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 April, 2012
treinta de abril
✘
오후 5시(=한국시간 자정)를 기점으로 폰이 잠잠해진다
카톡으로 갖은 수다를 떨 사람이 큰 폭으로 줄어들어 저도 모르게 의기소침해지는데
7시가 다 되어 왠 알람이 울린다
A양의 메세지, 이렇게 반가울 수가!!!
친구에는 도움이 되는 친구와 도움을 줘야하는 친구, 그리고 도움이 안 되는 친구가 있다
주로 첫번째에 속하던 A가 오늘 만큼은 세번째 부류가 되어 버렸다
"안 자고 뭐해?"
"오늘 gilt.com에서 siwy 핫딜이 있어, 3분 뒤에"
정말이지 잔인하다
매일같이 눈에 띄게 불러오는 배에 있는 청바지도 못 입는 내 앞에서 왠 프리미엄진 타령이람
그러면서도 주섬주섬 컴퓨터를 켜면서 진작 gilt 계정을 만들어놓길 잘했다고 생각한다
198불 짜리 hannah 스키니진이 89불로 책정되어 있다
나는 siwy 보다는 j brand 쪽이기는 하지만..
프리미엄진 한 장 사기 힘든 스페인에서 빈궁했던지, 브랜드를 가릴 처지가 아니었다
급한 와중에도 고르고 골라 재빨리 결제를 하고 쉬핑은 역시나 C언니네 집으로 ㅋ
7월에 한국에서 만날 때 받으면 될 듯 싶다
어차피 지금은 받아봐야 입지도 못 할 테니까
출산 후에 얼마나 있어야 골반이 돌아오는지 -돌아오기는 하는지- 는 모르겠지만
입고 싶은 옷이 기다리고 있으면 좋든 싫든 죽어라 운동하지 않을까
들어가지도 않을 옷을 지르는 나를 보며 혀를 차는 오빠에게 내민 변명이다
비싸면 비쌀 수록 효과가 좋지 않겠냐고..
다급하게 쇼핑을 마치고나니 A나 나나 서로 꼴이 우습다
"이런 지름신 같으니라고"
"야야 나를 원망해라 ㅋㅋㅋ"
✘✘
피쳐폰 -이 아니라 아무거나 공짜폰- 을 고수하던 엄마가 스마트폰 대열에 합류했다
핸드폰과 통신비에 돈 쓰길 목숨보다 아까워하는 엄마도
갤3가 나오기 직전이라 이전 모델을 마구잡이 할인해주는 데 무너졌나보다
어쨌거나 이제 당신도 갤2 유저라며 제일 먼저 카톡 계정을 만드셨다
"프로필도 내가 만들었어 바레카이 가서 찍은 거야"
"친구들이랑 하고 있어 요게 제법 재밌네"
"이런 건 줄 알았으며 진즉 했지 어렵지도 않네"
"우리 딸이랑 사위 사진으로 배경을 꾸미고 싶은데 어떻게 하는 거지"
이젠 카카오스토리까지 해보시겠단다...
✘✘✘
5월 1일은 labor day, 2일은 마드리드 공휴일이다
이틀 간의 연휴 동안 밖에 나갈 일도 없고 요리가 잔뜩 해볼까 벼르고 있었더니
김밥을 싸려니 당근과 시금치가 모자라고
크림치즈 브라우니를 구우려니 미니 머핀팬이 없다 (라이너도 없어)
그 대신 남는 버터로 비스킷을 구울까 하는데 체다치즈 대신 베이컨으로 해도 맛있을까
피자도 한 판 굽고 싶지만 토마토 소스를 깜박했다
아침 메뉴로 크럼펫을 해보고 싶은데 오늘도 드라이이스트를 못 찾아서..
한 끼 저녁은 스테이크로 하자며 와인을 샀는데 막상 스테이크 고기가 없었다
라이스페이퍼는 사고 고명으로 넣을 닭가슴살은 깜박했다
오빠(=짐꾼)랑 나가는 김에 아이스크림도 몇 통 사올 걸 그랬네
연휴를 앞두고 쏟아져나온 쇼핑객들로 마트가 너무 붐벼서 정신이 없었다고 해두자
26 April, 2012
veinte y seis de abril
마드리드의 봄은 썩 아름답지 못한 봄인가보다
꽃나무가 없는 사막 한복판이니 꽃놀이는 바라지도 않지만 어찌 이리 비가 줄기차게 내리는지
메마른 사막에도 우기가 있다는 믿을 수 없는 사실이 여기에서야 진실이 된다
유럽다운 두꺼운 구름이 빈틈없이 깔려 하루종일 어둑어둑하니
'태양의 나라'에 산다며 부러워하는 속 모르는 지인들에게는 답답할 뿐 이다
아침 일찍 세무서에 볼 일을 나갈 작정이었지만 푹 젖은 바깥 모습에 질려 다시 드러누웠다
연한 라떼를 한 잔 만들고 아점 시간이 되도록 책만 읽었다
아점상으로 근대된장국을 덥히고 달걀프라이를 지져냈다
왠지 어릴 적 부터 아침 된장국엔 달걀프라이거나 슬라이스치즈여야만 하니까
을씨년스러운 날씨에 떠먹을 뜨끈한 국을 미리 끓여놓은 야물딱진 나에게 감탄했다
냉동 식빵 조각을 토스트해서 잼 발라 먹기엔 너무 어둡다
브레드머신을 사서 아침마다 갓 구운 솜살식빵을 먹을 수 있다면 좀 나으려나?
