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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January, 2012

veinte y tres de enero




<이제부터 하면 안 되는 것들>

a. 킬힐, 웻지힐
사실 소영언니는 임신 기간 내내 ash 웻지힐을 신고 다녔고
졸리언니나 니콜 리치, 그리고 아길레라 언니도 로봇탱에서 내려온 걸 본 적이 없지만
애쉬도 루부탱도 없는 나는 앞으로 주구장창 스니커즈만 신기로 합니다
(그러나 기껏 주문한 나이키 루글은 back ordered.. 취소해야 할 듯 싶다 -_-)
귀여운 레페토들은 괜찮을까?
쿠션이 너무 없는데다가 사이즈 때문에 -평소에도 작은데 이젠 발등 터질 듯- 당분간 아디오스

b. 향수
특정 향수 냄새를 맡으면 푸헹취! 하는 나의 민감민감 돋는 콧구멍 덕분에
향수라고 쓰는 건 그나마 좀 부드러운 샹스 오 땅드르(이름 하고는;;) 뿐이지만
이젠 이것도 빠이빠이
왜 안되나 했더니 달곰이가 남아 일 경우
.. 남아?
.. 남아?
그런 경우는 엄썽!!!!!
...
...
만의 하나, 또는 0.03%의 확률로 달곰이가 남아 일 경우 무정자증을 유발한다나

c. 커피, 초콜렛
하필이면 오늘 미쿡 다녀온 분에게 ghiradelli 초콜렛을 선물받았는데 말입니다 ㅠ
초콜렛이야 조금씩 먹는 건 괜찮겠지
그치만 커피 한 잔만 마셔도 하트비트가 90dB로 뛰는 나로서는 커피는 금물
나중에 2nd trimester 안정기에 접어들면 cacao sampaka에 가서 민트초코나 한 잔 해야지

d. 연성치즈 & embutido
까망베르, 모짜렐라, 고트, 브리, 고르곤졸라, 페타, 코티지, 크림치즈여 안녕
이제 나는 속까지 단단한 queso curado만 먹기로 합니다
'embutido'는 뭐라고 번역해야 하나, 익히지 않은 가공육?
jamón이나 chorizo, salchichón, salami, 말린 순대, 육포류는 전부 해당되는 모양
ㅠ.ㅠ
하몽 하몽 ♥ 이젠 너도 굿베이

e. 허리와 배에 무리가 가는 무거운 것 들기
주부의 팔이 굵어지는 건 말이다, 집안일 류의 계급장과도 같은 것이다
생수 1.5L X 6 세트도 날라야지, 매일같이 쳐묵하여 발생하는 쓰레기도 가져다 버려야지
살상무기로도 손색 없는 staub 그릴팬 같은 건 쓰지 말라는 얘기?
"무거운 건 들 수 없으니까 오빠와 함께 장 보러 갈래"
임신 확인하고 나서 단 한 번도 오빠와 마트에 갈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

f. 대 임산부 위험 물질 : herbs
고이 고이 모셔두고 애용하던 바질, 파슬리, 로즈마리, 타임, 시나몬, 아니스..
를 쓰지 않고 어떻게 요리를 하란 말이야?!
더군다나 로즈마리는 불과 한 달 전에 사서 완전 새거란 말이다
날 로즈마리라고 부르지 말아!
알겠어요 로즈마리
...
(아, 조큼 무리수)

g. 술
"no alcohol, no life"
나 이래뵈도 와인 관련 자격증도 있는 여잡니다
일반 주당생활 이상으로 꽤나 전문적인 주조 양조 지식도 갖췄다구요
그런데 이런 나한테 술을 마시지 말라니
kalimotxo도 안되나요? 와인도 안되고 콜라도 안되니 never ever 안된다구요
기껏 A언니가 부드카의 본고장 폴란드에서 보드카도 사다줬는데
왜 사다줬는데도 먹지를 못하니 ㅠ.ㅠ

i. 전신욕, 반신욕
자궁 또는 양수의 온도가 일정 수준 이상 올라가면 안되기 때문에 욕조에 들어갈 수가 없단다
이제 때는.. 마법의 때비누를 써서 미는 수 밖에 없다

j. 아마 z 까지 써도 다 못 쓸 것 같아서 이쯤에서 마친다



뭐야 0_0
하지 말라는 게 너무 많잖아 ㅠ_ㅠ
정말이다, 임신 테스트기에 positive 반응이 뜬 날 이후로 나의 삶은 변해도 너무 변했다
좋은 점이 아주 없는 건 아니지만 아직까지는 안 좋은 게 더 많다
달곰이 이색히, 네가 글을 읽게 되는 그날 이 포스팅을 꼭 소리내어 읽게 할 테다



