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September, 2012
veinte y uno de septiembre
39W4D
예정일 전 마지막 체크업을 가는 발길이 가볍지 않았다
난 정말 이번까지 가게 될 줄은 몰랐다구
이번 주 화요일까지 나를 괴롭혔던 배뭉침과 가진통이 수요일부터 싹 사라졌다
달곰이의 발은 여전히 갈비뼈에 닿고 아기 엉덩이는 배꼽 위에서 만져진다
이슬이라는 건 보이지 않고, 그 흔한 양수 파수 따위도 안 걸리고
엄마도 병원에 같이 가고 싶어하셨지만 왠지 마음이 내키지 않아 집에 계시라 하고
오빠만 대동하고 천근같은 발걸음을 옮겼다
조금이라도 진행이 되어있다는 말이 듣고파서 (단 1층이지만ㅋ) 계단으로 올랐다
처음으로 태동기를 달아봤다
15분 정도 걸린다는 설명을 듣고 가만히 누워서 그래프가 찍히는 걸 보고있자니,
아.. contraction 수치가 30 이상 올라가질 않고 지평선 만큼 완만하다 ㅠ
달곰이의 심박동은 평균 135, 태동이 시작되면 150을 넘긴다
15분 간 약 4번 정도 심박동 150이 넘는 그래프가 찍혔다
태동대마왕께서도 막상 멍석을 깔아드리니 실력 발휘를 못하는구나 ㅋㅋ
휴가에서 돌아온 미모의 주치의 쌤이 모니터링룸에 들어와
그래프를 뜯어들고 자기 진료실로 따라오란다
들어가자마자 혈압과 체중을 재고 굴욕의자에 앉아 다짜고자 내진 시작 -_-
그래 난 오늘 내진 할 줄 알았어
자궁 수축이 하나도 없는 그래프를 보고 얼마나 한심했을까
내진은 아픈 거 같긴 한데, 그보다 왜 내진이 아픈건지 그게 더 궁금했다
무엇이 어디까지 진입하길래 아픈거지?
의사 표정이 밝지 않길래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자궁경부가 좀 열렸냐고 물었다
"Nope"
아.. 그렇군요...
배를 걷어올리고 초음파를 시작한다
달곰이는 열흘 만에 부쩍 자랐다
머리 크기는 아직 9.0cm가 안 되지만, 몸무게는 300g이나 늘어 2.9kg를 찍었다
의사는 아기가 거의 정상범주에 들어왔다며 좋은 거라 했지만,
난 그저 이래저래 멘붕 상태 ㅠ_ㅠ
자궁문이 하나도 안 열렸기 때문에 당장 출산 할 일은 없을 거라며
25일의 40W 검진에서 다시 보잔다
"앞으로 1주일 이내에 출산 할 가능성이 전혀 없나요?"
"It depends on your baby's mind"
자식 만큼은 내 맘대로 되지 않는다더니, 벌써부터 절절히 체험한다
예정일까지 소식이 없으면 유도분만을 예약해도 되냐고 물으니 그것도 안 된단다
적어도 10월 4일까지는 기다리라고...
한국에서 친정엄마가 오셔서 어쩌구 저쩌구 해도 요지부동
엄마보다 나와 아기의 건강을 생각해야 한다나
양수가 줄어들거나 태반 퇴화가 시작되었다면 유도를 잡겠지만,
아직 나의 자궁 환경은 너무나도 건!강!하단다
그 안에서 달곰이는 그저 신나게 놀고 있을 뿐이고
자궁문 안 열렸다면 무조건 유도를 잡는 한국과는 180도 다르구나
울적한 마음으로 진료실을 나서며 인사를 하는데
차마 "hasta luego" 라던가 "see you next week" 라고 하고 싶지 않아서
(여긴 분만 시에 주치의가 봐주는 시스템이 아님)
"... bye" 라고 하고 나왔다 ㅋㅋㅋ
튼살크림은 정말 바닥을 보여서, 박박 긁어모아 겨우 겨우 바르고 있는데
39주에 들어서면서 윗배에까지 희미하게 임신선이 생기는 걸 보니
만삭 상태가 오래 가다보면 -아기는 계속 클테니까- 이제라도 튼살이 생길 수 있겠다
완벽에 가까운 임신 기간을 보냈다고 자부했는데
막상 분만에 닥쳐서는 내 맘대로 되지 않으니까
성질 급한 나로서는 갑갑하기도 하고, 남보기 좀 부끄럽달까
임신 기간 내내 열심히 운동하고 집안일 했던 게 억울하기도 하다
그렇다고 달곰이 '탓'은 아니니까 애꿎은 아기를 원망 할 수도 없고
엄마한테 하소연 할 수도 없고 오빠한테 짜증을 부릴 수도 없고
내진혈이 조금씩 비치는 걸 보면서
오늘의 내진이 자궁문 열리는 데 조금이나마 자극이 되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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