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 July, 2012

treinta de julio




어젯밤에는 큰 맘 먹고 영화관에 다녀왔다
시집 건너편 청담 씨네시티 CGV에서 <다크나이트 라이즈> 저녁 9시 25분
만삭 임산부는 길고 긴 영화 도중에 화장실을 가야 할 지도 모르고
오래 앉아있는게 불편하면 일어서기도 해야하니까.. 라며
앞뒤좌우 뻥 뚤린 좌석을 찾다보니 kia cinema의 6층 소파 좌석이 좋을 것 같았다
배트카가 내뿜는 돌비사운드에 달곰이 놀랄까봐 담요까지 챙겨다 배를 덮었다
그치만 소리와 진동을 담요로 막을 수 있을리가 없지
'빵' 소리 한 번 나면 달곰이가 나에게 발차기 어택 한 번 ㅠ_ㅠ
배트맨이랑 베인이 티격태격하는 육탄전 중에는 태동이 너무 심했다
딸곰에게 정말 정말 미안했다
항상 기대치보다 못한 i)크리스토퍼 놀란의 영화 ii)배트맨 시리즈 를 굳이 보겠다고
내가 너무 이기적이었던 건 아닌가 싶지만...
달곰아, 네가 나오는 순간부터 엄마는 완전히 집에 묶인 몸이야
외할머니에게 널 맡기고 영화 한 편 보고 오는 건 머나먼 한국 이야기일 뿐 ㅠ
그러니까 한 번만 봐달라고 부탁하고 또 부탁했는데
이토록 서러운 내 맘을 알아주려나 모르겠다 ㅋㅋ

그나저나 kia cinema 6층 좌석은 짱 구렸음 o_O
소파는 이미 쿠션이 푹 꺼져서 높이가 균일하지 못해 어디에 앉아도 불편하고
시뻘건 벨벳 패브릭은 맨살에 까시럽고 덥기도 엄청 더웠다
좌측 P열과 우측 Q열 사이를 영사실이 가로막고 있어서
반대편 음향이 닿질 않는다.. 그야말로 한 쪽 고장난 이어폰 낀 효과 ㅋㅋㅋ
놀란씨는 72분 분량을 IMAX 필름으로 촬영했다는데
이 상영관 스크린은 IMAX의 1/3 사이즈...?
그래도 "아 용산으로 갈 껄" 이라고 후회할 필요가 없었던 건
영화가 생각보다 너무 재미가 없었기 때문이다 ㅋㅋㅋ
나의 마지막 영화 관람 찬스를 베인 따위의 허접한 악역 캐릭터가 써버리다니!!!

이제 영화는... 티플에서 다운받아 집에서 TV로 보자


23 July, 2012

veinte y tres de julio




한국 날씨는 정말이지, 마음은 이해하려고 노력하지만 몸이 격렬히 거부한다
초등학교 6년 내내 '사계절이 아름다운 나라' 라며 온갖 뻥을 쳐댄
교과서편찬위원회 사람들을 고소하고 싶다
외국에 한 번도 안 나가 본 사람들만 모아서 위원회를 만들었나
수십 명, 수백 명 중에 캘리포니아에 가본 사람이 한 명도 없었나
어쨌거나 더 더워지고 더 습해진 한국의 여름을 만삭의 몸으로 버티는 건 무리데스
오빠는 순전히 날씨 때문에 빨리 스페인으로 돌아가고 싶단다
(근데 난 그건 또 싫은데 ㅋㅋㅋ)

더우니 입맛이 없고, 배가 나오니 소화가 안 된다
먹고 싶은 게 없냐 물으면 정말 "먹고 싶지가 않다" 라고 대답하고 싶다
제발 한 끼 점심 정도라도 안 먹고 넘어가면 좋겠는데
엄마를 위시한 주변 사람들이 내가 굶는 꼴을 그냥 보고 넘어가질 못한다
내가 굶는 게 걱정이 아니라 달곰이가 못 먹는다고 생각하겠지
유일하게 먹을 생각이 드는 음식은 일식 정도? 냉소바라던가 유부초밥 같은 소소한 것
그래서 벌써 미타니야만 4번 간 듯 싶다 ㅎㅎ
생선초밥은 요즘 잘 한다(?)는 스시초희까지 가서 먹어봤지만
아무리 고급이라도 이런 날씨에 생선회는 꺼림찍해서 그리 즐겁지 않았다



