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August, 2012

diez de agosto




a.
제왕절개로 태어난 아이는 기억해마의 능력치가 떨어진다나?
자연분만으로 태어난 아이에 비해 지능 or 학습능력 따위가 못하다는 기사를 보았다
예일대는 연구비가 남아도나
기자는 뭔가 제대로 읽고 기사를 쓴걸까
제왕절개로 태어나서 남들에 비해 월등한 장단기 기억력을 가진 나는,
달곰이가 역아라는 판정을 받은 다음 날 이런 기사를 보고 무척 기분이 나쁘다



b.
압타밀 전량 리콜 결정
독일에서 내수용으로 판매하는 압타밀에 한정된 것인지
스페인에서 판매하는 almirón(압타밀의 스페인 브랜드명)도 포함인지
다음 주에 돌아가면 예비용으로 신생아용 단계를 사놓으려고 했는데
하필 리콜 대상이 신생아 전용인 "aptamil pre" 란다
... 노발락으로 시작해?



c.
주스페인 한국대사관에서 메일이 왔다
올 12월에 있을 대통령선거를 위해 재외국민 투표 신청을 하라고
대사관이야 우리집에서 산책삼아 15분만 걸어가면 닿는 거리에 있으니까
유모차에 달곰이 태우고 슬슬 다녀오면 될 것이다
다만
뽑을 사람이 없는데 투표는 무슨? ㅋㅋㅋ
투표용지에 반달곰이라고 쓰고 한 표 던져주고 와? ㅋㅋㅋ
하지만 지난 번 총선 처럼 투표일 열흘 전 부터 대사관에서 투표 재촉 전화가
82통 쯤 올 걸 생각하면.. 신청조차 하고 싶지 않다



09 August, 2012

nueve de agosto




'아 이런 게 제대로 멘붕이구나' 싶은 날이다
33W 체크업을 받으러 오빠와 마지막 분당차병원 나들이를 했다
일찍 도착하니 병원이 (평소답지않게) 한가했고 왠지 상쾌한 마음으로 초음파부터~
배꼽 윗쪽에서부터 보기 시작하는데.. 영상이 심상치않다
저거.. 머리 아냐?
"아기가 자세를 제대로 잡고 있는 건가요?"
"아니요... 역아네요"

o_O
o_O
o_O

내가 그 동안 엉덩이라 믿어 의심치 않고 톡톡 두드려주던 건 어이없게도 머리였다
달곰이는 30주까지만 해도 분명히 정상위 아가였는데?
3주 사이에 뭐가 맘에 안 들어서 돌아버린거야?
엄마 얼굴 닮는 건 좋지만, 이런 건 엄마 닮으면 안 되는거야!!!
그래.. 30년 전 breach baby라는 타이틀을 달고 엄마 배를 째고 나온 주제에
내가 누굴 탓하겠냐고요 ㅠㅠㅋ



그렇지만 역시 머릿 속이 혼란스러웠다
초음파를 마치고 만난 담당의 선생님 역시 당황하기는 마찬가지
"자리를 너무 잘 잡고 있어서 칭찬해줬더니 이게 왠일일까요.."
"지금 주수에는 다시 돌아올 확률이 어느 정도인가요?"
"양수는 많은 편인데 아기가 작지 않아서..."

33W4D의 달곰이는
머리 크기는 32W, 배둘레도 32W, 허벅지뼈는 34W
몸무게는 2,080g 으로 추정
수치로만 보면 서양인의 체형을 가진;; 정상 아기

앞으로 1~2주 내에 다시 돌지 않으면 수술 날짜를 잡아야 한단다
정말 제왕절개는 생각도 못 하고 있었는데...
꼭 자연분만을 해야겠다는 것 보다는, 낯선 타국에서 몸에 칼을 대고 싶진 않았다
수술하는 경우 보험 커버나 비용에 대해서는 알아보지도 않았었고 -_-
소변검사 결과는 정상이지만 -단백뇨는 잡혔나보다- 빈혈이 약간 있다는데
그런 소소한(?) 것 따위는 귀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급작스럽게 쏟아지는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서 아이스블렌디드 흡입 중
이제 매일 5번 씩 10분 고양이자세를 하겠다
달곰이를 정상 아가로 돌려놓고 말겠어 ㅠ.ㅠ



