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 November, 2012

treinta de noviembre




생후 70일을 코 앞에 둔 달곰은 보다 사람으로 진화하였다
장식으로 달고 있던 손이 존재의 가치를 깨닫기 시작한 것
맘마를 먹을 때 두 손이 심심한 달곰은,
한 손으로 내 옆구리살을 만지작 만지작 주무른다
그래 엄마는 아직도 덜 빠진 뱃살이 많단다 ㅠㅠ
그리 적나라하게 알려주지 않아도 알아 ㅠㅠ
어쨌거나 굳어졌던 주먹에 움직임이 생겼길래
sassy의 탑 오브 더 탑 베스트셀러 무지개고리를 준비했다
(식기세척기 탑랙에 넣고 세척세척)
양 손에 하나씩 쥐어주니 곧잘 잡고 있다
달곰은 오른손보다 왼손 움직임이 더 좋다
혹시.. 패닉이 부릅니다 "왼손잡이"?
(쌍꺼풀이나 뒷통수를 닮지 하필 왜 왼손잡이야아아~)
왼손에 쥐고 있던 어린쥐색 고리를 흔들다가 자기 이마를 때렸다
놀라서 비명...;
다시 팔을 휘두르다 어린쥐 고리를 발견하곤
신기하다는 눈빛으로 한참을 본다
고리에 정신이 팔려 손가락이 풀리고..
고리가 떨어져나간 자기 손이 또 신기해 한참을 바라보고..
만날 누워만 있어도 심심할 일 없겠구나
나도 내 손이 신기할 정도로 순수한 사람이 되고 싶...
이게 아니고 어쨌든,
좀 더 힘이 생기면 딸랑이도 장만해야지

not only 손, 고갯짓 also 나아지고 있다
똑바로 세워안으면 목을 버티고 있는 시간이 늘었다
피사체가 움직이는 쪽으로 (사마귀처럼) 고개를 돌리기도 한다
바운서를 세워 앉혀놓고 잠시 자리를 비웠더니
그 사이 혼자 고개를 돌려 TV를 보고있더라
너 벌써 엄마 몰래 그러믄 안 돼!!!
목을 못 가누는 아기는 한 팔로 안을 수 없는데
목만 가눌 수 있으면 훨씬 편하려나?



어김없이 9시 전에 달곰이 잠들고
다운받은 영화 -쓰레기 급의 레지던트 이블- 를 보고 있다
젖병 소독도 미루고 보기 시작한건데, 정말 시간 아깝구나 ㅠ
차라리 달곰이 옆에서 밀린 잠이나 잘껄


26 November, 2012

veinte y seis de noviembre




24일
분유 배불리 먹고 꾸벅꾸벅 졸길래 눕혔더니 눈이 번쩍
금방 잠들 것 같지 않아 (소리 죽이고) 모빌을 틀어줬더니 무려 1시간을 놀았다
보채지도 않고 옹알이 하면서 혼자 둥가둥가
그러다 10시가 되어 제풀에 지쳐 눈감고 꿈나라 행
+ 다음날 5시 40분 첫 기상

25일
잠투정이 좀 있어 직수를 중단하고 분유를 물림
배불리 먹이고 기저귀를 갈아준 다음 8시 40분 경 침대에 눕혀 토닥토닥 시작
자꾸 모빌을 보려고 해서 수유등도 끄고 깜깜한 상태로 토닥토닥
쪽쪽이 물고 슬슬 졸다가 10분 만에 꿈나라 행
(10분 뒤에 들어가 뱉어놓은 쪽쪽이 회수)
+ 다음날 6시 첫 기상

26일
마지막 직수 후 역시 잠투정 시작, 유축 모유를 젖병에 담아줌
기저귀를 갈고 졸지도 않는 -투덜대지도 않는- 아기를 침대에 눕힘
수유등만 켠 채 무음으로 모빌을 틀어주니 15분 정도 구경
8시 58분에 "자야지~"라며 모빌을 끄고 쪽쪽이를 물려주니 곧장 눈 감고 꿈나라 행
(10분 뒤에 들어가 뱉어놓은 쪽쪽이 회수)



