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October, 2012

veinte y cinco de octubre




우와! 포스트를 쓸 시간이 나다니!



달곰이의 초음파 검진을 위해 또 한 번 병원에 납셨다
아기 낳고 퇴원하던 날은 '커다란 추억이 깃든 곳을 떠난다는' 아쉬움이 있었는데
이건 뭐, 일주일에 한 번 씩 꼬박꼬박 가고 있으니 ㅋㅋㅋ
임산부도 아니고 신생아에게 왠 초음파 검사냐고 한다면
왜 하는 건지 나도 모르겠다
심장에 잡음이 들리거나 머리가 유난히 크면 심장이나 뇌 초음파를 한다고는 들었지만
분명 아무런 문제가 없을 아기에게도 필수 사항인가?
한국이나 미국에서도 안 하는 걸 스페인에서만 - 유난하게 - 하나보다
뇌초음파 같은 건 상당히 비싸다고 알고 있는데.. 보험이 커버해주나보지
첫번째 소아과 검진 때 이미 예약을 잡아놨기 때문에 가긴 했지만,
사실 엄청난 숙제가 걸려 있었다

아기를 5시간 동안 금식시키고 오라는 게 아냐?!?

예약부 직원이 ayunar(=금식하다)라는 단어를 이야기 했을 때
제발 내가 아는 ayunar가 아닌 ayudar 정도이길 바랬는데,
의뭉스러운 내 표정을 읽은 직원이 다시 한 번 큰소리로 반복해줬다
a y u n a r
2시간, 길어야 3시간에 한 번은 맘마를 찾는 신생아에게 금식이 왠 말이야
폭풍 검색을 해본 결과, 금식은 복부초음파에서 소화기관을 보기 위해서인데
신생아는 3시간만 금식시키는 병원도 있었다
그래서 나는 절충안으로 4시간만! 굶겨보기로 했다
4시간이면 분유를 양껏 먹이면 버틸 수 있을 범위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침 기상 시간부터 일이 꼬여버렸다
요즘들어 꿈나라수유 후 길게는 5시간도 자는 달곰이다보니,
새벽 5시의 밤중수유를 하고나서 아기가 아침 8시 반 까지 자버린 것
물론 나도 그 시간까지 꿀잠을 자버렸지 ㅠ-ㅠ
검진 시간은 12시 30분인데, 앞으로 4시간 반 밖에 남지 않았다
급히 한쪽 젖을 살짝 물리고나서 50ml 정도 분유를 줬다
다 먹고나니  벌써 9시 반!!!
결국 3시간 금식 - 3시간은 원래 수유텀인데 ㅋㅋㅋ - 을 하게 된 셈
검사가 끝나자마자 먹일 분유와 chupete(공갈젖꼭지) 두 개를 런치박스에 담았다
우는 아기 입을 막는 데는 젖과 공갈이 최고


 쪽쪽이 suavinex 
뉴본 비니, 바디수트 petit bateau
블랭킷 elephant ears


아니나다를까
병원으로 출발하자마자 뒤집어지기 시작한 반달곰양
카싯에 앉힌 채 첫번째 공갈을 꺼내 물리고 병원으로 달렸다
초음파검사실은 아기 울음소리로 가득하더라
검사를 마치고 나오는 신생아들의 표정에 충격과 공포가 ㅋㅋㅋㅋㅋ
목청 크고 비명이 유난스러운 우리 달곰을 어찌할꼬 ㅋㅋㅋㅋㅋ
초음파로는 복부와 대퇴골(왜???), 뇌를 보는데
엉덩이는 무사히 마쳤지만 차가운 젤이 배에 닿은 순간부터 달곰이 폭발했다
머리카락에 젤이 뭉개지면서 그녀의 비명소리는 유리창을 깰 지경
좁은 검사실에 울려퍼지는 비명소리에 나조차도 혼비백산해서,
검사가 끝나고 달곰이의 몸에 떡칠이 된 젤도 꼼꼼히 닦아주지 못하고 옷을 입히고
쉬야 기저귀는 무슨 정신으로 갈았는지도 모르겠다
그냥 빨리 안아줘야겠다는 생각 뿐
재빨리 두번째 공갈젖꼭지를 물리고 블랭킷으로 싸서 품에 안으니 금방 진정이 되었다
양 볼에 흘러내린 눈물이 어찌나 불쌍하던지 ㅠ_ㅠ
대기실로 데리고 나와 오빠에게 안겨주고 곧장 분유를 탔다
(간지나는 dwell studio 런치박스에서 페일핑크 스벅 보온병을 꺼내 분유를 타니
주변 아기엄마들의 눈길이 온통 내 손 끝에 ㅋㅋㅋ)