한식 중에는 그나마 맛있는 '랭면'이 먹고 싶었는데
오자마자 들른 신사면옥의 냉면은 면이 죄다 붙어 떡라면 같은 질감이었고
시조카와 나눠 먹느라 겨자와 식초를 칠 수 없었다 ㅠ_ㅠ
겨자도 식초도 안 친 함흥냉면을 무슨 맛으로 먹으라는 거냐고.. 정말 너무해
어제 갔던 청담 강서면옥은... 뭘 팔겠다는 거야 대체
평양냉면이라고 시켰더니 밍밍한 고깃국물이다.. 동치미육수는 어디에 버린걸까?
메밀면? 그 대신 삭은 고무줄이 들어있었다
그걸 자꾸 맛있다고 우기는 시XXX 앞에서 그릇을 엎을 수도 없고 ㅎㅎ
이번 여름 한국에서 먹은 냉면 중에는 역시 벽제갈비의 평양냉면이 최고로구나
돌아가기 전에 벽제갈비 가서 런치세트 한 번 더 먹고 가야지
그래야 냉면에 쌓인 한이 좀 풀리겠어



17 July, 2012

diez y siete de julio




시간은 흘러흘러 한국에서의 기간은 한 달도 남지 않았고,
나는 어느덧 30주차를 휙 넘어버렸다
30주에 진입하면 태동도 더 활발해지고 배도 둥근 모양이 될 줄 알았는데
달곰이는 요즘 더 얌전하고 - 어디 안 좋은가? - 배는 여전히 축 처진 모양새이다
애가 너무 밑에 있나? 난 자궁경부 길이 같은 것도 재 본 적이 없는데...
몸무게 변화는 거의 없는데도 허벅지와 종아리에 살이 치덕치덕 붙었다
이제 정말 반바지 입기가 부끄럽다
그치만 또 그 외에 입을 옷이 없으니 어쩌란 말이야 ㅇㅅㅇ;

액상철분제 볼그레 4박스(4개월 치)와 이지바울 2박스(2개월 치)를 쟁였다
철분제는 왠지 출산 후 산욕기에도 꾸준히 먹어주는 편이 좋을 것 같고
유산균이야 뭐.. 출산 후엔 다시 ㅅㅅ쟁이로 돌아가지 않겠나 싶어서 조금만 ㅋ
(이지바울 덕택인지, 요즘은 변비 걱정 안 하고 산다)
먼저 출산한 J가 신생아용 비타민 D를 꼭 먹이는 게 좋다고 해서
'써니디드롭스' 라는 것도 두 병 구입했다
왜 먹이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 알아보지도 않았다; - 필요한가보지 뭐

이렇게 실컷 사고나니 20만원 돈이 되었다
... 앗차, 유아용 타이레놀 리퀴드 사는 걸 또 깜박했네! 



12 July, 2012

doce de julio




29W4D

3주 만에 병원을 다시 찾았다
다른 산모들은 4주에 한 번, 그리고 후기부터 2주에 한 번 진찰을 받지만
나는 들쭉날쭉.. 그냥 의사가 보자고 하는대로;;;
스페인에서 받아왔던 필수검사표에는 24~26주 사이에 임당 검사와 함께
혈액을 채취해서 톡소플라즈마 항체 검사가 포함된 혈액 검사가 명시되어 있었는데,
분당차병원의 임당 검사에는 혈액 검사가 포함되지 않는 걸 몰랐다
그래서 오늘 의사와 다시 상담
(한국 병원들이 다 그렇지만, 이 교수님은 말이 너무 빠르고 무성의하다
수많은 환자들이 기다리고 있는 건 알고 있지만.. 기분 나쁠 정도랄까
근데 엄마가 박XX교수 이모라고 하니 갑자기 자상하고 꼼꼼한 사람으로 돌변했다)
내가 들고간 스페인 검사표의 항목에는
헤모글로빈수치나 혈소판 같은 쉽게 알 만 한 것 외에,
한국에서는 고양이 키우는 사람이나 하는 톡소플라즈마 항체 검사,
그리고 다인종국가에서 필수로 한다는 무언가가 있었다
세번째 것은 분당차에서 할 수 있는 검사가 아닌데다 한국인에게는 필요없다네
톡소플라즈마 항체 검사 비용은 54000원 정도 하더라
이렇게 해서 고운맘카드의 혜택을 한 번 더 입었다 ㅋ

진료 직전 urine stick으로 검사해보니 살짝 단백뇨가 있다
단백뇨는 임신중독증의 대표 증상인데 설마;;;

간단히 초음파로 확인한 달곰이는 이미 머리를 밑으로 두고 있었다
착하기도 하지, (breach baby였던) 엄마는 닮지 말아라
다들 거의 매 주 마다 아기 머리 크기가 몇이네 몸무게가 몇 그램이네 하던데...
난 33주 최종 체컵 때 초음파를 보기로 하고 오늘은 생략
그래서 달곰이가 그 사이 얼마나 더 컸는지 알 수 없다
(수박을 달고 산 것이 좀 마음에 걸리는데 -_-)



집에 돌아와서 sanitas 홈페이지에 들어가 스페인에서의 검진을 예약했다
8월 14일 새벽 도착인데, 남아있는 시간은 14일 오후 5시 뿐;
그거라도 급히 잡긴 했는데...
이 때 쯤이면 거의 막달이라 병원에 매주 가지 않나?
미리 예약을 다 잡아두지 않으면 나, 의사도 못 만나는 거 아냐?