놀랍게 잘자는 한 아기의 - 바로 60일이 막 지난 우리 달곰이의 이야기이다
정말로 신기한 아가
안아서 바이킹 태우듯 흔들어줘야 한다, 공갈젖꼭지도 거부한다, 밤낮이 바뀌었다
등등 온갖 잠투정에 대한 이야기를 다 접해보았지만
달곰처럼 일정한 시간에 침대에 등을 대고 누워 혼자 잠이 드는 아기는...?
나는 진짜 레어레어레어템을 득템한 듯
이제는 아침 6시 경 까지 밤중수유가 없기 때문에 나도 5시간 쯤 길게 잘 수 있다
6시 첫 수유를 하고 나서 다시 3시간을 더 자는 건 보너스 :)
잠재운 후 3~4시간 남짓 느긋한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것도 보너스 :)
아기의 생활패턴은 자주 바뀌기 때문에 또 어떠한 변화가 생길 지 모르겠지만,
더 많은 걸 바라지 않고 이대로 100일까지 이어졌으면

그리고 100일부터는 더 엄청난 '백일의 기적'을 경험하는 거다 ㅋㅋㅋ


23 November, 2012

veinte y tres de noviembre




오빠는 4일 째 장염으로 고생 중
하루 동안 15마리가 넘는 눈뱀을 낳고 있다
소심쟁이, 병원에 가자고 해도 죽어라 버텨 -_-
죽 끓이랴 애 보랴 집안일 하랴 보리차 끓이랴
몸 한 구석도 남아나질 않는 강행군의 끝에
어제는 나까지 결국 타이레놀의 신세를 져야 할 정도로 몸살이 났다
열이 오르면 수유를 중단해야 하기 때문에
약을 피하는게 약 먹고 수유하는 것 보다 좃치 않다
오빠도 (나의 과민성대장을 위한) 상비약 정로환으로 버티는 건 무리가 있어
결국 무거운 몸과 무거운 유모차를 끌고
집 근처 약국에 가서 지사제를 사왔다
효과를 봐야 할텐데 0_0
(나도 슬슬 배가 아프기 시작했지만,
막상 수유부가 복용 할 수 있는 약은 아니라 안습 ㅠ)

하루종일 수업이 있다 하여
하루종일 몸 아픈 나와 달곰이 단 둘이 보내는 날이다
요즘들어 8~9시 사이에 밤잠을 시작하고
밤중수유는 한 번, 많아야 두 번 정도 필요한 달곰은
그만큼 낮에 전.혀. 자지 않는다
(15분 정도 바운서에서 졸기는 하지만..)
몸 아픈데 무슨 집안일이야
깔끔하게 포기하고 달곰에게 집중했다
안아주고 노래 불러주고 집구경 시켜주고 맛사지 해주고
배고프다 하면 곧장 맘마 물려주고
혼자 두지 않고 계속 놀아주니 내 컨디션 좋은 날 보다 더 안 보채잖아? ㅋㅋㅋ



19 November, 2012

diez y nueve de noviembre




어젯밤 한차례 볼케이노급 잠투정을 하고 9시 반에 겨우 잠들어
무려!!!
오늘 아침 6시 반이 되어서야 -그것도 응가 누러- 깨어난 달곰양 덕분에
나도 오빠도 푹푹 깊은 잠을 자서 컨디션이 너무 좋은 날이다
몸도 가뿐하고 날씨도 끝내주는데,
오늘은 별 일이 없네...?

0_0

H언니네에 김치 나눔 배달을 가겠다며 주섬주섬 외출 준비 시작
아침 맘마 먹고 소파에 누워 뒹굴뒹굴하던 달곰도 급히 외출복으로 갈아입고
집에만 있으면 엉덩이에 뿔이 나는 엄마 손에 이끌려 또 시내로 고고
날씨가 너무 좋아 유모차 커버를 챙길 필요가 없어 보였다
아기도 외기욕 좀 해야지 ㅎㅎㅎ
그래도 찬바람 들면 안되니까 이어플립을 하나 씌워줬다
달곰은 옷 갈아입을 때 잠자코 있는 편이지만 모자 쓰는 건 무척 싫어한다
급 울음을 터뜨리는 아가를 급히 카시트에 앉히니 또 다시 잠잠 ㅋ
정말 카시트를 좋아하는 55일 된 우리 착한 아기 :)



언니를 만나 우선 mercado la paz에 들러 바질(=albahaca)을 한 다발 샀다
잣 넣고 치즈 넣고 윙윙 돌려 바질페스토를 잔뜩 만들어 놓을 생각
일반 마트에서 구하기 힘든 다이콘도 하나 사고 과일도 좀 사고
(모양 빠지게) 유모차 가방걸이에 비닐을 주렁주렁 걸고
이 집 저 집 다니며 아이쇼핑을 실컷 하다가
착한 가격에 러블리한 옷을 파는 nice things에서 달곰이 옷도 하나 사고
mas q menos에서 커피 한 잔 + 하몽 타틴 으로 배 채우고
슬슬 잠에서 깨는 달곰에게는 뜨끈한 분유 한 사발 먹여주고 집으로 컴백

