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 December, 2012

treinta de diciembre




2012년의 마지막 주말은 끗-
날짜 바뀌기까지 23분 남은 시간이지만 미역국을 끓이고 있어 잘 수가 없다
반달곰의 백일을 기념해 '삼신상'을 차리느냐 마느냐 수백번 고민
여행과 기관지염 여파로 떡도 케익도 미리 맞추치 못하고
삼색 나물이니 구색 맞출 여력도 안 되는데 그냥 포기하자고 기울다가,
100일도 안 되어 한 번 앓은 달곰에게 급! 미안한 마음이 들어
미역국 세 그릇 + 쌀밥 세 그릇 + 물 세 잔 만 놓고 절이라도 하기로 했다
우리 달곰 발 크게 해달라고 빌어야지..
지금도 발이 좀 큰 편인데 뭘 또 키우려고..
더 크면 스웨덴에서 오고 있는 꼬까신 안 들어간다 ㅎㅎㅎ

떡국 베이스 하려고 사골 조각이랑 홍두깨살 사온 걸로 육수를 냈다
초벌 육수 좀 덜어서 불려놓은 기장미역 넣고 미역국 스타트
산후조리 한다고 지긋지긋하게 먹었던.. 이런 또 미역국이로구나 ㅠ.ㅠ
한 솥 끓이는 거 삼신 할배들이 다 드시면 좋겠는데
실상은 내가 꾸역꾸역 다 먹어야 할 팔자라는 거
삼신상에 올리는 미역국은 뭐가 다른가 싶어 네이년 검색 해보니,
마늘도 넣지 말고 소금도 넣지 말란다
마늘도 소금도 안 들어간 미역국이 무슨 맛이야?
그래서 과감히 네이년 대백과사전은 무시하기로 했다
오늘은 초벌 육수랑 미역국, 떡국에 올릴 달걀 지단까지 준비하고
내일은 동그랑땡 빚어 부치고 시래기나물 볶아두고 뽀얗게 육수 마무리 하긔

설날에 H네 가족이 오면
우선 브런치로 밑반찬에 떡국 한 그릇 씩 해치우고 나서
예쁘게 입힌 달곰이 (컵)케익 앞에 앉혀두고 기념 촬영 해야지
백일 기념 케익은 오빠네 학교 앞 케익집 -cream bakery- 에 주문하고 싶었는데
하필 설날이라 ㅠ.ㅠ 당일에도 그 전날도 문을 닫는다
직접 간단한 케익이나 파이라도 구울까? 하다가 일은 그만 벌리자고 관두고
그저께 교수실 앞에 차 세워두고 총총 찾아가서 남아있는 컵케익 싹 쓸어옴
맛은 버려도 되니까 모양이라도 유지되라고 곧장 냉동실 행
겨우 컵케익 몇 개라니 여전히 아쉬운 마음 미안한 마음 가득이지만,
대신 한국 가면 200일 기념으로!!!
영모아저씨네서 특대 사이즈 커스텀 케익 준비해줄께 아가!!!

그리고 그 케익은 외할머니랑 엄마가 전부 쳐묵쳐묵..... 0_0



29 December, 2012

veinte y nueve de diciembre




2012년의 마지막 주말엔 2012년의 마지막 장보기 -_-
달곰이의 100일인 2013년 1월 1일에 H언니네 가족을 초대했기 때문에
음식 준비 -그래봐야 떡국이나 핑거푸드 정도- 로 마음이 급해졌다
그래도 오늘은 애정 할 만한 것들을 세 가지나 득템해서
지긋지긋한 그로서리 쇼핑의 한 줄기 빛을 보았다고나 할까 ㅋㅋㅋ