정말 공갈젖꼭지 없었으면 어찌했을까 싶다
한국에서는 중독이니 버릇이니 해서 공갈을 매우 부정적으로 생각하는데,
서양 아기들은 4살이 넘어서도 공갈을 물고 있는 경우가 많고
그런 아이들이 전부 다 잘못 큰다는 보장은 없잖아?
난 그냥 suavinex(스와비넥스)의 공갈젖꼭지가 워낙 이뻐서 재미삼아 하나 샀다가
의외로 잠투정 할 때 요긴해서 같은 사이즈로 하나 더 장만했던 건데,
공갈 없었으면 오늘 검진은 못 갔을꺼야 아마 ㅋㅋㅋ



23 October, 2012

veinte y tres de octubre




짧은 듯 긴 듯 6주라는 시간이 지나가고 엄마가 한국으로 돌아가신다
불과 한 달 전인데, 함께 마드리드 관광을 하고 외식하러 다니던 게 아득하다
예정일 새벽 진통이 와서 엄마를 깨우고 밥을 차려달라던
내 인생에서 가장 놀라웠던 그 하루는 더더욱 한참 전으로 느껴진다
복이 많아서,
비행시간만 13시간이 걸리는 먼 타국에서도 엄마에게 의지해서 아기를 낳고
가장 어렵고 소중한 달곰의 신생아 시절을 엄마와 함께 나눌 수 있었다

어린 아가를 데리고 공항에 나가는 게 부담스러워
아침 일찍 현관문에서 엄마를 배웅하며 어찌나 눈물이 났는지 모른다
결혼 전에도 이런 저런 일로 집을 떠나있기도 했고
결혼과 함께 나와 지낸지 벌써 4년 차라 반 년 정도 떨어져 지내는 건 익숙하지만,
그래도 늘 고통스럽고 겪고 싶지 않은 건 '헤어짐'이다
엄마와 오빠가 탄 엘리의 문이 닫히고 혼자 집으로 돌아왔을 때,
해가 뜨는 동쪽 하늘의 붉은 빛이 들어오는 방에서 자고 있는 달곰이와
단 둘이 우주 한복판에 떨궈진 그런 참담한 기분이 들었다



22 October, 2012

veinte y dos de octubre




애를 울렸다
울고 또 울고 자지러지며 우는데 내버려뒀다
무려.. 5분 동안이나!!!
그리고 울다 지친건지 뭔지, 달곰이는 갑자기 딥슬립의 세계로 건너갔다

잘 먹고 잘 자고 무지 잘 싸던 달곰이가 갑자기 변했다
생후 27일이 되던 그저께부터, 오전 9시부터 저녁 9시 남짓까지 잠을 자지 않는다
수유를 하면 곧장 잠이 들거나, 잠시 깨어있다가 트림시키면 잠이 들거나
그러던 아기가 수유를 하면 잠시 비몽사몽하면서 기저귀를 적신다
기저귀를 갈아주려고 하면 갑자기 눈을 반짝 뜨고 활동 시작
활동이래봐야.. 혼자 눈 뜨고 노는 게 아니라 내내 징징대고 울어댄다
그 사이사이에 하품을 하는 걸 봐선 졸리긴 한 것 같은데,
백색소음을 틀어보고 안고 달래보고 가슴팍에 올려놓고 토닥여봐도
5~10분 정도 얕은 잠을 자다가 곧 깨어나 또 울기 시작
그렇게 실랑이를 하다보면 시간이 훌쩍 지나 다음 수유텀이 다가온다
깨어있다보니 자연스레 수유텀은 짧아지는데, 젖이 차는 데에는 시간이 걸린다
완전히 빵빵해지지 않은 상태로 젖을 물리면 양껏 먹는 것 같지 않고..
배가 안 불러서 잠을 안 자는 건지 걱정이 되고..
결국 마지막에는 내 모유량이 적어서 그런가 싶어 스트레스가...

