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 June, 2012

veinte y ocho de junio




마드리드새댁파 A언니를 만나고 돌아와보니 미국발 소포가 두 개나 와 있었다
하나는 C언니가 배송대행 해준 것, 또 하나는 iherb.com에서 직구 한 것
mother's milk tea로 가득찬 아이허브 상자 따위 알게 뭐람
보물상자같은 C언니의 상자부터 뜯었다
제일 먼저 이번 쇼핑의 기대작 - dwell studio 런치박스가 튀어나왔다
예상했던 것 보다 더 이쁜 핑크색이네 ㅋㅋㅋ
어제 장만한 베이비핑크 컬러 starbucks + thermos 콜랍 보온병이랑 찰떡궁합!
절대 달곰이가 딸이라서 핑크 공주로 키우겠다는 건 아니다
런치박스나 보온병이나 내가 쓰려고 산거지, 애가 쓰는 게 아냐
...라며 playtex original nurser를 하나 집어들었는데
OMG
핑크색이다
또 하나를 꺼내보니 또 핑크색
색상 랜덤 배송에 4개를 샀는데 2개가 핑크라니
(다행히 나머지는 하늘색과 민트색)

일회용 젖병을 본 엄마는 격세지감이 느껴진다고 했다
사용법을 빨리 익혀야겠다며 '할머니 모드'로 의욕을 불태우기 시작 ㅋㅋㅋ
prenatal DHA 영양제를 보고는 "내가 너 가졌을 때는 뭘 먹었지?"
엄마..
나 가졌을 때 맥주도 마시고 바퀴벌레약도 마구마구 뿌렸었다며 ㅠ_ㅠ



지난 봄 gilt.com 세일 때 쟁인 siwy 제깅스도 함께 왔는데..
내가 이렇게 작은 옷을 입었던 적이 있던가?!
24 사이즈 siwy를 입을 수 있을 앞날이 너무나도 아득하게만 느껴진다



23 June, 2012

veinte y tres de junio




B언니네 가족과 이태원 gobble'n'go 에서 브런치 타임을 가졌다
필리에서 인연을 맺은 penn family이기 때문일까, 미국식 밥이 땡기더라고
미국식 브런치 메뉴에 피넛버터 쉐이크를 시켰는데 둘 다 맛있었다
(ruby's 같은 다이너에서 파는 만큼 thick하고 양 많은 쉐이크는 아니었지만)
식사도 맛있었고 모임도 즐거웠지만
정말 욕나오게 더운 날씨였다
몸 무거운 나도 힘들지만, 유모차와 카시트에 묶여다닌 두살배기 B군이 제일 고생했지
유모차에만 타면 등과 뒷통수가 온통 땀에 젖어버리더라고
당장 대나무자리라도 하나 짜서 깔아주고 싶었다 ㅠ_ㅠ



장비병 중증 환자인 나는 한국에서 스토케 악세사리를 잔뜩 구비해가려고 한다
총(유모차)은 없는데 총알만 주섬주섬 챙기는 격 ㅋㅋㅋ
이미 스토케 카페 공구를 통해서 '시력보호 레인커버' -란 무엇?- 를 구입했고
수제작으로 주문 판매하는 안전바 체인을 골라놨다
실내용 바퀴커버와 가방걸이도 알아봐야지
유모차와 카시트에서 쓸 baby elephant ears 쿠션과 블랭킷 세트도 골라놨다
이건 누가 선물해줄 것 같아서(?!?) 구입 보류 중 ㅋ
스페인에서 컵홀더와 프램팩을 장만하면 더 필요할 게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B군의 고행을 보고나니 여름에 쓸 쿨매트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더군다나 우리 달곰이는 덥디 더운 스페인 아가잖아
여름이 되면 썸머키트를 장착해주려고 생각하고 있긴 했지만,
고운 딸래미 엉덩이에 땀띠 나는 건 너무 불쌍하고 ㅠㅠ
마더스베이비에서 파는 옥수수 어쩌고 하는 매트가 (가격도 좋고) 무난할 것 같다
근데 이건 내년 여름 전에 한국에 한 번 들어온다면 그 때 사도 되지 않을까..
내년에는 더이상 엄마카드 찬스가 없으려나 ㅋㅋㅋ



