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 December, 2011
treinta y uno de diciembre
2011년의 마지막 밤, 이상한 꿈을 꾸었다
어떤 커플? 부부?가 다가오더니 나를 향해 누렇고 커다란 무언가를 던졌다
덥석 받고 보니 거대하고 구멍이 숭숭 난 벌집이 아닌가
얼른 다른 사람에게 토스-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주위를 둘러봤지만 아무도 없었고
다급한 마음에 바둥 대다가 벌집에서 벌떼가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나는 청자켓을 위로 올려 얼굴을 감싸고 도망을 쳤지만 등짝에 벌침을 실컷 맞고 말았다
소동이 가라앉고 누군가가 이 벌은 "XX X벌 Ⅱ"라는 종이라고 설명해줬다
새까맣고 허리가 잘록한, 땅벌처럼 무섭고 독하게 생긴 놈이었다
온갖 개꿈을 쉬지 않고 꾸는 편이지만 벌꿈은 처음인데
스펙터클한 만큼 2012년에 엄청나게 좋은 일을 가져다 주는 벌떼가 되었으면 좋겠다
23 December, 2011
veinte y tres de diciembre
이웃 하나 없을 각오로 온 마드리드에서, 꽤나 풍성한 크리스마스 ♥
한국에서 크리스마스 카드가 날아오고 초콜렛도 여러 상자 받아서 냉장고에 쟁여두고
며칠 전에는 미국에서부터 서연이가 보내준 yankee candle 디퓨저들이 도착
오늘은 친애하는 A언니에게서 lampe berger의 방향유 램프를 받았다
양쪽 화장실에는 'sun & sand' 디퓨저를 하나씩 놓아두고
작은 wooden tree 앞에 브론즈 컬러 램프를 두고 옆에 초를 켜니 불이 비쳐 반짝 반짝 예쁘다
향덕후(?)라, 온갖 향초에 디퓨저 홈스프레이들을 많이 써봤지만
램프는 비싸기도 하고 사용법이 까다로워서 아직 입문하지 못했었는데
마침 오일이랑 램프를, 그것도 램프계의 샤넬 - 프랑스 브랜드 lampe berger를 받았다
지금 쓰고 있는 디퓨저를 다른 곳으로 옮기고 잔향 빠지고 나면 피워봐야지
낮에는 날이 좋더니 지금은 바람이 무섭게 분다
그래도 따뜻하고 안락한 집안에 있으면 아무렇지도 않아
내일은 christmas eve, 특별한 일정은 없지만 나름 행복하게 보낼 수 있기를
19 December, 2011
diez y nueve de diciembre
우습게 되어 버렸다
반신반의 했던 정도였지만 이렇게 허무하게, 무려 3일이나 빨리 터져버리면 0_0;;
꼭 흑룡띠를 득템해야 하는 것도 아니고 이제 첫 달 째니까 실망이 그리 큰 건 아니지만
절친 J도, 회사 친구 J언니도, dolphin도, SB언니도 마음 먹은 달에 정말 '한방'으로 다 생겼다는데
심지어 A는 계획하지도 않은 혼전임신!!!
근데 왜 나만 '한방'에 안 되냐는 그런 종류의 자괴감이 든다
이젠 신경 쓸 것도 없으니 마음 놓고 진통제를 먹었다
18 December, 2011
diez y ocho de diciembre
정말이지 일반적인 스페인 음식이란,
좋게 말하면 소박하고 그냥 보면 투박하며 데코에 있어서는 심하게 야박하다
물론 미슐랭의 별이 빛나는 곳에 가면 과일 퓨레로 구슬을 만들고 그레이비로 그림을 그리겠지만..
