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 August, 2012

veinte y nueve de agosto




36W3D check-up

그동안 나를 봐주던 dra. laura blasco 님하는 장장 2개월에 걸친 휴가를 떠나고
오늘은 dra. blanca paredes ros 라는 새로운 의사를 만나게 되었다
와우 이 언니.. 외모는 마리옹 꼬띠아르, 영어는 laura보다 잘 한다
우리 얼굴을 보자마자 대뜸 "hablan inglés?" 라고 물어줘서 너무나도 고마웠다



오늘은 'cultivo vagino / rectal'이라고...
질과 직장 내의 바이러스 감염 여부를 검사하기 위한 샘플을 채취했다
말 그대로 질과 항문에 긴 면봉을 넣어서... ㅠ_ㅠ
양수가 미리 터지거나 아기가 산도를 통과 할 때 바이러스에 감염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
여기서는 필수로 하는 검사라고 하는데, 한국에서는 들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그 다음에는 질초음파를 사용해 자궁경부의 길이를 쟀다
임신 중기부터 배뭉침이 워낙 심하고 요즘은 가진통까지 와서 내심 걱정했는데
... 역시 무척이나 정상 ㅋㅋㅋ
아무래도 full term을 채울 것 같단다 ㅋㅋ (1주 정도는 빨리 나왔음 좋겠는데!)

배초음파로 달곰이의 신체 측정
BPD   84.9mm (34W2D)
AC    283.4mm (32W2D)
FL    68.8mm (35W2D)
EFW   2251g
2주 전에 비해서 애 몸무게가 별로 늘지 않았다...
머리 둘레는 작고 다리는 정상인 건 매우 바람직하지만.. 애가 너무 날씬하네;
심박 정상이고 태반의 위치도 좋고 태동도 좋긴 하지만,
아기의 몸무게가 늘지 않는 원인이 태반과 탯줄에 있을 수 있으니
당장 내일 정밀초음파로 확인을 해보자고 한다
그래서 내일 아침 8시 반 까지 또 병원에 가야 함 ㅠ.ㅠ 귀찮아라
달곰이 이 녀석 태동이 유난스럽긴 한데, 너무 움직여서 살이 안 찌는 걸까
내 체중관리는 잠시 접고, 우선 좀 잘 먹어야겠다

지난 주에 실시한 3rd trimester blood/urine test 결과지를 보니
토탈 콜레스테롤이 조금 높고(읭?), 헤모글로빈 수치가 낮다
한국에서는 빈혈이라고 철분제를 처방하고 철분주사를 놔주고 난리를 칠텐데
여기 의사들은 역시 쿨해 -_- 언급도 안 하더라능
한국에서 사온 볼그레를 매일매일 열심히 먹어야겠다



출산을 앞두고 궁금했던 것들을 영어와 스페인어로 장황하게 적어갔더니
친절하고 아름다운 선생님이 직접 읽어보며 답변을 해줬다
(말 안 통한다고 꾹 참는 것 보다는 이렇게 원시적으로나마 적극적으로 물어봐야 함)

•내진이나 태동검사는 언제? 38W
입원실은 모두 1인실이며, 자연분만은 분만 후 48시간 / 제왕절개는 4~5일 입원
•입원실에서 면회가 가능한가? 24시간 보호자가 상주할 수 있음
개인 음식물 반입 가능
•아기는 어디에? 기본적으로 모자동실, 처치가 필요할 때는 new born unit으로 옮김
출산 후 곧장 모유수유를 시도하도록 권장
•회음부 절개 여부? 필요한 경우에 시행
•무통분만? 진통 단계와 상관 없이 원하는 대로 시술해줌
•제왕절개 시? 하반신마취를 원칙으로 함
조기파수의 경우에는 곧장 ER로 가서 입원 수속
•진통 간격이 얼마나 되어야 병원으로 가나? 4~5 min
분만실에는 배우자만 출입 가능
•입원 시 필요한 서류? sanitas 보험카드와 여권 및 NIE
아기의 출생증명서를 발급하기는 하지만 이름이 필요하지 않음
•입원 준비물?
   산모 : 갈아입을 속옷, 보온을 위한 가디건이나 가운, 슬리퍼
   아기 : 신생아 바디수트, 파자마, 거즈수건, 손싸개, 머리빗, 물티슈 등
   퇴원 : 카시트, 아기띠, 겉싸개, 신생아 모자 등