21 June, 2012

veinte y uno de junio




26W4D

지난 주(25W)에 분당차병원 초진에서 임신확인서를 떼다가
일주일 사이에 부랴부랴 국민은행에서 '고운맘카드'를 발급받았다
총 금액 50만원 중 내가 쓸 수 있는 건 15만원이 채 안 되겠지만.. 그래도 그게 어디야

분당차병원에서의 검진은 스페인에서보다 훨씬 복잡하다
가자마자 진료비 수납을 하고 혼자 몸무게와 혈압을 잰 뒤 산전관리실에 제출하고
채혈실에 갔다가 진료실 앞에 가서 직접 진료 대기를 한다
그냥 진료실에서 한 번에 하면 안되나?
스페인에서는 주치의와 상담하는 동안 간호사가 혈압 재줬는데 ㅋㅋ
다른 산부인과를 가보지 않아서 비교는 할 수 없지만,
달곰이 동생을 가질 때 즈음에는 절대 분당차병원으로 다니지는 말아야지
집에서 가까운 윤호함춘 갈테야 =_=



오늘의 메인 이벤트는 바로 임.당.검.사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채혈실에서 글루코스액 500ml를 원샷
인터넷 후기에 보면 '극악의 단맛' '너무 달아서 니글니글' '토할 거 같아요'
라고들 하더라만.. 나에겐 그냥 달고 맛있더라고
시간 죽이고 앉아있다가 1시간 뒤 채혈을 했다
피 뽑는 분께서 "속이 불편하지는 않으셨어요?" 라고 묻기까지 하더라고
"달고 시원해서 좋았어요" 라고 대답했더니 허탈한 웃음을 짓더라

21주차에 정밀초음파를 본 후로 달곰이 몸무게 한 번 잴 기회가 없었던지라
오늘 검진에서는 (정밀은 아니지만) 나름 초음파를 자세하게 봤다
달곰이는 벌써 930g!!!
21주차에 349g이었던 꼬맹이가 어린이가 되었다 ㄷㄷㄷ
이제 너무 커서 초음파 화면에 잘 잡히지도 않고 왠지 팔다리가 오동통해보였다
엄마가 거봉이랑 수박을 너무 먹어서 살이 쪄버린거니?
소노그래퍼에게 달곰이 성별을 재확인하려고 하니 알려줄 수 없단다
병원 방침 상 32주가 되기 전에는 어떠한 정보고 오픈 할 수 없다고 한다
그러나 "나원참 나 왜 굳이 분당까지 온거지.." 라고 혼잣말을 중얼거렸더니
다른 병원 가서 또 초음파 볼까봐 어쩔 수 없이 말해준다며
"알고 계신 게 맞는 것 같네요"라고 한다
뭐가 어쩔 수 없어 ㅋㅋ 다 이런 식으로 알려주는 거 아냐 ㅋㅋ
(심지어 진료실 교수님은 툭 까놓고 "딸이네요 딸"이라고 하셨다)
그 대단한 병원의 방침은 어디에?

또 한참 -거의 30분- 을 기다려서 진료실에 들어가 검사 결과를 받았다
차병원 기준치는 130, 나는 127.. 턱걸이잖아?!
왠지 임당검사는 자신 있었는데 턱걸이로 통과라니 괜히 신경질이 났다
그나마 위로가 되는 건, 다른 병원들은 대게 140이 기준선이라능



스페인에서 철분제 처방을 받고 싶다고 했더니 의사가 콧방귀를 뀌었다
고기를 쳐묵쳐묵하는 나라에서는 별 필요가 없을지 모르겠지만
우리 한쿡 임산부들은 철분제 필요하단 말이에요
결국 내 나라로 돌아와서 철분제 처방 받고 변비(;) 퇴치용 유산균도 샀다
철분제는 액상형 볼그레, 유산균은 그 유명한 이지바울
한 상자 씩 샀더니 6만원 돈.. 엄마카드 찬스가 있어서 참 다행이다



