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 May, 2012

treinta de mayo




블랑카의 첫번째 check-up을 받았다
처음 차를 인도받았을 때 4,950km였고, 6개월 동안 5,000km가 늘어났다
(2010년식인데 마일리지가 얼마 안 되는 이유는,
첫번째 주인이 1년 묵은 '0km semi-nuevo'를 사서 5개월 남짓 탔을 뿐이라...)
장거리 안 뛰는 장보기머신 주제에 반 년 동안 어쩌다 5,000 씩이나 탔나 싶었는데
여긴 미국이 아니지 ㅎㅎㅎ mile이 아니라 km 단위였다
달곰이 태우기 전에 점검을 받아놓아야 마음이 편할 것 같아서
full check-up 받는데 목돈이 들겠지만.. VW taller(=workshop)에 예약을 잡았다

스페인어로 이런 종류의 점검을 revisión 이라고 한다
VW 웹사이트에서는 15,000km revisión부터 선택 할 수 있었지만,
우리 차는 얼마 전부터 "service now!" 라는 메세지가 떴다
이런 메세지는 뽕카1호기의 audi 시스템에서는 보지 못했던 거라..
이게 대체 정기 점검을 받으라는 건지 오일 따위를 교체하라는 건지 알 수가 있어야지

예약 시간에 맞춰 찾아갔지만 예약리스트에 내 이름이 없었다
난 분명 컨펌메일도 받았는데 말이지?
어쨌거나 메일을 보여주니 통과, 고객 카드를 작성했다
차량등록증명서를 가지고 조회를 해보더니 한번도 점검을 받은 적이 없단다
나도 구입 후에 아직 엔진오일 교체도 한 적이 없으니 꼭 체크해달라고 부탁했다
당연히도 직원은 영어를 한마디도 못했지만
내 스페인어가 짧다는 걸 알고 차근차근 설명을 해줘서 무척 고마웠다
나 이렇게 천천히 말하는 사람 여기 와서 처음 본 듯 >_<
블랑카를 리프트업 해놓고 신발 네 짝이랑 브레이크 라이닝, 배기파이프 정도
겉으로 보이는 부분을 함께 체크하고 나서 예상 견적을 뽑았다

오늘 오후에 차를 꼭 써야 한다고 했더니 4시간 기다리란다
한국의 수입차 딜러쉽처럼 대기실에 TV와 다과가 마련되어 있는 게 아니라서
운동삼아 serrano까지 20분 정도 걸어가 쇼핑을 좀 하고
수업을 마친 오빠를 만나 café harvest 에서 간단하게 점심을 먹었다
식사하는 중에 작업이 다 끝났으니 아무때나 찾아가라는 통보 전화가 왔다
예상보다 1시간이나 빨리 됐네!
(스페인에서 왠일이야 ㅋㅋ)
예상 견적이 270유로였는데, 실제로 청구가 된 건 240유로
엔진오일과 필터, 에어컨 필터를 갈고 공임이랑 나사 1개(?)가 포함 된 가격
1호기 때 보다는 역시 저렴하다
audi wynnewood는 400불이 넘는 돈을 쳐받으면서 세차 하나 안 해주던데
여기선 (꼼꼼히는 아니지만) 껍데기 물세차와 내부 카펫 청소를 해놓았더라고
물론 complimentary service :D



15,000km 점검은 건너 뛰어도 되지 않을까...?



27 May, 2012

veinte y siete de mayo




본격적인 마드리드의 관광 시즌이 시작되었다
날씨가 춥던 4월까지만 해도 텅텅 빈 채 다니던 madrid visión(투어버스)가 꽉 차고
영어를 더듬거리며 택스환급서류를 작성하는 관광객들이 샵마다 심심찮게 보인다
활기찬 느낌은 나쁘지 않지만 사실 주민으로서는 불편하다

일요일 브런치를 즐기러 간 [h]arina에도 어찌나 관광객이 많던지...
puerta de álcala 남서쪽에 있는 빵집 겸 브런치 까페
이름(harina = 밀가루)대로 상당히 본격적인 빵을 구워서 판다
sourdough bread들을 주종목으로 케익 메뉴도 괜찮다
정말 싫은 bocadillo도 이 집 바게뜨로 만들면 왠지 맛있게 느껴지는 것 같고 ㅎㅎ
평일 낮에는 여유롭고 조용해서 오래 앉아있어도 눈치가 안 보이는데
오늘은 웨이팅하는 사람들의 시선이 따가워서, 마치 서울의 인기 까페에 온 듯 했다
계산서 하나 받는데도 어찌나 오래 걸리던지
(빵맛, 음식맛은 일품이지만 서비스는 실망스러운 수준이다)
시저샐러드에 로스트비프 보카디요, 레모네이드로 든든히 아침을 먹고
또 dulce de leche 크림을 채운 패스트리롤 - 인기메뉴!- 을 세 개나 사들고
길 건너편 parque de retiro 산책에 나섰다

