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 September, 2012

veinte y seis de septiembre




내 인생 최초의 입원이 막을 내린다
이제 굴욕적인 모양새의 일회용 팬티와 산모패드에 익숙해지고
달곰과 둘이서 시간 보내는 게 즐거울 만 하니까
오늘 오후 5시 반이 넘으면 퇴원 할 수 있단다
집에 가는 건 너무도 반갑지만, 집에서 기다리고 있는 엄마가 두렵다 ㅋㅋㅋ
샤워도 못 하게 해.. 손도 못 씻게 해.. 잔소리 잔소리
병실 실내온도를 무려! 30도에 맞춰놔 달곰 태열 폭발하고 ㅠ
원체 잔소리 심한 성격이라 더더욱 감당이 안 된다
대놓고 화도 짜증도 못 내겠고..
앞으로 매일 13번 씩은 부딫힐 한 달의 여정이 깜깜하다

40시간, 6끼니 동안 엄마표 미역국에 과일도시락에
병원식으로 나오는 것들도 간간히 집어먹어서
왠지 분만 직전보다 지금 몸무게가 더 나갈 것 같다
어제에 비해 한결 몸이 나아진 것 같아서 병실을 열심히 돌아다니는데
(엄마가 같이 있었음 계속 누워있어라 했겠지만)
장이 제자리를 찾아가며 줄ㅂㄱ가 부끄러운 줄 모르고 쏟아지고
물렁물렁한 뱃살이 출렁출렁인다
마치 일주일 방치된 바람 덜 빠진 풍선 같이 쪼글쪼글하다
언제나 되어야 복근운동을 해서 이걸 바로잡아줄지...;
집에 가서 빨리 체중계에 올라가고 싶다

엄마가 컴퓨터나 폰을 오래 못 쓰게 하기 때문에
언제나 되어야 출산이나 스페인의 산부인과 병원 체험에 대해
자세한 글을 적을 수 있을지 기약이 없네

여튼 오늘은,
달곰 생후 48시간이 되는 오후 5시 반에 첫번째 예방접종(hepatetis b)과
선천성대사이상검사 -6종짜리 제일 기본적인 것- 를 마치고 나면
우리집 새식구 달곰양을 모.시.고 집으로 향한다



24 September, 2012

veinte y cuatro de septiembre




9월 24일
이 날은 내 인생에 있어, 내 생일인 8월 28일 보다 더 중요한 날로 등극했다
바로 우리 반달곰양이 40주 0일을 꽉 채우고 세상에 나오신 날이기 때문



그렇다, 반달곰이는 치밀하게 40주를 꽉꽉 채우고 예정일에 탄생하였다
어떻게 된 아기가 이렇게 철두철미해 ㅋㅋㅋ
주변에서 단 한 명도 출산예정일에 애를 뿅 하고 낳는 걸 본 적이 없어서
예정일 직전까지만 해도 출산이 늦어지는 것 같아 얼마나 마음이 초조했던지...
그런데 24일 새벽 3시 30분
화장실에 갔다가 변기 바닥에서 손가락 세 개 크기의 찢어진 해파리 시체를 보았다
응? 해파리? 여긴 어듸?
거의 무색투명한 해파리 중간에 실같은 핏덩어리가 콕 박혀있었다
아... 이슬이구나!
(이슬은 무슨 이슬?! 예쁜 이름이 아깝다 당장 해파리로 고쳐!!)
제대로 된 이슬을 보고 당일 또는 일주일 내로 분만한댔으니.. 후후 곧 오겠구나
침대로 가 눕는데, 30분 정도 지나자마자 눈뱀이 올 듯한 복통이 지나갔다
다시 변기에 올라탔더니 익숙한 눈뱀은 안 보이고 새빨간 피가 나온다

0_0

피를 본 순간부터 -심리적 현상인 줄 알았지만- 배가 아프다
오빠를 깨워 상당히 심한 수준의 생리통이 자주 느껴진다고 SOS를 치고
시계바늘이 5시를 가리키는 걸 기다려 엄마를 깨웠다
"밥 먹고 병원 가게, 밥 해주세요"
병원에서 튕길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밥은 먹자며 소고기무국 한 그릇을 뚝딱했다
(나중에 두 그릇 먹을걸.. 하고 후회했지만 ㅎㅎ)
5~6분 간격으로 오는 진통 중간 중간을 노려 머리를 감고 샤워를 하고
그 와중에도 머리를 예쁘게 드라이 하고 ㅋㅋㅋ
출산가방 두 개를 완성한 다음 진통간격이 줄어들기를 기다렸다
병원에서는 3~4분 간격이 되어 오는 게 좋다고 했었거든