하루종일 안 자고 보채며 지내고나면 다행히 & 당연히 밤에는 잘 잔다
9시 쯤 마지막 직수를 하고 재워서 12시 직전에 분유로 꿈나라수유를 해준다
그럼 대략 5~6시간을 스트레이트로 자는 셈
새벽 4시쯤 비몽사몽한 아이에게 다시 한 번 젖을 물리고 7~8시 사이에 일어난다
그리고, 다시 전혀 자지 않는 낮시간의 시작 ㅠ_ㅠ
너무너무 힘들다
달래는 내내 안아줘야 하고 두 시간 마다 끊임없이 젖을 물려야 하고
점심 먹을 때가 되도록 나는 양치도 못하고 애한테 매달려있어야 한다
엄마가 도와주고 있는데도 이 모양이니!
내일이면 엄마는 한국으로 돌아가시는데, 이제 나는 어쩌라고?
달곰의 잠투정과 울음이 심해지면 나 혼자는 감당이 안 될 것 같았다

그래서 오늘 오전에 결국
9시 전에 일어나 12시가 되도록 안 자고 보채는 아가를 결국 울려야 했다
하품하는 아가를 침대에 내려놓고 울든 말든 마냥 방치
오빠가 자꾸 안아올려 그걸 잡아뜯고 있으면, 그 틈에 엄마가 방으로 뛰어든다
두 사람에겐 내가 피도 눈물도 없는 매정한 엄마로 보이겠지만,
사실 가장 가슴이 쿵쿵 뛰고 마음이 짠한 건 나라구요 ㅠ
5분 가량 숨 넘어가게 울던 달곰은, 거짓말처럼 편안한 표정으로 잠이 들었다
아마 안 자고 1시간 넘게 울었다면 내가 뭐가 됐겠어;
30일도 채 안 된 아가에게 특단의 조치로 '울리기'를 사용한 게 영 마음에 걸려
자는 달곰을 몇 번이고 들여다보고 불편한 건 없나 봐주면서,
속싸개가 벗겨져 그대로 드러난 맨다리를 다시 잘 덮어주었더니
내가 방에서 나가기도 전에 이미 걷어차버렸다
나쁜 뇬...



19 October, 2012

diez y nueve de octubre




분유를 두 통 째 뜯었다
거의 직수로 모유를 먹이긴 하지만, 점심과 꿈나라수유로 두 번 분유를 보충하는 중
많이 먹지 않기 때문에 첫번째 통은 1/4 정도가 남았지만,
개봉한 분유는 유통기한이 3주 밖에 되지 않아서 남은 건 그대로 버리게 생겼..;
(그러나 엄마가 분유 맛있다며 남은 걸 다 드실 기세 ㅋㅋㅋ)
딸곰은 almirón 이라는 분유를 먹는다
제조사는 독일 milupa- 한국에서 유명한 aptamil 을 만드는 회사이다
그리고 이 '알미론'이 바로 '압타밀'의 스페인 버전
이름은 다르지만 패키지 디자인은 본래 압타밀과 똑같이 생겼다
왜 굳이 스페인에서만 이름을 달리 해서 판매하는 건지 도통 모르겠다
단계별 제품군이 좀 달라서 압타밀의 첫번째인 pre 단계가 알미론에는 없고,
달곰에겐 1단계 -신생아부터 먹을 수 있다고 나와 있음- 를 먹이고 있다
제품군이 좀 다른 만큼 성분도 좀 다를 거라고 생각하지만
한국에서 못 구해 안달인 압타밀을 여기서는 쉽게 먹일 수 있다고 생각하면 나쁘지 않다
그러나 오리지널 압타밀처럼 스틱분유가 있었으면 좋았을텐데...
스페인에는 시중에 판매하는 스틱분유나 액상분유가 전혀 없다고 한다
퇴원 할 때 병원에서 nutribén 의 액상분유를 하나 주긴 했었는데,
병원 신생아실에서만 사용하는 not for sale 판이라고 ㅠ