옆집 O 패밀리와 함께 principe pio에 있는 스페인 판 영양센터에 다녀왔다
그야말로 아스뚜리아스식 전기구이 통닭집, casa mingo 라고 한다
투박한 접시에 반 가른 통닭, 양철 도시락에 드레싱도 없는 샐러드, 이 나간 접시에 염소젖 치즈
물론 스페인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존트 못생긴 딱딱한 빵까지
이 집은 통닭과 함께 sidra가 유명한 바, 그것도 한 병 시켰는데 술잔을 주지 않는 거다
주위를 둘러보니 테이블에 놓여 있던 자판기 종이컵 만한 물잔에 따라 마신다;;;
(하지만 콜라에는 커다란 얼음잔이 따라 오더라능)
여튼 생김새는 못나도 초크초크한 닭국물에 queso de cabra를 적셔 먹는 맛은 꽤 괜찮았다
그리고 sidra 하니까 말인데,
영국에서 지낼 때는 정말 cider를 싫어했었는데 여기 와서는 쏠쏠히 마시는 편이다
다만 오빠는 시고 달고 밋밋하다며 정말 싫어함
casa mingo 가는 길에 왠일로!? T군(30개월)이 오빠 손을 잡고 아장아장 걸었다
그 모습이 예뻐 사진으로 담아와 들여다보니 오빠도 꽤나 아빠 태가 난다
평생 자기 자신 밖에 모를 것 같았는데 이젠 아기를 안고 다니는 것도 잘 어울릴 듯 ㅋㅋ
어쩔 수 없이 인간에게는 그 나이에 어울리는 모습이 있나 보다
16 December, 2011
diez y seis de diciembre
드림카에 관한 이야기
주부만화가 마조씨(33세)는 '드림에 그치는 드림카'와 '현실적인 드림카'를 구분했다
나에게는 현실적인 드림카만 있을 뿐이다
사지도 못할 차를 꿈꾸는 건, 가카가 되고픈 초딩의 망상과 별반 다르지 않으니까
그런데 현실적인 드림카 목록만 해도 꽤나 자주 바뀐다;;
초호기로 국산 H사의 국민 세단을 간택하며 열린 대망의 뽕카시대
1호기와 2호기를 한 가문 -VW/audi group- 에서 맞이하는 바람에
자연스레 3호기는 B당이었으면 하고 바라게 되었다
(사실 3호기로 기대했던 최초의 후보는 Q5: 블랑카가 2호기로 내정되면서 자동 탈락)
segment C-D급 세단을 타봤고 핫해치가 있으니 막연히 다음 차는 SUV가 좋겠다고 생각했다
3호기를 탈 때 쯤이면 조금 자란 아이도 있을테니까? ㅋㅋ
VWA의 차들은 사촌지간 답게 구석구석 닮았다
그래서 이젠 대쉬보드만 봐도 너무너무너무 지겹다
이름 한 글자만 틀린 엔진 따위 만이 아니라 새차에서 맡을 수 있는 우레탄 냄새도 닮았다
결국 Q5를 대신해서 좀 더 떡대가 있지만 B당 출신인 X3가 차기 후보로 거론됨
근 10년 동안 B당은 흰색이 진리라고 생각했었는데
스페인의 강렬한 태양 아래선 그 집안 특유의 몬테고 블루가 뿜어내는 간지에 눈이 녹는다
차르륵한 펄이 태양빛에 빛날 때면 눈에서 땀이 흐른다
그리하여 시퍼런 X3가 드림카로 등극했다
무조건 B당을 선호하는 오빠의 지지를 업고 X3이 리스트에 안착한지 얼마 되지 않아
나의 영원한 짝사랑, rangerover의 evoque 모델 런칭
기본 모델보다 좀 더 작아지고 좀 더 싸.. 싸졌어요 (싸다고 해봐야 X3보다 두 장은 비싸지만)
더군다나 2호기 후보 중 하나였던 MINI에 대한 미련이 rover라는 브랜드에 힘을 실어준다
그러나 여전히 비싸긴 비싸다
이거 산다고 했다간 엄마한테 먼지나게 맞을 거야 T^T 엄마차보다 (쪼금) 비싸니깐
뽕카시대는 앞으로 40년 정도 남았고
그 사이에 왕성한 사회 생활을 하는 안정적인 40대 젊은 중년 여사님을 위한 jaguar XF라던가
아이들과 애완동물, 짐가방, 쇼핑백 따위를 가득 싣고 다닐 수 있는 B당의 GT
딸래미의 대학 입학 선물로 이탈리안의 감성을 연료 삼아 달리는 cinquecento(500)C
작은 차를 좋아하는 남편의 출퇴근 머신으로 어울리는 A1
속썩이던 애들은 떠나고 연금 받으며 놀러나 다니는 노년의 좋은 친구 panamera 4S
이런 깜찍한 자동차들이 내 손을 한번씩 거쳐갔으면 하는 바램이다
한 대에 5~6년씩만 할당해도 시간은 충분한데, 돈이 충분할지는 미지수로구나 ㅎㅎ
그리고 내가 꿈꾸지는 않지만 타보고는 싶은 수퍼몹급 초고가 머신들은..