슬슬 해가 뜨는데 진통의 간격이 좀 늘어났지만 강도는 훨씬 세어졌다
출근길 러시아워를 피하자고 8시에 병원으로 출발
신발 신기 직전 마지막 진통을 참아내는데 엄마가 손을 잡아준다
병원 대기실 시스템도 잘 모르고 분만까지 얼마나 걸릴지 기약이 없다보니
막상 멀리서 나의 출산을 보러 온 엄마는 집에 남아있기로 했다
배가 많이 아프긴 했지만 달리 무서운 건 없었는데,
엄마 손을 잡는 순간 무언가 비장한 기운이 전해지면서 눈물이 핑 돌았다

8시 20분 ER에 도착해서 접수대로 기어가
"estoy embarazada, y tengo contraciones en cada 5 minutos"
잠시 대기실에서 기다리라 하더니 털복숭아 남자 간호사가 휠체어를 밀고 왔다
멀쩡한 모습으로 휠체어를 타고 OB까지 가는 건 좀 오글오글
OB 본진에 입성하기 전 자격 여부를 결정하는 검진실에 들어가 굴욕의자에 누웠다
피 터지는 내진을 하고 양수가 샜는지 여부를 검사하더니 10% 진행되었단다
내 자궁문은 왤케 튼튼한 것인가 ㅋㅋㅋ
하지만 NST 그래프에 나오는 내 진통 강도가 이미 100을 찍고 있어
(간격은 엉망진창이었지만) 당장 입원 서류가 준비되고 나는 분만대기실로 모셔졌다

대기실에는 간지나는 병실용 침대가 있고 화장실과 세면대가 있었다
나 홀로 쓰는 오붓한 방에 들어오니 매우 안락..은 커녕, 진통이 더 세어진다 으아아!
환자복으로 갈아입고 다시 태동기를 달고 왼팔에 정맥주사 시술을 받았다
나는 그 와중에 계속 "cuando puedo tomar epidural?" 만 묻고 있다

11시 쯤 간호사가 들어와 enema(=관장)을 하잔다
아니 우리나라가 아닌 곳에서도 이렇게 알아서 관장을 해준단 말인가 ㅎㅎ
내심 분만 중의 굴욕을 걱정하고 있던터라 관장이 그리 반가울 수 없었다
하지만 5~10분을 참고 볼 일을 두 번 보랬는데
2분 만에 GG를 치고.. 그치만 일은 무려 세 번? 네 번 정도 본 것 같다
다 끝났다고 콜을 하고 12시가 다 되어 드디어 마취과 의사 왕림
내진을 해보더니 여전히 10%.. 4시간 짜리 무통주사와 함께 촉진제를 넣어주겠단다
아 그럼 저야 좋죠 ㅋㅋㅋ
척추에 무통주삿바늘 시술을 마치자마자 시원하게 약이 들어오고...

무통 약발이 돌기 시작하면서부터 이후의 시간에 나는 진통이란 걸 모름;;
한 시간 정도 푹 자고 일어나니, 진행이 너무 더딘 게 지루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NST 그래프를 보며 진통에 맞춰 아래 힘을 주고
진통이 없는 동안은 부지런히 다리 스트레칭을 했다
3시 쯤 의사가 들어와 또 내진.. 이번엔 무려 60%!!! 만세!!!
길다란 관을 삽입해서 양수를 터뜨렸다
엄청난 양의 물이 빠져나가자 빵빵하던 배가 좀 작아진 듯 싶다?
그리고 또 내진과 힘주기 연습이 반복되는 지루한 시간이 이어지다가..
기다리다 못한 오빠가 집에 가서 엄마를 모시고 왔다
하지만 ㅠㅠ 엄마는 분만대기실에 들어올 수 없다고 해서 병원 로비에 방치

5시가 넘자 갑자기 왠 남정네가 들어오더니 분만실로 가잔다
정들었던 완소 무통주사와 인연을 끊고 오빠와도 헤어져.. 혼자 침대에 실린 채 이동
수술실처럼 생긴 -또는 그냥 수술실- 분만실에 혼자 오니 당황스럽다
분만 할 때 남편이 못 보는 거냐고 묻자, 분만하는 그 순간에 올 거란다
아니 니들이 그 순간을 어떻게 알고!!!
나는 산고의 클라이막스를 보여주고 추앙받고자 했단 말이다!
저들끼리 "얘는 스페인어 잘 못 해" 라고 수군댄다
태동기를 떼어내고 양다리를 묶고 이리저리 살펴보더니 진통이 오면 힘을 주란다
근데 나는 막판에 조금 수치를 올린 에피듀럴 때문에 수축도 느껴지지 않는 상태
할 수 없이 matrona(=midwife/산파) 한 명이 내 배를 촉진하며 신호를 준다
"mas mas mas mas mas, sigue sigue sigue sigue"
근데 나는 내 힘이 어디로 들어가고 있는지 정확히 짚어낼 수가 없고
그 와중에도 얼굴, 손, 이빨에는 힘을 주지 않는데 신경을 집중 할 뿐이다
결국 누군가 팔꿈치로 내 배를 깊게 눌러 쓸어내리는데,
"딱" 하고 왼쪽 갈비뼈가 튕겼다
(이 때 갈비뼈에 실금이라도 간 듯)
그렇게 힘을 두 번 더 주고나니 설명도 없이 흡입기를 준비한다
한 번 더 힘을 주는데! 갑자기 옆에 위생복을 입은 오빠가 나타났다
그리고 동시에 내 다리 사이에서 달곰이가 나타났다
아니.. 달곰이로 추정되는 뻘겋고 하얀 찐득찐득한 무언가가...
그렇게 2012년 9월 24일 15시 39분 반달곰 탄생