20 June, 2012

veinte de junio




goo stk 733 에서 철분 섭취
(그러고보니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의 인터넷 강국이라고 떠들어대지만,
대기업 체인이 아니고선 홈페이지를 제대로 갖춘 레스토랑이 별로 없는 것 같다
미국에서 하듯 인터넷으로 테이블 예약하는 건 꿈도 꿀 수 없네..)
528은 저녁에만 문을 여는 관계로 런치를 위해 남산 자락까지 가야만 했다

dry-aged prime ribeye 600g으로 주문
런치메뉴엔 wet-aged 뿐이지만 뭐 말만 하면 다 먹을 수 있는 법이지
medium rare로 시켰지만 거의 medium에 가깝게 구워졌다
고기도 맛있고, 나머지 곁다리들도 다 괜찮았지만.. 뭔가 묘하게 한 끝이 부족하달까
french onion soup은 바게뜨가 너무 푹 퍼져서 식감이 아쉬웠고
creamed spinach는 치즈 부족
대표메뉴이신 마늘밥(garlic rice)은.. 난 설익은 마늘이 싫어
식전빵과 함께 나오는 버터가 무염버터인 건 굉장히 환영 할 만 하지만
가염버터에 길들여진 입맛이라면 느끼하다 하겠지



음식은 긍정적이었지만 그 외 정말 확 깨는 건,
aqua panna를 한 병 시켰는데 - 무려 12000원 - 글라스를 새로 주지 않았고
구비해놓은 맥주도 안습 (호가든, 코로나, 그리고 하이네켄이라니)
심지어 화장실에는 오렌지향 리스테린 특대 사이즈가 비치되어 있었다

비싼 값을 감수하면서도 찾을 만한 맛집이라면서, 뭔가 묘하게 촌스러워



18 June, 2012

diez y ocho de junio




<달곰이를 위한 쇼핑>

우리 돈 먹는 곰순이를 배불리 먹일 만큼 내가 젖이 잘 돌지는 모르겠다만,
어쨌거나 나의 중장기육아플랜에 따르면
모유수유는 최장 4개월, 직수와 유축 병행, 필요시 분유와 혼합수유
나는 "어떻게든 직수로 모유를 오래 먹이겠어!" 같은 다짐은 안 하는 배포가 없는 여자ㅋ

젖병은 스페인에서 구하기 쉬운 avent나 suavinex를 쓰고
호환이 잘 되는 더블하트 신모유실감 젖꼭지를 한국에서 공수하기로 했다
일회용 젖병을 팔지 않는 - 환경을 생각해서?! - 유럽인만큼
한국산 upis나 미국산 playtex를 왕창 사가야겠다고 마음먹고 있었는데,
구하기 쉬운 유피스를 놔두고 굳이 diapers.com에 플레이텍스를 주문했다
달러가 남아있기도 하고 미국에서 받을 짐도 있고;;
original nurser로 골랐더니 이쁘진 않은 것 같지만.. 젖병을 멋으로 쓰나
라텍스 재질의 slow flow가 기본 장착되어있다고 해서
추후에 쓸 실리콘 재질의 medium flow와 Y-cut을 하나씩 더 챙겼다
사실 라텍스 젖꼭지와 실리콘 젖꼭지의 차이를 도통 모르겠는데.. 뭐가 더 좋은거지?
8oz 짜리 젖병 라이닝은 100개들이 3박스 (얼마나 쓰려나)
다 쓰면 H에게 부탁해서 더 보내달라고 해야지
플레이텍스는 외출 및 비행용도를 고려해서 주문한 것이지만,
평소에도 일반 젖병은 왠지 잘 쓰지 않을 것 같다
오빠나 나나 환경 같은 건 안중에도 없고 편하면 장땡인 저질인간인지라...



머나먼 미래에나 있을 -_- 달곰이와의 외출을 위한 준비는 계속 된다

장비병 환자에다가 수납에도 집착을 하는 만큼 런치박스를 장만하는 것도 big issue
skip hop이나 built NY, 또는 dwell studio가 대세인 것 같은데
나는 각 잡힌 올드스쿨 도시락가방 스타일인 드웰이 마음에 들었다
딸 가진 집은 거의 대부분 여자화장실 표시가 그려진 paper doll 패턴을 사용하던데
amazon.com에서 파는 종류가 몇 개 되지 않아서
오래 고민할 것도 없이 petal pink dot 패턴으로 주문해버렸다 (38불)
(오빠에게 사진을 보여줬지만 완전 무반응 - 어디에 쓰는 물건인지 모르나보다)
네임택 따위는 돈 낭비인 것 같아서 가뿐히 패스
사이즈를 보아하니 반나절 외출하는 간식 정도는 너끈히 들어갈 것 같다