으앜 -_-
원래 사람 많은 공원이라고는 하지만 이건 해도 해도 너무하잖아
구석진 골목길까지 사람이 가득해서 제 속도로 걸을 수도 없을 지경이었다
평소에 걸을 일이 너무 없어서 오늘은 작정하고 걷기운동 하러 나온건데 ㅠ_ㅠ
그래도 햇살 따사롭고 바람 시원한 최고의 날씨에
tacky하기 짝이 없는 노점상이나 소음공해 수준의 엉터리 색소폰 연주자 조차도
오랜만에 녹음을 즐기러 나온 나에게는 전부 유쾌하게 느껴졌다

(관광객의 범람은 좀 피곤하지만) 역시 마드리드는, 여름이야



25 May, 2012

veinte y cinco de mayo




지금은 새벽 4시 15분
거의 매일같이 깨어 있는 시간이다
어제 하루종일 집안일에 치여 바빴는데 - 오빠 생일이라고 저녁 특식을 만들고
오늘 저녁 potluck이 잡혀있어서 가져갈 요리 재료 밑손질하고 과일도시락도 싸고 -
몸이 녹초가 된 만큼 눕자마자 깊게 잠이 들었다가
아니나다를까, 3시 반, 카톡 진동이 부르르 울린다
대체 왜 미국이나 한국에 사는 사람들의 카톡이 3~4시 사이에,
하필이면 늘 그 시간에 오는거냐고 ㅠㅡㅠ
쓸만한 내용도 아니고 꼭 지난 번에 대화하다 끊긴 뒷대답이 오는데
그런 건 그냥 제발 좀 잊어줘 ㅠㅡㅠ

카톡이 오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임신성 불면증을 겪는 시기(23주차)라서
자기 직전에는 물을 많이 마시지 않고 방 온도도 덥지않게 낮춰놓는 둥 노력해왔지만
이제 폰의 푸시까지 끄고 자야하는 지경이 온 듯 하다
한 번 깨고나면 동 틀 무렵(6시)까지는 눈만 감고 시간을 때우게 되는데
오늘은 에라 모르겠다! 소파에 누워서 체리 한 바가지를 집어먹으며
패드 끼고 본격적으로 잉여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시간을 보다 쉽게 날리기 위해서 디아블로라도 시작하는 편이 좋을까?


22 May, 2012

veinte y dos de mayo




예전에 사다놓은 크림치즈를 - 비싼 필리크림치즌데!!! - 깜박하고 있다가
한국 가기 전에 다 소진해야 한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급히 캐롯머핀을 구웠다
크림치즈에 바닐라와 설탕을 넣고 휩휩 해서 필링을 만들고
버터가 들어가지 않는 레시피로 당근당근 반죽을 만들고자 했는데...
읭? 달걀이 없네?
그래서 하는 수 없이 버터를 녹여넣음 ㅋㅋㅋ
원 레시피는 버터가 들어가지 않아 칼로리 걱정이 없는 머핀이겠지만,
사실 버터를 넣지 않으면 그만큼 식물성오일이나 달걀이 많이 들어가는 법이다
결국 머핀 주제에 칼로리를 낮춰봤자라는 거지
버터까지 넣은 만큼 너무 맛있게 되었지만 이제 이건 누가 다 먹죠?
바로.. 나
고립되어 혼자 사는 인생이 절절하게 느껴진다 ㅠ_ㅠ



























babydeli에 가서 sonett의 친환경 세제들을 사왔다
표백제(분홍), 주방세제(연두), 울샴푸(오렌지), 라벤더향 액상세탁세제(보라)
아기님하가 얼마나 귀하시길래 이렇게 사다 날라야 하나...
사실 미국에서는 애가 있건 없건 당연하게 친환경 세제를 사용했었다
wholefoods에 가면 7th generation이나 attitude, mrs meyer's 등등 온갖 브랜드가
가득가득 쌓여있었기 때문에 서양 나라들은 다 그런 줄 알았지
막상 스페인에 와보니 세탁세제는 죄다 ariel 뿐이고
주방세제는 fairy 뿐인데다가 그 흔한 "eco" 이런 말 한 마디 적혀있지 않더라
그런 와중에 달곰이를 영접하려면 젖병세척제나 아기 전용 세탁세제도 필요하다니
마른 멸치도 아니고 무거운 액상세제들을 어떻게 외국에서 공수하나요 ㅠ
chicco에서 젖병세척제가 나온다고 하지만
본국 이탈리아에서 파는 건 봤지만 스페인에서는 팔지 않는다