의사 한 명이 재빨리 탯줄을 끊고 (탯줄을 직접 끊겠냐고 물어보지도 않았었음)
달곰의 얼굴만 대충 닦아낸 채 앞섶을 풀어헤친 내 맨살에 달곰을 올려주었다
+_+
달곰과 오빠의 얼굴을 번갈아 돌아보면서 절로 흐느꼈다
갓 태어난 신생아는 쭈글쭈글한 보라색 얼굴에 매우 더럽다고 하던데
달곰은 생각보다 뽀얗고 깨끗하고 완숙달걀같이 피부가 탱탱했다
이것이 완숙(40주)의 힘인가!!!
눈을 또렷이 뜨고 고개에 힘을 주며 주변을 둘러보는 예쁜 우리 딸의 첫 모습에
오빠도 나도 입을 딱 벌리고 홀린 듯 바라만 보았다
언제 나왔는지도 모르겠는 흉측한 태반과 피범벅 거즈들이 퇴장하고
의사 한 명만 혼자 남아 끙끙대며 회음부 봉합을 하고 있었다
무통빨이 다 되었는지, 아래가 묵직하고 아프다
20분 정도 후처치를 하고 -5바늘 정도 꿰맸다고- 다시 침대에 실려 대기실로 이동
오빠는 전등을 끄고 실내를 어둑어둑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우리 세 가족만의 오붓한 시간이...



이 포스트는 일주일이 지난 9월 30일에나 적고 있는 것이다
지금 다시 돌이켜봐도 순간 순간이 너무 생생하다

자궁에 고인 피를 빼어내고 나와 달곰의 몸 상태를 점검하는 3시간 남짓
우리는 대기실에서 어떠한 방해도 받지 않고 서로 인사를 하고 대화를 나누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크게 힘들이지 않고 우아하게 마친 출산이었지만
분만 후 대기실에서의 3시간이 가장 행복했던 것 같다
우리와 만나기 위해 힘든 여행을 했지만 아직 정신이 말똥말똥한 달곰이는
끊임없이 입을 옹알거리며 우리와 눈을 맞추고
나는 간호사의 도움을 받아 처음으로 젖을 물렸다 (공회전 했음 ㅋㅋ)



21 September, 2012

veinte y uno de septiembre




39W4D

예정일 전 마지막 체크업을 가는 발길이 가볍지 않았다
난 정말 이번까지 가게 될 줄은 몰랐다구
이번 주 화요일까지 나를 괴롭혔던 배뭉침과 가진통이 수요일부터 싹 사라졌다
달곰이의 발은 여전히 갈비뼈에 닿고 아기 엉덩이는 배꼽 위에서 만져진다
이슬이라는 건 보이지 않고, 그 흔한 양수 파수 따위도 안 걸리고
엄마도 병원에 같이 가고 싶어하셨지만 왠지 마음이 내키지 않아 집에 계시라 하고
오빠만 대동하고 천근같은 발걸음을 옮겼다
조금이라도 진행이 되어있다는 말이 듣고파서 (단 1층이지만ㅋ) 계단으로 올랐다

처음으로 태동기를 달아봤다
15분 정도 걸린다는 설명을 듣고 가만히 누워서 그래프가 찍히는 걸 보고있자니,
아.. contraction 수치가 30 이상 올라가질 않고 지평선 만큼 완만하다 ㅠ
달곰이의 심박동은 평균 135, 태동이 시작되면 150을 넘긴다
15분 간 약 4번 정도 심박동 150이 넘는 그래프가 찍혔다
태동대마왕께서도 막상 멍석을 깔아드리니 실력 발휘를 못하는구나 ㅋㅋ