검진을 모두 마치고 오빠랑 입원병동을 살짝 둘러봤는데,
호텔처럼 긴 복도에 문이 좌르륵 - 매우 깨끗하고 조용하고 한가로웠다
자기 입원실에서 자유롭게(?) 진통에 맞서다 출산이 임박하면 분만실로 옮기는데,
내가 분만실에 가 있는 동안 엄마는 내 입원실에서 쉴 수 있다고 하니
이런 시스템은 한국보다 훨씬 나은 것 같다
병원 시설을 둘러보고 그 동안 궁금했던 것도 해소하고 나니 마음이 한결 편하네 :)



27 August, 2012

veinte y siete de agosto




오빠와 나의 NIE가 9월 5일이면 만료가 되기 때문에
요즘 틈 나는 대로 거주증 갱신을 위한 서류 준비에 발품을 팔고 있다
스페인 입국을 위한 비자 발급과 NIE 최초 발급 때와 마찬가지로,
거주증 갱신에도 repatriación 항목을 포함하는 건강보험이 무조건 필요하다

이번에 오빠는 assist-card를 버리고 sanitas에 가입했고,
나는 기존에 사용하던 sanitas를 유지한 채 assist-card 보험을 1년 연장했다
오빠가 가입한 상품은 IE international students를 위한 폴리시이기 때문에
repatriación -스페인 to 한국 송환- 항목을 추가 할 수 있다
이 기분 나쁜 항목을 포함시키지 않으면 월 49유로+택스, 포함하면 61유로+택스
반면에 내가 가지고 있는 'mas 90'이라는 폴리시는
스페인 국내 체류자를 위한 것이라 repatriación을 추가 할 수 없고,
그래서 나는 울며 겨자먹기로 assist-card를 연장해야 했다

곧 태어나는 달곰이의 보험 가입까지 고려해야 했기 때문에
알아보아야 할 게 무척 많았고 그 중에 중요한 건 까먹지 않도록 정리해두어야겠다



a.
내가 가지고 있는 sanitas의 'mas 90'은 기본적인 신생아 케어와 함께
태어나는 순간 발견되는 선천적 질병의 응급 치료를 커버한다
하지만 생후 15일 이내로 아기 명의의 sanitas를 가입하지 않으면,
그 이후에는 더 이상 sanitas medical network를 사용 할 수 없다
즉, 내가 쭉 la moraleja hospital에 달곰이의 예방접종과 진료를 맡기고 싶다면
생후 15일 이내에 달곰이 앞으로 sanitas 보험을 들어줘야 하는 것

b.
아이는 -몇 살 까지인지는 모르겠지만- 혼자서 사보험에 가입 할 수 없다
반드시 부모 중 1명이 해당 보험사에 가입이 되어 있어야지만,
그 dependant로서 가입이 가능하다
나는 올 12월이 지나면 내 sanitas를 해지할 예정이기 때문에
달곰이를 커버하기 위해서 오빠라도 sanitas 보험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이는 공보험도 마찬가지
우리 부부가 공보험 신청을 하지 않는 이상, 달곰이는 공보험 혜택을 받을 수 없다)

c.
달곰이는 스페인 내에서 태어나긴 하지만 엄연히 대한민국 국적자라,
한국 출생신고를 마치는 대로 외국인 학생(과 그 가족)을 위한 거주증을 신청해야 한다
달곰이의 NIE 발급을 위해 필요한 서류 항목에도
역시나! repatriación을 포함하는 건강보험이 필수적이기 때문에
달곰이 역시 오빠를 따라 IE 학생 프로그램에 가입을 시킬 예정이다
아기라고 하더라도 금액은 동일 ㅠ_ㅠ

d.
작년에 내가 sanitas에 가입을 할 때도, 이번에 오빠 건을 처리 할 때도
c/ velazquez 95에 있는 오피스를 방문했는데
현재 여기엔 영어를 할 줄 아는 직원이 딱 한 명 있다;;;
그나마 그 여직원이 휴가를 가버려서 ㅠ.ㅠ 이번에는 구글번역기의 도움을 받았네
일반적인 문의사항은 902 400 232 로 전화를 거는 게 낫다
영어로 상담을 받아주는 커스터머서비스 라인임



26 August, 2012

veinte y seis de agosto





오늘은 el corte inglés goya 지점에 가서 유축기를 사왔다
드디어 "젖 짜는 여자에의 길"로 들어서는구나 ㅎㅎㅎ
내가 구입한 것은 phillips avent의 전동/수동 유축기와 via(240ml) 용기 10개 세트
모두 10%씩 할인을 받아 총 125유로에 구입했다