13 January, 2012

trece de enero





올해 두번째 방문자 CH양이 오늘 새벽에야 떠나가고 집이 다시 고요해졌다
이번에도 그녀의 뒤에 남은 건 엄청난 양의 긴 머리카락 뭉치
한 시간 짜리 설거지 후, 3일이나 밀린 청소기를 싹싹 돌리고나서 두 명이 거쳐간 이불과 베갯닛 빨래를 하고 있다
여주인의 체력 고갈로 올해 상반기에는 민박 종료..


CH의 madrileña 간접 체험을 위해 이것 저것 하면서 나도 새삼스레 내 생활을 다시 볼 수 있었다
어느새 편애하는 식당 몇 곳의 menu del día를 먹으러 가면 식사 시간이 기본 2시간
점심 식사라고 해도 clara나 맥주 한 잔 정도는 '의아함' 없이 자연스럽게 시킬 수 있게 되었고
디저트는 종류를 물어 볼 것도 없이 cafe con leche나 helado를 주문한다
(그러나 여전히 flan을 시킬 엄두가 안 나는 걸 보면 아직 멀었나 싶기도 하고 'ㅅ')
핀쵸에 와인이나 한 잔 하자며 lateral에도 갔다
촛불을 가운데 두고 서로 마주보고 그림자가 일렁일렁, 너무 데이트 분위기이긴 하지만 어쨌든 힙한 곳이니까
수많은 핀쵸 메뉴를 읽기 귀찮아서 늘 시키는 degustación de pintxos
lateral의 화이트 와인은 berdejo로 만든 아주! 저렴한 와인 하나 뿐인데 나쁘진 않지만 만족스럽지도 않다
좀 저렴한 cava가 있음 좋으련만 taittinger 한 종류 뿐?
그러고보니 여긴 하드리커나 칵테일 셀렉션이 좋고 와인 마시기엔 그럭저럭이구나
어쨌거나 CH는 많이 드라이하고 미네랄이 느껴지는 깔깔한 종류를 좋아하는 것 같았는데
역시나 berdejo는 많이 마시지 않고 남겨 버렸다
처음에는 뭔가 싶었던 절인 파프리카나 잘게 갈아서 올리브유에 버무린 jamón도 쌀밥 먹듯 들이키고
레몬 띄운 콜라를 좋아하게 된 것도 마치 스페인 사람의 조건을 충족 한 것만 같다
(실제로 lateral에서 우리 테이블의 좌우앞뒤 모두 콜라를 드링킹 하고 있었다는 ㅋㅋ)
길 가다 보이는 아무 까페나 바에 들어가서 메뉴판 볼 일도 없이 커피를 주문하고
아직 추운 겨울이지만 햇볕만 따사롭다면 노천 테이블에 앉아 길 가는 사람 구경하는 여유도 생겼다


마드리드 생활 4개월 째
GPS 없이 시내 곳곳을 운전하고 다닐 수 있는 나, 어느새 꽤나 madrileña가 되었다
시간을 길게 쓸 줄 알고 먹고 마시며 수다 떠는 것의 즐거움을 만끽하는 어엿한 마드리드의 cloé :D



05 January, 2012

cinco de enero




집 앞 약국에서 사온 항히스타민 연고를 손목에 쳐발쳐발 하고
사케바의 성의 없는 블로그 포스팅을 읽으며 3분 동안 귤 5개를 마셔버렸다 - 껍질은 뱉어내고
J가 줬던 nappy rash용 연고는 따갑더니 이번 연고는 무지무지무지무지 간지럽다
이래서야 낫긴 낫는걸까..
먹는 항히스타민제도 받아올까 하다가 임산부는 복용하면 안 된다길래 마다하고 왔는데
임신 중인 것도 아닌데, 이러다가 1월 중순에 생리가 빵 터지면 엄청 억울 할 것 같다
(집에 와서 찾아보니 '알레그라D'라는 항히스타민제가 이미 있있네 ㅇㅅㅇ)