휴가에서 돌아온 미모의 주치의 쌤이 모니터링룸에 들어와
그래프를 뜯어들고 자기 진료실로 따라오란다
들어가자마자 혈압과 체중을 재고 굴욕의자에 앉아 다짜고자 내진 시작 -_-
그래 난 오늘 내진 할 줄 알았어
자궁 수축이 하나도 없는 그래프를 보고 얼마나 한심했을까
내진은 아픈 거 같긴 한데, 그보다 왜 내진이 아픈건지 그게 더 궁금했다
무엇이 어디까지 진입하길래 아픈거지?
의사 표정이 밝지 않길래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자궁경부가 좀 열렸냐고 물었다
"Nope"
아.. 그렇군요...
배를 걷어올리고 초음파를 시작한다
달곰이는 열흘 만에 부쩍 자랐다
머리 크기는 아직 9.0cm가 안 되지만, 몸무게는 300g이나 늘어 2.9kg를 찍었다
의사는 아기가 거의 정상범주에 들어왔다며 좋은 거라 했지만,
난 그저 이래저래 멘붕 상태 ㅠ_ㅠ

자궁문이 하나도 안 열렸기 때문에 당장 출산 할 일은 없을 거라며
25일의 40W 검진에서 다시 보잔다
"앞으로 1주일 이내에 출산 할 가능성이 전혀 없나요?"
"It depends on your baby's mind"
자식 만큼은 내 맘대로 되지 않는다더니, 벌써부터 절절히 체험한다
예정일까지 소식이 없으면 유도분만을 예약해도 되냐고 물으니 그것도 안 된단다
적어도 10월 4일까지는 기다리라고...
한국에서 친정엄마가 오셔서 어쩌구 저쩌구 해도 요지부동
엄마보다 나와 아기의 건강을 생각해야 한다나
양수가 줄어들거나 태반 퇴화가 시작되었다면 유도를 잡겠지만,
아직 나의 자궁 환경은 너무나도 건!강!하단다
그 안에서 달곰이는 그저 신나게 놀고 있을 뿐이고
자궁문 안 열렸다면 무조건 유도를 잡는 한국과는 180도 다르구나

울적한 마음으로 진료실을 나서며 인사를 하는데
차마 "hasta luego" 라던가 "see you next week" 라고 하고 싶지 않아서
(여긴 분만 시에 주치의가 봐주는 시스템이 아님)
"... bye" 라고 하고 나왔다 ㅋㅋㅋ



튼살크림은 정말 바닥을 보여서, 박박 긁어모아 겨우 겨우 바르고 있는데
39주에 들어서면서 윗배에까지 희미하게 임신선이 생기는 걸 보니
만삭 상태가 오래 가다보면 -아기는 계속 클테니까- 이제라도 튼살이 생길 수 있겠다
완벽에 가까운 임신 기간을 보냈다고 자부했는데
막상 분만에 닥쳐서는 내 맘대로 되지 않으니까
성질 급한 나로서는 갑갑하기도 하고, 남보기 좀 부끄럽달까
임신 기간 내내 열심히 운동하고 집안일 했던 게 억울하기도 하다
그렇다고 달곰이 '탓'은 아니니까 애꿎은 아기를 원망 할 수도 없고
엄마한테 하소연 할 수도 없고 오빠한테 짜증을 부릴 수도 없고

내진혈이 조금씩 비치는 걸 보면서
오늘의 내진이 자궁문 열리는 데 조금이나마 자극이 되기를 바랄 뿐이다



18 September, 2012

diez y ocho de septiembre




운동 열심히 하고 많이 걸으면 일찍 출산한다는 건 진리가 아니었다
지난 주 화요일 엄마가 스페인으로 오신 후,
마드리드 시내 관광부터 세고비아와 톨레도로 당일치기 여행까지 다녀오느라
매일매일 못해도 5~6시간 씩 걸었는데!!!!!
걷는 동안 종종 배뭉침이 심하고 골반 통증도 많이 느꼈었는데..
일찍 만날 것 같았던 달곰이는 여전히 내 뱃속에서 꼼지락대며 놀고 있을 뿐이다
스페인에 처음 와보는 외할머니가 조금이라도 관광을 할 수 있도록
속 깊은 달곰이가 착한 손녀 노릇을 톡톡히 하려는 건지 ㅎㅎ



오늘은 2012 champs league RM vs ManCity 경기가 있는 날
일주일 전 부터 번개같은 클릭질로 좋은 자리의 티켓을 사둔 달곰 아빠는
애가 너무 일찍 나와 티켓(125유로)을 날릴까봐
대놓고 말은 못 해도 내심 전전긍긍하고 있었던 것 같다
나는 당일에 진통이 와서 급히 병원에 가야 하는 최악(?)의 상황만 아니면
출산 후 입원 중이라면 경기를 보러 다녀오라고 하는데,
오빠는 나중에 두고두고 쌍욕 먹을 일이 있냐며 축구 경기 따위는 아무래도 좋다고 했다
그치만 나라고 속마음을 모를까
은혜로운 조추첨 덕분에 환상적인 빅매치를 저렴한 값에 볼 수 있는
이런 기회를 눈 앞에 두고 놓쳐도 울지 않을 축구팬이 세상 어디에 있느냔 말이다