애초에 주변의 추천을 받았던 제품은 medela swing 이었다
그런데 백화점에 가보니 아벤트 제품들은 10% 세일을 하는 반면에
메델라는 세일도 없고 정가 175유로로 아벤트(120유로)보다 훨씬 비쌌다
당시에는 아벤트에 대해 아는 게 없어 우선 후퇴
집에 와서 검색해보니 메델라에 비해 특별히 나쁠 게 없어 보였다
아벤트에서 나온 보틀워머를 중고로 - 무려 5유로에 - 득템해놓아서,
같은 회사 유축기와 via라는 다목적 용기를 구입하면 전부 호환이 되겠더라
(귀여운 디자인의 suavinex 젖병에 끼워 쓸 셈으로 더블하트 신모유실감 젖꼭지를
몇 개 사왔는데, 아벤트 젖병에도 맞는다고 하니 일석이조!!!)

그래서 며칠 후 다시 백화점을 찾았더니, 전동 유축기가 품절이라는 거다 ㅠ_ㅠ
언제 다시 들어오냐고 물어도 "잘 모르겠다" 는 대답 뿐...
(이 나라 점원들은 참 모르는 게 많다)
재고가 있는지 찾아 줄 생각은 없고 뜬금없는 chicco 따위를 추천하질 않나
아기용품 코너의 세일은 8월 31일까지니까
그 전에 다른 지점에 들릴 일이 있겠지 싶어서 다시 후퇴
그리고 오늘에서야 시내 나간 김에 goya에 들러 구입하는데 성공했다



via 는 180ml(6oz)와 240ml(8oz) 두 가지 사이즈가 나오는데
180ml 짜리는 용기와 뚜껑이 한 박스 안에 10개 씩 들어있고,
240ml 짜리는 용기와 뚜껑을 10개 씩 따로 팔고 있었다
자질구레하게 나눠진 걸 귀찮아하는 나는 아무 생각 없이 180ml 세트를 집었는데
오빠가 이왕에 사는 거 조금 큰 게 활용도가 낫지 않겠냐고 하더라
그래서 또 깊이 생각하지 않고 240ml 용기 10개와 뚜껑 10개를 구입했다
그런데 왠걸!
집에 와서 뜯어보니 유축기에 연결하는 어댑터가 안 보이는 거다
어댑터는 180ml 짜리 세트 박스에만 2개 씩 포함되어 있다고 한다
그리고.. 어댑터만 따로 팔지 않고 ㅡ_ㅡ
유축기에 연결해서 사용하려고 구입한 건데 이런 낭패가 있나
교환하러 나가는 것도 일이지만, 180ml는 좀 작아서 그냥 240ml로 쓰고 싶은데...
라며 또 폭풍 검색!!!
우리나라 인터넷에는 없는 게 없을테니까!!!

그럼 그렇지, 우리나라에는 없는 게 없다
국산브랜드인 베베락의 이유식 용기가 via와 사이즈가 동일해서
베베락에서 파는 어댑터를 구입해서 사용하면 된다는 반가운 후기를 발견한 것이다
그 길로 베베락 쇼핑몰에 접속해서 어댑터 두 개를 친정으로 배송시켰다
가격도 착하지, 하나에 2000원 꼴
(엄마는 영문도 모르고 계속 내 이름으로 된 택배를 받고 있겠지 ㅋ)



이제 한국어로 된 유축기 사용설명서를 구하면 된다
아벤트가 영국 회사라 영문 설명서가 들어있긴 한데,
영 읽기가 귀찮아서 말이지 =_=



24 August, 2012

veinte y cuatro de agosto




스페인에 돌아오자마자 (지난 6월에 계약해뒀던) stokke 크립을 배송 받았다
백화점에 문의하니 주문해서 받기까지 기본 1달 이상 걸린다고 하길래,
한국에 들어가기 직전에 미리 구입을 하고 백화점에서 보관을 하고 있다가
내가 원하는 날짜에 배달 받는 걸로 계약을 했었지롱 ㅎㅎ
덕분에 제품은 일찍 받을 수 있었지만,
막상 받고보니 박스가 너무 커서 집 안에 두기가 곤란한거다 ㅠ
더군다나 박스는 왜 이렇게 더러운지.. 노르웨이에서부터 제 발로 걸어 온 것 같은!!!