(이참에 검색해보니 필립스 것이 100유로.. 나쁘지 않네)
저녁 설거지에 치여 허우적대는 중에 오빠가 담배를 피러 나가는 소리가 났다
"D가 뭐 줄 거 있다고 만나자고 하네?"
한국 다녀온 D씨의 와이프가 뭔가 들고 왔나보다
미리 부탁해뒀던 세탁조 청소 세제 외에 뭐가 더 있으려나-
하고 마치 어린 시절 출장 다녀오는 아빠를, 아니 아빠의 선물을 기대하던 것 마냥 조금 설렜다
나가놀지도 않고 집에 진득히 들어앉아 언제 올 지 모를 아빠를 기다리는 만큼
아빠는 결코 나의 기대치에 못 미치는 법이 없었다
(지금도 비싸서 쉬이 못 사먹는) 린트 초콜렛이 여러 통, 온갖 치즈에 자잘한 장난감
출장가방에서 나오지 않고선 도통 볼 수 없는 린트를 그토록 기다렸나보다
오빠가 들고 올 J의 봉투에는 어떤 린트가 들어있을까?
이렇게 거창한 기대는 그 나름대로 재미가 있었지만, 그만 거기까지
봉투가 소박해서는 문제가 안 되지만, 내용물에 웃음이 났다
얼었던 것이 막 녹은 듯한 나폴레옹(& 조세핀) 빵집의 카스테라 하나, 크림빵 두 개가 들어있었다
소라모양 초코크림빵과 조개모양 슈크림빵에 오빠는 웃어버렸다
나는 철저히 김영모 과자점 토박이로 컸다
그 외에는 논현동 이모댁에 갈 때 마다 들리는 wien 정도가 있었다
압구정 현대아파트 아이들처럼 나폴레옹을 숭배하지 않았다
나폴레옹 팥빵이 맛있다고 한들, wien 보다는 못하다고 생각한다
세월이 흐르면서 세련된 정통 프랑스 파티쉐리로 발전한 영모아저씨네 가게와 달리
나폴레옹은 여전히 젤리 뿌린 팥빙수와 소라빵을 판다
그 토종스러움과, 그에 반하는 사악한 가격대에 나폴레옹을 싫어하는데
6개월이 넘도록 한국빵을 그리워하는 내 앞에 초코크림으로 구멍을 메운 소라빵이 나타난 게다
사실 나는 초코크림도 슈크림도 전연 먹지 않는데 ㅎㅎㅎ
프랑크푸르트에서 오는 린트를 기다리는 내 앞에 누가 가나초콜렛을 드민 기분은
왠지 모르게 웃기고 웃기고 또 우스웠다
25 April, 2012
veinte y cinco de abril
<강하나의 하체 스트레칭>을 시작했다
원체 다리에 자신이 없는데, 올 여름 임산부의 퉁퉁 부은 다리를 드러낼 생각에 겁이 났다
배 나온 사람이 하기엔 버거운 동작이 많지만 나중에 부끄러운 것 보단 낫겠지 싶다
운동이라는 것은 혼자 몰래 하다가 쨔잔! 하고 보여줘도 좋지만
동반자와 은근한 경쟁을 하는 편이 더 재미 있는 법이다
"어제 안했어? 나는 2주 째 하루도 안 빼먹었어"
선의의 경쟁이라면 너무 과찬이고, 적당한 질시가 부스터 역할을 한다고나 할까
그리고 인터넷 동영상에 불과한 프로그램이 정말 효과가 있는지 검증하려면 혼자보단 여럿이 낫다
같은 시기에 시작할 동반자라..
