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 April, 2012
nueve de abril
말린 과일의 철분 함유량이 높다길래 "군것질 대신 먹으면 좋겠군"이라며 사온
말라가 건포도(D.O. pasas de málaga)에 몰입하고 있다
군것질은 군것질이고, 말라가 건포도는 말라가 건포도라는 게 문제지만 :(
빠삭빠삭(씨가 든 채 그대로 말려서)한 건포도를 집어먹으며 여행 후기를 날려볼까나
남유럽의 대표적인 두 나라, 이태리와 스페인
기후나 음식도 비슷하고 사람들의 기질도 비슷할 거라 믿었던 편견이 한 방에 날아갔다
물론 겨우 5일에 걸쳐 북부 이태리 3개 도시(밀라노, 피렌체, 베네치아)를 둘러봤을 뿐이지만
매끈하다고 믿고 수박 겉을 핥다가 혀에 걸린 튀어나온 부분들이라도 나열해보겠다
a. 낮술을 안 마신다
아침과 점심 사에에 먹는 merienda에도 작은 맥주 한 잔(caña)을 곁들이는 이 곳과 달리
이태리 사람들은 점심 식탁에 맥주나 와인을 올리지 않았다
직장인들은 일터로 돌아가야하니까? 스페인 사람들은 일 하는 중에라도 맥주를 마신다
b. illy의 나라
대신 이태리 사람들은 스페인 사람들보다 커피를 더 많이 마시는 것 같다
그리고 커피의 맛도 훠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얼씬 훌륭하다
아무리 작은 가게라도 엄청난 압력을 자랑할 것만 같은 거대한 머신이 구비되어 있었고
우리가 가본 곳의 대부분은 illy 원두를 썼다
밀라노-베네치아 기차 노선의 경우에는, 푸드카트가 돌아다니며 커피를 파는데
카트 위에 illy X7 캡슐머신을 올려두고 에스프레소를 내려주더라고
어차피 난 latte macchiato(= caffe latte) 밖에 마시지 못하지만
급한 걸음으로 들어와 바에서 una caffe(에스프레소 한 잔)를 단숨에 입 안에 털어넣고
1유로 동전을 올려두고 바람처럼 사라지는 밀라네제 신사 양반들이 넘 멋지더라고 ♥
c. 돌체엔...
어딜 가나 티라미수와 파나코타를 팔 거라 믿었다
하지만 일반 음식점에서 구비해두는 돌체 메뉴는 스페인이랑 크게 다르지 않더라고
초콜렛 케익이나 과일 타르트, 달걀 푸딩 같은 것 들
파나코타는 끝내 한 번도 못 만났지만 티라미수는 두 세번 시켜 먹어본 결과,
티라미수는 본토라고 해서 더 끝내주는 것도 아니라는 것 ㅋㅋㅋ
식사용 빵의 종류는 스페인보다 좀 더 다양하고 좀 더 팬시한 편이지만
역시 프랑스나 일본의 정교한 디저트가 어디에나 널려있는 나라는 아니었다
d. alfa romeo in milan
알파로메오의 본고장에는 brera가 날아다니고 giulietta가 국민차 일 거라 믿었지만
마드리드에서 보이는 것 보다 개체 수가 더 적은 것 같더라
제일 보편적인 브랜드는 (국산브랜드 fiat를 제외하면) 의외로 audi
VW에 비해서 아우디나 B당이 더 많이 굴러다니는 걸 보니, 역시 스페인보다 잘 사나봐 ㅋ
e. 고급 택시
마드리드 택시의 80%가 skoda의 octavia라는 점에 눈물이 난다
못난 성능 못지 않게 못생긴 구형과 신형 옥타비아로 도배가 된 마드리드의 거리와 달리,
밀라노에선 M당의 C와 B당의 3시리즈가 택시 노릇을 하더라고
같은 맥락으로 르노의 뚱땡이 espace를 경찰차로 채택한 마드리드와 달리,
밀라노의 경찰차는 알파로메오의 159(brera의 세단형)!!!
감히 도전할 수 없는 경찰의 권위를 풍기는 멋진 선택이지만... 컬러는 넘 구렸다 ㅠ
f. 바이링구얼
우리는 관광객인 만큼, 마주치는 이태리 사람마다 전부 영어를 너무 잘하더라
(마드리드는 구시가지 한복판에서도 영어가 잘 안 통하는데..)
이태리 사람들은 이태리어를 잘 하는 B양이 그네들의 언어로 이야기를 해도 영어로 대답을 했다
g. 모기와 습기
햇살이 강렬한 나라라고 하면 무조건 타들어가게 건조한 모양을 상상했지만,
이태리 북부는 역시 사막이 아닌지라 습기가 많았다
전날 오전에 널어 둔 수건 빨래가 다음날 아침이 되도록 완전히 마르지 않더라니까?
습한 덕분에 밤이 되면 모기가 날아들었다
방충망도 없이 그냥 창문을 열어두니, 하루에 두 마리 씩 꼬박꼬박 모기가 잠을 방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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