실컷 놀고 들어온 우리 딸,
피곤했던지 아빠 품에 안기자마자 다시 떡실신해서 저녁 내내 자고 있다..
오늘은 잠투정도 없어?
너무 안 자도 곤란하지만 또 이렇게 일찍 자면
새벽에 일어나서 징징댈까봐 그게 또 걱정
제발 부탁인데 오늘도 어제만큼만 푹 자주렴
내일은 엄마랑 '무려' 시외곽에 있는 아울렛까지 가야한단 말이다!



18 November, 2012

diez y ocho de noviembre




직접 담근 김치나 반찬류(불고기나 갈비, 나물, 만두 등)를 파는 집이 여럿 있는데
오늘은 각각 다른 집에서 LA갈비 2kg와 김장김치 3kg가 도착했다
LA갈비를 재워 파는 집에서 김치를 시켜 봤더니 너무 간이 세고 매워서
깔끔한 맛을 좋아하는 -사실 나는 김치맛 따윈 뭣도 모르지만- 우리 입맛엔 노노
그래서 이번에는 김치를 제외하고 갈비만 시켰더니..
아, 갈비의 절반이 기름이고 나머지 절반이 뼈인 듯
대체 먹을 수 있는 고기는 어디에 붙어있는건지 모르겠다
1kg에 15유로나 하는데 이 돈이면 그냥 내가 고기 사다 재우는 편이 나을 듯
(나에겐 missycoupons.com에서 전수받은 환상의 레시피도 있는데!)
새로이 다른 분에게 주문한 김치는 무려 3kg나 되는데
매콤하고 시원한데다 깔끔해서 마음에 들지만 완전히 익은 채로 도착
쉬어버리기 전에 전부 다 먹을 자신이 없어서 친구네에 나눔 할 작정이다
참, 마드리드에서 파는 김치값은 1kg에 8유로로 굳어진 듯

값에 비해 썩 맘에 들진 않아도 냉장고를 꽉 채우니 마음이 놓인다



14 November, 2012

catorce de noviembre




달곰은 그 동안 한 쪽 젖만 먹어왔다
먹는 데 걸리는 시간은 짧을 때는 불과 5분, 길어야 12분?
수유텀이 2~3시간이다보니, 먹지 않은 쪽은 다음 수유 때 까지 잔뜩 불어난다
이만큼 불도록 젖이 차면 아프고 불편한데다,
전유가 새서 수유패드가 흠뻑 젖곤 한다
수유텀이 더 길어지는 밤중에는 패드는 물론 옷까지 젖는 경우도 많았고..

그런데 오늘 - 몇 시간이 지나도 가슴이 딱딱해지지 않는 것이다
정오 즈음에 분유를 한 번 줬기 때문에 수유텀이 길어졌는데도
양쪽 가슴 모두 말랑말랑, 불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요 며칠 사이 달곰은 오래 먹어야 10분을 넘기지 않아 잘 먹는건지 의심스러웠는데
이거 혹시 다 빨아먹고 더 먹을 게 없어 그랬던 걸까?
아니나다를까, 오늘은 딱 5분 먹고 입을 뗀다
입을 떼고는 자지러지면서 짜증을 부리고..
그럼 나는 진정시키려 다시 젖을 물리지만 금방 뱉어내고 다시 짜증을 부리고..
안아서 한참 달래면 그제서야 잠시동안 잠이 든다
(그럼 잠투정인건가?)

6시 즈음 다시 5분 정도 ㅠ.ㅠ 수유를 하고 일찍 목욕을 시켰다
목욕 할 때 기분이 나쁘지 않을 걸 봐선 적게 먹진 않은 듯
목욕 후 조금 안아주니 꽤 깊게 잠이 들어서 침대에서 30분 정도를 잤다
일어난 아기에게 젖을 물렸다
또 5분을 빨더니 비명을 지르며 울기 시작 -_-
이 쪽 젖을 다 먹었나보다 싶어 다른 쪽을 물렸다 (양쪽 모두 젖이 불지 않은 상태)
미친듯이 우느라 입을 다물지 않는다
먹으려는 건 아닌가보다 싶어 쪽쪽이를 물리니 한 두 번 빨고 뱉어낸다
빨아도 먹을 게 안나와서 그러나보다 싶어 다시 젖을 물린다
몇 번 빨다가 더 크게 비명을 지른다 ㅠ_ㅠ
침대에 내려놓으니 대성통곡 시작
급히 분유를 90ml 타서 입에 물렸주니, 금방 그치고 빨기 시작한다
50ml를 금방 먹었다
그럼 이전에 5분 동안 빨면서 먹은 모유가 얼마 안되었나?
우느라 힘들었는지 젖병을 밀어내고 졸기 시작
다시 침대에 눕혔더니 곧 일어나서 더 크게 비명을 지르며 통곡을 시작
안아올려 토닥여줘도 그치지 않고 눈을 꼭 감은 채 더 크게 비명을 지른다
남은 분유를 급히 물리니 30ml를 더 먹고 진정이 되었다