오래 생각 할 것도 없이 D에게 메세지를 보냈다
주변에서 다이어트에 가장 오랜 시간을 투자한 사람이 D이기 때문이다
사실 D 외에는 대부분 자신의 살에 무던한 편이다
그러나 그녀에게 온 답장은 "ㅋㅋ"하는 코웃음 뿐이었다
무안했다
괜시리 이런 문자를 보낸 나 자신에 허탈하고,
살 살- 부르짖으면서 평생 살 한 번 못 뺀 D에게 허탈했다
어쩌면 D가 소리소문 없이 혼자 시작 할 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했다
그냥 말 없이 나 혼자 열심히 할 걸 그랬나 싶다
다른 눈치는 없어도 내가 살이 붙거나 다리가 두꺼워지는 건 귀신같이 지적하는 D가
운동 시작한다 해놓고 효과를 못 봤다간 오히려 나를 비웃지 않을 리가 없다
결국 '공식적인' 연맹은 이루어지지 못했지만
은연 중에, 내 꽁한 마음 속에서나마 경쟁이 시작되었다
21 April, 2012
veinte y uno de abril
스페인에서 오빠(full time international student)와 나(dependent)는 동등하다
내 NIE 카드 뒷면에 디펜던트라는 사실이 명시되어 있기는 하지만
나 혼자 세무서도 갈 수 있고 운전면허도 만들 수 있고 은행 계좌도 만들 수 있다
그게 뭐 그리 대단한 특권이냐고 할 지도 모르지만,
미국에서의 시체비자 -F2- 신세에 비하면 자아를 찾은 기분이랄까
2009년 8월 11일 뉴욕 JFK에 내리기 직전까지 나는 미국을 너무 몰랐다
오빠에게 찍어주는 F1 비자 스탬프를 내 여권에 잘못 받고도
그저 까다롭다는 미국 입국심사를 무사통과했다며 뿌듯했으니까 -_-
wynnewood에 도착하자마자 은행 계좌를 열었다
내 이름으로 만드는데, 오빠의 I-20 서류와 오빠의 여권, 그리고 오빠가 필요했다
브랜치 매니저가 나더러 SSN이 있냐고 물었다
무엇인지도 모르는데 있을 리 만무하지
레퍼런스 란에 오빠의 SSN을 대신 적었다
나는 없는데 오빠에겐 있는 그 번호는 대체 무엇일까
DMV에 운전면허를 신청하러 갔다
SSN이 있는 오빠는 그 자리에서 접수가 되었지만, 나는 기다리란다.. 무얼?
나의 입국이 적법한지 homeland security에 '존재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고 했다
미국 입국자 리스트에 오빠는 있지만 나는 아직 없다고 했다
같은 날짜, 같은 시간에 들어왔는데 나는 왜 존재하지 않는 걸까
그 뒤로도 SSN이 없는 나는 번번히 하고 싶은 걸 할 수 없었다
신용카드는 말 할 것도 없고, 옷가게 포인트카드 조차 만들 수가 없었다
공부도 할 수 없고 일도 할 수 없는 F2 신세는 SSN을 받을 자격이 되지 않았다
SSN이 무언지 이해하고 나서 영국으로 어학연수 갔던 걸 후회했다
다들 미국이나 캐나다로 연수를 떠날 때, 꿋꿋이 영국을 고집했던 건 나의 작은 자부심이었다
나의 문화적 감성과 호기심을 존중하는 선택을 한 것은 자랑이었다
주위에서도 영국 연수는 돈이 배로 들지 않냐며 감탄하고 부러워해주었다
나는 자부심을 얻었지만, 미국에서 연수한 친구들은 SSN을 얻었다
학생들에게 SSN을 남발하던 시기에 미국에서 공부하지 않은 게 미래의 걸림돌이 될 줄이야
그래도 미국에서 몇 년을 살았는데
그 어느 곳에도 내가 살았던 기록이 남지 않았다는 게 서글프다
가끔 미쿠게시판에 올라오는 '있어도 없는 그녀들'의 속풀이글을 보면 공감할 수 밖에
내 앞으로 날아온 올해 분 road tax 고지서를 보니
(계획에 없던 80유로가 나가게 생겼지만)
내가 여기서 살고 있다는 '존재 여부'를 확인 한 것 같아 조금은 안심했다 :)
19 April, 2012
diez y nueve de abril
내가 모르는 수많은 기쁨 중에, '야식의 기쁨'이 있다
태어나서 지금까지 도통 야식이라고 부르는 한밤의 주전부리를 먹어본 추억이 없다
먹는 것에 전혀 관심이 없는 아빠와 평생을 1kg의 지방과 싸워온 엄마가 지배하는 우리집에
자정이 넘어 치킨 배달이나 맥도날드 배달이 오는 경우는 있을 수 없었다
새벽녘 누군가 몰래 부엌으로 나와 라면을 끓여먹는 풍경은 드라마에서나 보았다
자다말고 일어나 비벼먹는 열무비빔밥? 그건 차려줘도 먹고 싶지 않고;
매일밤 빅맥세트와 커피빈 아이스블렌디드를 사들고 늦은 귀가를 하는 강사장을 보며
야식은 '부모에게서 해방된 신혼 부부의 자유'의 상징이 될 줄 알았다
미국에는 야식이 없었다
24시간 여는 식당이라곤 시골길의 허름한 다이너 뿐이고
밤은 커녕 낮에도 음식 배달이라곤 먼나라 한국 이야기였다
결정적으로, 남편이라는 작자도 나와 마찬가지로 식욕이 왕성하지 않았다
우리는 저녁식사에 맥주만 곁들여도 배가 불러 숨을 몰아쉬었다
임신 준비를 하면서는 야식이야말로 '임산부의 특권'이라고 배웠다
살이 쪄도 면죄부가 주어지는 임산부는 늘 야식을 달고 살 줄만 알았다
임산부가 살이 쪄도 된다는 면죄부는 어디에도 없었다
주변사람들 -특히 임신 경험자들- 이 임신한 나의 몸매 변화를 주시하고 있다
살이 찌면 "그러면 위험해!"라고 말하고,
살이 안 찌면 "너 살 찌는 모습 보고 싶었는데"라고 말한다
살이 찌면 걱정하면서 안도하고, 살이 안 찌면 안도하면서 질투한다
입덧으로 6kg가 빠졌던 건 쏙 빼고, 임신 전 몸무게보다 불과 5kg 늘었었다고 자랑한다
총 증가량이 11kg라는 사실은 어디에 두고 눈 가리고 아옹을 떠는 걸까
결국 또 야식을 먹을 틈이 없다...