부품 확인만 대충 마치고 박스 째 현관에 내버려 둔 지 2주 만에
오빠가 두 팔 걷어붙이고 -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 조립에 나섰다
(*여기나 바람의 근원은 오늘 장만한 버버리 프로섬 트렌치코트 인 듯 싶다)
한국에서 스토케 크립을 사면 기사가 와서 조립까지 해준다던데..
그런 럭셔리한 서비스 따위는 잊고 지낸지 오래 됐다
결국 10만원 짜리 ikea 가구를 사나, 100만원 짜리 고급 가구를 사나
직접 한 손에는 설명서 한 손에는 연장을 들고 조립해야 하는 건 마찬가지라니
오빠는 비싼 거 사고 이게 왠 고생이냐며 투덜투덜-
(참고로 스페인에서 stokke sleepi basic 가격은 640유로)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부품끼리 유격이 잘 맞지 않았다
스크류가 들어가는 구멍들의 위치가 조금씩 어긋난다
이건 분명 제품의 문제이지, 우리 부부의 조립 실력이 거지같은 게 아니다
우리가 그 동안 조립하고 뜯어낸 ikea 가구가 몇 십개인데..
급히 네이년 검색을 해보니 "조립이 엄청 간단하고" "무척 쉬워요" "빠른 조립"
이런 초 긍정적인 홍보성 후기 밖에 없더라
생각해보니 그 사람들은 직접 조립했던 게 아니잖아!! 기사 찬스가 있었잖아!!
스토케 크립을 사서 사용 중인 S언니(미국 거주)에게 급히 카톡을 보냈다
"이거 왤케 짝이 안 맞아요? 심지어 브레이크도 안 걸려"
"완전 안 맞지? ㅋㅋㅋ 우리 남편도 입에 욕을 달고 조립했어"
휴- 우리 것만 불량이었던 건 아니구나

비틀고 당겨서 겨우 조립을 마쳤다
백화점 매장에서 봤을 때 보다 훨씬 크게 느껴진다
하긴 아무리 아기 것이라고 해도, 아기 침대도 침대니까 클 수 밖에
그러나 좁은 우리집 베드룸은 사람 하나 지나다닐 틈도 없이 꽉 차버렸다
밤중 수유를 편하게 하고 아기 옆에 누워 자는 효과를 내기 위해서
사이드 펜스 하나를 열어 내 침대에 붙여놓았는데,
내가 침대에서 오르내리는 공간 따위는 없는 거다 ㅠ.ㅠ
정말 작은 사람 달곰이 하나를 위해서 우리가 포기해야 하는 것들이 어마어마하구나



S언니는 크립 정말 안 쓰게 된다며 돈값 못 한다고 했지만,
크립 외에 다른 대안이 없는 우리는 달곰이가 잘 적응하기만을 바랄 뿐이다
싫어한다면.. 어쩌면 엉덩이 한 대 때릴지도 몰라!



19 August, 2012

diez y nueve de agosto




오빠네 학교 앞 스타벅스에 나와있다
이번 주말 내내 덥다고 하더니, 오늘은 구름이 잔뜩 끼고 시원한 바람이 분다
그런데도 별다방 안에는 추울 정도로 에어컨을 틀어놨다
따뜻한 카라멜마키아또에 딸기 머핀을 시켜놓고 그저 느긋하다
여기서 일하는 애들은 영어를 곧잘 하는 편인데도,
주문 할 때 왠지 스페인어로 해야만 할 것 같은.. 영어로 해도 충분히 친절한데



한국에 가 있는 동안 "스페인 완전 구려" 라는 말을 참 많이 했던 것 같다
사는 게 어떠냐는 질문을 받거나, 맛있는 걸 먹으러 갈 때 마다..
그런데 오히려 다시 돌아와서야 스페인을 보다 객관적으로 볼 수 있게 되었다
한국이 엄청 그리울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다 ㅋㅋㅋ
(굳이 그리운 게 있다면.. 역시나 온갖 빵집과 짜장면 정도? ㅋㅋㅋ)
마드리드에 대한 나의 편견이 얼마나 심했던지,
이 사람 저 사람 붙들고 스페인 욕을 했던 게 좀 무안해진다
그래도 내가 선택해서 사는 곳인데 부정적인 이야기만 잔뜩 날리고 왔으니..
비록 우리나라는 아니지만, 내 얼굴에 침 뱉은 기분
막상 와보니 날씨도 좋고 한국에 비해 특별히 불편한 걸 모르겠다
부모님과 지내는 건 좋은 점도 있지만 아무래도 마음에 걸리는 게 많은데,
온전한 자유와 독립을 되찾으니 이렇게 홀가분 할 줄이야 ㅋㅋ