09 July, 2012

nueve de julio




개도 안 걸린다는 여름감기, 임산부가 걸리다
개님이라면 약이라도 쓰지, 임산부는 약도 못 먹고 재채기 할 때 마다 배가 뭉친다
재채기 3단 콤보에 이른 달곰이 튀어나올까 기침 한 번 맘 편히 못 한다 ㅠㅡㅠ
매일 밤 선풍기를 안고 자서 냉방병에 걸린걸까?
목이 붓고 코가 막히고 팔다리에는 근육통이 몰려와서
누워도 앉아도 서도, 어떻게 비틀어도 편하지 않다
살려주세요 ㅠ_ㅠ




04 July, 2012

cuatro de julio




독립기념일.. 말고 우리의 세번째 결혼기념일
벌써 세번째인가 싶지만, 막상 함께 있었던 건 작년 뉴욕에서 보낸 하루 뿐이다
언제쯤 여름마다 떨어져 지내는 생활이 끝나려는지 =_=



어쨌거나 이번 결혼기념일은 '달곰이 배냇저고리 장만 기념일'이 되었다
엄마랑 강남 신세계로 쇼핑 나들이
우선 아기띠를 둘러봤다
baby bjorn이나 stokke는 커녕, 있는 거라곤 ergo랑 manduca 뿐인데,
같은 매장에 있는 게 아니라서 한자리에 놓고 비교해 볼 수가 없다
맨듀카를 중점적으로 보긴 했는데.. (스페인에서 구할 수 없는 브랜드라서)
끈이 치렁치렁한게 20리터짜리 북쪽얼굴 배낭을 맨 것만 같아서
그나마 조금 더 깔끔한 에르고랑 고민하다가...
결국 오빠랑 와서 다시 보기로 하고 후퇴
한국 아기옷 브랜드라곤 밍크뮤? 블루독? 정도 밖에 모르는데
그나마도 강남 신세계에는 밍크뮤가 없고 눈에 띄는 건 쇼콜라???
세일 따위 하지 않는 괘씸한 쇼콜라에서 배냇저고리 한 장, 내복 두 벌을 사고
30% 하는 착한 블루독에서 배냇 두 장, 롬퍼스타일 내복 한 벌을 샀다

배냇저고리는 한 달 밖에 입히지 못하는데다 서양에는 없는 옷이라지만,
뉴본 사이즈 onesie에 손싸개를 하느니
손싸개를 안 사도 되는 배냇저고리를 좀 입혀보자 싶었다
어디서 태어나든 달곰이는 어차피 한국인 아기니까 ㅋ
배냇저고리는 저고리 뿐이라 - 하의실종 패션;;; - 는 게 여전히 이해가 가지 않지만
앞에서 여밀 수 있는 원지를 몇 벌 더 사서 섞어 입히면 되겠지
출산하러 가서 아기의 첫 외출복으로 배냇저고리를 내밀 수는 없을테니
스페인에 가자마자 recién nacido용 바디수트를 장만 할 예정

내복은 배냇저고리보다 더 이해가 가지 않는 아이템
아무리 예쁜 디자인이라도 그냥 잠옷처럼 보인다
더군다나 왜 이렇게 큰거야;
카터스 3m 바디수트 같은 건 겨우 내 얼굴을 가릴 정도이던데
한국의 75사이즈 내복은 선물 받아놓은 봉쁘앙의 6m 가디건 보다도 크다
그래서 얼마나 입힐지 알 수 없지만 전부 75사이즈로 구입
오래 못 입히더라도 가능하면 이쁘게 입히자

이렇게 속옷 여섯 벌 샀는데 20만원이 훌쩍 넘었다
내복 같은 건 인터넷으로 사면 1~2만원이라는데, 백화점에서는 5만원 이상이니..
(나는 5벌에 25불 하는 빅시 빤쓰 같은 것 뿐인데!!)
달곰아, 여분의 바디수트 같은 건 아울렛 가서 떨이로 담아오도록 하자꾸나
엄마 아빠는 외할머니 찬스만한 능력이 없어 ㅠ_ㅠ