이제 미국에 주문할 건 aden+anais 제품들이랑 내 영양제가 남았다



15 June, 2012

quince de junio




"엄마 밥 먹으니까 좋냐" 라는 질문을 많이 받는데
매번 "내 입에 깔대기를 꽂아두고 음식을 쏟아부으신다" 고 대답한다
삼시 세끼 꼬박꼬박에, 하루 두끼 인생이던 내 위장과 달곰이가 놀라 어쩔 줄을 모른다
임신 초 제일 심한 food craving이던 양념소갈비
아빠 찬스로 혼자 3인분 쯤 먹고나자 달곰이가 뱃속에서 탭댄스를 췄다
그동안 늘 서러웠던 빵순이, 빵에 대한 집착도 여지없이 빛을 발한다
김영모와 파리크라상에서 사다먹고 남은 빵이 아직 냉동칸에 한가득인데도 불구하고
가로수길 나간 김엔 le alaska와 tokyo panya에 들러 또 크게 두 봉지
두리뭉실 살찌는 건 나 뿐만 아니라,
네소머신에 탄력받아 매일 아침 커피 한 잔과 빵 한 조각에 심취한 엄마도 마찬가지

결국 운동 루틴을 다 뜯어고쳤다
스페인에서만큼 집안일을 하고 그로서리 쇼핑을 할 기회가 없기 때문에
그만큼 칼로리를 소비할 만한 강도높은 유산소운동이 필요하다
오전에 싸이클 15분 + 스트레칭 15분 + 요가동작 10분
약속을 나가면 항상 두 블럭 전에 택시에서 내려 목적지까지 걷기(20분 상당)
저녁식사 후 걷기 60분 또는 싸이클 30분
자기 전 스트레칭 15분
(천천히 하지만 결코) 강도가 낮은 게 아니라 일주일에 하루 정도 유산소는 쉬어주기
이렇게 해도 좀 오래 앉아있으면 금방 다리가 붓는다

다음주 목요일 -26주 4일차- 에 임신성당뇨검사와 초음파가 예약되어 있다
20주 이후로 변변한 검사를 받아본 적이 없어서
내 몸 상태나 달곰이의 성장 상태가 무척이나 궁금하다



11 June, 2012

once de junio




시차 적응도 어느 정도 끝나고 100%까진 아니더라도 체력도 회복했다
한국에 도착한 지 4일 째
언제나 그렇듯이 별로 한 게 없는데도 시간은 휙휙 지나간다

10개월 만에 돌아온 친정집 내 방에는
엄마가 준비해놓은 비오템의 '비오베르제뛰르(-_-)'와 오일이 날 기다리고 있었다
오일과 크림을 섞어 발라보니 이거슨 신세계!!!
그동안 사용했던 20유로 짜리 weleda 오일이 원망스러웠다
물론 20유로와 14만원을 비교하는 건 무리데스
사서 쓸 돈이 있어도 살 물건이 없는 마드리드의 척박함이 다시 한 번 강조된다
늘 그렇듯이 인터넷도 빠르고 3G도 빠르다
(근데 잠실롯데면세점에 갔더니 SKT의 3G는 안 터지더라고?)
쭉 그리워했던 커피빈의 아이스블렌디드는 생각보다 별로였지만
하겐다즈에서 파는 리얼초코드링크가 올 여름 my fave drink로 급부상

미국에서 돌아왔을 때는 한국 여자들이 정말 말랐다고 생각했는데
스페인에서 와서 보니, 한국 여자들은 그냥 못 생기고 몸매도 구리다
그녀들은 페넬로페 크루즈가 아니니까
얼굴은 전부 허여멀건하고 옷차림은 묘하게 촌스러워서 눈에 거슬린다
스페인도 결코 세련된 나라가 아닌데, 내 눈이 삔걸까?