내일은 epiphany, 동방 박사들이 아기 예수를 만나러 간 날
이 나라 사람들은 아기 예수의 생일 보다는 동박 박사들에게 축복 받은 이 날이 더 중요하다며
겨울 세일도 1월 7일부터 시작하고 애들에게 폭풍 선물을 준단다
못생긴데다 묘한 (화장품 같은) 향이 나는 roscón de reyes라는 빵을 먹는 풍습도 있는 듯
오늘 마트에 가니 roscón이 종류 별, 크기 별로 산더미 처럼 쌓여 있었다
온 나라가 크리스마스 한참 전 부터 여태껏 홀리데이 분위기에 취해서 매일 같이 길이 막히고
마트니 백화점이니 사람이 넘치고 관광지에는 관광객이 개미떼처럼 줄을 서 있고
떠들썩하게 명절을 보낼 가족이 없는 나는 그저 이 분위기가 짜증 날 뿐이다
빨리 다 집어치우고 제자리로들 돌아가란 말이야!!!
... 이거 이거 여름철 관광 시즌이 절정을 이룰 때는 어떻게 되려고 말이지

그래도 어쩔 수 없이 꽤나 스페인 거주민 다워지기도 한 것 같다
좋아하지도 않던 sidra(=cider)가 요즘 들어 입에 짝짝 붙어 오늘도 한 병 사왔고
charcutería 앞을 지날 때면 하몽 냄새가 코를 간지럽혀 도저히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던가

이렇게 몇 년을 지내고 나면 roscón도 맛있게 느껴지려나



06 December, 2011

seis de diciembre




임신과 출산 등에 관련된 어플들을 다운 받았다
주로 한국어 어플을 쓰겠지만, 병원에서는 영어로 -또는 스페인어로?!?- 의사와 상담을 해야 하니
영어 표현을 알아두는 편이 나을 것 같아 영어 어플도 하나 추가
얼마 전에 친구 S양에게 임신을 준비하기 위해서 어떤 책을 보는 게 좋겠냐고 물었는데
앗차! S에게 물은 건 엄청난 실수였다
'속도위반'으로 결혼 전에 아들을 낳은 S가 미리 책을 읽었을 리 만무하잖아
그녀는 그저 땅콩은 '앨러지를 유발'하니 피하고 호두는 '뇌발달'에 좋다고 많이 먹으랬다
(있지도 않은 애기에게 뇌가 어딨어 0_0)
이제 배가 나오기 시작했을 J에게도 물어봤지만 그 역시 좋은 선택은 아니었다
J는 어떠한 일에도 스스로 + 열심히 준비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슬슬 교보문고 해외배송을 통해서 관련 서적들을 구입 할 생각이지만
당장은 이런 어플들만 훑어봐도 충분 할 듯 ㅎㅎ
괜히 아무것도 모르고 있다가 임신 초기에 먹으면 안 되는 것이라던가
하면 안 되는 운동 같은 것들을 피하지 못할까봐 막연히 걱정이 되어서 그렇다

... 정말 날 음식은 먹으면 안 되는 걸까?
스시나 생굴은 그렇다 쳐도 왜 jamón은 안 되는 걸까



나이를 먹고 20대 중반이 넘어가면서부터 주변에 아기 엄마 아빠라는 신 종족이 생겨났다
평생 나이 먹지 않고 철 없이 살 것 같았던 사람들도 역시나 부모가 되었다
(물론 부모가 된다는 것과 철이 든다는 것은 별개의 문제이다)
철 없는 부모라고 하면 생각나는 사람: 모 밴드의 프론트맨이자 디자이너 6씨
6씨는 2006년에 첫번째(로 추정되는) 결혼을 했다
속도위반이었고, 하와이 신행 사진에서 와이프는 이미 배가 불렀었다
그리고 같은 해 태어난 아기는 내 기억에 따르면 분명 딸이었다
그리고 현재 6씨는 2010년에 태어난 두살 짜리 아들이 있다
2006년에 태어났던 딸과 2010년에 태어난 아들은 이름이 같다
현재의 6씨에게는 딸이 없다
페북에서 보니 6씨의 와이프는 2006년 하와이로 신행을 갔던 사람이 아니다
새로운 인물도 아니고 예전부터 6씨와 친구로 알고 지내던 여자사람
말이 안 되지만, 6씨의 와이프와 자녀가 바뀌었다고 생각하면 말이 되겠지
6씨의 안부를 모르고 지낸 3~4년 동안 그는 이혼을 하고 두번째 장가를 간 듯 하다
그리고 새로 낳은 아기에게.. 헤어진 아기와 같은 이름을 붙였다;;
이름을 정말 잘 지었다고 생각했었는데 애아빠도 마찬가지로 생각했나보다
그렇지만 아무리 아까워도 그렇지 그걸 또 쓰다니, 정말 6씨 답다!



