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September, 2012
diez y ocho de septiembre
운동 열심히 하고 많이 걸으면 일찍 출산한다는 건 진리가 아니었다
지난 주 화요일 엄마가 스페인으로 오신 후,
마드리드 시내 관광부터 세고비아와 톨레도로 당일치기 여행까지 다녀오느라
매일매일 못해도 5~6시간 씩 걸었는데!!!!!
걷는 동안 종종 배뭉침이 심하고 골반 통증도 많이 느꼈었는데..
일찍 만날 것 같았던 달곰이는 여전히 내 뱃속에서 꼼지락대며 놀고 있을 뿐이다
스페인에 처음 와보는 외할머니가 조금이라도 관광을 할 수 있도록
속 깊은 달곰이가 착한 손녀 노릇을 톡톡히 하려는 건지 ㅎㅎ
오늘은 2012 champs league RM vs ManCity 경기가 있는 날
일주일 전 부터 번개같은 클릭질로 좋은 자리의 티켓을 사둔 달곰 아빠는
애가 너무 일찍 나와 티켓(125유로)을 날릴까봐
대놓고 말은 못 해도 내심 전전긍긍하고 있었던 것 같다
나는 당일에 진통이 와서 급히 병원에 가야 하는 최악(?)의 상황만 아니면
출산 후 입원 중이라면 경기를 보러 다녀오라고 하는데,
오빠는 나중에 두고두고 쌍욕 먹을 일이 있냐며 축구 경기 따위는 아무래도 좋다고 했다
그치만 나라고 속마음을 모를까
은혜로운 조추첨 덕분에 환상적인 빅매치를 저렴한 값에 볼 수 있는
이런 기회를 눈 앞에 두고 놓쳐도 울지 않을 축구팬이 세상 어디에 있느냔 말이다
그런데 달곰이도 그 마음을 아는가 보다
어젯밤 자려고 누웠을 때 부터 배뭉침이 심상치 않았다
한 번 뭉치면 그 지속 시간이 길고, 무엇보다도 생리통 마냥 허리가 아팠다
가진통의 징후 중에 생리통 같은 알싸한 통증이 있다고 익혀놔서
"아 드디어 제대로 된 가진통이 오는구나" 라고 생각하며 잠이 들었다
자는 동안에도 간간히 허리 통증으로 잠이 깼다
느지막히 일어나서 점심 무렵까지는 배가 뭉칠 때 마다 X꼬가 묵직했다
여러 번 화장실에 가서 앉아봤지만 그냥 느낌이 그런 것일 뿐, 나오는 게 없다
배뭉침이 6~7분 간격으로 상당히 일정했지만
결정적으로 '아프다'라고 표현 할 만한 진통이 없었기 때문에
괜히 여러 사람 걱정시키고 싶지 않아 아무에게도 말을 안 했다
그냥 배가 뭉치고 뒤가 무거워질 때 마다 RELAX 호흡법을 연습했다
설마 이러다가 오늘 내로 진진통으로 연결되진 않겠지..
티켓을 미리 뽑아 놓으러 bernabeú로 운전하고 가면서도 배는 계속 뭉쳤다
저녁 때가 되어서는 배뭉침이 줄어들고 뒤가 처지는 느낌도 없어졌다
적어도 오늘 내론 비상상황이 생기지 않겠구나- 라는 안도감이 들었다
오빠가 나가 있는 동안에 양수가 터지거나 진통이 시작되면
경기 중에는 연락을 하지 않는 게 좋을지, 뭐 그런 고민도 쑥 들어갔다 ㅎㅎ
그래도 이젠 막바지 준비를 해야겠다 싶어 유축기도 세척해뒀다
밤 10시 쯤 되니 다시 배뭉침이 -아주 일정하진 않지만- 6분 간격으로 생겨났다
내 몸이 슬슬 달곰이를 밀어내는 연습을 하나보다
달곰이도 좁은 데서 오래 참았지 ㅎㅎ 고생이 많았다
이제 아빠의 소원도 풀었으니 내일 이후로는 언제라도 소식이 있어도 좋다
요 며칠 동안 달곰이 소식을 궁금해하는 카톡을 많이 받아놔서,
이젠 나도 슬슬 페북에 출산 포스팅을 하고 싶단 말이다
...
보다는 이번 주 금요일에 있을 39W 검진을 가고 싶지 않아서 ㅠㅠ
태동 검사(fetal monitoring)까진 괜찮지만,
내진은 정말 하고 싶지 않단 말이다 ㅠㅠㅠ
할머니와 아빠를 배려한 달곰이가 엄마도 한 번 위해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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