며칠 동안 요가와 스트레칭을 쉬었더니 매일 밤 다리가 퉁퉁 붓는다



07 June, 2012

siete de junio




서울로 향하는 비행기에서…



'임산부'라는 타이틀 덕분에 느긋한 여행을 즐기고(?) 있다
체크인 줄 설 필요도 없고, 게이트에서 탑승 시에도 퍼스트 승객보다 먼저 ㅋ
그저 티켓 내밀며 "estoy embarazada" 라고 한마디 했을 뿐인데
달곰이, 엄마가 진심으로 고마워 ㅋㅋㅋ
제일 먼저 탄 텅텅 빈 비행기에서도.. 승무원이 짐을 들어주고
(세 좌석이 한 줄인데) 옆좌석을 전부 블락해놓아서
팔걸이 올리고 다리 쭉 뻗고 앉아 맥북이나 뚜닥거리니 이리 좋을 수가 +_+
베개를 4개씩이나 챙겨주고 커피니 물이니 지나갔다가도 돌아와서 물어봐준다
sky elite로 체크인 했으니 짐도 빨리 나오겠지 ㅋ

사실 나만 느긋하게 가는 게 아니라, 이 항공편 자체가 참 널럴하다
세 좌석 다 차지하고 앉아가는 게 나 뿐이 아니라죠
유일하게 복닥대는 곳은 맨 뒷쪽에 몰려앉은 단체관광객 지구
앞쪽은 이렇게 텅텅 비는데 저긴 다닥다닥 붙어 앉아있어…
그래도 다들 유쾌한 걸 보니 스페인 여행이 무척 마음에 들었나보다

<beyond>에는 가우디, <morning calm>에는 페루인 쉐프 gastón의 기사가 실렸다
매일같이 놀러다니는 c/ coello에 있는 hotel unico에 대한 기사도 읽었다
여기도 스페인, 저기도 스페인, 스페인 스페인 스페인
스페인에 온 지 꼬박 280일 만에 한국으로 돌아간다 
(돌아간다기 보단, 잠시 놀러 가는 거지만;)
딱히 좋지도 싫지도 않은 스페인인데, 막상 발을 떼려니 애틋한 마음이 드네
아마도 오빠를 남기고 혼자 가는 귀국길이라 그런 듯 싶다
이륙하기 직전 활주로로 이동하면서 별로 멀지도 않은 거리에 
마드리드 북부지구의 고층빌딩 4개 세트가 보이더라
그보다 가까운 곳에 우리집이 있고, 오빠는 이미 집에 도착해서 쉬고 있겠지
어제 마지막 저녁식사를 라면으로 때운게 마음에 걸린다
그래도 냉동밥을 10끼니나 - 오곡밥으로!- 만들어놓고 나왔으니까 
나 없는 동안에 제대로 챙겨먹었으면 좋겠네
어제 날짜로 결혼한 지 꼭 3년이 되었는데 우리는 여전히 너무 사이가 좋다
시간이 휙휙 지나가서 어서 7월 13일이 되기를 

비빔밥을 먹으면서 - 디저트가 찹쌀떡이 아니었어 흥 - 가우디 관련 다큐를 보고
비행기 실내등이 꺼지기를 기다리는 중이다
어젯밤에 3~4시간 밖에 못 자서 슬슬 드러누워 자고 싶은데
이거 혹시 낮비행기라 불 안 꺼주는 거 아냐?!
아무리 배불뚝이라도 남들 다 보는데 드러눕는 건 좀 부끄럽단 말이야 =_=
앞으로 9시간 남았다



6시간이 조금 못 되게 남은 시점, 카자흐스탄 북부 러시아 상공을 날고 있다
6시간 남았다니 많이 온 것 같은데 이제 러시아.. 읭?
지난 2년 간 14시간 비행거리를 자랑하는 뉴욕 노선에 너무 익숙해졌나보다
베개 4개를 요리조리 배치하고 자보니 생각보다 편하다
특히 ABC열이라 창문으로 머리를 향하면 자연스레 왼쪽으로 누울 수 있다
(임산부는 왼쪽으로 눕는 게 정법이므로 이건 중요체크)
중간에 터뷸런스 때문에 벨트를 메라고 방송이 나오면 일어나야하지만
약 3시간 정도 선잠을 자면서 휴식다운 휴식을 했다
앉은 자세로만 버틴다면 1시간도 채 못 되어 다리가 퉁퉁 부을 것 같다
요즘 들어 팔이 눌리면 곧장 손이 붓는 둥 붓기가 심상치 않거든
매일 밤낮으로 스트레칭과 요가를 열심히 하는 덕에 체중 조절은 되고 있지만
원래 잘 붓는 편인 체질은 어떻게 할 수 없나보다