그런데 달곰이도 그 마음을 아는가 보다
어젯밤 자려고 누웠을 때 부터 배뭉침이 심상치 않았다
한 번 뭉치면 그 지속 시간이 길고, 무엇보다도 생리통 마냥 허리가 아팠다
가진통의 징후 중에 생리통 같은 알싸한 통증이 있다고 익혀놔서
"아 드디어 제대로 된 가진통이 오는구나" 라고 생각하며 잠이 들었다
자는 동안에도 간간히 허리 통증으로 잠이 깼다
느지막히 일어나서 점심 무렵까지는 배가 뭉칠 때 마다 X꼬가 묵직했다
여러 번 화장실에 가서 앉아봤지만 그냥 느낌이 그런 것일 뿐, 나오는 게 없다
배뭉침이 6~7분 간격으로 상당히 일정했지만
결정적으로 '아프다'라고 표현 할 만한 진통이 없었기 때문에
괜히 여러 사람 걱정시키고 싶지 않아 아무에게도 말을 안 했다
그냥 배가 뭉치고 뒤가 무거워질 때 마다 RELAX 호흡법을 연습했다
설마 이러다가 오늘 내로 진진통으로 연결되진 않겠지..
티켓을 미리 뽑아 놓으러 bernabeú로 운전하고 가면서도 배는 계속 뭉쳤다

저녁 때가 되어서는 배뭉침이 줄어들고 뒤가 처지는 느낌도 없어졌다
적어도 오늘 내론 비상상황이 생기지 않겠구나- 라는 안도감이 들었다
오빠가 나가 있는 동안에 양수가 터지거나 진통이 시작되면
경기 중에는 연락을 하지 않는 게 좋을지, 뭐 그런 고민도 쑥 들어갔다 ㅎㅎ
그래도 이젠 막바지 준비를 해야겠다 싶어 유축기도 세척해뒀다

밤 10시 쯤 되니 다시 배뭉침이 -아주 일정하진 않지만- 6분 간격으로 생겨났다
내 몸이 슬슬 달곰이를 밀어내는 연습을 하나보다
달곰이도 좁은 데서 오래 참았지 ㅎㅎ 고생이 많았다
이제 아빠의 소원도 풀었으니 내일 이후로는 언제라도 소식이 있어도 좋다
요 며칠 동안 달곰이 소식을 궁금해하는 카톡을 많이 받아놔서,
이젠 나도 슬슬 페북에 출산 포스팅을 하고 싶단 말이다
...
보다는 이번 주 금요일에 있을 39W 검진을 가고 싶지 않아서 ㅠㅠ
태동 검사(fetal monitoring)까진 괜찮지만,
내진은 정말 하고 싶지 않단 말이다 ㅠㅠㅠ



할머니와 아빠를 배려한 달곰이가 엄마도 한 번 위해주겠지...?



10 September, 2012

diez de septiembre




38W1D

원래 38주엔 정기검진이 없지만 -대체 왜?!?- 초음파가 잡혀 있었다
36주에 했던 정밀초음파의 추적조사
이번에 만난 의사는 영어를 못해서, 옆에 서 있던 레지던트가 대강 통역
그녀의 통역이나, 나의 스페인어가 비슷한 수준이라 어색돋는 시간이 계속 되었다
먹고 싶은대로 실컷 먹은 효과(?)가 있었을까,
달곰은 2주 만에 300g이 늘어서 드디어 2.6kg을 달성했다!
(근데 늘어난 나의 몸무게는 300g이 아니라는 게 문제)
이제는 나와도 안심할 수 있는 사이즈!
그래도 여전히 몸무게는 4주 적고, 머리 크기는 3주 적고, 다리 길이는 4일 적다
머리통 작고 날씬한 아가.. 라고 생각하면 좋을 듯 ㅎㅎ

여전히 초음파로 얼굴이 잘 잡히는 걸 보니 아직 골반으로 진입하지 않았나 보다
콧구멍과 두툼한 입술이 멀뚱히 보이더라고 ㅋㅋㅋ
어이없게 양수 속에서 흩날리는 머리카락까지 확인 할 수 있었다
적어도 달곰이는 대머리 아가는 아니라서 안심

다음 검진은 예약이 이상하게 되어서 39W4D나 되어야 볼 것 같다
그때는 드디어 내진을 하려나...



