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 April, 2012

treinta de abril





오후 5시(=한국시간 자정)를 기점으로 폰이 잠잠해진다
카톡으로 갖은 수다를 떨 사람이 큰 폭으로 줄어들어 저도 모르게 의기소침해지는데
7시가 다 되어 왠 알람이 울린다
A양의 메세지, 이렇게 반가울 수가!!!
친구에는 도움이 되는 친구와 도움을 줘야하는 친구, 그리고 도움이 안 되는 친구가 있다
주로 첫번째에 속하던 A가 오늘 만큼은 세번째 부류가 되어 버렸다
"안 자고 뭐해?"
"오늘 gilt.com에서 siwy 핫딜이 있어, 3분 뒤에"
정말이지 잔인하다
매일같이 눈에 띄게 불러오는 배에 있는 청바지도 못 입는 내 앞에서 왠 프리미엄진 타령이람
그러면서도 주섬주섬 컴퓨터를 켜면서 진작 gilt 계정을 만들어놓길 잘했다고 생각한다
198불 짜리 hannah 스키니진이 89불로 책정되어 있다
나는 siwy 보다는 j brand 쪽이기는 하지만..
프리미엄진 한 장 사기 힘든 스페인에서 빈궁했던지, 브랜드를 가릴 처지가 아니었다
급한 와중에도 고르고 골라 재빨리 결제를 하고 쉬핑은 역시나 C언니네 집으로 ㅋ
7월에 한국에서 만날 때 받으면 될 듯 싶다
어차피 지금은 받아봐야 입지도 못 할 테니까
출산 후에 얼마나 있어야 골반이 돌아오는지 -돌아오기는 하는지- 는 모르겠지만
입고 싶은 옷이 기다리고 있으면 좋든 싫든 죽어라 운동하지 않을까
들어가지도 않을 옷을 지르는 나를 보며 혀를 차는 오빠에게 내민 변명이다
비싸면 비쌀 수록 효과가 좋지 않겠냐고..
다급하게 쇼핑을 마치고나니 A나 나나 서로 꼴이 우습다
"이런 지름신 같으니라고"
"야야 나를 원망해라 ㅋㅋㅋ"



✘✘
피쳐폰 -이 아니라 아무거나 공짜폰- 을 고수하던 엄마가 스마트폰 대열에 합류했다
핸드폰과 통신비에 돈 쓰길 목숨보다 아까워하는 엄마도
갤3가 나오기 직전이라 이전 모델을 마구잡이 할인해주는 데 무너졌나보다
어쨌거나 이제 당신도 갤2 유저라며 제일 먼저 카톡 계정을 만드셨다
"프로필도 내가 만들었어 바레카이 가서 찍은 거야"
"친구들이랑 하고 있어 요게 제법 재밌네"
"이런 건 줄 알았으며 진즉 했지 어렵지도 않네"
"우리 딸이랑 사위 사진으로 배경을 꾸미고 싶은데 어떻게 하는 거지"
이젠 카카오스토리까지 해보시겠단다...



✘✘✘
5월 1일은 labor day, 2일은 마드리드 공휴일이다
이틀 간의 연휴 동안 밖에 나갈 일도 없고 요리가 잔뜩 해볼까 벼르고 있었더니
김밥을 싸려니 당근과 시금치가 모자라고
크림치즈 브라우니를 구우려니 미니 머핀팬이 없다 (라이너도 없어)
그 대신 남는 버터로 비스킷을 구울까 하는데 체다치즈 대신 베이컨으로 해도 맛있을까
피자도 한 판 굽고 싶지만 토마토 소스를 깜박했다
아침 메뉴로 크럼펫을 해보고 싶은데 오늘도 드라이이스트를 못 찾아서..
한 끼 저녁은 스테이크로 하자며 와인을 샀는데 막상 스테이크 고기가 없었다
라이스페이퍼는 사고 고명으로 넣을 닭가슴살은 깜박했다
오빠(=짐꾼)랑 나가는 김에 아이스크림도 몇 통 사올 걸 그랬네

연휴를 앞두고 쏟아져나온 쇼핑객들로 마트가 너무 붐벼서 정신이 없었다고 해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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