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 May, 2012

siete de mayo




20W1D check-up
정밀초음파 한 번으로 수만가지를 검사하는 바로 그 날이다
달곰이를 당분 과다 섭취로 high하게 만들어놓기 위해 아침으로 초콜렛 도넛을 흡입했다
ECO room이 몇 개 안 되는데다 앞사람들이 밀려 무려 1시간이나 대기했다
하필 세상에서 제일 바쁘신 몸(=오빠)께서 친히 행차하신 날인데 -_-
합격이냐 불합격이냐를 듣는 그런 날이 아닌데도 긴장으로 입에 침이 마른다

지난 밤에 묘한 꿈을 꿨다
만삭이 된 내가 진통이 오고, 마치 오윤아처럼 힘을 세 번 줬더니 아기가 튀어나왔다
간호사에게 성별을 확인해달라고 하자 수건을 젖혀 자그마한 ㄱㅊ를 보여준다
아기는 마치 혼혈인양, 쌍꺼풀이 짙은 인형같은 외모를 하고 있었다
꿈 속의 내가 아들이 너무 예쁘다며 좋아 어쩔 줄을 모르더라고
현실의 나는 쌍꺼풀 있는 남자아이는 딱 질색인데 ㅎㅎ
잠에서 깨고 나서는 당연히 찝찝하고 불쾌한 기분에 꿈 얘기를 입에 올리지도 않았다
말이 씨가 될까봐서..
'꿈은 반대랬어, 아암 꿈은 반대라니까' 라고 몇 번을 되뇌였는지 모른다

이번에 만난 소노그래퍼는 아예 영어를 할 생각이 없으시다
검사를 하는 중간 중간 "지금 두개골 길이를 재는 거야" 식으로 오빠에게 통역을 해줬다
사실 abnormalities가 있지 않고서야 특별한 내용도 없을테니까
검사대에 눕기 전에 아기의 성별을 꼭 확인하고 싶다고 재차 말했건만
소노그래퍼는 유유히 검사만 할 뿐 다리 사이에서 잠시 멈춰주는 센스를 모르는 것 같다
사실 성별에 대단히 집착하는 한국과 달리,
양놈들은 성별을 꼭 알고 싶어하지도 않고 알려주는 쪽에서도 건성이다
주말 내내 20주 초음파 사진들을 검색하며 열심히 공부한대로
휙휙 지나가는 달곰이의 영상에서 무언가 실마리를 잡기 위해 눈을 팽팽 굴렸다
머릿 속이 집착으로 꽉 차서 다른 검사 결과들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약 30분 간 이런 저런 길이를 재고나서 소노그래퍼가 입을 열었다
"me parece... es chica..."
이 여자는 상대방에게 전혀 확신을 주지 못하는 소심한 인상에 말 끝이 흐리다
다리 사이 사진을 찍어서 증빙자료를 만들어주는 일도 하지 않는다
'이 망할 여자가 지금 확실히 본 거야, 아님 대충 내뱉는 거야?'
쩍 벌리고 확실하게 어필을 하지 않는 달곰이도 원망스럽다
소노그래퍼의 망설임이 가득한 말에 무턱대고 좋아할 수도 없어서 잠자코 있었더니,
"no quería una chica?" 라며 (역시 조심스럽게) 묻는다
아니에요
딸을 원했어요
그토록 원했던 딸이라구요
딸만 바랬어요
딸이어야만 한다구요

모든 게 정상이라는 말과 함께 검사를 마치고 두툼한 서류를 받았다
사진을 수십장 찍어놨지만, 뚜렷한 얼굴 사진 하나 다리 사진 하나가 없더라 -_-
지난 번 소노그래퍼가 순간포착의 대가였구나.. 싶다
말이 짧아 강력하게 성별 확진을 요구하지 못한 내 자신이 원망스럽다
주변에 달곰이는 딸곰이라고 소문을 내도 좋은걸까?
S언니처럼 딸이라고 들었다가 한국에 가서 뒤집히는, 그런 상황이 생기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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