06 September, 2012

seis de septiembre




드디어 아기다리고기다리던 달곰이용 수레 풀셋이 도착했다

Stokke Xplory V3 - Navy
Stokke iZisleep by BeSafe - Beige

유모차 가지고 이러쿵 저러쿵 말이 많았지만, 결국 스토케 고를 거였으면서 ㅋㅋ
사실 "스토케 너무 가지고 싶어! 최고로 좋아!" 이런 건 아니고,
그냥 좀 쉽게 사고 싶었다...
배송이나 AS가 확실한 가까운 백화점에서 편안하게.. 쉽게..
그리고 유모차 고르고 또 호환되는 카싯 찾아다니는 애로사항을 줄이기 위해서
한 브랜드에서 한꺼번에 사는 기염을 토한 것이다
(덕분에 카싯에 돈이 좀 많이 들어간 셈이 되었지만;)



구입은 8월 16일에 했고 배송 예정일이 오늘이었다
지난 번에 받은 스토케 크립은 오전 중에 왔었는데, 이번엔 2시가 되도록 소식이 없다
슬슬 불안해지면서.. '배송 예정일' 따위를 순진하게 믿은 나를 탓하며
el corte inglés sanchinarro에 전화를 몇 번이나 걸었지만
아기용품 코너에서는 아무도 전화를 받지 않았다 ㅠ
내가 이럴 줄 알았어.. 스페인 애들을 믿는 게 아니었어..
라고 자책하며 방에서 나오는데 누가 초인종을 눌렀다!!!!!!!!!!!!!
(나 못지 않게 오매불망 기다리던) 오빠와 택배스텝을 밟으며 현관으로 돌진
위엄이 넘치는 거대한 상자 두 개를 인도 받았다

예전부터 스토케는 네이비 컬러가 진리라고 생각했었는데,
막상 햇빛이 작열하는 스페인에서 블랙이나 네이비는 고문 기구처럼 보이더라
그래서 베이지로 사는 게 나을까 마음이 흔들흔들
올 해(2012) 한정 색상은 혜민스님이 동자승 태워 다녀야 할 것 같고
새롭게 추가된 브라운 컬러는 그야말로 칙칙하고 탁해서 보자마자 정 떨어졌다
결국 네이비 오너인 A양의 강력한 서포트에 힘입어 마음을 정하고
유모차도 네이비, 카싯도 네이비로 계약을 했다
그런데...
유모차 시트에 비해서 카싯은 훨씬 더 묵직한 모양새를 하고 있어서
후드까지 시커먼쓰인게 정말 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 더워 보이는 거다
결국 오빠는 카싯 만큼은 베이지 컬러로 하자고 주장했고,
결국 이틀 후에 다시 매장에 찾아가서 주문 변경을 넣었다
네이비 본체에 베이지 카싯을 장착한다면 좀 이상할 듯도 싶겠지만..
사실 iZisleep의 바디는 모두 네이비 컬러이고 후드만 색이 다르다

























그래서 이렇게 나왔음 ㅋㅋㅋ
상하체 모두 새까만 오리지널 세트보단 이 편이 더 나은 것 같다
우선 유모차 시트보다 카싯이 원체 육중하고 간지나서 ㅋㅋ

카싯 정말 무겁다
인펀트 카싯은 '아기 바구니' 기능이 있어서 좋은건데,
이건 뭐 아기가 없어도 내 팔힘으로는 들기가 버거우니 달곰 태웠다간 =_=
하긴 내가 들어본 인펀트 카싯들은 대부분 다 무거웠던 것 같다
한 손으로 번쩍 들고 휭휭 흔들면서 다닐 수 있는 건 양키 언니들 뿐 일 듯
아마도 이 놈이 현존하는 인펀트 카싯 중에 제일 비싸지 않을까 싶다...
가격 : 299유로
9월에 소비세 오르면서 306유로로 인상됐다
(아직 미국이나 한국에서 런칭을 안 해서 가격 비교를 못 하겠네)
12개월 또는 13kg까지 태울 수 있다고는 하지만 돌까지 쭉 태우기엔 좀 작을 듯
인펀트 카싯 사는 게 돈 아깝다는 사람들이 많던데,
나는 유모차보다는 카싯에 더 투자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국에서는 0세부터 주니어 카싯까지 커버하는 모델들이 인기인가본데
대체 카싯 하나로 몇 년을 태우겠다는건지 이해불가;
패브릭이 더러워지고 닳는데다가 플라스틱 부품도 시간이 지나면 삭는다
인펀트 카싯 > 컨버터블 카싯 > 부스터싯 으로 옮겨야 한다는 게 나의 지론

iZisleep이 다른 카싯에 비해 단품 가격이 높은 건 맞지만,
대신 이 놈은 Xplory 프레임에 장착 할 때 어댑터가 필요 없다
어댑터 하나에 40~50유로는 하니까 그걸 감안하면
맥시코시의 카브리오픽스나 싸이벡스 아톤(209유로)과 큰 차이가 나는 것도 아니다
더군다나 170도 이상 눕혀지는 sleeping position이 가능해서
유모차 시트 없이도 오랜 시간 아기를 데리고 다닐 수 있을 것 같다
그래서 한국 나갈 때는 프레임과 카싯만 가지고 나갈 생각 ㅋㅋ
활용도 끝내주지 ㅋㅋㅋ