날씨가 이렇게 좋은 줄은 몰랐다
매일같이 화창하지만 습하지 않다는 건 날씨가 가진 최고의 축복이다
햇빛은 강렬하지만 그늘에 서면 선선하고, 밤바람은 에어컨보다도 낫다
안방 창문을 조금 열어두고 자면 절로 쾌면이 몰려온다
여전히 시켜먹을 곳 없고, 간단한 외식거리 없고, 커피숍도 스타벅스 뿐이지만
날씨 하나 때문에라도 '여름의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는다
더군다나 이번 여름엔 너무 고생했다고...
막달을 스페인에서 지내게 된 건 천만다행인 듯 싶다
(대신 너무 건조해서 배가 쉽게 틀까.. 그게 좀 걱정이랄까)

우리집 역시 너무 마음에 든다
역시 좁긴 - 하긴 뭐 그 사이에 갑자기 면적이 늘어날 리가; - 엄청나게 좁지만,
높은 천장과 두꺼운 벽 덕분에 하루종일 서늘하다
온도만 맞춰놓으면 자동으로 on/off를 반복하는 에어컨 역시 잘 돌아간다
비록 너무 좁아서(ㅠㅠ) 달곰이 물건이 여전히 산처럼 쌓여있지만..
우리에겐 ikea가 있으니까.. 수납공간은 천천히 고민해봐야지

작년에는 여름이 막 지나갈 무렵에 들어와서 여름 과일 구경을 못 했는데,
스페인 수박이 이렇게 맛있는 줄 미처 몰랐다
sandia negra 라는 흑피 수박을 샀는데 껍질이 얇고 씨가 없다
속살은 새빨갛다 못해 체리빛 +_+ 정말 달고 시원하다
요즘은 수박과 함께 paraguayo 라고 부르는 '납작 복숭아'에 올인하고 있다
이름만 들어선 당연히 남미 출신 쯤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어이없게도 중국 품종이란다.. 한국에선 본 적도 없는데?!?
황도와 백도 사이, 분명 털복숭아 종족이긴 한데 과육이 흐물거리지 않고 쫀쫀하다
신맛이나 물맛이 전혀 없이 복숭아맛 주스를 굳혀놓은 것만 같아서
물컹거리는 백도를 좋아하지 않는 오빠도 잘 먹는다



참,
lubina라고 부르는 작은 농어(?)를 para fillete로 손질해서 팔길래
밑져야 본전으로 사다가 오븐에 소금구이를 해봤는데 놀랍게 맛있었다
고등어 철이 끝나서 구워먹을 생선이 마땅치 않았는데
이런 촉촉한 흰살 생선이 있을 줄이야 - 농어 철 끝나기 전에 더 사다 먹어야지



18 August, 2012

diez y ocho de agosto




도착 5일 째, 주말이 되어서야 랩탑 만질 시간이 난다
여전히 집 안 곳곳에 갓 이사 온 집 마냥 박스와 쇼핑백, 포장재가 굴러다니고
5일 동안 바닥 청소는 겨우겨우 3번, 화장실 청소는 0번;;;



a.
새벽 7시 되어 집에 도착해서 오전 내내 쉬고 짐을 풀었다
해외 생활 하면서 처음으로 액젓, 매실원액, 간장 따위를 공수해왔는데
다행히 (유자차가 조금 샌 것 만 빼면) 터진 것 없이 무사하다
32kg 가방을 두 개나 실을 수 있었는데 막상 모든 가방이 23kg를 넘지 않았다
이럴 줄 알았으면 생생야끼우동이라던가, 빵 같은 걸 실컷 넣어 올 것을..
달곰이 물건 챙기는데 정신없어 우리 먹을 게 너무 없는 게 아쉬워 죽겠다

b.
el corte inglés sanchinarro에 들러 달곰이 침대 배달 예약을 하고
내친 김에 유모차와 카시트까지 구입을 했다
9월 1일부터 스페인 국내 소비세가 확 오르기 때문에 미리 사는 게 이득
유모차가 929유로, 카시트가 299유로
물론 특별히 할인이나 사은품 따위는 없다
20유로 짜리 장난감을 사나, 1000유로 넘는 비싼 걸 사나 푸대접은 마찬가지
이럴 때는 '고객이 왕'인 것만 같은 한국 백화점이 무척 아쉽다
유모차와 카시트는 3주 뒤에 배달 올 예정