대신 착실하게 요가를 하고 청소를 하고 걷기운동을 한다
그래도 -임산부 답게- 몸무게는 꾸준히 늘어가고 있다
너무 착실하게,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하는 균형 잡힌 식단을 위해 노력한다는 훈장인가보다
(하루 세 끼 균형 잡힌 식사를 하는 것 보다 라면을 4개 먹는 편이 살이 덜 찐다)
17 April, 2012
diez y siete de abril
오늘의 임부복 쇼핑은, 브리짓 존스의 말 마따나,
was perhaps best described as 'educational' :(
그리고 굴욕적이기도 했다
임신 전에 비해서 17주 동안 2kg 정도 몸무게가 늘었지만 눈에 띄게 변한 건 아니다
허벅지랑 엉덩이가 빵빵해지고 ㅠ_ㅠ 배둘레햄이 조금 생긴 정도
배가 나왔다고는 하나, 평소에 뱃살있고 똥배있던 여자들 만큼이나 되려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맞는 청바지가 없다
문제의 원인은 내가 아니라 나의 스키니진들
가장 작은 제깅스가 허리 23, 그 외에는 전부 24사이즈
임신하지 않더라도 밥 많이 먹으면 단추가 터져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작다
(허벅지는 좀 팽팽하지만) 다리부분은 여전히 잘 맞는데 지퍼를 올릴 수가 없다
억지로 올리면 안 될 건 없겠지만, 그럼 달곰이에게 너무 미안하니까..
우체국 5호 박스에 사람을 접어넣고 억지로 테이핑을 하는 것과 뭐가 다를까
그래서 임부복 한 번 사보자며 과감한 발걸음을 떼었다
H&M이나 zara에 임부복 라인이 있다는 얘기를 들은 게 있어 찾아가 보았지만
두 곳 모두 매장을 열 바퀴 씩 돌아봐도 찾을 수가 없다
점원을 붙들고 물어보니 -왠지 좀 창피했다- 없어진 지 꽤 되었단다
낙담하여 정처없이 걷다보니 눈 앞에 그야말로 '임부복 전문' 옷가게가 나타났다
미국 king of prussia mall에 a pea in the pod라는 니콜 리치의 임부복 매장이 있었다
임부복 전문인 줄도 모르고 그냥 옷이 예뻐서 들어갔다가
"how long are you pregnant for?"이라는 질문을 받았더랬지
그때는 쉽게 들어가서 신나게 구경하던 내가,
막상 진짜 임산부가 되자 손발이 오그라들어 도저히 매장에 들어갈 수가 없다
쇼윈도 너머로 보이는 푸대자루 같은 원피스들을 보니 더욱 의기소침해졌다
마네킹들은, 내가 찾는 수퍼 스키니핏이 아닌, 헐렁한 린넨 통바지를 입고 있었다
엄마를 줘도 욕 먹을 것 같은 옷에 눈물이 나올 것만 같았다
임산부도 예뻐보이고 싶은데, 디자이너들은 죄다 처녀라 그 마음을 미처 모르나?
신체의 건강은 고려하지 않고 패션만 찾는 나의 이기심이 싫기도 했다
결국 zara로 돌아가 주먹이 두 개나 들어가는 27사이즈 스키니진을 한 벌 샀다
물론 임산부용도 뭣도 아닌, 보통 청바지이다
초딩 이후론 입어본 적 없는 mid-rise의 배바지 라인에 마음이 상했지만
바지통이 워낙 작게 나와 큰 사이즈라도 꽤나 skinny해 보인다는 점에는 안도했다
이 바지로 한 두달은 버틸 수 있을 것 같고
여름이 오면 귀여운 썬드레스를 몇 벌 사서 입는 편이 좋겠다
임부복 같은 건 깔끔하게 잊어버려야지...