알미론 말고 스페인에서만 이름이 다른 제품이 또 하나 있는데,
바로 스페인에서 파는 기저귀 중 가.장.좋.은 dodot 이라는 브랜드이다
대체 이름이 dodot이 뭐냐고? 도돗?
근데 이게 바로 그 유명한 pampers 라면 어이가 없겠지 ㅋㅋㅋ
이 것 역시 패키지 디자인은 거의 비슷한데 제품군은 완전히 다르다
마트에 가보면 기저귀 섹션의 절반이 도돗으로 채워져 있고, 나머지는 하기스?
도돗과 하기스를 제외하면 마트의 PB 상품 뿐이다
한국의 아가들은 군이니 메리즈니, 7th generation이니 하는 수입 기저귀를 쓰는데
불쌍한 우리 달곰이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신생아 적에는 워낙 기저귀 사용량이 많아서 제.일.비.싼 도돗만 쓰는 게 조큼 부담이라
하기스를 한 번 사봤는데... 도돗에 비해 촉감이 좋지 않다 ㅠ
딸바보인 달곰 아빠는 당장 하기스 따위 집어치우고 도돗이나 쭉 사서 쓰라 하더라
두 브랜드가 얼마나 가격 차이가 나는지 잘 모르겠다 'ㅅ'
그렇다고 도돗이 비싼 만큼 엄청 좋냐고? 그것도 아니라는 거
팸퍼스이긴 한데, 그 특유의 파우더향이 나지 않는다
그래서... 소변을 누면 젤리가 된 흡수제에서 정말 싫은 퀴퀴한 냄새가 난다 ㅠ
디자인도 구형 팸퍼스라 - 세서미스트리트도 아니고! - 뒷쪽 흡수층이 짧다
RN(신생아사이즈) 단계를 넘어서면 좀 달라지려나?
더군다나 도돗 쓰다가 발진이 나도 바꿔줄 기저귀가 없다는 게 문제...
이제 와서 천기저귀를 구할 수도 없거니와, 쓰고 싶지도 않은 걸;
기저귀 발진에 대비해서 여러 가지 제품을 구비해놨으니까
(earth mama angel baby bottom balm, bepanthol, badger's baby balm)
우리 달곰의 엉덩이 피부가 그저 튼튼하기만을 바랄 뿐이다



14 October, 2012

catorce de octubre




오늘로 드디어 3∙7일, 아기가 생후 21일이 되는 날이다
어떠한 기준으로 굳이 21일을 잡았는지, 21일이 지났다고 뭐가 다른건지 모르겠지만,
3∙7일이 지나면 집에 외부 손님을 들일 수 있고 어쩌고 하는 걸 보니
아기를 데리고 잠깐씩 외출해도 되는 날.. 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조리원에 가지 않고 퇴원 후 곧장 집으로 돌아와 감금되었기 때문에
18일 간 삼시 세끼 꼬박 먹은 집미역국이 심하게 물려 그만 바깥 밥이 먹고 싶었다

오빠가 다시 학교에 나가면서 엄마와 둘이 남겨지는 시간이 늘어난 만큼
엄마의 말 한마디에 예민해지고 그만큼 더욱 조심하게 되면서 스트레스가.. ㄷㄷㄷ
달곰은 달곰대로 잠 자는 시간이 줄어들고 용쓰기와 잠투정은 늘고
울음소리도 커질대로 커져 맘마가 조금만 늦어져도 악을 쓰고 울어댄다
밤중수유를 3~4번 정도 하는 편인데, 정말 내 인생 최악의 시간 top 3 안에 들겠다
아기가 낑낑대며 잠에서 깨어날 때 쯤 내가 먼저 눈을 번쩍 뜨고
울음이 터져 오빠나 엄마가 깰까봐 급히 아기를 안아들고 거실로 나간다
혼자 배고픈 아기를 달래가며 똥기저귀를 갈고 옷을 갈아입히고
정신없이 소파에 자세를 잡고 앉아 수유를 시작하는데..
밤에는 달곰의 잠투정이 심하다보니 쉽게 젖을 물지 않고 짜증을 부린다
제대로 물리는데만 10분 이상 고군분투
급히 나오느라 핸드폰은 커녕 위에 걸칠 옷도 없이 썰렁한 거실에 나앉아서
40분이고 50분이고 가슴 내놓고 젖을 물리고 있으면 너무 추운데,
두 팔은 아기를 안고 있으니 담요도 덮을 수 없잖아?!
춥고 졸리고 배고프다
밤중수유하는 동안은 세상에 나와 젖먹이만 남겨진 것 같고
침실에서 천하태평하게 자고 있는 오빠가 마구마구 원망스럽다
젖 먹이면서 아기를 내려다봐야 하기 때문에 목과 가슴에 심하게 주름이 잡혔다
안그래도 거울 볼 때 마다 우울한데, 엄마가 "너 목주름 많다?" 라고...

