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와! 포스트를 쓸 시간이 나다니!
달곰이의 초음파 검진을 위해 또 한 번 병원에 납셨다
아기 낳고 퇴원하던 날은 '커다란 추억이 깃든 곳을 떠난다는' 아쉬움이 있었는데
이건 뭐, 일주일에 한 번 씩 꼬박꼬박 가고 있으니 ㅋㅋㅋ
임산부도 아니고 신생아에게 왠 초음파 검사냐고 한다면
왜 하는 건지 나도 모르겠다
심장에 잡음이 들리거나 머리가 유난히 크면 심장이나 뇌 초음파를 한다고는 들었지만
분명 아무런 문제가 없을 아기에게도 필수 사항인가?
한국이나 미국에서도 안 하는 걸 스페인에서만 - 유난하게 - 하나보다
뇌초음파 같은 건 상당히 비싸다고 알고 있는데.. 보험이 커버해주나보지
첫번째 소아과 검진 때 이미 예약을 잡아놨기 때문에 가긴 했지만,
사실 엄청난 숙제가 걸려 있었다
아기를 5시간 동안 금식시키고 오라는 게 아냐?!?
예약부 직원이 ayunar(=금식하다)라는 단어를 이야기 했을 때
제발 내가 아는 ayunar가 아닌 ayudar 정도이길 바랬는데,
의뭉스러운 내 표정을 읽은 직원이 다시 한 번 큰소리로 반복해줬다
a y u n a r
2시간, 길어야 3시간에 한 번은 맘마를 찾는 신생아에게 금식이 왠 말이야
폭풍 검색을 해본 결과, 금식은 복부초음파에서 소화기관을 보기 위해서인데
신생아는 3시간만 금식시키는 병원도 있었다
그래서 나는 절충안으로 4시간만! 굶겨보기로 했다
4시간이면 분유를 양껏 먹이면 버틸 수 있을 범위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침 기상 시간부터 일이 꼬여버렸다
요즘들어 꿈나라수유 후 길게는 5시간도 자는 달곰이다보니,
새벽 5시의 밤중수유를 하고나서 아기가 아침 8시 반 까지 자버린 것
물론 나도 그 시간까지 꿀잠을 자버렸지 ㅠ-ㅠ
검진 시간은 12시 30분인데, 앞으로 4시간 반 밖에 남지 않았다
급히 한쪽 젖을 살짝 물리고나서 50ml 정도 분유를 줬다
다 먹고나니 벌써 9시 반!!!
결국 3시간 금식 - 3시간은 원래 수유텀인데 ㅋㅋㅋ - 을 하게 된 셈
검사가 끝나자마자 먹일 분유와 chupete(공갈젖꼭지) 두 개를 런치박스에 담았다
우는 아기 입을 막는 데는 젖과 공갈이 최고
쪽쪽이 suavinex
뉴본 비니, 바디수트 petit bateau
블랭킷 elephant ears
아니나다를까
병원으로 출발하자마자 뒤집어지기 시작한 반달곰양
카싯에 앉힌 채 첫번째 공갈을 꺼내 물리고 병원으로 달렸다
초음파검사실은 아기 울음소리로 가득하더라
검사를 마치고 나오는 신생아들의 표정에 충격과 공포가 ㅋㅋㅋㅋㅋ
목청 크고 비명이 유난스러운 우리 달곰을 어찌할꼬 ㅋㅋㅋㅋㅋ
초음파로는 복부와 대퇴골(왜???), 뇌를 보는데
엉덩이는 무사히 마쳤지만 차가운 젤이 배에 닿은 순간부터 달곰이 폭발했다
머리카락에 젤이 뭉개지면서 그녀의 비명소리는 유리창을 깰 지경
좁은 검사실에 울려퍼지는 비명소리에 나조차도 혼비백산해서,
검사가 끝나고 달곰이의 몸에 떡칠이 된 젤도 꼼꼼히 닦아주지 못하고 옷을 입히고
쉬야 기저귀는 무슨 정신으로 갈았는지도 모르겠다
그냥 빨리 안아줘야겠다는 생각 뿐
재빨리 두번째 공갈젖꼭지를 물리고 블랭킷으로 싸서 품에 안으니 금방 진정이 되었다
양 볼에 흘러내린 눈물이 어찌나 불쌍하던지 ㅠ_ㅠ
대기실로 데리고 나와 오빠에게 안겨주고 곧장 분유를 탔다
(간지나는 dwell studio 런치박스에서 페일핑크 스벅 보온병을 꺼내 분유를 타니
주변 아기엄마들의 눈길이 온통 내 손 끝에 ㅋㅋㅋ)
정말 공갈젖꼭지 없었으면 어찌했을까 싶다
한국에서는 중독이니 버릇이니 해서 공갈을 매우 부정적으로 생각하는데,
서양 아기들은 4살이 넘어서도 공갈을 물고 있는 경우가 많고
그런 아이들이 전부 다 잘못 큰다는 보장은 없잖아?
난 그냥 suavinex(스와비넥스)의 공갈젖꼭지가 워낙 이뻐서 재미삼아 하나 샀다가
의외로 잠투정 할 때 요긴해서 같은 사이즈로 하나 더 장만했던 건데,
공갈 없었으면 오늘 검진은 못 갔을꺼야 아마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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