진짜 끔찍한 20분이었다
아기가 우는 소리가 시끄러워서, 달래지지 않아서가 아니라
내 젖을 거부당한 것 같아서... ㅠ.ㅠ
이게 혹시 유두 혼동? 직수 거부? 그런 게 아닐까 싶어 겁이 났다
그리고 어찌나 속상한지...
모유수유에 집착하는 편은 아니지만
달곰이가 젖을 물고 쪽쪽하는 그 살 닿는 기분이 좋아서
적어도 100일까지는 직수를 해주고 싶었는데
내 의사와는 상관없이 아기가 거부를 해버린다면..
그리고 나 대신 젖병만, 더블하트 신모유실감 젖꼭지만 찾는다면..
(그래 마치 엄마의 젖과 같이 실감나는 젖꼭지 답네 -_-)
이걸 어떻게 극복하면 좋지?
체중 조절도 포기해가면서 열심히 밥 먹으며 젖량 유지한다고 노력해왔잖아!
그런데 왜 내 비루한 가슴은 젖량까지 비루하단 말이냐 ㅠ.ㅠ
지금은 - 분유를 배불리 먹고 - 푹 잠이 들었는데
조금 있다가 일어나서 배고프다고 보챌 때 다시 젖을 물려보고 싶지만
왠지 또 거부당했다간 자신감을 완전 상실 할 것 같아 겁이 난다
지금도 젖이 전혀 불지 않았거든

어쩜 좋지?
어쩜 좋지?
어쩜 좋지?



12 November, 2012

doce de noviembre




한국식으로 하면 오늘이 달곰이의 50일
(= 만 49일)
그렇다고 특별한 건 없다
한국에서처럼 공짜 50일 사진을 찍어주는 스투디오 순례를 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집에만 있기 뭐해서 plaza norte 2로 마실을 나가
스타벅스에서 디카프 프라푸치노 한 잔 마시고 zara baby에서 신발 한 켤레 구입
그러고보니 이 신발이 달곰이의 첫 신발이다;
자그마한 신발이 귀엽다보니 출산 전에 아기 신발부터 사놓는다던데
무심하고 돈 없는 엄마 덕분에 달곰이는 지금까지 신발이 없었어요
첫 신발이 zara인 건 좀 미안하지만, 그래도 개중에 비싼 진짜 가죽신ㅋ이다
그러나 가장 작은 사이즈를 샀어도 여전히 헐렁하다는게 함정..

출산 한 지 50일이 되었구나
산욕기가 끝났고 분만 당시의 기억이 벌써 가물가물한데도,
여전히 빼야 할 지방이 3~4kg 씩이나 허벅지에 붙어있고
예전에 입던 청바지 단추를 잠그려면 좀 더 기다려야 한다

그리고 달곰의 '100일의 기적'까지는 50일이 더 남았다



07 November, 2012

siete de noviembre




옆집 J가 파리에서 -고야드 대신에 ㅠ.ㅠ- 사다준 la duree의 마카롱을 먹으며 포스팅
사실 마카롱 홀릭은 아니지만 왠지 la duree는 옳다고나 할까
지난 번에 밀라노에 갔을 때도 들를까 했지만,
그때는 건너편 peck에 빠져 허우적대느라 마카롱 따위는 보이지 않았었는데
돌체가 부족한 마드리드에서는 이런 선물 받으면 눈에서 땀이 나지 ㅋㅋ



H&M에서 사온 곰돌이 우주복을 개시하려고 했는데
럴수럴수! 2-4m 사이즈로 사왔는데도 46일 된 우리 달곰에겐 너무 크다
'입히기에 좀 큰' 정도가 아니라 한 쪽 다리에 애가 쑥 들어가 ㅋㅋㅋ
대체 저 아가는 왜 그렇게 작게 태어나서...
한 달 만에 6센티나 자라서 이젠 좀 평균 사이즈가 되었다 생각했는데;