액상세제가 부담이라면 천연소재 세탁비누라도 사다가 손빨래를 해야 하나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며 무식하고 뒤떨어진 스페인을 욕하던 중,
고급을 표방하는 아기 전문 매장인 babydeli에서 드디어 sonett을 팔기 시작했다
써본 적은 없지만 네이년 검색을 해보니 후기도 좋은 것 같고
평범한 주방세제 일 뿐인데 젖병세척제라고 오해하며 쓰는 사람도 많더라고 ㅋㅋ
선택의 여지가 없어서 당장 필요한 제품들만 사봤다
언뜻 보면 패키지도 상당히 귀여워보이지만 실제로 보면 완전 허접
계량컵도 없고 계량스푼도 없고 이중캡도 아니고
얼마만큼 넣으라는 인스트럭션도 없어서 우선 아무 빨래나 넣어두고 시범사용중

온라인스토어에서 55유로 이상 사면 무료 배송 해주는데
저렇게 4가지 사도 20유로 밖에 되지 않으니 무료 배송 맞추기는 힘들 듯 싶다
그냥 맨날 팔이 빠져라 사다 날라야지 =_=



20 May, 2012

veinte de mayo




출산준비물 리스트를 완성했다 (물론 끊임없이 revise 되겠지만)
손에 익지 않은 맥 OS용 엑셀로 작성하느라 오후시간을 꼬박 써야했다
사실 도구적인 문제보다, 생각보다 작성 할 내용이 너무 많아서...
구입처에 따라서 한국 / 스페인 / 미국으로 시트를 각각 나눠야 하고
그에 따라 currency 역시 3가지로 분류해야 한다

한국에서 구입해야 하는 품목이 너무 많은 것 같다
스페인에서도 충분히 구할 수 있는 젖병 젖꼭지 같은 것 조차도
여기서 chicco를 사기보다는 한국에서 피죤 신모유실감을 공수하고 싶은 게 내 욕심
영국 브랜드인 tubtrugs라는 친환경 고무바구니를 스페인에서는 구할 수 없어서
거대한 바구니를 두 개 씩이나 한국에서 이고 오게 생겼다
(amazon UK에 있긴 있는데 셀러가 스페인으로는 못 보내준단다!!!)
달곰이를 데리고 여행을 많이 할 생각인데다 장거리 비행기 탈 일도 많은 터라
일회용 젖병이 필수 아이템인데 유럽에선 그런 거 안 팔아요
너희들, 환경을 생각하는건가 -_-
그래서 또 한국에서 upis의 휴대용 젖병 + 라이닝을 대량으로 구입 예정
"가능하면 현지 조달" 이 내 외국 생활의 모토였는데,
나도 오빠도 아닌 달곰이를 위하다보니 도저히 포기 할 수 없는 부분이 생긴다



18 May, 2012

diez y ocho de mayo




<달곰이를 위한 쇼핑>
이제 더 미룰 수 없다! 라는 마음가짐으로 하루 이틀 사이에 여럿 해치웠다
'시작이 반' 이라고 뭐라도 하나 사고 나니 준비성 있는 엄마가 된 듯한 뿌듯함과 함께,
아기용품의 세계는 개미지옥이나 같다는 말에 십분 공감하게 된다



➊ nappy disposal
일명 '똥기저귀 쓰레기통'
절대 필수품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쇼핑목록 1순위에 오른 건 순전히 내 욕심 때문이다
우리 아파트는 쓰레기 내놓는 시간이 정해져있어서 냄새 난다고 마구 갖다 버릴 수가 없다
예전에 친구 아기의 (묵은) 똥기저귀 냄새를 맡고 정신이 혼미해지는 경험을 한 터라
돈지랄이거나 말거나 이 아이템은 꼭 사고야 말겠다고 다짐했었다
내가 고른 건 tommee tippee 브랜드의 제품












bin이 19.90유로이고 전용 비닐 리필이 한 롤에 9.90유로
우선 0~4m 신생아용으로 두 롤만 장만했다
(한 롤 가지고 얼마나 쓸 지 모르겠네)
playtex의 diaper genie처럼 페달식 자동형은 아니지만,
똥기저귀 하나 하나가 비닐로 개별 포장되기 때문에 냄새는 훨씬 덜 할 것 같다



➋ pantry
부엌이 아주 좁진 않은데 수납공간이나 카운터탑에 여유가 없어서
젖병소독기나 건조대를 놓을 만한 공간이 필요했다
또 분유나 젖병, 이유식 도구는 다른 조리 도구랑 분리해서 수납하는 게 좋겠지
원래 쓰던 ikea의 카트를 하나 더 놓고 싶었지만 너무 비싸고(200불 대) 무거워서,
얇은 철제 프레임으로 된 antonius라인의 팬트리를 골랐다 (http://www.ikea.com/us/en/catalog/products/S39888644/)
윗 두 칸은 뭐가 들었는지 잘 보이도록 철망 바구니로, 나머지 두 칸은 플라스틱 서랍
워낙 가벼운데다 바퀴도 달아놔서 필요하면 거실로 끌고 나올 수도 있겠다



