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August, 2012

diez y nueve de agosto




오빠네 학교 앞 스타벅스에 나와있다
이번 주말 내내 덥다고 하더니, 오늘은 구름이 잔뜩 끼고 시원한 바람이 분다
그런데도 별다방 안에는 추울 정도로 에어컨을 틀어놨다
따뜻한 카라멜마키아또에 딸기 머핀을 시켜놓고 그저 느긋하다
여기서 일하는 애들은 영어를 곧잘 하는 편인데도,
주문 할 때 왠지 스페인어로 해야만 할 것 같은.. 영어로 해도 충분히 친절한데



한국에 가 있는 동안 "스페인 완전 구려" 라는 말을 참 많이 했던 것 같다
사는 게 어떠냐는 질문을 받거나, 맛있는 걸 먹으러 갈 때 마다..
그런데 오히려 다시 돌아와서야 스페인을 보다 객관적으로 볼 수 있게 되었다
한국이 엄청 그리울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다 ㅋㅋㅋ
(굳이 그리운 게 있다면.. 역시나 온갖 빵집과 짜장면 정도? ㅋㅋㅋ)
마드리드에 대한 나의 편견이 얼마나 심했던지,
이 사람 저 사람 붙들고 스페인 욕을 했던 게 좀 무안해진다
그래도 내가 선택해서 사는 곳인데 부정적인 이야기만 잔뜩 날리고 왔으니..
비록 우리나라는 아니지만, 내 얼굴에 침 뱉은 기분
막상 와보니 날씨도 좋고 한국에 비해 특별히 불편한 걸 모르겠다
부모님과 지내는 건 좋은 점도 있지만 아무래도 마음에 걸리는 게 많은데,
온전한 자유와 독립을 되찾으니 이렇게 홀가분 할 줄이야 ㅋㅋ

날씨가 이렇게 좋은 줄은 몰랐다
매일같이 화창하지만 습하지 않다는 건 날씨가 가진 최고의 축복이다
햇빛은 강렬하지만 그늘에 서면 선선하고, 밤바람은 에어컨보다도 낫다
안방 창문을 조금 열어두고 자면 절로 쾌면이 몰려온다
여전히 시켜먹을 곳 없고, 간단한 외식거리 없고, 커피숍도 스타벅스 뿐이지만
날씨 하나 때문에라도 '여름의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는다
더군다나 이번 여름엔 너무 고생했다고...
막달을 스페인에서 지내게 된 건 천만다행인 듯 싶다
(대신 너무 건조해서 배가 쉽게 틀까.. 그게 좀 걱정이랄까)

우리집 역시 너무 마음에 든다
역시 좁긴 - 하긴 뭐 그 사이에 갑자기 면적이 늘어날 리가; - 엄청나게 좁지만,
높은 천장과 두꺼운 벽 덕분에 하루종일 서늘하다
온도만 맞춰놓으면 자동으로 on/off를 반복하는 에어컨 역시 잘 돌아간다
비록 너무 좁아서(ㅠㅠ) 달곰이 물건이 여전히 산처럼 쌓여있지만..
우리에겐 ikea가 있으니까.. 수납공간은 천천히 고민해봐야지

작년에는 여름이 막 지나갈 무렵에 들어와서 여름 과일 구경을 못 했는데,
스페인 수박이 이렇게 맛있는 줄 미처 몰랐다
sandia negra 라는 흑피 수박을 샀는데 껍질이 얇고 씨가 없다
속살은 새빨갛다 못해 체리빛 +_+ 정말 달고 시원하다
요즘은 수박과 함께 paraguayo 라고 부르는 '납작 복숭아'에 올인하고 있다
이름만 들어선 당연히 남미 출신 쯤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어이없게도 중국 품종이란다.. 한국에선 본 적도 없는데?!?
황도와 백도 사이, 분명 털복숭아 종족이긴 한데 과육이 흐물거리지 않고 쫀쫀하다
신맛이나 물맛이 전혀 없이 복숭아맛 주스를 굳혀놓은 것만 같아서
물컹거리는 백도를 좋아하지 않는 오빠도 잘 먹는다



참,
lubina라고 부르는 작은 농어(?)를 para fillete로 손질해서 팔길래
밑져야 본전으로 사다가 오븐에 소금구이를 해봤는데 놀랍게 맛있었다
고등어 철이 끝나서 구워먹을 생선이 마땅치 않았는데
이런 촉촉한 흰살 생선이 있을 줄이야 - 농어 철 끝나기 전에 더 사다 먹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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