그래서 기분전환 좀 해보려고 3∙7일 기념 외출을 생각했다
(엄마가 le pain quotidien에서 tartin이 드시고 싶다 하셔서)
오빠에게 미리 "le pain 가서 일요일 브런치 먹고 올까?" 하고 운을 떼 보았는데
...
혼자 학교 근처 스타벅스 -또는 도서관- 에 공부하러 나가버렸다
나가버렸다
또 나가버렸다
말도 없이 나가버렸다
집에 남아 징징대는 달곰을 안고 젖을 먹이면서 어찌나 눈물이 나던지
눈물은 겨우 말렸는데 콧물이 주체할 수 없이 줄줄 흘러
결국 나는 엄마에게는 '가볍게 코감기에 걸린' 상태가 되어 있다 ㅠㅠ

다음 주에는, 조금 더 나아지기를 기대하지만, 사실 희망은 없다



12 October, 2012

doce de octubre




"certificado de nacimiento y libro de familia"




한국에서 달곰의 출생신고를 하려면 스페인 출생증명서의 번역이 필요하다
어려운 내용이 아니고 공증도 필요없는지라, 내가 직접 하기로 했다 ㅎㅎ
오랜만 -몇 년 만..?- 에 ms word를 띄워놓고 테이블질을 하는데,
예상치 못한 부분에서 마구 꼬인다
달곰의 출생국가는 españa, '스페인' 이라고 번역했다
달곰의 출생장소는 hospital la moreleja, '라 모랄레하 병원' 으로 표기
달곰의 집주소는 avenida san luis.. 읭?
avenida는 영어로 avenue
'아베니다 산루이스' 로 적을 것인가, '산루이스 애비뉴' 로 적을 것인가
'아베니다' 를 선택하면 españa 역시 '스페인' 대신 '에스파냐' 라고 해야 맞을 것
그런데 미국에서 출생한 아기들의 경우에는
united states of america를 '유나이티드스테이츠오브아메리카' 가 아니라
'미합중국' 이라고 표기하는 게 정석이란다
주미 한국대사관에서 권고하는 가이드라인에 따른 거라니...
주스페인 한국대사관은 (하는 일이 없다보니) 가이드라인 따위 있을 리가 없고...
그렇게 치면 스페인은 사실 '스페인왕국' 이란 말이다!!!
그리고 /빠/와 /파/ 같은 된소리와 거센소리 문제까지 겪고 싶진 않으니까

그냥 '스페인' 으로 결정 (쉽게 가자!)

'애비뉴' 나 '아베니다' 를 빼버리면 어떨까?
생각해보니 그것도 안 되겠다
lancaster avenue 31을 '랭카스터 애비뉴 #31' 대신 '랭카스터 #31' 이라고 쓴다면
이 랭카스터가 펜실베니아주의 아미쉬들이 사는 랭카스터란 깡촌인지,
필라델피아 근교 메인래인 지역을 관통하는 랭카스터 애비뉴인지 누가 알겠어

결국 고심 끝에 '아베니다 산루이스' 로 낙찰

그럼 아파트 홋수는 어떻게 적지?
'포탈 3 에스칼레라 5 2층 C호' 는 정말 간지도 안 나고 뭔 소린지도 모르겠고,
그냥 '3-5-2C호' 라고 간결하게 줄여버렸다
강남구청 호적과 공무원이 스페인식 주소에 대해 알게 뭐람?



11 October, 2012

once de octubre




누가 달곰더러 효녀라고, 천사 아기라고 했던가
누가 달곰의 패턴을 읽기 쉽다고, 왜 우는지 추측이 가능하다고 했던가
누가 <secrets of the baby whisperer>대로 아기를 키울 수 있다고 했던가
내가 너무 자만했던 것 같다
나는 트레이시 호그도 아니고, 신생아실 간호사도 아니다
달곰은 역시나 적시나 내 아이답게, 교과서형 모범생 아기가 아니었다
그리고 이 세상에, 태어나자마자 인간의 언어로 교감하고 혼자 숟가락질을 할 줄 알며
밤 11시에 자고 아침 9시에 일어나는 모범생 아기란 없다!!!