가격 따라 저퀄인 북극곰 코스튬 H&M


아직 너무 어린 아가라 옷 사는 게 여간 어렵지 않다
외출은 주구장창 하는데 외출복이 너무 없다
모자도 하나 뿐이고 신발은 아예 없어서 -양말은 좀 있지만- 나갈 때 마다
zara baby에서 샀던 미니마우스가 그려진 우주복만 입는 불쌍한 반달곰
오빠는 이 유치한 우주복을 어찌나 싫어하는지 ㅠ.ㅠ
여기저기 다녀보니 zara baby는 조금 큰 아기들이 입을 게 많고
달곰같은 자그마한 뉴본 베이비는 H&M에서 바디수트나 사야 할 듯

오늘은 내가 마드리드에서 제일 좋아하는 동네인 justicia의 한 골목 안에서
너무 예쁜 아기옷 가게를 하나 찾아냈다

http://www.suenospolares.com/

스페인 아기옷 브랜드 중에 가장 핫한 bobo chose 가맹점이기도 하고
한국 엄마들이 열광한다는 popupshop 이나 atsuyo et akiko 같은 브랜드도 있고
아기들을 위한 ugg 나 hunter, bensimon 도 몇 가지 갖춰놓았다
함께 구경 간 H언니는 여기저기서 탄성을 질렀다
나는 아직 아기옷 쇼핑 분야에는 뉴비라 아는 브랜드가 얼마 없지만,
아기옷 홀릭인 A나 H언니 어깨 너머로 배우다보면 곧 통달하겠지? ㅋㅋㅋ
정말 예쁜 아기옷이 무진장 많다는 걸 새삼 알게 되었지만
어쩜 그렇게 하나같이! 착실하게! 이쁜 만큼 비싼 값을 자랑하는 걸까..
A는 아들 옷에는 절대 돈을 아끼지 않는 것 같지만,
우리 달곰 가족은 저소득층 수준의 수입과 P 펀드로 근근히 사는 유학생 가족인 만큼
북유럽 브랜드의 바디수트를 40유로 씩 주고 사는 건 미친 짓이다
다행히도 이 가게에는 뉴본 베이비를 위한 옷이 거의 없어서
내년 봄 쯤 되어야 슬슬 쇼핑하러 들러볼 만 하겠다
그 때 까지는 그냥 H&M이나 주구장창 다니자는 생각 ㅋㅋㅋ
oeuf nyc 같은 브랜드의 보들보들한 니트를 입는 아가에 비하면 좀 빈해보이겠지만,
괜찮아, 달곰은 미친 미모를 가졌으니까 ㅎㅎ



06 November, 2012

seis de noviembre




반달곰양은 -한국 사람이지만- 서양에서 태어난 티를 확실하게 내느라
신생아 시절부터 주구장창 신나게 외출을 하고 있다
백화점, 마트는 말 할 것도 없고 까페에서 브런치 먹기, tapas bar에서 저녁 먹기에
지난 주 6주차에는 스타벅스에서 젖병으로 뿌뉴(=분유) 먹기까지
마드리드 시내에서 갓난쟁이를 들춰업고 쏘다니는 동양인 아기 엄마를 본다면
92%의 확률로 나를 본 것이다 ㅋㅋㅋ

오늘도 salamanca에 사는 H언니를 만나러 외출하는 날
달곰에겐 좀 미안하지만 맘마 먹고 잠투정하는 아기를 바운서에 눕히고
진동기를 느끼며 조는 틈을 타서 재빨리 짐을 챙기고 있다
아기를 데리고 외출하려면 어찌나 챙길 게 많은지 o_O
런치박스에는 휴대용 분유, 보온병, 쪽쪽이(=공갈), 젖병, 가재수건 등을 담고
커다란 지퍼백에는 여분의 기저귀와 물티슈 따위를 준비하고
달곰 덮어줄 담요에 유모차 레인커버까지 빠짐없이 챙겨야 한다
내 외출 준비도 바쁜데 아가는 아가대로 옷 입고 양말 신고 모자도 써야 한다
그래서 외출 4~5시간 전 부터 아기가 쪽잠을 자는 틈틈이
나는 온 집안을 바쁘게 뛰어다니며 외출 준비를 한다