주변의 누군가 대신 사서 나 좀 test-drive 시켜주세요 ㅋ
12 December, 2011
doce de diciembre
바퀴 달린 건 다 좋아하는 나는 당연(?)스럽게 유모차에도 관심이 많다
한국의 디럭스 유모차 시장에 stokke의 철옹성을 위협하는 제품이 나왔단다
왠 듣보잡이 S를 대체할 만큼 인기라는 건지 솔직히 체험단이나 업체의 입소문 전략인 것 같지만
길에 널리고 깔린 S를 피하고픈 한국 엄마들의 마음도 어느 정도 반영되었겠지
그런데 이름이 너무 구리다: mima xari
듣보잡답게 구리구나 하고 보니 스페인 브랜드;;
이미지 검색을 해보니 아 이거 뭔지 알겠다
스페인 처음 와서 보니 뭔지 모르겠는 디럭스 유모차가 좀 돌아다니더라고
오빠가 저게 뭐냐고 묻는데 (비싼) 유모차 브랜드는 꿰고 있는 나도 잘 모르겠어요...
좋게 말하면 미래지향적 디자인, 그냥 보면 우주에서 온 삶은 달걀처럼 생겼다
아날로그 감성이 폭발하지만 초신상인 제품을 지향하는 내 눈에는 그냥 구려보였다
저런 게 인기라니, 한국 유모차 시장이 정말 심심한가보다
100만원 넘는 유모차들은 기능면에서는 다 거기서 거기
안전벨트니 시트 라이닝이니 핸들링이니 미세한 차이일 뿐이고 결국 디자인 전쟁이다
내 취향은 무조건 커서 "다 밀어버리겠어!" 정도의 포쓰를 내는 것
자동차로 치자면 네모네모 열매를 듬뿍 먹은 각진 range rover 정도 랄까
그래서 키도 작고 동글 동글한 silvercross surf는 예선 탈락
하지만 아무리 커도 휠체어를 닮은 orbit처럼 생김새에 신경을 안 써주면 곤란하다
사실 orbit의 컬러 구성은 환상인데, 손잡이라던가 무식한 프레임에서 미쿡 냄새가 너무 난다
미쿡놈들은 색감은 뛰어나지만 세세하고 감성적인 디자인에는 꽝
시트를 굳이 360도 돌리겠다고 프레임을 멧돌 모양으로 뽑으면 어떡하냐
또 오로지 미쿡 사람들만 애용하는 uppa baby는 몰개성이라서 탈락
이런 식으로 쳐내고 나면
S와 bugaboo만 남는다
(B를 늘 /버가부/라고 읽어와서 /부가부/라고 발음 하는 걸 들으면 왠지 좀 웃기다)
나는 내가 살고 있는 동네에서 흔하지 않은 유모차를 사고 싶다고 생각했었다
한국에서는 S가 흔해서, 한국 사람들이 좋아하지 않는 B cameleon을 사고 싶었다
근데 왠걸?
미국에 가보니 S를 쓰는 사람은 한국 사람들 뿐이고 대신 B가 널리고 널렸다 'ㅅ'
미국을 떠나 스페인으로 오니... 여기서 B는 그야말로 '국민 유모차'
강남에서 S를 볼 수 있는 횟수보다 마드리드에서 B를 만나는 횟수가 10배는 더 많을 듯
노천 카페에 앉아 주위를 둘러보면 10대의 유모차 중 B가 8대, 나머지 2대는 chicco
S는 가끔씩 드문 드문 볼 수 있는 편이다
이렇게 되니 나의 쇼핑 뉴런이 더이상 B를 허락하지 않는다
애기도 없는 사람이 왠 유모차 지론까지 펼치냐고 할 지 모르겠지만
이건 마치 뭇 남자사람들이 "이게 내 드림카야~ 저건 내 현실적인 드림카지" 하는 것과 같다
디럭스 유모차는 (기저귀 가방처럼 보이지 않지만 사실) 기저귀 가방과 함께
스키니맘의 패션에 화룡점정을 찍는 MH 아이템이다
그러니 어찌 선택에 신중하고 또 신중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럼 기저귀 가방처럼 보이지 않을 기저귀 가방으로도 찍어놓은 게 있냐고? 당연히 있죠 ㅋㅋ
하지만 S보다 M보다 더 비싼 그 가방은 아직 비밀 ㅋㅋ
11 December, 2011
once de diciembre
요 며칠 간 네이버 카페 <맘XX릭>에서 재미난 글들을 실컷 읽고 있다
재밌다고 읽는 글들이 전부 자극적이다
십대에 사고치고 아이 낳은 리틀맘 이야기라던가 부모에게 혼전임신을 이실직고하는 이야기
인터넷 커뮤니티의 특성상 극단적인 상황이 많아서 매번 우와- 하며 놀라곤 하지만