➌ detergents
미국이나 한국처럼 젖병세척제나 아기 전용 세탁세제를 팔지 않기 때문에
앞으로 주방세제, 욕실세정제, 세탁세제는 전부 독일제 sonett을 사용하기로 했다
아기들을 위한 브랜드는 아니지만 화학성분 0%를 자랑하는 친환경 제품이니까
마드리드 babydeli에서 살 수 있다
그렇지만 sonett은 제품군이 다양하지 않은 게 흠이라,
추가로 필요한 건 할 수 없이 미국에서 ecover 제품들을 공수했다
무거운 편이지만 iherb.com 배송료가 워낙 저렴하니 부담되지는 않네
stain remover stick (4불)
sunny day fabric softener (5불)
dishwasher 25 tablets (7불)



➍ infant spoons
백화점 아기용품 매장에서 béaba 스푼이 5개에 19.90유로 인 걸 보고 겁에 질려
soft tip과 all silicone 스푼들을 우선 질러봤는데, 둘이 합쳐 겨우 9불 남짓
어차피 이유식 먹으려면 내년이나 되어야겠지만 싸고 귀여워서 미리 질렀다 ㅋㅋㅋ
그 참에 휴대용 분유통, 젖병 세척 브러쉬, 욕조 오리 따위
먼치킨에서 나오는 것들 중 당장 필요해보이는 것들도 함께 결재했다능


















➎ earth mama
좋은 브랜드가 많이 있지만 -퀄리티가 보장되고- 패키지가 귀엽다는 이유로
earth mama angel baby에서 이거저거 구입
역시나 iherb.com을 통해 미국에서 한국으로 배송 중이다
natural nipple butter 유두보호 크림 (12불)
organic milkmaid tea (5불)
bottom balm for babies 기저귀 발진 완화 크림 (12불)
mama bottom spray 회음부용 스프레이 (12불)



➏ dental wipes
구강티슈.. 라고 하던가, 이건 활용도나 안전성에 대해 의견이 극도로 엇갈리긴 하는데
'좋다 or 나쁘다' 를 판단 할 수 있는 건 우선 시중에 제품이 있을 경우이고
있는 것 보다 없는 게 많다는 스페인에서는 당연스레 팔지 않는 아이템이다
그래서 그냥 my dentist's choice 것으로 2개만 주문해보았다
물티슈로 닦아봐야 뭐 얼마나 제대로 닦이겠어?
급할 때만 쓰도록 하고, 제대로 양치를 시킬 수 있을 때 부터는 weleda를 쓸 예정


















16 May, 2012

diez y seis de mayo




처음으로 "스페인에서 영화관 가기" 미션을 수행했다
미국에서는 보고 싶은 영화가 있을 때 마다 꾸준히 영화관을 찾아갔었는데..
(IMAX 3D를 보기 위해서는 톨비 내고 주 경계를 넘어 뉴저지까지 가야했지만)
스페인에서 영화보기가 불편한 건, 바로 '더빙 문화' 때문이다
스페인 뿐만 아니라 모든 유럽국가들은 영화든 외국 드라마든 더빙하는 걸 당연하게 여긴다
문맹률이 높아서일까, 자국언어에 대한 자부심이 강해서일까
스폰지밥이나 짱구부터 닥터 하우스까지 모두 스페인어로 쏼라쏼라-
이건 내가 생각하는 하우스 박사님의 이미지가 아냐 ㅠ.ㅠ
스페인어의 특성 상 더빙된 캐릭터들은 원판에 비해 100배 쯤 경박해보인다

오빠가 <MARVEL: los vengadores>를 3D로 보고싶다 했다
제목만 보고도 추측이 가능하지만, 바로 <the avengers>
경박하게 떠드는 블랙위도우와 아이언맨을 피하려면 꼭 영어 원판 버전을 선택해야 한다
영화 리스트에서 제목 뒤에
V.O. (versión original)
V.O.S. (versión original subtitulada)
V.O.S.E. (versión original subtitulada española)
라고 표기되어 있으면 오케이
물론 VO 버전이란 영어 뿐만 아니라, 영화의 오리지널 언어를 살린 것
VO 버전은 자국어 더빙 버전에 비해서 상영 횟수가 현저히 적다
아예 VO를 취급하지 않는 영화관도 많기 때문에 멀티플렉스로 가는 편이 좋다
우리집에서 가까운 영화관의 VO 버전의 경우 매일 저녁 9시에만 있었다
우리에겐 최적의 시간대, 9시에 저녁을 먹는 스페인 사람들에게는 최악의 시간대

우리 동네 영화관 real 3D는 1인당 8.95유로
그리고 3D 글라스 가격으로 개 당 1유로를 더 받는다.. (대신 영화가 끝나고 반납하지 않음)
중형 사이즈의 상영관에 우리 포함 딱 9명이 모여앉아 영화를 봤다
9시가 되면 스크린이 켜지고 광고와 예고편이 시작된다
한국처럼 미리 광고를 틀어놓고 정해진 시간에 본 영화를 시작하는 시간관념을 기대하면 금물
광고나 예고편은 '물론' 스페인어로만 나온다
5~6개의 예고편까지 다 보고나니 9시 20분, 드디어 영화 시작
입체로 튀어나온데다 폰트가 노란색(!)인 스페인어 자막이 엄청나게 시야에 거슬린다
블랙위도우가 러시아어로 말 할 때는.. 아무것도 이해할 수 없었다
헐크가 캘커타에서 인도인 여자아이와 대화 할 때도 마찬가지
영화 중간중간 화면에 나오는 글자들은 이미 전부 번역이 되어 있었다
토니 스타크가 스페인어로 쓰여진 멀티 스크린을 읽으며 헐크랑 토론을 하더라고 ㅋㅋㅋ