나 애기 때 사진 보면 aprica의 매우 휴대용스러운 유모차에 덜렁 앉아있던데
허리도 잘 못 가누는 아기가 그거 타다 '뇌흔들림증후군' 와서
지금 이렇게 산만한건가? ㅋㅋㅋㅋㅋ
그 당시에는 코끼리귀 쿠션도 없고 서스펜션 따지는 디럭스 유모차도 없었지만
뇌가 흔들려서 지금 고생하는 사람은 없는 것 같은데
요즘 아기들은 호강을 넘어 과잉보호를 받는 것 같기도 하다
쿠션에 디럭스 유모차까지 장만한 장본인이지만, 괜히 복잡한 마음이 든다



04 September, 2012

cuatro de septiembre




37W2D

이번 주에는 OB/GYN에서의 검진은 없고
(막달에는 매주 보는 게 보편적인데 이 병원은 36, 39, 40주에만 검진이 있다)
anestesiologia, 즉 마취과 상담이 잡혀 있었다
지난 주에 한 'cultivo vagino / rectal' 과 함께 무엇 때문에 하는지 알 수 없는...
한국 웹의 임신 막달 검사 후기를 아무리 뒤져봐도 마취과 상담 내용은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냥 무작정 갔다 ㅎㅎㅎ

우선 심전도실에서 검사를 했다
간호사가 그래프 찍힌 종이 한 장을 주면서 anestesista에게 가란다
아... 간호사나 의사나 둘 다 영어를 못 한다 ㅠ.ㅠ
마취과 의사는 3rd trimester 혈액/소변 검사 결과와 심전도 그래프를 살펴본 뒤
이것 저것 문진을 시작했다
스페인어를 잘 못 한다고 했더니 아주 천천히 말해줬다 ㅋ
뻔한 내용 - 알러지가 있는지, 흡연자인지, 수술 경력이 있는지 등등 - 이라
대충 알아듣고 "SI o NO" 하는 건 문제가 없었다
입 한 번 벌려보라 하고, 동공 반사 확인하고 혈압이랑 체중을 잰 뒤,
중얼 중얼 한 페이지가 꽉 차게 뭐라고 써 있는 종이를 주며 싸인을 하란다
자연분만 시에 epidural을 사용하는 것에 동의한다는 내용이란다
지금 미리 싸인을 해놓고, 분만 시에 보호자가 가지고 있으면
원한다면 언제라도 시술이 가능하다고 한다

원한다면 언제라도?
우리나라에서는 자궁문이 몇 센티 이상 열리면 시술 안해준다고 하니
여기서는 그런 기준은 없단다
분만에 방해가 되지 않는다면 진통 중에 어느 때든 무통을 맞을 수 있다고 한다
얼쑤- 이렇게 좋을 수가 ㅋㅋㅋㅋㅋ
"니네 나라 방식이 훨씬 좋다" 라고 하니 ㅎㅎ 웃더라



02 September, 2012

dos de septiembre




9월의 시작은 빨래, 또 빨래와 함께
나는 유난히 깔끔하거나 결벽증이 있는 사람은 아니라서
아기 입힐 것이라고 해도 일일이 손빨래 하진 않고, 주로 세탁기를 애용하고 있다 :)
손빨래를 해야 하는 것들은 한국에서 사온 B&B 세탁비누를 쓰고
세탁기에는 sonett의 울샴푸와 액상세제를 사용한다
우리집 세탁기가 갖가지 성능을 가진 최신식 트롬 같은 건 아니지만,
그래도 니트/손빨래 코스나 90도 삶기 코스가 있어서 별로 아쉽지는 않다
(공용 세탁실을 쓰던 필리에서의 아파트에 비하면 지금은.. ㅎㅎ)



밤부베베에서 구입한 총 25장의 거즈 손수건은
일일이 손빨래를 하자니 갯수가 너무 많아 고민 할 것 없이 세탁기에 돌렸다
삶지 말라고 되어 있었지만 그래도 뜨뜻한 물에 빨아야 세제가 남지 않을 것 같아
물 온도를 80~90도로 맞췄더니...
완전 쪼글쪼글, 네 귀퉁이부터 쪼그라들어버렸다 o_O
게다가 처음처럼 보드랍지도 않아
비싸게 주고 산 손수건을 완전 망쳐버린 셈이 되었다
하나씩 다림질을 해서 쪼그라든 걸 펴고 햇빛에 오래 말렸더니 조금 나아졌다