16 April, 2012
diez y seis de abril
故 박완서씨의 단편집 <그 여자네 집>을 읽었다
처음 박완서를 접한 건 대학교 다닐 때였나, 엄마가 가지고 있던 책을 통해서였지만
자식을 출가시키고 인생을 접어가는 장년(또는 노년)층의 시선으로 세상을 훑는 감정선을
20대 초반의 내가 캐치하는 건 불가능했다
그 후 고작 몇 년 지났다고 얼마나 더 이해하겠나 싶지만,
그래도 곧 할머니가 되는 엄마를 둔, 출가한 딸의 입장이 되니 뭔가 달라지긴 한 것 같다
주로 '육십이 넘고 나면 엄마도 이런 여한을 가질까' 라고 상상하며 읽었다
박완서 -이제부터 故 생략- 씨는 예전에 알고 지내던 H군의 외할머니이다
<한 말씀만 하소서>에 나오는 딸네 가족이 H군의 가족
박완서씨가 결사 반대했던 '촌놈과의 결혼'을 강행하고 부산서 살던 딸이 H의 어머니인 것이다
그 '촌놈'께서 고향 근처에 교수직을 얻으면서 서울 태생의 H는 한동안 부산에서 살았다
그래서 H는 서울말 네이티브지만 부산말에도 능숙한 bi-lingual 이었다
박완서씨의 자녀가 모두 명문대를 진학 한 것 처럼, 손자 H도 서울대 경영학부를 나왔다
H는 나랑 동갑이지만, 연대를 다니다가 2년 만에 때려치고 다시 수능을 보고
두 살 어린 내 동생과 03학번 과 동기가 되었다
출발은 늦었지만 그는 졸업하기 전에 CPA를 따고 유수의 회계법인에 취직했고
오래 사귀던 여자친구는 한 번의 실패 없이 사법고시에 합격했다
주변에서는 그야말로 수재 커플이라며 엄청나게 부러워했다
H는 잘난 만큼 착실하게 잘난 체를 했다
고압적인 말투나 '니가 무어든 내 알 바 아냐'라는 듯 한 자세는 내 신경을 거슬렀다
그러나 우리는 한 다리 건너 아는, 술자리에서나 마주치던 사이라 그 꼴을 자주 볼 것도 없었다
그는 저렴하지만 안주가 맛있는 술집을 꽤 많이 알고 있었는데
덕분에 가보았던 서초동의 이자카야는 몇 년간 내 단골집이 되기도 했다
그 집 명물인 소고기튀김을 먹으면서 H군의 할머니가 박완서씨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얘네 아빠가 OO치과 원장님이야" 정도로 대수롭지 않게 들은 나와 달리
(아버지가 문학교수인) 내 친구 E양은 한동안 그에게 불같은 관심을 보였었다
시니컬한 H는 E에게 관심이 0.1g도 없었고..
H를 더 볼 일이 없어진 후에도 나와 E는 소고기튀김에 따뜻한 도쿠리를 참 많이도 마셨다
속표지의 박완서씨 사진을 보니 -여태껏 얼굴을 몰랐다- H군이랑 판박이시네
지난 여름 한국에 갔을 때 지나가며 보니 그 이자카야는 없어진 듯 했다
H가 알려주기도 했지만, 사실 친하게 지내던 서초동 패밀리들도 자주 모이던 집이었다
회사를 다닐 적에 오빠와도 꾸준히 드나들며 온갖 안주를 축냈고
푸근한 분위기의 동네 선술집을 찾던 엄마 아빠까지 고정 손님이 되셨다
우리같은 젊은 애들은 많이 마셔봐야 10만원도 안 나올 술집인데,
엄마 아빠의 패거리가 몰려가서 48만원 어치의 술과 안주를 시킨 적이 있다고 했다
냉장고에 들어있던 아사히 맥주를 들통 째로 시켜버렸다나
대박손님(?)에 황망해진 마스터가 온갖 스페셜 안주를 왕창 서비스하고
의외로 사소한 것에 쉽게 감동하는 아빠가 팁 명목으로 또 몇 장을 뿌리고 왔다고 하니
두런두런하고 소소한 분위기의 술집에서 그게 왠 해프닝인지 ㅎㅎ
일본식 춘화가 많이 걸려있었는데, 얼큰해진 엄마는 그걸 보며 좋아라 깔깔대셨겠지
평소에 소심하지만 술이 들어가면 극도로 흥분하는 엄마는
그 날 이자카야가 얼마나 재미있었으면 아사히 맥주통 이야기를 하고 하고 또 하셨다
그런 엄마는 환갑이 지난 후 자신의 삶을 어떠한 시선으로 돌아보실까?