생후 2주까지 원만한 생활 패턴을 가지고 얌전하던(= 하루종일 잠만 자던)
달곰을 보고 엄마와 오빠는 "이렇게 순한 아기가 있나!"라고 감탄했지만,
맘스홀릭에서 극단적인 경험담을 많이 접한 나는 여전히 달곰의 기질에 의문을 가졌다
아니나 다를까
3주차가 되면서 달곰은 '용쓰기'라는 기술을 득했다
자는 동안 내내 끙끙낑낑깽깽대어, 소머즈의 귀가 발현한 나는 잠을 잘 수가 없다
끙끙낑낑깽깽의 간격이 짧아지다보면 예외없이 자지러지게 우는 소리가...
신생아 초기단계에 잉잉- 거리고 울던 달곰은 이제 끄악끄악- 하고 울게 되었다
그렇게 1시간 정도를 끊임없이 울고 나면 목이 쉰다
끄악끄악 동안 우는 원인을 제거하지 못하면 달곰은 캭캭- 거리며 악을 쓰고,
이 쯤 되면 얼굴이 적고구마색으로 변하면서 배꼽이 튀어나온다
여기까지 오면 아무리 안고 달래봐야 쉽게 진정이 되질 않는다
젖을 물려 기분전환을 하려고 해도, 악을 쓰며 너무 많은 에너지를 소모한지라
막상 젖을 빨 힘이 남아있지 않아 5분 이상 먹지를 못한다
5분 만에 젖을 물고 선잠이 들어 재빨리 트림을 시키고 눕혀재우면 그나마 성공;
대게는 젖 빠느라 온 몸에 힘 주다가 기저귀에 쉬나 응아를 지리고
수유를 마치고 기저귀를 갈아주려 하면 여지없이 잠에서 깨어버린다

2시간 반~3시간 간격으로 수유를 하던 것이 이젠 들쭉날쭉
30분 만에 먹이기도 하고 4시간 넘게 못 먹여 젖이 뭉쳐버리기도 한다
어쨌거나 요 며칠 사이 수유텀은 엄청 짧아졌다
달곰의 뱃고래가 커진 데 반해 나의 젖량이 늘지 않았거나, 여전히 애가 빨기 힘들거나
심지어 젖병에 분유나 유축 모유를 담아줘도 먹지 않는 경우까지 생겼다
입은 분명 오물거리는데 젖병에 담긴 양은 줄지 않아 o_0
간밤에는 무려 50분이나 젖병을 물고는 10ml 밖에 먹지 않아 날 광분하게 했다



... 라고 오늘 오후에 적어놓았는데,
모든 일이 틀어진 원인을 달곰에게 두었던 내가 한없이 부끄럽게 되었다

한참을 소리높여 악을 쓰다가 분유 60ml를 단숨에 먹고 (젖병을 잘 빨더라?!)
겨우 잠이 든 달곰이가 왠 일인지 3시간이 넘도록 낮잠을 잤다
그 사이에 나는 젖이 꽉 차버렸고 결국 양 쪽 모두 유축해서 100ml 한 병을 만들었다
이번에 일어나면 유축한 걸 먹여봐서 한 번에 먹는 양이 얼마나 되는지 봐야지
그런데!
푹 자고 일어나 기저귀를 갈고 기분이 좋아진 달곰에게 젖병을 물렸다
열심히 오물거리는데 꿀꺽거리며 목구멍으로 넘어가는 소리가 나지 않는다
"이 녀석이 또 젖병가지고 장난치네?"
라고 생각하며 입에서 젖꼭지를 빼고 안을 들여다보니..
젖꼭지 구멍이 막혀있다?!?
거뭇한 무언가가 구멍을 꽉 막고 있는 게 육안으로도 보였다
당황해서, 다른 젖꼭지로 갈아끼고 입에 물려보니 꼴깍거리며 잘도 먹는다
순식간에 무려 90ml를 먹어버리고 게워내지도 않는다
더블하트 신모유실감 SS 젖꼭지는 왠 실먼지 뭉치로 꽉 막혀있었다
젖병을 안 빠는 게 아니었어 ㅠ_ㅠ
오히려 새벽에 깨서 50분 동안 안 나오는 젖꼭지를 죽어라 빨아야 했으니 ㅠ_ㅠ
그것도 모르고, 무지하고 성질 급한 엄마는 아기 탓만 한 셈이다
유축 모유를 저만큼이나 먹는 걸 보니 뱃고래가 많이 커졌나본데,
무지한 엄마는 그것도 모르고 지난 주나 같은 양을 계속해서 먹여댔으니
달곰은 자꾸 배가 고프고 그래서 잠에서 일찍 깨고 나는 또 적은 양을 먹여놓고
빨리 자라하는데 달곰은 배가 덜 차서 더 먹고 싶고... ㅠ_ㅠ

90ml를 단숨에 먹고 다시 천사같은 표정으로 잠든 달곰을 내려다보니
너무너무 미안해서 내 스스로 내 목을 치고 싶었다 ㅠㅠㅠ
대체 어떻게 된 엄마가 -초보라지만- 스스로 잘못해놓고 애 탓만 하고 있을까
너무 미안해서 눈물이 줄줄 나더라
달곰이 이 내 죽도록 미안한 마음을 조금이라도 알아줬으면...



