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April, 2012
diez y nueve de abril
내가 모르는 수많은 기쁨 중에, '야식의 기쁨'이 있다
태어나서 지금까지 도통 야식이라고 부르는 한밤의 주전부리를 먹어본 추억이 없다
먹는 것에 전혀 관심이 없는 아빠와 평생을 1kg의 지방과 싸워온 엄마가 지배하는 우리집에
자정이 넘어 치킨 배달이나 맥도날드 배달이 오는 경우는 있을 수 없었다
새벽녘 누군가 몰래 부엌으로 나와 라면을 끓여먹는 풍경은 드라마에서나 보았다
자다말고 일어나 비벼먹는 열무비빔밥? 그건 차려줘도 먹고 싶지 않고;
매일밤 빅맥세트와 커피빈 아이스블렌디드를 사들고 늦은 귀가를 하는 강사장을 보며
야식은 '부모에게서 해방된 신혼 부부의 자유'의 상징이 될 줄 알았다
미국에는 야식이 없었다
24시간 여는 식당이라곤 시골길의 허름한 다이너 뿐이고
밤은 커녕 낮에도 음식 배달이라곤 먼나라 한국 이야기였다
결정적으로, 남편이라는 작자도 나와 마찬가지로 식욕이 왕성하지 않았다
우리는 저녁식사에 맥주만 곁들여도 배가 불러 숨을 몰아쉬었다
임신 준비를 하면서는 야식이야말로 '임산부의 특권'이라고 배웠다
살이 쪄도 면죄부가 주어지는 임산부는 늘 야식을 달고 살 줄만 알았다
임산부가 살이 쪄도 된다는 면죄부는 어디에도 없었다
주변사람들 -특히 임신 경험자들- 이 임신한 나의 몸매 변화를 주시하고 있다
살이 찌면 "그러면 위험해!"라고 말하고,
살이 안 찌면 "너 살 찌는 모습 보고 싶었는데"라고 말한다
살이 찌면 걱정하면서 안도하고, 살이 안 찌면 안도하면서 질투한다
입덧으로 6kg가 빠졌던 건 쏙 빼고, 임신 전 몸무게보다 불과 5kg 늘었었다고 자랑한다
총 증가량이 11kg라는 사실은 어디에 두고 눈 가리고 아옹을 떠는 걸까
결국 또 야식을 먹을 틈이 없다...
대신 착실하게 요가를 하고 청소를 하고 걷기운동을 한다
그래도 -임산부 답게- 몸무게는 꾸준히 늘어가고 있다
너무 착실하게,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하는 균형 잡힌 식단을 위해 노력한다는 훈장인가보다
(하루 세 끼 균형 잡힌 식사를 하는 것 보다 라면을 4개 먹는 편이 살이 덜 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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