03 July, 2012

tres de julio




집 근처 문화센터(a.k.a 문센)의 임산부요가 강좌에 등록을 하고
드디어 오늘이 첫 날
강남구에서 운영하는 동네 주민센터라서 놀랍도록 저렴하다.. 2만 얼마?
해보고 맘에 안 들면 금방 때려쳐도 안 아까울 금액 ㅋㅋㅋ
저렴한 만큼 강의의 퀄리티에 대해서는 일말의 기대도 없었는데
막상 가보니 20명 정원이 꽉꽉 차고
요가 매트도 (그다지) 더러워보이지 않고 괜찮은 듯 싶다
필라테스도 파워요가도 아니고 그냥 배불뚝이요가니까 프로그램은 간단하다
스페인에서 임산부요가 동영상을 다운받아 보며 꾸준히 해 온 만큼
어려울 것도 없고 오래 한 것 마냥 익숙했다

배가 하나도 or 거의 안 나온 바싹 마른 어린 녀성이 들어왔다
기껏해야 20대 초반? 어린 나이에 임신을 했나보다
나도 14~15주차 정도까지는 저렇게 배가 날씬했었는데.. 라며 회한에 젖는다
50분 동안의 강좌가 끝나고 "나마스떼" 하며 마무리
젊은 여자아이가 강사를 부르더니 질문을 했다
"이거... 무슨 요가 강좌인가요?!?"
"임산부요가인데요"
"엄훠!?!"
잘못 왔구나 잘못 왔어...



02 July, 2012

dos de julio




한참동안 고민해오던 달곰이의 스킨케어 라인업을 확정했다
뭐 이런 걸로 고민까지 하나 싶겠지만...
제일 비싼 게 무스텔라인 - 그 외 전부 듣보잡- 스페인 마트를 돌아보다보면
캘포부터 제이슨, 얼스마마가 깔린 미국 whole foods market이 그립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고 내 손으로 무스텔라를 사기는 꺼려진다
미국에 있을 때 성분 이상으로 무스텔라가 리콜되는 사태를 보아놨고
어린 아가가 쓰기엔 향이 너무 인위적인 것 같다
(운임과 관세를 물어가며) 미국이나 한국에서 공수받을까 싶다가도
씻기고 바르는데 그렇게 고생을 해야하나.. 극성스럽게 굴지 말자고 결론짓고

결국 고른 것이 키엘의 베이비 라인
유해도 검사 순위? 모른다 ㅋㅋ
키엘이 올개닉 브랜드는 아니니까 점수가 결코 높진 않겠지 ㅋㅋ
그렇지만 키엘이라면 스페인에서 언제든지 살 수 있다
한국을 오갈 때 면세에서 실컷 쟁일 수도 있다
바디워시는 foam이 직접 나오는 타입이라 (헤프겠지만) 쓰기도 편하고
크림은 무려 무향!!! 내가 편애하는 무향 화장품!!!
K군 엄마에 따르면 건조한 스페인에서 쓰기엔 보습력이 좀 부족하다고 하는데,
그건 동네 farmacia에 가서 피지오겔 사다 섞어쓰면 되겠지
그래서 지난 주 엄마 가방 구경 간 김에 면세에서 워시 3개 크림 2개를 구입했다
할인 받으니 개당 20불.. 만족스러운 가격 :D



센스 넘치는 A언니가 출산선물로 상품권을 선사하신 덕분에
현대백화점에서 swaddle designs의 스트롤러 블랭킷을 하나 구입했다
어차피 코끼리귀 브랜드 라지 블랭킷을 장만하긴 하겠지만,
애가 쓸 일 없으면 내가 무릎담요로 쓰지 뭐 ㅋㅋ 이쁘니까 ㅋㅋ
내부 리모델링 때문에 매장이 어수선한데다가 겨울상품이라고 재고가 하나도 없어
인터넷으로 색상을 찾아서 주문 넣었다
(핑크를 탈피해서 무려 네이비로 선택 ㅋㅋㅋ)
세일기간이라고 할인받고 하니 67,500원 밖에 하지 않길래
aden+anais의 정글잼 버피빕 - 37,000원 - 도 한 세트 주문했다
한국 들어오기 직전에 아덴 EU 사이트에서 구입하려고 했던 것들 중 하나인데
그땐 스페인 카드가 먹질 않아서 실패했었더랬지
거기서 주문하는 것 보다는 한국에서 사는 편이 저렴하다

태몽이 벌꿈인 걸 기념해서 꿀벌무늬 슬리핑백도 하나 살까 고민 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