유럽 영화관이 처음이 아닌데도 - 폴란드에서 <underworld>를 본 적이 있음 -
이래저래 황당하고 웃긴 경험을 한 것 같다
그나저나 오랜만에 속 시원한 미국영어를 들으니 살 것 같더라능



12 May, 2012

doce de mayo




한국 가기까지 4주, 슬슬 출산 준비에 돌입 할 때다
스페인으로 돌아오는 게 임신 34주 중이라 그 이후에는 몸이 많이 무거울 것 같고
7, 8월은 세일 및 휴가 기간이 겹쳐 물건 사기에 온갖 난관이 예상되기 때문에
(아직 좀 이른 감이 없지 않지만) 출국 전에 몇 가지는 해치우고 싶다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아기에게 돈ㅈㄹ을 하고 싶지 않고 공간적 제약이 큰 만큼,
주변의 경험을 많이 주워듣고 현명한 소비를 하고 싶었다
비교적 최근에 출산한 애엄마 선배들 중에 나와 취향이 비슷한 몇 명을 골라 멘토로 삼았다
모든 분야에서 나보다 브랜드에 빠삭한 C
금전적으로 풍요롭지 않아 실리적 소비를 하는 J언니
갓 아기를 낳아 나만큼 초보인 J
미국에서 아기를 낳은 시원한 성격의 패셔니스타 S언니
유럽 아기용품 시장 현황에 익숙한 A언니 등등

이런 저런 이슈가 있을 때 마다 카톡이나 전화로 참 많이 물어봤는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도움이 된 경우는 별로 없었다
아기욕조에 대해 물어보면 "대야를 두 개 사서 써" "대야나 세면대가 편해"
난 미국에서부터 스페인까지.. 대야을 파는 곳을 본 적이 없어요
화장실 바닥에 물을 버리지 못하는 서양식 욕실에서 바스켓도 아닌 대야가 왜 필요하겠어
그래서 난 한국사람들과는 달리 욕실 바닥에서 목욕을 시킬 수도 없다고...
크립이랑 유모차를 주문하러 간다고 하니 "아직 4개월이나 남았는데 뭘 벌써 사?"
스페인에서는 주문하고 한 달 이상은 기다려야 받을 수 있어요
한국 백화점 창고에 차고 넘치는 스토케? 여기서는 주문하고 50일 후에 배달됩니다
아기들은 침대 필요없다고, 바닥에서 이불 깔고 자라고, 범퍼침대를 사라고
당연히 유럽 집은 바닥 난방이 안 되고, 깔고자는 이불을 팔 리가 없다는 건 모르나보다
범퍼침대? 그런 건 지극히 한국적인 아이템이라고요
이렇게 여러 번 생활의 차이를 느끼고 나서 조언을 구하는 걸 거의 포기해버렸다
아무래도 달곰이는.. 내가 스스로 판단한 방식대로 자라는 수 밖에 없겠네
한국에서 아기 키우는 엄마들에 비하면 훨씬 못 한 환경을 만들어 줄 지도 모르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봐야지 =_=

정말, 속풀이 하고 싶었다



08 May, 2012

ocho de mayo




지난 금요일, 시내로 나가기 위해 m-30 도로로 연결되는 램프에 들어섰다
오전 중에 일찍 나가 세무서(agencia tributaria) 일을 보고 이동해야 하는 일정이었지만,
쌈빡하게 11시 반 까지 늦잠을 자버려 약속 시간에 지각하기 직전이었다

"빡!"

날카로운 파열음이 들렸다
타이어가 플랫되거나 무언가 떨어지는 것과는 다른..
그래, 이건 스톤칩이 생기는 소리가 틀림없다
소리의 크기로 봐서 칩도 대단할 것 같은데...
고가도로 밑을 지나고 있는 것도 아니고 전방에 화물차가 있는 것도 아닌데
어디서, 뭐가 날아와, 블랑카의 어느 곳을 때린 걸까
rear-view mirror 뒷편에 1유로 동전 만한 크기의 별이 보인다
낭패로군, 윈드스크린에 흠집이 났다
방사형으로 퍼진 걸 보니 빨리 복원하지 않고선 금이 죽죽 나갈 듯 싶다
안쪽에서 만져보면 매끈한 게 필름이 뚫리진 않았나보다
필름만 멀쩡하다면 적어도 오늘 운전하고 다니는 중에는 큰일이 나지 않겠지