곰곰히 생각해보니 리틀맘이나 혼전임신이나 내 주변에 없는 이야기도 아니지 않은가
직접적으로 아는 사람은 아니지만 -아는 남자사람친구의 도망간 여친- 바람나서 만난 남친과
고 3때 첫째 아기 출산, 연년생으로 둘째도 출산했던 #양
대학교 3학년 때였나 길에서 우연히 보니 아이들을 어린이집에 데려다 주고 있었다
회사 다닐 적에는 같은 팀 대리들이 줄줄이 혼전임신을 한 채 결혼을 했고
특히 Y대리(남자, 당시 32세)는 사내커플이었기 때문에 와이프 되는 분과 마주칠 때 마다
나의 요상한 기분을 들킬까봐 눈을 피하곤 했었다 ㅋㅋ
친한 친구인 A양 역시 사고를 치고 무려 아이를 낳은 다음에야 결혼식을 올렸다
남편이고 A양이고 주변 사람들에게는 출산 사실을 전부 숨기고
나는 어쩌다보니 일찍부터 알고 있었지만 아직도 아이의 존재를 모르는 사람이 꽤 될 듯
10년 전 삼성동 모 닭집에서 #양이 이미 애기 엄마라는 사실을 알고 뜨악 -_-
애 낳느라 수능을 못 봤고 졸업하자마자 혼인신고를 했는데 둘째까지 생기는 바람에
남편 @군은 상근 근무를 하고 있다는 먼나라 이야기를 들었던 기억이 난다
정말 안드로메다에서 온 ET들이나 그런 삶을 살 것만 같았다
지금보다 훨씬 괄괄하고 독설을 일삼던 어린 시절의 나는,
자신의 찬란한 시절을 다 버리고 책임도 못 질 아기를 줄줄이 낳는 그들의 행동양식이
일반 포유류와 뭐가 다르냐고 어이없다 했었지
이제 @군과 #양은 결혼 10년차 부부에 초딩 학부모가 되었으려나
나이가 들고 보니 '뭐 사람이 살다보면 그럴 수도 있지' 정도로 생각이 정리가 된다
트라우마가 없지 않겠지만 부디 행복하게 잘 살고 있기를
10 December, 2011
diez de diciembre
새벽에 비가 오더니 하루 종일 안개가 짙었다
부슬부슬 뿌연 창밖 풍경이 마치 powder snow가 내리는 것 같이 보이지만
한밤중에도 기온이 영하로 내려가지 않으니 눈은 커녕 서리조차 내리지 않는다
눈이 오면 좋을텐데.. 라고 생각했는데
해질녘부터 보기만 해도 차가운 비가 주룩 주룩 내리고 있다
기분 나쁜 이야기가 두 가지
i 12월 5일에 주문했던 iPhone 4S에 대해서 8일이 되어서야 연락이 왔다
orange españa에서 보낸 문자 : 주문이 접수되었으며 승인이 나려면 48시간이 걸린다
결국 아직도 승인이 나지 않았었다는 얘기
그리고 어제(9일), 뜬금없이 paypal로부터 환불이 되었다는 메일이 왔다
'reembolso'라는 표현을 썼는데 이 단어는 refund나 rebate를 의미하는 동시에
'지불'이라는 표현에도 쓰기 때문에 해석하기가 무척 애매했다
orange로부터는 아무런 소식도 없이 무작정 돈이 환불되었다고 하더니
막상 카드 잔고를 확인해보니 이미 나갔던 489유로는 아직 돌아오지도 않았다
화가 치밀어 올랐다
승인이 나지 않을 수도 있다고는 예상했지만 주문 내역을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없고
돈은 미리 빼갔다가 환불이 되는 건지 아닌 건지도 알 수가 없고
스페인어를 못하니 문의 전화를 해볼 수도 없어서 그저 답답 할 노릇
주말이 지나고도 돈이 들어오지 않으면 은행에 가서 dispute 신청을 해야 할 것 같다
susana -은행 매니저- 가 나 대신 orange에 전화를 해줘도 좋을텐데
ii 요즘 유난히 몸이 피곤하고 몸살 기운이 떨어지지 않는 것 같아서
carrefour에 장 보러 간 길에 안심 스테이크를 사왔다
staub 그릴팬을 천천히 달구면서 저녁 준비를 하고 있는데 뜬금없이 A씨가 찾아왔다
간식거리를 나눠먹으러 가지고 온 그녀는 감기는 좀 어떻냐고 묻더라
"에이 하루 이틀 만에 떨어졌죠 이젠 괜찮아요~"
라고 했더니 매우 실망(?)한 표정을 지으면서 왠 비닐봉지를 내밀었다
"몸살이라길래 혹시나 해서 이거 사왔는데..."