엄마의 이야기에서 나는, <그 여자네 집>에 나오는 딸년들의 대부분이 그렇듯,
결코 나쁜 자식은 아니지만 어딘가 굴비처럼 말라 비틀어진 애엄마가 되어 있을까
할머니 티가 나기 시작하면 젊은 애들이 모이는 술집에 드나들기는 눈치가 보일텐데
그런 소박한 일탈의 욕구는 누가 충족시켜드리나
나나 사위가, 깍듯한 동생이, 누군지도 모를 며느리가 할 수 있을까
오빠와 함께 엄마 아빠를 모시고 소고기튀김이나 한 번 먹으러 갈 껄 그랬다
15 April, 2012
quince de abril
미국에서나 유럽에서나 이상기온의 여파를 온 몸으로 맞는구나
누가 남유럽의 봄은 아름답다고 했나.. 꽃이 피나 싶더니 갑작스레 찾아온 추위로 올 스탑
기온 수치만으로 따지면 한국보다 이 '태양의 나라'가 더 춥다
집 덥히는 데에는 -난방은 물론 잘 나오지만- 뭔가 팔팔 끓이거나 오븐을 돌리는 게 좋다
식사빵이 여의치않아서 체다치즈를 듬뿍 넣고 비스킷을 굽고 싶었다
그런데 왜 이 나라는 grated or shredded cheddar cheese를 팔지 않나요?
체다가 없는 건 아닌데, 고다랑 섞여 있거나 모짜렐라랑 섞여서 피자 토핑용으로 나온다거나
carrefour를 가도 hipercor를 가도 체다 한 종류만 갈아서 파는 게 없더라
물론 덩어리 치즈를 사서 그레이터에 직접 가는 편이 신선하고 경제적이겠지만
그럼 또 그레이터를 사야 하거든 -_- (경제적이지 않잖아?)
급한대로 고다치즈랑 믹스된 제품을 한 봉지 샀다
푸드프로세서가 있는 한, 스콘이나 비스킷처럼 만들기 쉬운 베이킹 거리도 없을 듯
드륵드륵- 반죽해서 구워내는데 총 30분이면 충분하니까 말이다
버터밀크를 넣고 clinton st. bakery 스타일의 포슬포슬한 비스킷을 굽고 싶었지만
이 나라 dairy 섹션에서 시판 버터밀크를 본 적은 없는 것 같고
직접 만들까 싶어도 과연 멸균우유가 버터밀크로 변신해줄지 확신이 안 섰다
결국 선택한 건 재료가 간편한 red lobster 레스토랑에서 준다는 체다치즈 비스킷
(사실 너무 태키해보여서 이 체인 레스토랑에 가본 적은 없다 ㅋ)
워낙 간단하다보니 당연히 잘 나오긴 했는데.. 체다치즈 100%가 아니라서 덜 짜다
하얀 고다가 체다보다 양이 많았는지, 먹음직스러운 노란색도 잘 안 보이더라고
치즈의 짭쪼름한 맛으로 먹는 게 좋을 것 같았는데
그냥 먹기엔 밍밍해서 결국 크랜베리 잼을 듬뿍 발라 먹어야 했다 ㅠ_ㅠ
savory 메뉴로 생각하고 만들었는데 디저트가 되어 버렸네
몇 개 남긴 건 짭짤한 cream gravy를 곁들여서 다음날 아침식사로 해결
아무래도 그레이터를 사야겠지?
나중에 달곰이 이유식 하려면 뭔가 '갈아서 쓸' 일이 있을테니까
제스터도 없어진 마당에, 이래저래 다용도로 쓸 수 있는 걸로..
12 April, 2012
doce de abril
오빠님하의 'take at home' 학기말 고사가 있는 날
이런 날이면 극도로 예민해지는 님하는 식욕이 없다며 아무것도 먹지 않기 때문에
덩달아 나도 작은 바나나 하나로 저녁을 때웠더니 밤 10시가 넘어서야 배가 고프다 ㅠ
남편이 아무리 바빠도 임산부는 그저 배고픈가봐 ㅎㅎㅎ
오늘은 달곰이의 16W check-up이 있던 날
일정표에 따르면 초음파 검진 없이 문진만 하는 것 같아서 편안한 마음으로 병원에 갔다
미국 병원들은 대게 12W, 20W, 37W, 세 번 정도만 초음파를 봐주길래...
근데 왠걸, 간단하게 요즘 몸상태에 대해서 질문하더니 초음파를 보자 하네???
공보험의 경우에는 총 임신기간 동안 초음파를 3~4번 보고 나머지 검진에서는 도플러로
심음 측정 정도만 하는가본데 - 미국은 사보험인데도 그 모양이지만;;
스페인에서 사보험을 들면 검진 마다 기본적으로 초음파를 포함시키나 보다
어쨌든 나는 땡 잡았네!를 외치며
오늘은 드디어 달곰이의 성별을 알 수 있지 않을까 매우 통키통키하였다
미리 달달한 걸 먹고 초음파를 보면 high해진 태아가 마구 움직여서 보기 편하다던데
아침식사로 핫초코라도 마시고 올껄~ 하고 후회했지만 이미 늦었지
12W에는 sonogram room에서 정밀 초음파를 봤던 것이라 화질이 엄청 좋고
내 앞으로 환자 전용 모니터가 따로 있어 달곰이를 실컷 감상할 수 있었지만,
오늘은 일반 검진실에 있는 (후진) 기계를 이용했다
화질도 구리고, 모니터가 의사 쪽을 향하고 있어 나한테는 뭐가 보여야 말이지 0_0
고된 여행을 다녀오느라 내심 달곰이가 잘 있는지 불안했었는데
이 녀석은 어쨌거나 너무 잘 있더라
이미 좀 좁아보이는 아기집 안에서 (말 그대로) 발악을 하고 있었다
4주 만에 더 길쭉해진 팔다리를 마구 휘저으며 스캐너 저리 꺼지라고 -_-
아 왠지 성격은 나를 닮은 것 같아 ㅠㅠㅠ
착한 우리 주치의샘은 다리 사이를 겨냥해서 거의 내 옆구리까지 스캔했지만
발차기를 심하게 하는 터라 제대로 볼 수가 없었다
볼 만 하면 돌아서고, 볼 만 하면 발로 차고 멀리 도망가고 -_-
민망하고 짜증나 진짜...