c.
34W 체크업을 하러 가보니 일주일 만에 달곰이는 다시 정상위가 되어있었다
앞으로도 몇 번을 더 뱅뱅 돌지 모르는 일이다
어이없게도 주치의 dra. blasco는 8월 말 부터 10월 말 까지
무려 두 달!!! 동안 휴가를 가기 때문에 출산까지 나를 봐줄 수 없단다
그래서 난... 누군지도 모르는 왠 남자 의사에게 인계가 되어버렸다 ㅠ
이왕에 바뀐 거, 영어 잘 하고 경험이 풍부한 의사라면 좋겠는데
막달 다 되어 일이 좀 복잡해졌는데
제발 달곰이가 변덕을 부려 돌발상황(e.g. 수술)이 일어나지 않기를...

d.
stokke sleepi가 도착했다
하얗고 예쁜 침대..는 커녕 본품 상자가 어찌나 더러운지
배달 받자마자 현관에 두고나선 손을 대거나 옮길 엄두가 나질 않는다
하지만 방문이 좁아 거실에서 조립을 하면 방으로 옮길 수가 없고 (바퀴도 있는데!)
안방에는 조립 할 공간이 남질 않고 0_0
아무래도 더러운 상자에 넣어 둔 채 2~3주는 더 버텨야지 싶다
매트리스만 꺼내서 햇볕에 널어두고 커버 세탁 중

e.
las rozas village outlet의 bonpoint 매장에서 달곰이 옷을 몇 벌 질렀다
당초 계획은 petit bateau에서 당장 입힐 바디수트와 우주복을 사는 것이었는데
라인 별로 사이즈가 제각각이라 미리 사는 건 포기
달곰이 나오면 함께 외출해서 직접 맞춰보고 사야할 듯 싶다
(갓난쟁이도.. 쇼핑 외출 할 수 있겠지?)
그래놓고 bonpoint에서는 6개월 이후에나 입을 수 있는 옷들을 사버렸다
"가격이 너~무 착해서 지르지 않을 수 없었다" 라고 변명해야지

f.
스페인의 여름 세일 기간은 이미 끝났나보다
나름 기대를 하고 시내에 나갔는데 노리고 있던 COS나 zara home에는
'rebajas'라는 푯말을 커녕, 세일의 흔적 조차 없었다
그나마 오빠만 scalpers의 세일 끝물에 남아있던 에스빠드류 로퍼를 하나 건졌다
comptoir des cotonniers에 70%가 붙어있긴 하던데
지금 내 몸에는 어떤 옷도 들어가질 않으니 입어보고 살 수가 없잖아 ㅠ_ㅠ

g.
한 달 동안 텅텅 비어있던 냉장고를 채우는데에는 시간이 좀 걸리기 때문에
집에서 매 끼니 해먹을 음식이 마땋찮은데,
한국에서 뱃고래를 늘려둔 오빠는 펭귄 새끼 마냥 먹을 것을 찾는다
기껏 찌워온 살이 빠지지 않게 많이 먹이고는 싶은데.. 뭘 먹이냔 말이다
콜레스테롤 수치를 고려해야하는 신세가 되었기 때문에
우유도 semidesnatada로 사고 새우나 고기 소비를 줄이기로 했다
그랬더니 살 게 엄썽!!! 마트를 100바퀴 돌아도 카트가 텅텅 빈다구!!!