이게 뭐에요?
이게 뭐죠?
clear blue?
이건 혹시?!
내가 아는 그, 임테기의 대명사 clear blue는 아니겠죠?
아니긴 뭐가 아냐
A씨는 정말로 임테기를 사왔다
임테기를 선물로 받게 될 줄이야
살다보니 별 일이 다 있다
당시엔 그냥 웃긴다고 생각하고 말았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기분이 나쁘다
굉장히 사적인 영역을 침범 당한 기분이랄까
07 December, 2011
siete de diciembre
1차 크리스마스 쇼핑
우선 isolée에 가서 나를 위한 선물 -aēsop의 mandarin cream- 을 샀다
매장녀는 영어를 전혀 못하는 듯 했지만 뷰티 용어가 거기서 거기인지라 별로 어렵진 않았다
중성+복합성 피부(piel normal y mixta)라고 하니 만다린을 추천해줬다
앞으로 사볼까 하는 다른 제품들 샘플도 얻어오고
스페인의 화장품 매장들은 백화점이나 로드샵이나 샘플 인심이 후한 것 같다
고메 섹션에서 6인 모임 멤버들에게 선물 할 미니사이즈 kusmi tea도 다섯개 구입
아마 마드리드에서 가장 희귀한 브랜드를 모아놓은 곳이 이 isolée가 아닐까 싶다
앞으로도 꾸준히 애용 할 테니까 절대 없어지면 안돼
zara home을 둘러보니 크리스마스 용품이 시원찮다
butlers는 역시나 평소처럼 싼티가...;; 심지어 이미 물건이 많이 나가 텅텅 비어 있었다
큰 기대를 안 하고 들른 habitat이 의외로 대박
줄줄이 전구들이 너무 너무 예뻤는데 누진세가 적용되는 전기 요금이 무서워 패스
서랍장 위에 올려둘 자그맣고 심플한 (판자로 만든) 트리와 장식을 샀다
kusmi tea와 함께 줄 크리스마스 카드 세트도 사고
이번 겨울 내내 줄기차게 켜놓으려고 무향 tea light candle도 50개나 샀다 - 겨우 4.50유로!
같이 나간 A언니는 줄줄이 전구에 커다란 사슴 오브제까지, 150유로 넘게 지른 듯
둘 다 짐이 너무 버거워서 옷가게들은 둘러보지도 못했다
그래서 2차 쇼핑을 나갈 핑계가 생겼다고나 할까 ㅎㅎ
06 December, 2011
seis de diciembre
임신과 출산 등에 관련된 어플들을 다운 받았다
주로 한국어 어플을 쓰겠지만, 병원에서는 영어로 -또는 스페인어로?!?- 의사와 상담을 해야 하니
영어 표현을 알아두는 편이 나을 것 같아 영어 어플도 하나 추가
얼마 전에 친구 S양에게 임신을 준비하기 위해서 어떤 책을 보는 게 좋겠냐고 물었는데
앗차! S에게 물은 건 엄청난 실수였다
'속도위반'으로 결혼 전에 아들을 낳은 S가 미리 책을 읽었을 리 만무하잖아
그녀는 그저 땅콩은 '앨러지를 유발'하니 피하고 호두는 '뇌발달'에 좋다고 많이 먹으랬다
(있지도 않은 애기에게 뇌가 어딨어 0_0)
이제 배가 나오기 시작했을 J에게도 물어봤지만 그 역시 좋은 선택은 아니었다
J는 어떠한 일에도 스스로 + 열심히 준비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슬슬 교보문고 해외배송을 통해서 관련 서적들을 구입 할 생각이지만
당장은 이런 어플들만 훑어봐도 충분 할 듯 ㅎㅎ
괜히 아무것도 모르고 있다가 임신 초기에 먹으면 안 되는 것이라던가
하면 안 되는 운동 같은 것들을 피하지 못할까봐 막연히 걱정이 되어서 그렇다
... 정말 날 음식은 먹으면 안 되는 걸까?