어제 달곰이를 만나고 오빠를 학교에 데려다주고 세무서로 향했다
근처에 마땅한 지하주차장이 없어서 할 수 없이 스트릿파킹
정말 오랜만에 햇빛이 내리쬐는 좋은 날씨다 ♥
한 시간 남짓 일을 보고 차로 돌아와보니..
OMG
자그맣던 별이 어느새 여기저기로 20cm 넘게 금이 죽죽 가 있는 게 아닌가
햇살이 뜨거워서 유리가 팽창했구나
복원도 못 해보고 이렇게 허무하게 유리창 전체를 날리다니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자동차 유리 전문점 사이트를 뒤졌다
한 손으로는 마우스질을 하면서 다른 손으로는 급히 보험회사에 전화를 걸었다
아- 스페인어가 서툰 expats를 위해 신이 내린 보험사, linea directa!!!
금방 자차보상 유리창 관련 부서로 연결해주더니 전문 협력업체에 예약을 잡아준다
오후 3시.. 지금 당장 가서 인스펙션을 받으면 내일 중으로 교체 할 수 있다나
앞뒤 잴 것 없이 차키를 움켜쥐고 뛰어나갔다
안내받은 업체는 ventas라는 동네에 있는 "carglass"
블랑카 상태를 점검하고 모델 넘버를 확인 한 뒤 보험 커버리지를 체크했다
이미 보험사에서 연락을 해놓아 내가 할 일은 그저 기다리는 것 뿐
가게 직원이 나에게 수화기를 건네주고, 보험사 직원이 영어로 상황 설명을 해준다
다행히 보험으로 전액 커버가 되니 내일 오후 12시 반에 예약을 잡아놨단다
오빠도 없이 달곰이 품은 몸으로 모르는 동네까지 무작정 달려왔는데
생각보다 일이 너무 쉽고 편리하게 풀려, 몸이 피곤한 건 제쳐두고 기분이 좋다



윈드스크린 -스페인어로는 parabrisas- 교체에는 약 2시간 반이 걸렸고
유리값 + 접착제 + 공임 = 총 389유로;;;
안내받은대로 나는 동전 한 푼 내는 것 없이 개런티 서류에 싸인만 하고 차를 인도받았다
우리 블랑카, 새 안경을 씌워놓으니 눈매가 초크초크하네 ㅎㅎ



07 May, 2012

siete de mayo




20W1D check-up
정밀초음파 한 번으로 수만가지를 검사하는 바로 그 날이다
달곰이를 당분 과다 섭취로 high하게 만들어놓기 위해 아침으로 초콜렛 도넛을 흡입했다
ECO room이 몇 개 안 되는데다 앞사람들이 밀려 무려 1시간이나 대기했다
하필 세상에서 제일 바쁘신 몸(=오빠)께서 친히 행차하신 날인데 -_-
합격이냐 불합격이냐를 듣는 그런 날이 아닌데도 긴장으로 입에 침이 마른다

지난 밤에 묘한 꿈을 꿨다
만삭이 된 내가 진통이 오고, 마치 오윤아처럼 힘을 세 번 줬더니 아기가 튀어나왔다
간호사에게 성별을 확인해달라고 하자 수건을 젖혀 자그마한 ㄱㅊ를 보여준다
아기는 마치 혼혈인양, 쌍꺼풀이 짙은 인형같은 외모를 하고 있었다
꿈 속의 내가 아들이 너무 예쁘다며 좋아 어쩔 줄을 모르더라고
현실의 나는 쌍꺼풀 있는 남자아이는 딱 질색인데 ㅎㅎ
잠에서 깨고 나서는 당연히 찝찝하고 불쾌한 기분에 꿈 얘기를 입에 올리지도 않았다
말이 씨가 될까봐서..
'꿈은 반대랬어, 아암 꿈은 반대라니까' 라고 몇 번을 되뇌였는지 모른다

이번에 만난 소노그래퍼는 아예 영어를 할 생각이 없으시다
검사를 하는 중간 중간 "지금 두개골 길이를 재는 거야" 식으로 오빠에게 통역을 해줬다
사실 abnormalities가 있지 않고서야 특별한 내용도 없을테니까
검사대에 눕기 전에 아기의 성별을 꼭 확인하고 싶다고 재차 말했건만
소노그래퍼는 유유히 검사만 할 뿐 다리 사이에서 잠시 멈춰주는 센스를 모르는 것 같다
사실 성별에 대단히 집착하는 한국과 달리,
양놈들은 성별을 꼭 알고 싶어하지도 않고 알려주는 쪽에서도 건성이다
주말 내내 20주 초음파 사진들을 검색하며 열심히 공부한대로
휙휙 지나가는 달곰이의 영상에서 무언가 실마리를 잡기 위해 눈을 팽팽 굴렸다
머릿 속이 집착으로 꽉 차서 다른 검사 결과들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약 30분 간 이런 저런 길이를 재고나서 소노그래퍼가 입을 열었다
"me parece... es chica..."
이 여자는 상대방에게 전혀 확신을 주지 못하는 소심한 인상에 말 끝이 흐리다
다리 사이 사진을 찍어서 증빙자료를 만들어주는 일도 하지 않는다
'이 망할 여자가 지금 확실히 본 거야, 아님 대충 내뱉는 거야?'
쩍 벌리고 확실하게 어필을 하지 않는 달곰이도 원망스럽다
소노그래퍼의 망설임이 가득한 말에 무턱대고 좋아할 수도 없어서 잠자코 있었더니,
"no quería una chica?" 라며 (역시 조심스럽게) 묻는다
아니에요
딸을 원했어요
그토록 원했던 딸이라구요
딸만 바랬어요
딸이어야만 한다구요