아 비행기 전체가 신라면 컵 냄새로 짭쪼롬하다
배도 안 고픈데 괜히 나도 먹고싶잖아 'ㅅ'
그치만 임산부라고 이래저래 배려받고 있는데 라면 먹는 모습을 보여주면
아직 임신이 뭔지 모르는 젊은 승무원들은 날 정신나간 여자라고 생각하겠지
그냥 싸들고 온 크림치즈스틱이나 먹어야겠다

오빠가 맥북에 영화 <mirror mirror>를 넣어줬으니, 이걸로 또 2시간!!!



결국 냄새의 유혹에 위가 각성하고 '배가 고프다'라는 신호를 쏘아대기에
신라면 컵 하나 뚝딱 ㅋㅋㅋ
영화도 다 봤다 ㅋㅋㅋ
그래서 이제 4시간 남았군요.. 이제 다시 좀 자볼까?



착륙 1시간 전
기다리다보면 시계는 잘도 돌아가며 시간은 멈추지 않는 법이다
저녁식사가 나오기 전까지 누워서 자다 깨다를 반복하며 밍기적거렸다
모로 누웠다가 똑바로 누웠다가
달곰이가 격한 태동을 할 때 마다 쓰담쓰담 다독여주기도 하고
저녁밥은 - 중화풍 소고기요리를 골랐는데 - 대한항공에서 먹은 중 최악에 당첨
나 정말 기내식 잘 먹는 편인데 말이지...
미리 신라면을 먹어두길 잘했다는 안도감이 밀려오는 그런 맛이었다

이륙이 10분 정도 지연되긴 했었지만
무슨 연유인지 도착 예정시간은 야금야금 늦어져서 이제 6시에 다다랐다
세관에서 별 일 없기를.. 너무 늦어지면 아빠 출근시간이 걸린다
집에 가서 네스프레소를 쨔잔! 하고 꺼내놓을 생각에 즐겁다
아 그 전에 엄마폰을 빌려 오빠에게 전화를 해야지
거지같은 유럽 시차가 드디어 우리의 소통을 방해하는구나 -_-

배가 한번도 안 뭉치고 특별히 불편한 것도 없었다
달곰이는 저도 모르는 새에 스페인에 이태리, 한국까지 잘도 쏘다니는구나
튼튼한 아기라서 장거리 비행 정도는 너끈한가보다
생후에도 줄기차게 비행기 신세를 질테니 미리 적응해두렴

착륙 사인이 뜨기 전까지 좀 더 눈을 붙여야겠다



06 June, 2012

seis de junio




내일이면 한국행 비행기를 탄다
짐을 싸기 전에 대강 헤아려보니 가지고 갈 옷이나 신발이 턱없이 적었다
맞는 바지가 두어 벌 뿐이고 힐이나 웻지샌들은 무용지물이니...
밀라노 peck에서 구입했던 cannubi boschis를 들고가야해서 가방을 꽉 채워야하는데
(가방에 빈 공간이 있으면 와인병이 고정되지 않아 아무래도 위험하다)
대체 "있는 것이 없는" 스페인에서 무얼 사가는 것이 좋을까?
라고 고민하다가 긴급히 엄마 선물로 nespresso를 사겠다고 마음 먹었다
캡슐이 아니라, 심지어 머신까지 ㅋㅋㅋ

