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 November, 2012
cuatro de noviembre
육아의 매 순간이 의문과 불안 투성이이다
과연 나는 아기를 잘 키우고 있는 걸까?
잠을 안 자는 날은 안 자서 걱정, 잠을 잘 자는 날은 너무 자니까 걱정
이것 저것 의문투성이인데 주변에 물어볼 만한 사람이 없다
같은 월령의 아기를 가진 사람 - 산후조리원 동기라든지 - 이 있으면 좋을텐데..
16개월 아들을 가진 A는 이미 14개월 전의 일이 까마득하다
26개월 딸래미 엄마인 J는 50일도 채 못 된 아기의 발달상태에 대해
자신의 경험에서 우러난 조언을 들려줄 만큼 지난 날을 뚜렷이 기억하지 못한다
가장 힘들고 답답한 건 역시 모유수유이다
모유수유를 적극 권장하는 병원이라 입원해있던 2박 3일 동안
달곰에게 분유 한 방울 먹이지 않고 3시간 마다 꼬박꼬박 젖을 물렸다
물론 그 동안은 유즙 한 두 방울만 떨어질 뿐, 전혀 젖이 돌지 않았다
퇴원을 한 다음날 젖이 돌기 시작했지만 유선이 뚤리지 않아 엄청난 젖몸살을 앓았다
한국에 있었다면 당장 오케타니(통곡) 출장 맛사지를 불렀을텐데
아니, 이미 임신 38주 쯤 산전관리를 받아놨거나 조리원에서 관리를 받았을테지
하지만 아무데서도 도움을 얻을 수 없는 나는
피눈물을 흘리면서 냉찜질을 하고 손으로 젖을 짜내고 양배추 잎을 붙였다
그래도 위기를 넘기고나니 젖이 제법 돌기 시작해
앞으로 달곰에게 모유를 먹일 수 있다는 자신감에 아픈 것도 행복했다
한 달 정도는 무리 없이 모유수유를 할 수 있었다
달곰은 직수를 해도 잘 받아먹고 젖병도 거부하지 않았다
워낙 체중이 적어 하루 한 번 정도 분유를 보충하는 것도 잘 먹었다
등과 허리에 찢어지는듯한 근육통이 오고 밤중수유를 할 때는 곧잘 졸기도 했지만
까탈스럽지 않게 젖을 잘 빠는 아가를 내려다보는 건 기쁨이었다
(하도 내려다보니 목에 나이테가 깊게 생긴 건 어쩔 수 없다 ㅠ)
하지만 생후 30일을 넘기면서 달곰은 점점 더 많이 먹는 것 같고
친정엄마가 떠나시고 나 혼자 하루 한 끼니도 제대로 차리기 힘들어지면서
확실히 젖이 차는 간격이 길어지기 시작했다
달곰의 수유텀이 같이 길어진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급성장기를 겪는 달곰은 오히려 2시간이 채 못 되어서도 젖을 달라 보채고
나는 꽉 채우지 못한 젖을 물리긴 하지만 아이는 만족하지 못해 다시 울어대고
겨우 달래 재우려고 하면 배가 덜 찬 아기는 길게 자지 못하고 자꾸 깨어났다
푹 자지 못하는 아기를 하루종일 안고 있느라
나는 밥은 커녕 물 한 잔 제대로 마시지 못하니 젖이 돌리가 없고
이런 악순환이 계속되면서 나는 모유수유에 대해 자신감을 완전히 잃었다
그래, 내가 오래도록 완모를 할 수 있을리 없다고 생각했어
수유를 하는 건 큰 기쁨이지만 그만큼 나는 생활에 제약이 너무 많아 불편하고
맥주 한 잔, 커피 한 잔을 마시지 못해 우울하기도 하다
아주 오래 완모를 하겠다는 각오같은 건 이미 가져본 적도 없었다
엄마가 행복해야 아기도 행복하게 자랄 수 있지 않을까 싶은데,
모유수유에 밀린 내 생활의 작은 소중함들을 너무 오래지 않아 되찾고 싶다
...
라고 생각하는 동시에,
그래도 100일 까지는 어떻게 하든 젖을 물릴 수 있도록 해야지
라는 오기가 생기는 건 모성애 때문일까? 뭘까?
어렵다 어려워
내일 또 젖이 부족하면 난 어찌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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