12 August, 2012

doce de agosto




마지막 날 짐싸기에 돌입
이번에는 역대 최고의 수하물 용량 혜택(?!)을 받고 비행기를 타게 되었다
내 몫으로 32kg 두 개, 10kg 하나, 그리고 기내용 캐리어
오빠 몫으로 23kg 두 개와 기내용 캐리어
오롯이 달곰이 물건만 잔뜩 들어간 32kg 짜리 이민가방들은 정리가 대강 끝났지만
막상 내 옷, 내 물건을 싸는 건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 지 모르겠다
그냥 당연하게... 하기가 싫은거야
스페인으로 돌아갈 마음이 안 드는거지
'화장품, 가방, 주얼리 정리가 대강 끝나야 남은 옷을 때려넣을텐데...'
라며 머리는 생각하지만 몸은 선풍기 앞에 바싹 붙어있을 뿐이다
살인폭염이 끝나며 기온은 좀 내려갔지만 장대비가 내리면서 습도는 더 높아졌다
달곰이 머리는 여전히 배꼽 옆에서 만져지고
팔을 올리고 있는건지 갈비뼈 밑이 묵직해서 허리를 숙이는 게 너무 어렵다
짐을 싸려면 수백 번 앉았다 일어났다, 허리를 숙였다 들었다를 해야 하는데
이렇게 딸래미가 협조를 안 할 줄이야 ㅠ_ㅠ
자잘하게 정리를 해두면 오빠가 와서 가방에 넣어줄 거라 생각했는데
대체 언제 넘어 올 생각인지...;;
방바닥에 발 디딜 틈 하나 없는 난장판 한가운데에서 마음이 먼저 지친다
전화 건너편에서 "닭도리탕 해놨으니 와서 먹고 가라"는
상황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는 시어머니의 말씀에 신경질이 날 지경이다

어제 강행군을 한 여파가 크다
생일밥을 사주신다 해서 어머니를 모시고 몽중헌에서 런치를 먹고
압구정역으로 옮겨 (광림교회 사모님들이 드글대는) think coffee에서 커피를 마시고
오빠 머리 하는 데 쫒아가서 무려 2시간! 이나 멍 때리고 앉아있다가
갤러리아 백화점에서 일을 보고 가로수길 한성문고에서 인라멘을 먹고
J네 부부를 잠시 만나 생일선물을 받고 coex nike로 오빠 러닝화를 사러 갔다가
동네 마트에 들러 이거저거 집어들고 귀가한 시각이 밤 10시 반
12시간에 걸친 외출에 손발이 부어서 뼈마디가 보이지 않았다
붓기는 오늘 아침까지도 빠지지 않아서 지금도 주먹 쥐기가 쉽지 않다

찬 물에 손을 담구었다가 다시 짐싸기를 시작해볼까


10 August, 2012

diez de agosto




a.
제왕절개로 태어난 아이는 기억해마의 능력치가 떨어진다나?
자연분만으로 태어난 아이에 비해 지능 or 학습능력 따위가 못하다는 기사를 보았다
예일대는 연구비가 남아도나
기자는 뭔가 제대로 읽고 기사를 쓴걸까
제왕절개로 태어나서 남들에 비해 월등한 장단기 기억력을 가진 나는,
달곰이가 역아라는 판정을 받은 다음 날 이런 기사를 보고 무척 기분이 나쁘다



b.
압타밀 전량 리콜 결정
독일에서 내수용으로 판매하는 압타밀에 한정된 것인지
스페인에서 판매하는 almirón(압타밀의 스페인 브랜드명)도 포함인지
다음 주에 돌아가면 예비용으로 신생아용 단계를 사놓으려고 했는데
하필 리콜 대상이 신생아 전용인 "aptamil pre" 란다
... 노발락으로 시작해?



c.
주스페인 한국대사관에서 메일이 왔다
올 12월에 있을 대통령선거를 위해 재외국민 투표 신청을 하라고
대사관이야 우리집에서 산책삼아 15분만 걸어가면 닿는 거리에 있으니까
유모차에 달곰이 태우고 슬슬 다녀오면 될 것이다
다만
뽑을 사람이 없는데 투표는 무슨? ㅋㅋㅋ
투표용지에 반달곰이라고 쓰고 한 표 던져주고 와? ㅋㅋㅋ
하지만 지난 번 총선 처럼 투표일 열흘 전 부터 대사관에서 투표 재촉 전화가
82통 쯤 올 걸 생각하면.. 신청조차 하고 싶지 않다



09 August, 2012

nueve de agosto




'아 이런 게 제대로 멘붕이구나' 싶은 날이다
33W 체크업을 받으러 오빠와 마지막 분당차병원 나들이를 했다
일찍 도착하니 병원이 (평소답지않게) 한가했고 왠지 상쾌한 마음으로 초음파부터~
배꼽 윗쪽에서부터 보기 시작하는데.. 영상이 심상치않다
저거.. 머리 아냐?
"아기가 자세를 제대로 잡고 있는 건가요?"
"아니요... 역아네요"

o_O
o_O
o_O

내가 그 동안 엉덩이라 믿어 의심치 않고 톡톡 두드려주던 건 어이없게도 머리였다
달곰이는 30주까지만 해도 분명히 정상위 아가였는데?
3주 사이에 뭐가 맘에 안 들어서 돌아버린거야?
엄마 얼굴 닮는 건 좋지만, 이런 건 엄마 닮으면 안 되는거야!!!
그래.. 30년 전 breach baby라는 타이틀을 달고 엄마 배를 째고 나온 주제에
내가 누굴 탓하겠냐고요 ㅠㅠㅋ



