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October, 2012
once de octubre
누가 달곰더러 효녀라고, 천사 아기라고 했던가
누가 달곰의 패턴을 읽기 쉽다고, 왜 우는지 추측이 가능하다고 했던가
누가 <secrets of the baby whisperer>대로 아기를 키울 수 있다고 했던가
내가 너무 자만했던 것 같다
나는 트레이시 호그도 아니고, 신생아실 간호사도 아니다
달곰은 역시나 적시나 내 아이답게, 교과서형 모범생 아기가 아니었다
그리고 이 세상에, 태어나자마자 인간의 언어로 교감하고 혼자 숟가락질을 할 줄 알며
밤 11시에 자고 아침 9시에 일어나는 모범생 아기란 없다!!!
생후 2주까지 원만한 생활 패턴을 가지고 얌전하던(= 하루종일 잠만 자던)
달곰을 보고 엄마와 오빠는 "이렇게 순한 아기가 있나!"라고 감탄했지만,
맘스홀릭에서 극단적인 경험담을 많이 접한 나는 여전히 달곰의 기질에 의문을 가졌다
아니나 다를까
3주차가 되면서 달곰은 '용쓰기'라는 기술을 득했다
자는 동안 내내 끙끙낑낑깽깽대어, 소머즈의 귀가 발현한 나는 잠을 잘 수가 없다
끙끙낑낑깽깽의 간격이 짧아지다보면 예외없이 자지러지게 우는 소리가...
신생아 초기단계에 잉잉- 거리고 울던 달곰은 이제 끄악끄악- 하고 울게 되었다
그렇게 1시간 정도를 끊임없이 울고 나면 목이 쉰다
끄악끄악 동안 우는 원인을 제거하지 못하면 달곰은 캭캭- 거리며 악을 쓰고,
이 쯤 되면 얼굴이 적고구마색으로 변하면서 배꼽이 튀어나온다
여기까지 오면 아무리 안고 달래봐야 쉽게 진정이 되질 않는다
젖을 물려 기분전환을 하려고 해도, 악을 쓰며 너무 많은 에너지를 소모한지라
막상 젖을 빨 힘이 남아있지 않아 5분 이상 먹지를 못한다
5분 만에 젖을 물고 선잠이 들어 재빨리 트림을 시키고 눕혀재우면 그나마 성공;
대게는 젖 빠느라 온 몸에 힘 주다가 기저귀에 쉬나 응아를 지리고
수유를 마치고 기저귀를 갈아주려 하면 여지없이 잠에서 깨어버린다
2시간 반~3시간 간격으로 수유를 하던 것이 이젠 들쭉날쭉
30분 만에 먹이기도 하고 4시간 넘게 못 먹여 젖이 뭉쳐버리기도 한다
어쨌거나 요 며칠 사이 수유텀은 엄청 짧아졌다
달곰의 뱃고래가 커진 데 반해 나의 젖량이 늘지 않았거나, 여전히 애가 빨기 힘들거나
심지어 젖병에 분유나 유축 모유를 담아줘도 먹지 않는 경우까지 생겼다
입은 분명 오물거리는데 젖병에 담긴 양은 줄지 않아 o_0
간밤에는 무려 50분이나 젖병을 물고는 10ml 밖에 먹지 않아 날 광분하게 했다
... 라고 오늘 오후에 적어놓았는데,
모든 일이 틀어진 원인을 달곰에게 두었던 내가 한없이 부끄럽게 되었다
한참을 소리높여 악을 쓰다가 분유 60ml를 단숨에 먹고 (젖병을 잘 빨더라?!)
겨우 잠이 든 달곰이가 왠 일인지 3시간이 넘도록 낮잠을 잤다
그 사이에 나는 젖이 꽉 차버렸고 결국 양 쪽 모두 유축해서 100ml 한 병을 만들었다
이번에 일어나면 유축한 걸 먹여봐서 한 번에 먹는 양이 얼마나 되는지 봐야지
그런데!
푹 자고 일어나 기저귀를 갈고 기분이 좋아진 달곰에게 젖병을 물렸다
열심히 오물거리는데 꿀꺽거리며 목구멍으로 넘어가는 소리가 나지 않는다
"이 녀석이 또 젖병가지고 장난치네?"
라고 생각하며 입에서 젖꼭지를 빼고 안을 들여다보니..
젖꼭지 구멍이 막혀있다?!?
거뭇한 무언가가 구멍을 꽉 막고 있는 게 육안으로도 보였다
당황해서, 다른 젖꼭지로 갈아끼고 입에 물려보니 꼴깍거리며 잘도 먹는다
순식간에 무려 90ml를 먹어버리고 게워내지도 않는다
더블하트 신모유실감 SS 젖꼭지는 왠 실먼지 뭉치로 꽉 막혀있었다
젖병을 안 빠는 게 아니었어 ㅠ_ㅠ
오히려 새벽에 깨서 50분 동안 안 나오는 젖꼭지를 죽어라 빨아야 했으니 ㅠ_ㅠ
그것도 모르고, 무지하고 성질 급한 엄마는 아기 탓만 한 셈이다
유축 모유를 저만큼이나 먹는 걸 보니 뱃고래가 많이 커졌나본데,
무지한 엄마는 그것도 모르고 지난 주나 같은 양을 계속해서 먹여댔으니
달곰은 자꾸 배가 고프고 그래서 잠에서 일찍 깨고 나는 또 적은 양을 먹여놓고
빨리 자라하는데 달곰은 배가 덜 차서 더 먹고 싶고... ㅠ_ㅠ
90ml를 단숨에 먹고 다시 천사같은 표정으로 잠든 달곰을 내려다보니
너무너무 미안해서 내 스스로 내 목을 치고 싶었다 ㅠㅠㅠ
대체 어떻게 된 엄마가 -초보라지만- 스스로 잘못해놓고 애 탓만 하고 있을까
너무 미안해서 눈물이 줄줄 나더라
달곰이 이 내 죽도록 미안한 마음을 조금이라도 알아줬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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