흘깃 보일 때 마다 미사일로 추정되는 것이 보이지는 않아서
주치의샘은 '내 생각에는 여자아이인 것 같은데..' 절대 확신 할 수 없단다
그래, 어차피 20주에 보려고 한 거 였어
아빠가 같이 오지 않아서 오픈하지 않은 거라고 생각하마
10 April, 2012
diez de abril
여행 내내 원없이 이탈리안 퀴진을 흡입했지만
좀 아쉬운 점이 있다면 방향성이 너무 한결같았다는 것이다
식당에 가서 음식을 시킬 때 마다 'B양'이 일종의 제약이 되었다고 한다면 섭섭하게 들리겠지?
B양의 식성은 가히 최.악.이다
사실 함께 회사 다닐 때 까지만 해도 B양의 편식이 이 정도로 심한 줄은 잘 몰랐다
둘이 공통적으로 좋아하는 메뉴(쌀국수나 오므라이스, 우동 정도)만 골라서 식사를 하니까
김치찌개나 부침개, 비빔밥을 먹는 B양을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녀의 식성을 제대로 알게 된 건, 그녀가 필라델피아의 우리집에 놀러 왔을 때 부터
도착한 첫 날 일식을 좋아하는 B양을 위해서 갖은 야채와 닭고기를 넣고 야끼소바를 해줬는데
가늘게 채 쳐진 야채를 전부 걸러내고 먹더라고 -_-
반면 고기라고 하면, 육회부터 하몽, 퍽퍽한 닭고기까지 엄청난 양을 먹어낸다
그리고 그녀는 결코 물을 마시지 않는다
그녀의 방문 때 마다 코카콜라 12캔 들이 박스를 사와야 했다
저녁식사 후에 과일을 내놔도 먹지 않는다
야채, 과일은 손도 대지 않고 물 대신 콜라만 들이키는 게 B양이 사는 방식
반면 단 걸 엄청 좋아해서 아이스크림이나 초콜렛이나 쿠키 종류는 가리지 않고 먹는다
커피나 티(!!!)를 마실 때에도 각설탕을 4~5개 씩 투입하는 별난 식성
사실 식성이 유별나고 편식이 심하다 해도 다른 사람들에게 큰 피해를 주지 않는 범위에서는
그저 개인의 취향 일 뿐이기 때문에 내가 상관 할 바가 아니다
(나 역시 파란 피망과 오이, 고추는 절대 먹지 않는 편식쟁이이고)
그저 B양의 복부비만과 치아, 피부가 걱정 될 뿐;;
하지만 함께 다니며 밥을 사먹으려다보니 야채가 든 메뉴는 시킬 수가 없는 거다
나도 야채 러버는 아니지만 식사에 곁들이는 샐러드는 곧잘 먹는 편이고,
오빠는 자타가 공인하는 샐러드 러버이기 때문에 야채를 전혀 먹지 못하는 건 꽤나 괴로웠다
더군다나 나는 16주차 임산부
야채와 과일의 섬유소 섭취가 적어지면 곧장 변비마왕이 찾아온단 말이다 ㅠ
유일하게 야채가 섞인 메뉴라고 시킨 것이 루콜라를 듬뿍 올린 피자
물론 B양은 자기 몫의 피자 위의 루콜라를 탈탈 털어냈다 ㅋㅋㅋ
그래서 나는 '마데인이태리 변비'를 얻어들고 컴백홈
하루 쉬고나서 곧장 그로서리 쇼핑을 나가, 야채와 과일을 한아름 사들고 돌아왔다
레드오렌지, 포도, 엔다이브, 당근, 옥수수, 로메인, 그린빈, 숙주, 브로콜리 등
그리고 매일 아침 계절샐러드(샐러드 그린에 엔다이브, 포도, 오렌지, 사과 투입)를 준비해서
peck에서 사온 스트로베리 발사믹 비니거를 듬뿍 뿌려 먹고 있다
저녁 메뉴로는 콘샐러드 무쳐서 엔다이브에 올리기도 하고 묵은지로 김치찜도 하고..