그렇지만 역시 머릿 속이 혼란스러웠다
초음파를 마치고 만난 담당의 선생님 역시 당황하기는 마찬가지
"자리를 너무 잘 잡고 있어서 칭찬해줬더니 이게 왠일일까요.."
"지금 주수에는 다시 돌아올 확률이 어느 정도인가요?"
"양수는 많은 편인데 아기가 작지 않아서..."

33W4D의 달곰이는
머리 크기는 32W, 배둘레도 32W, 허벅지뼈는 34W
몸무게는 2,080g 으로 추정
수치로만 보면 서양인의 체형을 가진;; 정상 아기

앞으로 1~2주 내에 다시 돌지 않으면 수술 날짜를 잡아야 한단다
정말 제왕절개는 생각도 못 하고 있었는데...
꼭 자연분만을 해야겠다는 것 보다는, 낯선 타국에서 몸에 칼을 대고 싶진 않았다
수술하는 경우 보험 커버나 비용에 대해서는 알아보지도 않았었고 -_-
소변검사 결과는 정상이지만 -단백뇨는 잡혔나보다- 빈혈이 약간 있다는데
그런 소소한(?) 것 따위는 귀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급작스럽게 쏟아지는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서 아이스블렌디드 흡입 중
이제 매일 5번 씩 10분 고양이자세를 하겠다
달곰이를 정상 아가로 돌려놓고 말겠어 ㅠ.ㅠ



04 August, 2012

cuatro de agosto




10주나 잡고 왔는데, 이제 1주 남았다
가슴골에 땀띠가 나고 격한 더위에 토악질이 날 정도로 고생을 하고 있지만
구수한 think coffee -서울에도 분점이 생기다니!- 나 미타니야를 두고 가려니
도저히 서울을 떠나는 발걸음이 즐거울 것 같지 않네
(더위에 넉다운 된 오빠는 그저 빨리 마드리드로 돌아가고 싶다지만)
출산준비는 대부분 끝나서 이미 아기용품으로만 이민가방 두 개를 꽉 채운다
놀이방매트까지 비행기에 태워 모셔가게 되었다
미국도 아니고 스페인에서 LG하우시스 놀이방매트 같은 걸 팔리가 없지
여느 한국 엄마들처럼 나도 한국에서 놀이방매트를 공수하는 처지가 되었다
아직 유모차나 카싯, 유축기, 바운서 등 굵직한 게 많이 남았는데도
이미 (태어나지도 않은) 달곰양에게 수백을 쏟아부었다
은수저는 못 물려줘도 쑥쑥 크는 데 불편함은 없으라는 엄마의 마음이려니 해줘 ㅋㅋ
아, 엄마가 아니라 외할머니의 마음 or 능력이려나



아무리 잘 꾸민 집이라도 한순간에 뽀로로놀이방으로 전락시킨다는
놀이방매트 디자인을 고르는 건 너무 어려운 미션이었다
오빠 친구에게 선물받기로 했지만 파크론 따위 저렴한 걸로 합의 할 순 없는 거다 ㅋ
기본적으로 뽀로로, 디즈니, 키티, car 시리즈를 제외하고
우리집 사이즈에 맞춰 제일 작은 매트(190X130)를 구입해야하니
고를 수 있는 디자인이 몇 되지 않았다
그나마 점찍어뒀던 리락쿠마 시리즈는 작년 제품이라 이미 단종 ㅠ
그래서 고르고 골라 캐릭터 없는 '피셔프라이스 레인포레스트'가 달곰이 매트로 낙찰
다행히도! 실물을 보니 생각보다 색감이 괜찮다
오빠는 간지나는 LC4 라운지체어를 -캥거루케어용으로- 장만할 계획을 품고 있는데
sleek한 라운지체어 밑에 원숭이가 뛰어노는 열대우림이라니;;;
우리 딸바보님께서는 애가 거기서 미끄럼을 타도 뭐라고 못 할 게 분명하니,
결국 eames 같은 걸 들여놓은들 달곰이 놀이터가 될 뿐이라는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