엘리펀트이어스 블랭킷과 귀베개는
밤부베베 무형광 세탁망 특대 사이즈에 넣어 세탁기 손빨래 코스로 모셨다
물 온도는 주의사항에 쓰여 있는대로 찬물로
틑어지거나 (귀베개의) 솜이 비어져 나오는 것 없이 잘 빨리긴 했는데
블랭킷은 약간 색이 바랜듯한 느낌? 좀 덜 선명해졌다
연한 색이라면 티가 안 날텐데, -내껀 birds of norway- 뭐 신경 쓰일 정도는 아니다

스와들의 스트롤러 블랭킷은
행여나 공단 바이어스 처리 된 것에 흠이 갈까봐 세탁망에 넣어 단독 세탁
30도로 맞춰 손빨래 코스를 돌렸다
공단 부분이 진한 네이비색이라 물빠짐이 있을 줄 알았는데 괜찮은 듯
새 제품에 비해 털이 약간 버성해졌지만 촉감은 다르지 않다

'망할' 아덴아나이스 속싸개 4장은
털이 무지 날린다던가 먼지가 엄청나게 빠진다길래 찬물로 손세탁
커다란 속싸개 4장을 손빨래 하는 건 정말 죽을 맛이었다
헹구고 또 헹궈도 자꾸 거품이 나서 이틀에 걸쳐 12번 정도 더 찬물로 헹군 듯
세탁하고 나서 털지 말라고 해서 그대로 펴서 말렸더니 먼지 날림은 없다
밤부라인으로 3장 더 사려고 했었는데, 그럴 일은 없을 거임

반면 아덴아나이스 버피빕들은
가장자리가 바이어스 처리가 되어 있어 좀 더 튼튼할 거란 생각에
울샴푸를 사용해서 찬물 손빨래 코스를 돌렸다
약간 줄어든 것도 같지만 촉감은 그대로!

배냇저고리 3장과 new-born 사이즈 바디수트 3장은
달곰이의 첫 옷가지라는 이유로 귀빈 대접을 받아 손빨래의 은혜를 입으셨다
사실.. 배냇저고리 값이 너무 비싸서 혹시나 망가질까봐 ㅠ_ㅠ
배냇을 전부 여름아가용으로 샀더니 너무 얇고 하늘하늘해서
아무리 손빨래 코스라도 세탁기를 돌리면 뒤틀리고 끈이 떨어질 것 같았다
이것도 8~9번은 헹궈냈다

미국에서 온 (끔찍한) 정체불명의 옷들은
고민할 것도 없이 우루루 세탁기 손빨래 코스(30도)로 들어갔다
carters보다 못한 듣보잡 브랜드 일색이라 망가져도 아쉬울 것도 없고

밤부베베 미니 방수요는 무조건 손빨래를 해야 한다
세탁기를 돌리면 방수 기능이 망가진다고 하네?
물을 머금으면 천근만근 무거워지는 재질이라 손목과 허리가 끊어지는 줄 알았다
이걸 적어도 일주일에 한 번은 손빨래 할 생각을 하니 눙무리...
물론 출산 후에 손빨래는 다 오빠 몫이지만 ㅋ

스토케 크립 매트리스 커버와 좁쌀베개 커버는 세탁기 일반코스
내가 산 매트리스 커버는 방수가 아닌데, 10유로 더 비싼 방수재질도 있더라
근데 그것도 방수요 마냥 손빨래 해야 하는 거 아냐?!?
그렇다면 차라리 매트리스 커버 아래에 비닐을 깔겠다...

sock monkey 니트 인형은
엘리펀트이어스 세트와 함께 세탁기 손빨래 코스로 목욕을 했다
원형 입체 세탁망에 넣었더니 눌리지 않고 잘 빨렸더라
미국에서 블라블라 인형이 도착하면 똑같은 방법으로 빨면 될 것 같다

트럼펫 아기양말들은
세탁기에 돌리면 보풀이 잘 생긴다고 하길래 또 죽어라 울샴푸 풀어 손으로 빨았다
그래도 워낙 작은 양말이라 손빨래 중엔 이게 제일 쉬웠음



이제 남은 것은 달곰이의 니트 의류들
대부분 bonpoint이나 normandie의 값비싼 가디건과 수트, 타이즈 들이라서
하나씩 손으로 조물조물 빠는 수 밖에 없다
태어나자마자 당장 입을 사이즈가 아니긴 하지만,
출산 후에 손빨래 할 자신이 없어 '아직 사지가 멀쩡할 때' 미리 빨아둬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