04 August, 2012

cuatro de agosto




10주나 잡고 왔는데, 이제 1주 남았다
가슴골에 땀띠가 나고 격한 더위에 토악질이 날 정도로 고생을 하고 있지만
구수한 think coffee -서울에도 분점이 생기다니!- 나 미타니야를 두고 가려니
도저히 서울을 떠나는 발걸음이 즐거울 것 같지 않네
(더위에 넉다운 된 오빠는 그저 빨리 마드리드로 돌아가고 싶다지만)
출산준비는 대부분 끝나서 이미 아기용품으로만 이민가방 두 개를 꽉 채운다
놀이방매트까지 비행기에 태워 모셔가게 되었다
미국도 아니고 스페인에서 LG하우시스 놀이방매트 같은 걸 팔리가 없지
여느 한국 엄마들처럼 나도 한국에서 놀이방매트를 공수하는 처지가 되었다
아직 유모차나 카싯, 유축기, 바운서 등 굵직한 게 많이 남았는데도
이미 (태어나지도 않은) 달곰양에게 수백을 쏟아부었다
은수저는 못 물려줘도 쑥쑥 크는 데 불편함은 없으라는 엄마의 마음이려니 해줘 ㅋㅋ
아, 엄마가 아니라 외할머니의 마음 or 능력이려나



아무리 잘 꾸민 집이라도 한순간에 뽀로로놀이방으로 전락시킨다는
놀이방매트 디자인을 고르는 건 너무 어려운 미션이었다
오빠 친구에게 선물받기로 했지만 파크론 따위 저렴한 걸로 합의 할 순 없는 거다 ㅋ
기본적으로 뽀로로, 디즈니, 키티, car 시리즈를 제외하고
우리집 사이즈에 맞춰 제일 작은 매트(190X130)를 구입해야하니
고를 수 있는 디자인이 몇 되지 않았다
그나마 점찍어뒀던 리락쿠마 시리즈는 작년 제품이라 이미 단종 ㅠ
그래서 고르고 골라 캐릭터 없는 '피셔프라이스 레인포레스트'가 달곰이 매트로 낙찰
다행히도! 실물을 보니 생각보다 색감이 괜찮다
오빠는 간지나는 LC4 라운지체어를 -캥거루케어용으로- 장만할 계획을 품고 있는데
sleek한 라운지체어 밑에 원숭이가 뛰어노는 열대우림이라니;;;
우리 딸바보님께서는 애가 거기서 미끄럼을 타도 뭐라고 못 할 게 분명하니,
결국 eames 같은 걸 들여놓은들 달곰이 놀이터가 될 뿐이라는 이야기다



30 July, 2012

treinta de julio




어젯밤에는 큰 맘 먹고 영화관에 다녀왔다
시집 건너편 청담 씨네시티 CGV에서 <다크나이트 라이즈> 저녁 9시 25분
만삭 임산부는 길고 긴 영화 도중에 화장실을 가야 할 지도 모르고
오래 앉아있는게 불편하면 일어서기도 해야하니까.. 라며
앞뒤좌우 뻥 뚤린 좌석을 찾다보니 kia cinema의 6층 소파 좌석이 좋을 것 같았다
배트카가 내뿜는 돌비사운드에 달곰이 놀랄까봐 담요까지 챙겨다 배를 덮었다
그치만 소리와 진동을 담요로 막을 수 있을리가 없지
'빵' 소리 한 번 나면 달곰이가 나에게 발차기 어택 한 번 ㅠ_ㅠ
배트맨이랑 베인이 티격태격하는 육탄전 중에는 태동이 너무 심했다
딸곰에게 정말 정말 미안했다
항상 기대치보다 못한 i)크리스토퍼 놀란의 영화 ii)배트맨 시리즈 를 굳이 보겠다고
내가 너무 이기적이었던 건 아닌가 싶지만...
달곰아, 네가 나오는 순간부터 엄마는 완전히 집에 묶인 몸이야
외할머니에게 널 맡기고 영화 한 편 보고 오는 건 머나먼 한국 이야기일 뿐 ㅠ
그러니까 한 번만 봐달라고 부탁하고 또 부탁했는데
이토록 서러운 내 맘을 알아주려나 모르겠다 ㅋㅋ

그나저나 kia cinema 6층 좌석은 짱 구렸음 o_O
소파는 이미 쿠션이 푹 꺼져서 높이가 균일하지 못해 어디에 앉아도 불편하고
시뻘건 벨벳 패브릭은 맨살에 까시럽고 덥기도 엄청 더웠다
좌측 P열과 우측 Q열 사이를 영사실이 가로막고 있어서
반대편 음향이 닿질 않는다.. 그야말로 한 쪽 고장난 이어폰 낀 효과 ㅋㅋㅋ
놀란씨는 72분 분량을 IMAX 필름으로 촬영했다는데
이 상영관 스크린은 IMAX의 1/3 사이즈...?
그래도 "아 용산으로 갈 껄" 이라고 후회할 필요가 없었던 건
영화가 생각보다 너무 재미가 없었기 때문이다 ㅋㅋㅋ
나의 마지막 영화 관람 찬스를 베인 따위의 허접한 악역 캐릭터가 써버리다니!!!

이제 영화는... 티플에서 다운받아 집에서 TV로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