모든 게 정상이라는 말과 함께 검사를 마치고 두툼한 서류를 받았다
사진을 수십장 찍어놨지만, 뚜렷한 얼굴 사진 하나 다리 사진 하나가 없더라 -_-
지난 번 소노그래퍼가 순간포착의 대가였구나.. 싶다
말이 짧아 강력하게 성별 확진을 요구하지 못한 내 자신이 원망스럽다
주변에 달곰이는 딸곰이라고 소문을 내도 좋은걸까?
S언니처럼 딸이라고 들었다가 한국에 가서 뒤집히는, 그런 상황이 생기지 않기를..



06 May, 2012

seis de mayo




2nd trimester 체중관리에 빨간 불이 켜졌다
이태리 가기 전인 15주까지 평소 무게를 유지하다가, 여행 중에 잘 먹었던지 1kg가 늘고
그 이후로 잘 관리해서 큰 변화 없이 5개둴 차를 넘기나 했는데,
19주에 들어서서 불과 5일 만에 1.2kg가 덤으로 붙었다
그래서 19W6D를 찍은 오늘 기준, 총 (최소한) 3.5kg가 늘어난 셈
이 수치는.. 각종 임신 어플과 서적에서 제시하는 평균 증가치 -4kg- 에 꼭 맞는다
평균에 들었으니 뭐가 걱정이냐는 말 따위 지금의 나에게는 들리지 않는다
임신 중에도 잘 먹으면서 잘 관리하는 녀자가 되고팠던 내 욕망이 뿌리 채 뽑혀나갔기 때문이다
내 인생의 모토가 '철저한 관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말이지

더욱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요소는, 내가 너무 억울하다는 거다
그동안 살이 더디 찐다고 방심한 적이 한번이라도 있었던가?
임산부라는 멍에를 쓰고 먹고 싶은 대로 실컷 먹어 본 적이라도 있던가?
아침 저녁으로 누워 뒹굴고 싶은 욕구를 누르고 하루도 빠지지않고 운동했는데?
요근래 아침식사는 떠먹는 요거트 하나에 사과 반쪽 정도
늦게 일어나는 날이 많은 만큼 늦은 아침을 과식하면 점심 때 까지 속이 부대낀다
점심이나 저녁 한 끼는 제 양을 먹고 나머지는 평소보다 약간 적게 먹도록 하고,
집에서만 뒹구는 날은 과감히 오후 간식을 제낀다
약속이 있는 날이면 아무래도 커피(프라푸치노) 한 잔 이상 마시게 되지만...
저녁식사는 가능하면 8시 이전에 끝내려 하고 그 뒤에 배가 고프면 물을 마시는 편이다
과일은 아침식사 대용으로 먹는 것 외엔, 오후부터는 철저히 참는다
적어도 이틀에 한 번씩은 화장실 no.1을 해결하려고 노력한다
(양은 무척 적지만 아예 꽉 막히지는 않았다)
아침 공복에 하체 스트레칭 15분 + 요가 동작 서너 개로 몸을 풀고
오후 시간 틈틈히 스쿼드같은 근력운동과 다리 붓기를 빼는 자세도 잊지 않는다
저녁 식사 후에는 소파에 늘어지지 않도록 설거지와 부엌정리를 하고 바닥 청소까지 마친다
덕분에 요즘 들어 집안일이 밀린 적이 한번도 없다는 ㅎㅎ
잠들기 1시간 전 쯤 다시 하체 스트레칭과 마무리 요가를 30분 정도...
임신 전보다 훨씬 운동량이 많고 생활도 체계적인데!!!
누가 임산부 아니랄까봐 어찌해도 체중이 늘어나는 걸 막을 수가 없다
달곰이의 무게나 태반, 양수 따위라면 얼마나 좋겠냐마는
"너 요즘 하체에 살 많이 붙었어" 라는 오빠의 비수같은 말을 듣고보면 내 살이 맞는가보다
엉덩이와 허벅지가 부쩍 비대해지고 저녁 무렵에는 종아리가 부어 뻐근하다
붓기는 나중에 전부 살이 될테니, 매일같이 스트레칭을 안 할 수가 없는 노릇

