10kg 하나, 그리고 기내용 캐리어
오빠 몫으로 23kg 두 개와 기내용 캐리어
오롯이 달곰이 물건만 잔뜩 들어간 32kg 짜리 이민가방들은 정리가 대강 끝났지만
막상 내 옷, 내 물건을 싸는 건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 지 모르겠다
그냥 당연하게... 하기가 싫은거야
스페인으로 돌아갈 마음이 안 드는거지
'화장품, 가방, 주얼리 정리가 대강 끝나야 남은 옷을 때려넣을텐데...'
라며 머리는 생각하지만 몸은 선풍기 앞에 바싹 붙어있을 뿐이다
살인폭염이 끝나며 기온은 좀 내려갔지만 장대비가 내리면서 습도는 더 높아졌다
달곰이 머리는 여전히 배꼽 옆에서 만져지고
팔을 올리고 있는건지 갈비뼈 밑이 묵직해서 허리를 숙이는 게 너무 어렵다
짐을 싸려면 수백 번 앉았다 일어났다, 허리를 숙였다 들었다를 해야 하는데
이렇게 딸래미가 협조를 안 할 줄이야 ㅠ_ㅠ
자잘하게 정리를 해두면 오빠가 와서 가방에 넣어줄 거라 생각했는데
대체 언제 넘어 올 생각인지...;;
방바닥에 발 디딜 틈 하나 없는 난장판 한가운데에서 마음이 먼저 지친다
전화 건너편에서 "닭도리탕 해놨으니 와서 먹고 가라"는
상황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는 시어머니의 말씀에 신경질이 날 지경이다
어제 강행군을 한 여파가 크다
생일밥을 사주신다 해서 어머니를 모시고 몽중헌에서 런치를 먹고
압구정역으로 옮겨 (광림교회 사모님들이 드글대는) think coffee에서 커피를 마시고
오빠 머리 하는 데 쫒아가서 무려 2시간! 이나 멍 때리고 앉아있다가
갤러리아 백화점에서 일을 보고 가로수길 한성문고에서 인라멘을 먹고
J네 부부를 잠시 만나 생일선물을 받고 coex nike로 오빠 러닝화를 사러 갔다가
동네 마트에 들러 이거저거 집어들고 귀가한 시각이 밤 10시 반
12시간에 걸친 외출에 손발이 부어서 뼈마디가 보이지 않았다
붓기는 오늘 아침까지도 빠지지 않아서 지금도 주먹 쥐기가 쉽지 않다
찬 물에 손을 담구었다가 다시 짐싸기를 시작해볼까
Subscribe to:
Posts (At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