급히 동네 el corte inglés에 가보니 캡슐 바우처를 주는 행사는 무려 이틀 전에 끝났단다
하하하하 이렇게 해서 40유로 어치의 캡슐은 가뿐히 날아가고 -_-
그러거나 말거나 이왕에 마음을 먹은 거,
c/ velazquez에 있는 부티크에 가서 krups pixie 머신과 캡슐을 구입했다
백화점에서 구입하는 것 보다 부티크로 가는 편이 택스 환급 받기 쉽다
머신 가격이 149유로, 캡슐은 10개 들이 한 박스에 3.55~3.95유로 선
(유럽이나 미국 가격에 비해 한국은... 폭리 폭리)
엄마가 어떤 캡슐을 마음에 들어할지 알 수 없으니
intensity가 센 녀석들을 위주로 한 줄 씩, 이번 한정인 naora도 끼워넣었다
어차피 머신을 사면 캡슐 16개로 구성된 샘플러가 있으니까
그 중에 취향이 결정되면 한 달 뒤에 후발대로 오는 오빠 편에 왕창 공수해야지
스페인에서 싼 건 아무것도 없어!!! 라고 입버릇처럼 말했었는데
네소 머신만 구비하면 해결되는 일이었다
상자를 전부 뜯어내고 뾱뾱비닐로 싸서 기내용 캐리어에 넣어보니 가뿐히 들어간다
엄마는 "아니 뭐 이런 걸 다!" 라던지 "돈 아껴야지 이런 건 왜!"
라고 하면서도 내심 속으로 좋아할 게 분명하다 ㅋㅋㅋ

우리집 illy는 여전히 쌩쌩하지만
연말 즈음에 네소머신 세일을 많이 하니까 그 때 우리 것도 하나 질러볼까
illy 캡슐의 유일한 단점인 'tiny variations'를 커버할 수 있을지도 ㅎㅎ



03 June, 2012

tres de junio




그저께 아침 즈음 "나 마드리드 가면 재워줄거야?" 라는 카톡이 도착했다
보낸 이는 서울에 있는 남동생
무슨 출장이 그리도 급하게 잡히는거냐
주말까지 끼어와서 관광을 하겠다는 참 한가로워보이는 출장
덕분에 어젯밤부터 오늘까지 꼬박 하루를 알차게 관광가이드에 할애했다
몸이 예전같지 않은지라 같은 거리를 걸어도 더 쉬이 다리가 붓고 피곤하다
그래도 책임감을 가지고 하루종일 열심히 걸어다녔는데,
아침, 점심, 저녁을 너무 거하게 챙겨먹어서 그런지 몸무게는 더 늘었더라 o_O



늦은 아침을 mercado de san miguel에서 핀초 집어먹는 걸로 때우고
점심 메뉴는 역시 마드리드에서 가장 유명한 '관광지' botin 에서 cochinillo asado였다
(좋아하는 음식은 아니지만.. 세고비아에서 먹었을 때 보다 더 낫더라?)

저녁으로는 스페인을 대표(?)하는 메뉴, paella를 먹어야죠
빠에야를 전문으로 하는 유명한 arrocería가 여러 곳 있긴 하지만,
내가 가본 중에는 la buganvilla 가 가장 만족도가 높았다
alonso martinez 역 근처에 본점이 있고, san sebastian de los reyes에 분점이 있고
한국사람 입맛에 스페인 정통 빠에야는 좀 짜고 쌀이 덜 익은 느낌이지만
이 곳은 "menos sal, por favor" 라고 주문 하지 않아도 맛만 좋다
빠에야 뿐만 아니라 다른 생선이나 샐러드 메뉴도 훌륭하다
그 중에서 추천메뉴는 ensalada cesar나 pulpo grille a la planch
샐러드에는 닭고기 대신 통통한 anchoa(앤초비)를 올리고, 문어에 곁들인 감자도 좋다
특히!!!
해산물 요리가 주를 이루다보니 다들 화이트나 로제와인을 시키는 듯 하지만
화이트는 한 잔만 마시고 두번째 잔 부터는 꼭 레드를 시키도록 하자
이 맛집의 vino tinto de la casa는 "felix axpilicueta 2008 crianza"
쉽게 살 수 있는 레이블이 아니고, 글라스와인으로 내놓기엔 가격도 제법 나간다
프랑스와 미국산 오크통을 오랜 시간 잘 버무려서 오크향을 팍팍 뽑아냈다
덕분에 스페인와인이지만, 튼튼한 캘리와인을 마시는 듯
cava를 베이스로 해서 만든 sorbete들도 빠에야 후의 디저트 메뉴로 찰떡궁합이지만,
술을 못 마시는 나는 tarta 같은 걸 시키는 수 밖에 없는데 그 쪽은 좀 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