빨리 짐이 많이 들어가면서 가벼운 가방 -a.k.a. 기저귀가방- 을 장만해야겠어
육아의 매 순간은 지름신과의 싸움인가보다 ㅋㅋㅋ
(어째 결말이 이래? ㅋㅋㅋ)



04 November, 2012

cuatro de noviembre




육아의 매 순간이 의문과 불안 투성이이다
과연 나는 아기를 잘 키우고 있는 걸까?
잠을 안 자는 날은 안 자서 걱정, 잠을 잘 자는 날은 너무 자니까 걱정
이것 저것 의문투성이인데 주변에 물어볼 만한 사람이 없다
같은 월령의 아기를 가진 사람 - 산후조리원 동기라든지 - 이 있으면 좋을텐데..
16개월 아들을 가진 A는 이미 14개월 전의 일이 까마득하다
26개월 딸래미 엄마인 J는 50일도 채 못 된 아기의 발달상태에 대해
자신의 경험에서 우러난 조언을 들려줄 만큼 지난 날을 뚜렷이 기억하지 못한다

가장 힘들고 답답한 건 역시 모유수유이다
모유수유를 적극 권장하는 병원이라 입원해있던 2박 3일 동안
달곰에게 분유 한 방울 먹이지 않고 3시간 마다 꼬박꼬박 젖을 물렸다
물론 그 동안은 유즙 한 두 방울만 떨어질 뿐, 전혀 젖이 돌지 않았다
퇴원을 한 다음날 젖이 돌기 시작했지만 유선이 뚤리지 않아 엄청난 젖몸살을 앓았다
한국에 있었다면 당장 오케타니(통곡) 출장 맛사지를 불렀을텐데
아니, 이미 임신 38주 쯤 산전관리를 받아놨거나 조리원에서 관리를 받았을테지
하지만 아무데서도 도움을 얻을 수 없는 나는
피눈물을 흘리면서 냉찜질을 하고 손으로 젖을 짜내고 양배추 잎을 붙였다
그래도 위기를 넘기고나니 젖이 제법 돌기 시작해
앞으로 달곰에게 모유를 먹일 수 있다는 자신감에 아픈 것도 행복했다
한 달 정도는 무리 없이 모유수유를 할 수 있었다
달곰은 직수를 해도 잘 받아먹고 젖병도 거부하지 않았다
워낙 체중이 적어 하루 한 번 정도 분유를 보충하는 것도 잘 먹었다
등과 허리에 찢어지는듯한 근육통이 오고 밤중수유를 할 때는 곧잘 졸기도 했지만
까탈스럽지 않게 젖을 잘 빠는 아가를 내려다보는 건 기쁨이었다
(하도 내려다보니 목에 나이테가 깊게 생긴 건 어쩔 수 없다 ㅠ)
하지만 생후 30일을 넘기면서 달곰은 점점 더 많이 먹는 것 같고
친정엄마가 떠나시고 나 혼자 하루 한 끼니도 제대로 차리기 힘들어지면서
확실히 젖이 차는 간격이 길어지기 시작했다
달곰의 수유텀이 같이 길어진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급성장기를 겪는 달곰은 오히려 2시간이 채 못 되어서도 젖을 달라 보채고
나는 꽉 채우지 못한 젖을 물리긴 하지만 아이는 만족하지 못해 다시 울어대고
겨우 달래 재우려고 하면 배가 덜 찬 아기는 길게 자지 못하고 자꾸 깨어났다
푹 자지 못하는 아기를 하루종일 안고 있느라
나는 밥은 커녕 물 한 잔 제대로 마시지 못하니 젖이 돌리가 없고
이런 악순환이 계속되면서 나는 모유수유에 대해 자신감을 완전히 잃었다

그래, 내가 오래도록 완모를 할 수 있을리 없다고 생각했어
수유를 하는 건 큰 기쁨이지만 그만큼 나는 생활에 제약이 너무 많아 불편하고
맥주 한 잔, 커피 한 잔을 마시지 못해 우울하기도 하다
아주 오래 완모를 하겠다는 각오같은 건 이미 가져본 적도 없었다
엄마가 행복해야 아기도 행복하게 자랄 수 있지 않을까 싶은데,
모유수유에 밀린 내 생활의 작은 소중함들을 너무 오래지 않아 되찾고 싶다
...
라고 생각하는 동시에,
그래도 100일 까지는 어떻게 하든 젖을 물릴 수 있도록 해야지
라는 오기가 생기는 건 모성애 때문일까? 뭘까?
어렵다 어려워
내일 또 젖이 부족하면 난 어찌 해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