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October, 2012

catorce de octubre




오늘로 드디어 3∙7일, 아기가 생후 21일이 되는 날이다
어떠한 기준으로 굳이 21일을 잡았는지, 21일이 지났다고 뭐가 다른건지 모르겠지만,
3∙7일이 지나면 집에 외부 손님을 들일 수 있고 어쩌고 하는 걸 보니
아기를 데리고 잠깐씩 외출해도 되는 날.. 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조리원에 가지 않고 퇴원 후 곧장 집으로 돌아와 감금되었기 때문에
18일 간 삼시 세끼 꼬박 먹은 집미역국이 심하게 물려 그만 바깥 밥이 먹고 싶었다

오빠가 다시 학교에 나가면서 엄마와 둘이 남겨지는 시간이 늘어난 만큼
엄마의 말 한마디에 예민해지고 그만큼 더욱 조심하게 되면서 스트레스가.. ㄷㄷㄷ
달곰은 달곰대로 잠 자는 시간이 줄어들고 용쓰기와 잠투정은 늘고
울음소리도 커질대로 커져 맘마가 조금만 늦어져도 악을 쓰고 울어댄다
밤중수유를 3~4번 정도 하는 편인데, 정말 내 인생 최악의 시간 top 3 안에 들겠다
아기가 낑낑대며 잠에서 깨어날 때 쯤 내가 먼저 눈을 번쩍 뜨고
울음이 터져 오빠나 엄마가 깰까봐 급히 아기를 안아들고 거실로 나간다
혼자 배고픈 아기를 달래가며 똥기저귀를 갈고 옷을 갈아입히고
정신없이 소파에 자세를 잡고 앉아 수유를 시작하는데..
밤에는 달곰의 잠투정이 심하다보니 쉽게 젖을 물지 않고 짜증을 부린다
제대로 물리는데만 10분 이상 고군분투
급히 나오느라 핸드폰은 커녕 위에 걸칠 옷도 없이 썰렁한 거실에 나앉아서
40분이고 50분이고 가슴 내놓고 젖을 물리고 있으면 너무 추운데,
두 팔은 아기를 안고 있으니 담요도 덮을 수 없잖아?!
춥고 졸리고 배고프다
밤중수유하는 동안은 세상에 나와 젖먹이만 남겨진 것 같고
침실에서 천하태평하게 자고 있는 오빠가 마구마구 원망스럽다
젖 먹이면서 아기를 내려다봐야 하기 때문에 목과 가슴에 심하게 주름이 잡혔다
안그래도 거울 볼 때 마다 우울한데, 엄마가 "너 목주름 많다?" 라고...

그래서 기분전환 좀 해보려고 3∙7일 기념 외출을 생각했다
(엄마가 le pain quotidien에서 tartin이 드시고 싶다 하셔서)
오빠에게 미리 "le pain 가서 일요일 브런치 먹고 올까?" 하고 운을 떼 보았는데
...
혼자 학교 근처 스타벅스 -또는 도서관- 에 공부하러 나가버렸다
나가버렸다
또 나가버렸다
말도 없이 나가버렸다
집에 남아 징징대는 달곰을 안고 젖을 먹이면서 어찌나 눈물이 나던지
눈물은 겨우 말렸는데 콧물이 주체할 수 없이 줄줄 흘러
결국 나는 엄마에게는 '가볍게 코감기에 걸린' 상태가 되어 있다 ㅠㅠ

다음 주에는, 조금 더 나아지기를 기대하지만, 사실 희망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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