05 October, 2012

cinco de octubre




오늘은 큰.맘.먹.고 엄마를 museo del prado에 보내드렸다
나는 지난 겨울에 C와 함께 둘러봤으니, 여태 프라도 못 가본 오빠와 함께 가시라고 ㅎㅎ
그 말인즉, 처음으로 달곰과 내가 단 둘이 있게 되는 셈이다
(병실에서는 종종 둘이서만 몇 시간을 보냈었지만)

겨우 재워놓은 아기가 깨서 울고 달래느라 젖을 물리고 끊임없이 기저귀를 가는 일은
출산 전의 각오에 비하면 정말 별 게 아니다
아기는 '시도때도없이' 우는 게 아니라 나름 패턴이 있고
똥 싼 엉덩이 씻기기나 기저귀 체인지는 손에 익으니 순식간이다
효녀 달곰은 아직까지는 상당히 규칙적인 생활을 하고 있다
1~2시간을 자고 일어나 똥기저귀를 갈고 20분 정도 젖을 먹고 트림 시키는 중에
살짝 잠들었다가 소변을 보고 잠시 깨어나 오줌기저귀를 갈아주면 다시 자는 패턴
육아수첩에 열심히 기록을 하기 때문에
달곰이 우는 순간 수첩을 보고 패턴을 읽으면 원하는 게 무언지 예측이 가능하다
(예측이 맞을 확률은 70% 정도)



출산 후 가장 힘든 건..
육아가 아니라 만신창이가 된 내 몸 상태이다
다들 분만의 고통에 대해서만 떠들어댔지, 그 누구 하나 산후의 고통을 일러주지 않았다
생리대가 싫어 임신이 좋았었는데 지금은 끊임없이 흐르는 오로를 받아내느라
산모용패트에 오버나이트형 생리대를 총동원하고 있다
그깟 자궁이 커봐야 얼마나 크다고 이렇게 많은 피(?)가 어디서 나오는건지..
괴상망측하게 꿰메진 -나중에 성형수술이라도 받아야 할 듯- 회음부도 너무 불편하다
하루 이틀이면 나아지는 줄 알았는데 열흘이 넘도록 따가워 ㅠ
매일 좌욕을 두 번씩 하는데도 아무는 속도가 느린 것 같다
생리대는 찝찝하고 실밥이 당겨 푹신한 소파나 침대에 앉는 건 완전 무리
그렇다고 바닥에 앉으면 또 엉치뼈와 골반이 당긴다
그저께 가만히 앉아있는데 울컥- 하는 느낌이 나더니 엄청난 하혈을 했다
그 뒤로 훗배앓이로 추정되는 아랫배 진통이 심해졌다
배만 아프면 "그냥 훗배앓이인가보다" 하겠는데, 온갖 뼈가 다 열리는 느낌도 든다
진통이 심하게 올 때는 혀를 깨물고 싶을 정도로 아프다
분만 마지막에 배를 누르는 과정에서 왼쪽 갈비뼈에 실금이 갔는지
왼쪽으로 누울 때 마다 저리고 쑤시지만, 귀찮아서 병원에 가보지는 않았다
어차피 갈비뼈 부상은 달리 할 수 있는 치료가 없잖아
몸무게는 줄지 않는다
달곰과 그 외 부속물들을 뺀 만큼만 줄더니, 그 후로는 오히려 찌고 있어! ㅠ
엄마가 밥을 너무 많이 주나 내가 간식을 너무 많이 먹나
모유수유를 그토록 열심히 하는데도 왜 지방이 빠지지 않냐는 말이다
아랫배도 아직 안 들어가서 영락없는 올챙이 몸매인데다,
(은혜롭게도 튼살은 없었지만) 배가 쪼그라드니 임신선이 엄청 진해졌다
이 색소들은 언제쯤 내 몸에서 탈출하려는 걸까
임신 전에 입던 스키니진들을 걸쳐보니
허벅지까지는 터질듯이 -핏이 완전 구림- 들어가긴 하는데 허리가 잠기지 않는다
말로만 듣던 골반이 벌어진 상황 ㄷㄷㄷ
제 내 23, 24사이즈 스키니들은 안녕이란 말인가
그럼 난 앞으로 무슨 바지를 입고 나가지?! 매일같이 단벌 레깅스?