'스키니맘'이라는 단어를 배웠다
애기를 낳고 나서도 날씬한 몸매를 유지하는 자기관리가 투철한 초현대의 엄마들을 가리킨단다
직장맘, 전업맘이나 애 이름을 갖다 붙여 OO맘, ∆∆맘이라고 하는 건 딱 질색인데
'스키니맘'은 왠지 마음에 든다
미칠듯이 노력해서 꼭 스키니맘이 되어야겠다



18 October, 2011

diez y ocho de octubre




이웃 언니들 -A여사와 J여사- 을 따라 처음 가보는 마트에 다녀왔다
이름은 mercadona
스페인어로 시장을 mercado라고 한다
그러므로 무의미한 어미 변형을 한 mercadona는 '마트'나 별 반 다를 게 없다
5분에 한 번씩 "mer-ca-do-o-na, merca-dona-a"라는 노래가 나오는데
내 귀에는 "마트으 마아트으~"로 들린다



미국보다 규모도 적고 물품의 가짓수도 적지만
구석 구석에 진동하는 jamón 냄새 때문에 나는 스페인의 마트를 좋아하게 됐다
jamón과 salchichón, chorizo 등을 파는 코너를 지날 때 마다
콤콤하고 짭짜름한 냄새가 두텁게 깔리면서 콧속을 마구 자극하는데
주렁 주렁 줄지어 매달린 수백 마리 돼지 뒷다리들의 시각적 자극까지 더해져
왠지 오늘 하몽을 사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아 라고 세뇌가 된다

물론 마트를 나오는 장바구니에 한 팩 정도 담겨 있게 마련이다




쉬운 내용도 어렵게 쓰기 으뜸인 알랭 드 보통의 책 <여행의 기술> 중에
학회 참석 차 마드리드를 여행 한 이야기가 나온다
(이 책은 번역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몇 장 읽다 말고 묵혀 두었던 것인데
여기 와서 너무 심심한 나머지 이틀 만에 다 읽어 버렸다)

... 호텔로 걸어 돌아오는 길에 주변에 식당들이 있었지만
소심한 나는 나무 널을 댄 어두컴컴한 식당에 혼자 들어갈 용기가 없었다
식당에는 천장에 햄까지 대롱 대롱 매달려 있었다 
그런 식당에 들어가려면 호기심과 연민의 대상이 될 위험을 각오해야 할 것 같았다
그래서 호텔 방 냉장고에 들어 있는 파프리카 맛이 나는 감자 칩 한 봉을 먹고 
위성 방송의 뉴스를 본 뒤에 잠자리에 들었다 ...

이 곳의 마트나 바, 레스토랑에 거대한 돼지 뒷다리들이 삭은 기름을 떨구며
벽이나 나무 서까래에 박쥐 떼 처럼 거꾸로 매달려 있는 풍경은 가히 스페인적이다
거칠고 물론 예쁘지 않고
(jamón 특유의) 칙칙한 색감에
그 앞에는 밍밍한 café con leche를, 또는 작은 mahou 맥주잔을 앞에 둔 노인이
삐걱대는 철제 스툴에 앉아 인상을 찌푸리고 있을 것이다

예민하고 섬세한 보통씨에게는 두려운 자극이겠지



마트에 진열된 jamón의 종류는 수십 가지가 넘는데
처음에는 등급이나 분류법도 잘 모르고 관련 단어의 뜻도 잘 모르다보니
슬라이스 한 팩을 사기 위해 코너를 수십 번 맴돌면서 들었다 놨다 들었다 놨다-

이제는 de bellota(도토리)가 표기되어 있으면 상급이구나 하고
paleta는 정식 jamón이 아닌 앞다리로 만든 생햄
jamón serrano는 이베리코 흑돼지가 아닌 평범한 흰돼지...
더듬 더듬 라벨을 읽으면서 마음에 드는 jamón을 고르는 법을 터득하고 있다

이렇게 사 온 jamón은 그냥 손가락으로 죽죽 찢어 먹어도 맛있지만
지방이 적어 빳빳한 부분은 EEVO를 뿌려주거나
가위로 잘게 썰어 EEVO와 perejil(파슬리)에 살짝 버무려 토스트 위에 얹어도 좋다

참, 염분이니 콜레스테롤이니 하는 건 귀찮으니 따지지 말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