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April, 2012

veinte y uno de abril




스페인에서 오빠(full time international student)와 나(dependent)는 동등하다
내 NIE 카드 뒷면에 디펜던트라는 사실이 명시되어 있기는 하지만
나 혼자 세무서도 갈 수 있고 운전면허도 만들 수 있고 은행 계좌도 만들 수 있다
그게 뭐 그리 대단한 특권이냐고 할 지도 모르지만,
미국에서의 시체비자 -F2- 신세에 비하면 자아를 찾은 기분이랄까



2009년 8월 11일 뉴욕 JFK에 내리기 직전까지 나는 미국을 너무 몰랐다
오빠에게 찍어주는 F1 비자 스탬프를 내 여권에 잘못 받고도
그저 까다롭다는 미국 입국심사를 무사통과했다며 뿌듯했으니까 -_-
wynnewood에 도착하자마자 은행 계좌를 열었다
내 이름으로 만드는데, 오빠의 I-20 서류와 오빠의 여권, 그리고 오빠가 필요했다
브랜치 매니저가 나더러 SSN이 있냐고 물었다
무엇인지도 모르는데 있을 리 만무하지
레퍼런스 란에 오빠의 SSN을 대신 적었다
나는 없는데 오빠에겐 있는 그 번호는 대체 무엇일까
DMV에 운전면허를 신청하러 갔다
SSN이 있는 오빠는 그 자리에서 접수가 되었지만, 나는 기다리란다.. 무얼?
나의 입국이 적법한지 homeland security에 '존재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고 했다
미국 입국자 리스트에 오빠는 있지만 나는 아직 없다고 했다
같은 날짜, 같은 시간에 들어왔는데 나는 왜 존재하지 않는 걸까
그 뒤로도 SSN이 없는 나는 번번히 하고 싶은 걸 할 수 없었다
신용카드는 말 할 것도 없고, 옷가게 포인트카드 조차 만들 수가 없었다
공부도 할 수 없고 일도 할 수 없는 F2 신세는 SSN을 받을 자격이 되지 않았다

SSN이 무언지 이해하고 나서 영국으로 어학연수 갔던 걸 후회했다
다들 미국이나 캐나다로 연수를 떠날 때, 꿋꿋이 영국을 고집했던 건 나의 작은 자부심이었다
나의 문화적 감성과 호기심을 존중하는 선택을 한 것은 자랑이었다
주위에서도 영국 연수는 돈이 배로 들지 않냐며 감탄하고 부러워해주었다
나는 자부심을 얻었지만, 미국에서 연수한 친구들은 SSN을 얻었다
학생들에게 SSN을 남발하던 시기에 미국에서 공부하지 않은 게 미래의 걸림돌이 될 줄이야
그래도 미국에서 몇 년을 살았는데
그 어느 곳에도 내가 살았던 기록이 남지 않았다는 게 서글프다
가끔 미쿠게시판에 올라오는 '있어도 없는 그녀들'의 속풀이글을 보면 공감할 수 밖에



내 앞으로 날아온 올해 분 road tax 고지서를 보니
(계획에 없던 80유로가 나가게 생겼지만)
내가 여기서 살고 있다는 '존재 여부'를 확인 한 것 같아 조금은 안심했다 :)



No comments: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