꼬물꼬물 너무도 작은 달곰을 보고 있으면 더 할 나위 없이 행복하지만,
달곰을 재우고 화장실에 가 생리대를 갈고 좌욕을 하며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보면
과장없이, 피눈물이 난다

아 산후우울증 오지 않도록 정말 조심해야지 =_=



02 October, 2012

dos de octubre




달곰 생후 8일 째, 이 세상에 공식적으로 데뷔했다
registro civil에 달곰의 출생신고를 완료하고, 달곰의 이름으로 된 증명서를 발급
그리고 우리 세 사람이 가족임을 증명하는 'libro de familia'도 생겼다
우린 분명 한국사람들인데, 어째 머나먼 타국에서 먼저 가족 인증을 받다니 ㅎㅎ
그것도 하필이면 내가 참참 싫어하던 스페인에서 말이다
정말 사람 사는 일은 알 수가 없어



퇴원하기 전에 병원에서 출생신고와 관련해서 세 가지 문서를 받았다
i) Documento de identificación sanitaria materno filia
옅은 파란색의 조그마한 종이에 달곰의 인적사항이 적혀있고
내 지문 하나랑 달곰의 족적 -제대로 안 찍혀 판독 불가- 이 찍혀 있다
ii) Cuestionario para la declaración de nacimiento en el registro civil
그야말로 registro civil에 가서 출생신고를 하기 위한 신청서
iii) 달곰의 출생을 증명하는 담당 산과의사의 레터
마드리드에서 출생신고를 한다면 이 중에서 i)과 ii)만 필요하단다

그 외 우리가 챙긴 서류는..
나와 오빠의 NIE 카드 
나와 오빠의 여권
(혹시 몰라서) NIE 연장신청서
(혹시 몰라서) Empadronamiento
혼인관계증명서 번역/공증본

수속이 얼마나 복잡 할 지 알 수가 없어 오빠 혼자 보내기는 불안하고,
그래서 마드리드 뉴 멤버가 된 Y씨 -서어전공자- 의 도움을 받기로 했다
Y씨와 오빠가 calle de pradillo에 있는 오피스에 도착한 게 9시 조금 전인데
이미 새볔부터 나온 게 틀림 없을 사람들의 줄이 블럭을 넘어섰단다

출생신고 절차는 네이년 검색을 해서 나오는 마드리드 모 변호사씨의 포스팅을 참조
Y씨가 워낙 스페인어를 잘 하니, 절차를 모르면 물어서라도 하겠지 ㅋㅋㅋ
..라고 스페인 와서 처음으로 마음 푹 놓고 오빠를 내보냈다



역시나 능력자 Y씨의 도움으로 무난하게 일을 처리하고 온 오빠는
'libro de familia'라고 부르는 가족관계증명서와 출생신고증명원 3장을 들고 왔다
출생신고증명원을 최소한 5장까지 받아오라고 시켰지만,
원칙적으로 1회에 2장까지 발급 할 수 있단다 (발급 비용은 무료)
추후에 더 필요하면 인터넷이나 전화로 주문해서 집으로 받을 수 있고...
한국에서 출생신고 할 때 / 대사관에 여권 신청 할 때 / 달곰이 NIE 만들 때 등
지금 당장 필요한 곳만 세 군데라 넉넉하게 받고 싶었지만...
그래도 Y씨의 화술로 3장이나 받아왔다니 그의 활약에 박수를 보냅니다
'libro de familia'는 여권보다 약간 큰 책, 말 그대로 책이다
나와 오빠의 인적사항과 자녀(달곰)의 인적사항이 적혀있다
앞으로 스페인 내에서 우리가 가족이라는 걸 증명하는데 이 것만 있으면 된단다
작년에 한국에서 받아와 수십번을 쓰고 꼬깃해진 혼인관계증명서는 이제 안녕

한국에서의 신고는 엄마가 귀국길에 서류를 챙겨가서 대신 할 예정
신고가 완료되면 EMS로 서류를 받아서 대사관에서 달곰의 여권을 신청 할 수 있고,
여권이 있으면 비로소 NIE 발급이 가능하다

사람이 하나 태어나서 이 사회에 속하기까지의 절차가 결코 쉬운 게 아니구나 0_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