그나마 조금 위안이 되는 건, 꾸준히 운동하면 적어도 출산과 산후조리에 도움이 된다는 것?
매일 누워서 간식과 야식을 쳐묵쳐묵하며 살이 오른 임산부에 비해서
근육량을 유지하면서 식이조절을 한 임산부가 산후에 더 빨리 체중이 돌아온단다
물론 자기관리형 인간은 산후에도 똑같이 운동하고 몸매 관리에 철저하니 당연한 얘기겠지만

더불어서 걱정되는 것은 달곰이의 체중이다
이 녀석 혹시나 표준보다 1~2주씩 빠르면 어쩌지?!?
임신 초기에 귤과 바나나를 달고 살았던 게 못내 마음에 걸린다.. 과일이 아기를 키운다길래..
이래저래 내일 아침 check-up을 가는 마음이 편치 않다
(성별보기 미션마저 실패한다면 아마 난 스트레스에 잠겨 질식사할거야 -_-)


02 May, 2012

dos de mayo




이태리에 가기 한 주 전에 깎았던 머리가 덥수룩해져 오빠의 꼴이 엉망인지 좀 되었다
이래라 저래라 하지 않는 편인 나는, 본인이 머리 깎고 싶다 라는 의사를 내비칠 때 까지 기다렸고
5주 만에야 휴일을 틈타 미용실, 아니 미용집? 미용하는 가정집을 찾았다
미용집은 atocha renfe station보다 더 남쪽 동네에,
찾아갈 만한 다른 용건이 전혀 생기지 않는 곳에 있다
미용집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말 그대로 정식 가게가 아니라 가정집이기 때문이다
한국인 여자미용사가 사는 가정집
원베드 피소의 살롱에 미용의자와 벽거울, 각종 열처리 기구를 세워두고 영업을 한다
컷만 하는 정도라면 별로 문제 될 건 없다
뭐 한국의 친구들에겐 우중충하고 좁은 아파트와 추레한 시설이 굴욕적으로 느껴질 지도 모르겠지만
필라델피아 이가자 어퍼더비점이나 마드리드 송 미용실을 거친 우리는 이제 감정이 무뎌졌다
(컷 한 번에 55,000원 씩 내던 도산공원 앞 6년 단골 헤어샵 -미용실이 아니라- 은
그냥 우리 삶의 서울쥐버전, 또 다른 단면일 뿐이다)
미용집에는 욕조와 샤워기가 딸린 화장실이 하나 있고, 샴푸는 그 곳에서 손님이 알아서 처치한다
그래서 난 머리를 자르고 나서 샴푸를 하지 않고 돌아온다
마드리드의 동네 미용실 가격이 컷 20유료, 샴푸 5유로 인데 반해 여기는 15유로다
불법영업이니 IVA가 포함되었을리 없고 현금만 받고, 따라서 팁을 따로 낼 필요도 없다

마드리드에서 유일하게 버젓이 장사하는 한국인 미용실은 'peluquería song'이라는 곳이다
나이 지긋한 부부가 1/4 반지하 가게에 진분홍빛 비닐 의자 세 개를 놓고 영업을 한다
헤어디자인이니 패션, 미용과는 백만광년이나 떨어진 무뚝뚝한 아줌마가 머리를 깎는데,
정말 가위로 '자르는' 행위보단 바리깡으로 '깎아올리는' 게 태반이다
그렇게 기교없이 쳐올려진 머리는 해군과 초딩의 기묘한 결합이랄까, 깎인 사람만 환장할 노릇이다
에쓰빠뇰보다야 한국 아줌마가 낫겠지 라는 편견이 잘못이었다 ㅠ.ㅠ
머리빨이 외모의 90%인 남자로 태어난 오빠가 머리에 바른 돈이 깎여나가는 꼴에 기겁해
"대체 가위는 언제 쓰세요? 지금이 80년대도 아니고 바리깡으로 쳐올리다뇨!"
내가 정색을 하며 대든 덕분에 우리는 송 미용실에 다시는 갈 수 없게, 가지 않아도 되게 되었다
한국에서 윤미쌤이 출국선물이라며 정성스레 붙이고 말고 영양까지 듬뿍 줬던 머리카락은
그렇게 불쾌하게 송씨 아줌마네 쓰레기통에 버려지고...
그 뒤로 여기저기 로컬 이묭실을 들락거리며 손짓발짓으로 거의 반 년을 버텨오다가
한국에서 연수를 마치고 돌아와 영업을 재개한 미용집 언니 덕분에 상황이 십분 나아졌다
그럴싸하게 잘 깎는 편은 아니지만 가슴 속에 열불이 나는 경우는 피할 수 있으니



사실 근 3년 간 가장 늘은 건,
두 달 넘게 길어버린 머리도 고데기와 아베다 왁스로 제법 제 자리를 찾아주는 오빠의 요령과
한 올의 흐트러짐 없이 뱅 앞머리 길이를 유지하는 나의 쪽가위 스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