스시나 생굴은 그렇다 쳐도 왜 jamón은 안 되는 걸까
나이를 먹고 20대 중반이 넘어가면서부터 주변에 아기 엄마 아빠라는 신 종족이 생겨났다
평생 나이 먹지 않고 철 없이 살 것 같았던 사람들도 역시나 부모가 되었다
(물론 부모가 된다는 것과 철이 든다는 것은 별개의 문제이다)
철 없는 부모라고 하면 생각나는 사람: 모 밴드의 프론트맨이자 디자이너 6씨
6씨는 2006년에 첫번째(로 추정되는) 결혼을 했다
속도위반이었고, 하와이 신행 사진에서 와이프는 이미 배가 불렀었다
그리고 같은 해 태어난 아기는 내 기억에 따르면 분명 딸이었다
그리고 현재 6씨는 2010년에 태어난 두살 짜리 아들이 있다
2006년에 태어났던 딸과 2010년에 태어난 아들은 이름이 같다
현재의 6씨에게는 딸이 없다
페북에서 보니 6씨의 와이프는 2006년 하와이로 신행을 갔던 사람이 아니다
새로운 인물도 아니고 예전부터 6씨와 친구로 알고 지내던 여자사람
말이 안 되지만, 6씨의 와이프와 자녀가 바뀌었다고 생각하면 말이 되겠지
6씨의 안부를 모르고 지낸 3~4년 동안 그는 이혼을 하고 두번째 장가를 간 듯 하다
그리고 새로 낳은 아기에게.. 헤어진 아기와 같은 이름을 붙였다;;
이름을 정말 잘 지었다고 생각했었는데 애아빠도 마찬가지로 생각했나보다
그렇지만 아무리 아까워도 그렇지 그걸 또 쓰다니, 정말 6씨 답다!
'스키니맘'이라는 단어를 배웠다
애기를 낳고 나서도 날씬한 몸매를 유지하는 자기관리가 투철한 초현대의 엄마들을 가리킨단다
직장맘, 전업맘이나 애 이름을 갖다 붙여 OO맘, ∆∆맘이라고 하는 건 딱 질색인데
'스키니맘'은 왠지 마음에 든다
미칠듯이 노력해서 꼭 스키니맘이 되어야겠다
05 December, 2011
cinco de diciembre
i 며칠 연달아서 바쁘게 돌아다녔더니 몸살이 나다니
운동량이 부족했던 건지, 느긋한 생활에 너무 깊게 젖어있었는지, 그냥 기후가 맞지 않는지
덕분에 주말을 끼고 몸을 눕히고 <뿌나>를 몰아보며 지내고 있다
등장인물이 너무 많아서 '안면인식장애'가 있는 나에게는 버거운 드라마이다
꺽쇠라고 믿고 4화를 연달아 봤는데 그 인물이 꺽쇠가 아니었다던가;
ii 고민하고 또 고민하고 망설이던 iphone 4s 주문을 했다
orange online shop에 오더를 넣었는데.. 가입이 되는 건지 안 되는 건지는 알 수가 없다
외국인이 가입을 하려면 3개월치 계좌내역서 따위가 필요하다는 말을 들었었는데
막상 온라인 오더에서는 그런 서류를 제출하는 절차가 없었다
영 마음에 걸려 다시 웹사이트에 들어가 주문 내역을 보려고 하니 그런 메뉴가 없다 -_-
하아.. 정말 스페인 애들 답다
500유로에 가까운 비싼 물건을 이 따위로 팔다니
iii 폭풍같던 학기가 막바지로 접어들고 드디어 오빠가 한가한 시간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소파에 늘어져서 하루종일 뿌쟁이가 되어 있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놓인다
적어도, 연초까지 만이라도 이렇게 한가하고 평화로운 시간이 이어질 수 있다면
iv 커다란 니트에 꽂혔다
엉덩이를 살짝 덮는 길이로 가오리 소매도 좋고 판초도 좋고
너무 두꺼운 털실로 짜인 건 싫고, 하늘하늘하게 살짝 늘어지는 정도의 톡톡한 니트웨어
물론 '커다랗다'고 했지 - 몸에 붙는 게 아니라 펑퍼짐 해야 한다
여긴 다행히 추위가 혹독하지 않아서 이너만 든든하게 입으면 초겨울까지도 괜찮다
플랫 라이딩 부츠에 스키니진이나 제깅스, 펑퍼짐한 니트에 머플러의 조합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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