우리 BB도 얼렁 자라서 야채맛을 좀 알아야 할텐데 ㅎㅎㅎ
09 April, 2012
nueve de abril
말린 과일의 철분 함유량이 높다길래 "군것질 대신 먹으면 좋겠군"이라며 사온
말라가 건포도(D.O. pasas de málaga)에 몰입하고 있다
군것질은 군것질이고, 말라가 건포도는 말라가 건포도라는 게 문제지만 :(
빠삭빠삭(씨가 든 채 그대로 말려서)한 건포도를 집어먹으며 여행 후기를 날려볼까나
남유럽의 대표적인 두 나라, 이태리와 스페인
기후나 음식도 비슷하고 사람들의 기질도 비슷할 거라 믿었던 편견이 한 방에 날아갔다
물론 겨우 5일에 걸쳐 북부 이태리 3개 도시(밀라노, 피렌체, 베네치아)를 둘러봤을 뿐이지만
매끈하다고 믿고 수박 겉을 핥다가 혀에 걸린 튀어나온 부분들이라도 나열해보겠다
a. 낮술을 안 마신다
아침과 점심 사에에 먹는 merienda에도 작은 맥주 한 잔(caña)을 곁들이는 이 곳과 달리
이태리 사람들은 점심 식탁에 맥주나 와인을 올리지 않았다
직장인들은 일터로 돌아가야하니까? 스페인 사람들은 일 하는 중에라도 맥주를 마신다
b. illy의 나라
대신 이태리 사람들은 스페인 사람들보다 커피를 더 많이 마시는 것 같다
그리고 커피의 맛도 훠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얼씬 훌륭하다
아무리 작은 가게라도 엄청난 압력을 자랑할 것만 같은 거대한 머신이 구비되어 있었고
우리가 가본 곳의 대부분은 illy 원두를 썼다
밀라노-베네치아 기차 노선의 경우에는, 푸드카트가 돌아다니며 커피를 파는데
카트 위에 illy X7 캡슐머신을 올려두고 에스프레소를 내려주더라고
어차피 난 latte macchiato(= caffe latte) 밖에 마시지 못하지만
급한 걸음으로 들어와 바에서 una caffe(에스프레소 한 잔)를 단숨에 입 안에 털어넣고
1유로 동전을 올려두고 바람처럼 사라지는 밀라네제 신사 양반들이 넘 멋지더라고 ♥
c. 돌체엔...
어딜 가나 티라미수와 파나코타를 팔 거라 믿었다
하지만 일반 음식점에서 구비해두는 돌체 메뉴는 스페인이랑 크게 다르지 않더라고
초콜렛 케익이나 과일 타르트, 달걀 푸딩 같은 것 들
파나코타는 끝내 한 번도 못 만났지만 티라미수는 두 세번 시켜 먹어본 결과,
티라미수는 본토라고 해서 더 끝내주는 것도 아니라는 것 ㅋㅋㅋ
식사용 빵의 종류는 스페인보다 좀 더 다양하고 좀 더 팬시한 편이지만
역시 프랑스나 일본의 정교한 디저트가 어디에나 널려있는 나라는 아니었다
d. alfa romeo in milan
알파로메오의 본고장에는 brera가 날아다니고 giulietta가 국민차 일 거라 믿었지만
마드리드에서 보이는 것 보다 개체 수가 더 적은 것 같더라
제일 보편적인 브랜드는 (국산브랜드 fiat를 제외하면) 의외로 audi
VW에 비해서 아우디나 B당이 더 많이 굴러다니는 걸 보니, 역시 스페인보다 잘 사나봐 ㅋ
e. 고급 택시
마드리드 택시의 80%가 skoda의 octavia라는 점에 눈물이 난다
못난 성능 못지 않게 못생긴 구형과 신형 옥타비아로 도배가 된 마드리드의 거리와 달리,
밀라노에선 M당의 C와 B당의 3시리즈가 택시 노릇을 하더라고
같은 맥락으로 르노의 뚱땡이 espace를 경찰차로 채택한 마드리드와 달리,
밀라노의 경찰차는 알파로메오의 159(brera의 세단형)!!!
감히 도전할 수 없는 경찰의 권위를 풍기는 멋진 선택이지만... 컬러는 넘 구렸다 ㅠ
f. 바이링구얼
우리는 관광객인 만큼, 마주치는 이태리 사람마다 전부 영어를 너무 잘하더라
(마드리드는 구시가지 한복판에서도 영어가 잘 안 통하는데..)
이태리 사람들은 이태리어를 잘 하는 B양이 그네들의 언어로 이야기를 해도 영어로 대답을 했다
g. 모기와 습기
햇살이 강렬한 나라라고 하면 무조건 타들어가게 건조한 모양을 상상했지만,
이태리 북부는 역시 사막이 아닌지라 습기가 많았다
전날 오전에 널어 둔 수건 빨래가 다음날 아침이 되도록 완전히 마르지 않더라니까?
습한 덕분에 밤이 되면 모기가 날아들었다
방충망도 없이 그냥 창문을 열어두니, 하루에 두 마리 씩 꼬박꼬박 모기가 잠을 방해했다
Subscribe to:
Posts (At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