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August, 2012

doce de agosto




마지막 날 짐싸기에 돌입
이번에는 역대 최고의 수하물 용량 혜택(?!)을 받고 비행기를 타게 되었다
내 몫으로 32kg 두 개, 10kg 하나, 그리고 기내용 캐리어
오빠 몫으로 23kg 두 개와 기내용 캐리어
오롯이 달곰이 물건만 잔뜩 들어간 32kg 짜리 이민가방들은 정리가 대강 끝났지만
막상 내 옷, 내 물건을 싸는 건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 지 모르겠다
그냥 당연하게... 하기가 싫은거야
스페인으로 돌아갈 마음이 안 드는거지
'화장품, 가방, 주얼리 정리가 대강 끝나야 남은 옷을 때려넣을텐데...'
라며 머리는 생각하지만 몸은 선풍기 앞에 바싹 붙어있을 뿐이다
살인폭염이 끝나며 기온은 좀 내려갔지만 장대비가 내리면서 습도는 더 높아졌다
달곰이 머리는 여전히 배꼽 옆에서 만져지고
팔을 올리고 있는건지 갈비뼈 밑이 묵직해서 허리를 숙이는 게 너무 어렵다
짐을 싸려면 수백 번 앉았다 일어났다, 허리를 숙였다 들었다를 해야 하는데
이렇게 딸래미가 협조를 안 할 줄이야 ㅠ_ㅠ
자잘하게 정리를 해두면 오빠가 와서 가방에 넣어줄 거라 생각했는데
대체 언제 넘어 올 생각인지...;;
방바닥에 발 디딜 틈 하나 없는 난장판 한가운데에서 마음이 먼저 지친다
전화 건너편에서 "닭도리탕 해놨으니 와서 먹고 가라"는
상황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는 시어머니의 말씀에 신경질이 날 지경이다

어제 강행군을 한 여파가 크다
생일밥을 사주신다 해서 어머니를 모시고 몽중헌에서 런치를 먹고
압구정역으로 옮겨 (광림교회 사모님들이 드글대는) think coffee에서 커피를 마시고
오빠 머리 하는 데 쫒아가서 무려 2시간! 이나 멍 때리고 앉아있다가
갤러리아 백화점에서 일을 보고 가로수길 한성문고에서 인라멘을 먹고
J네 부부를 잠시 만나 생일선물을 받고 coex nike로 오빠 러닝화를 사러 갔다가
동네 마트에 들러 이거저거 집어들고 귀가한 시각이 밤 10시 반
12시간에 걸친 외출에 손발이 부어서 뼈마디가 보이지 않았다
붓기는 오늘 아침까지도 빠지지 않아서 지금도 주먹 쥐기가 쉽지 않다

찬 물에 손을 담구었다가 다시 짐싸기를 시작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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