• monin's caramel sauce

전격 유축맘이 되면서 새벽에 꼬박 한 번씩 일어나 30~40분이 걸리는 유축을 한다
자기 전에도 빼먹지 않고 해야하니 부족한 아침잠을 밤에 보충 할 수도 없고
자연히 이번 주 내내 카페인에 의존해서 하루하루를 버텼다
집에서 좀 더 맛있는 커피를 마시기 위한 스페셜 아이템이 절실한 상황
더군다나 6팩이나 산 칼슘강화우유가 너무 짜서 ㅠ.ㅠ
아무리 illy 에스프레소가 맛있다고 한들 이상한 맛의 라떼가 탄생한다
동네 백화점의 el club de gourmet에서 모닌을 취급하는데,
모닌의 스몰사이즈 시럽들이야 말로 정말 다 모으고 싶은 아이템이지만
내가 뭐 mixologist 라도 되나?
쓸모 없는 것들은 다 제치고 카라멜소스만 한 통 집었다


• la perruche

설명이 필요없는 '앵설이', 앵무새표 각설탕
사탕 대신 사각사각 갉아먹을 정도로 내가 완전 사랑하는 설탕 ㅋㅋㅋ
흰색 -풍미가 없어 tea에는 이게 더 나음- 살까 브라운 살까 고민하다가
역시 갉아먹기에는 브라운이 맛있어! 라며 ㅋㅋㅋ
라떼 한 잔에 앵설이 한 조각 넣고 모닌을 드리즐하면 진정 천상의 커피


• vinagre de jerez al pedro ximenez

릭아저씨가 쉐리주로 만든 식초가 아주 감미롭다고 찬양을 해대서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한 병 구입했다
reserva와 PX가 있던데, 값은 PX가 (당연히) 비싸지만..
PX로 만든 식초라면 너무 달지 않을까 싶다
쉐리는 예전에 WSET 시험 볼 때 나름 열심히 공부했던 분야이긴 하지만
원체 마실 일이 별로 없기도 하고 스페인어 투성이인 용어도 낯설어서
시험 본 지 2년이나 지난 지금은 기억 나는 게 손에 꼽을 정도
어쨌거나 집에 이태리 밀라노의 peck에서 사온 barrel aged 발사믹 비니거 하나,
딸기향이 나는 발사믹 비니거도 하나, 요리에 주로 쓰는 화이트와인 비니거도 하나,
근데 또 식초를 사다 날랐으니 이건 또 어디에 써야 할 지
검색해보니 가스파초에 넣으면 좋단다;
난 가스파초가 진짜 싫은데?!?
=_=
우선 병을 따서 맛부터 보고 레시피를 좀 연구해보아야 할 듯



식초 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예전부터 라이스 비니거가 너무 사고 싶은데 이 나라에선 흔하지 않은가 보다
쌀이 많은 나라에 없을 리가 없는데.....
사고 싶다 라이스 비니거...



28 December, 2012

veinte y ocho de diciembre




요 며칠 투병 생활 -하지만 거의 끝난 것 같은- 로 외출 금지인 따님을 모시느라
오빠랑 집에 틀어박혀 버닝하는 <릭 스타인의 맛 大탐험>
rick stein은 영국 출신의 유명한 쉐프인데
자기 이름을 걸고 이런 저런 음식 다큐를 진행하는 프레젠터로도 활약하고 있다
여느 식신스타일 다큐와는 달리 한 나라의 역사와 문화를 음식으로 풀어내
옥스브릿지 출신 답게 지성이 철철 넘치는 컨텐츠를 만들어낸다
이 아저씨, "스페인" 편에서 그러더라
8살 때 처음 스페인을 방문해서 신기한 음식 경험을 했다고
8살?!?
1947년 생이니까, 1954-5년 즈음 스페인 여행을 했다는 건데
그때 우리나라는 전쟁의 잔해를 겨우 걷어내고 주린 배를 어쩌구 저쩌구..
심지어 우리 엄빠가 태어나시기도 전이네 =_=
뭐지 이 극심한 상대적 박탈감은?
그 옛날에 초딩도 못된 나이의 아이가 이 나라 저 나라 미식 여행을 다녔으니
뛰어난 미각을 가진 실력있는 요리사가 되는게 당연한 거 아니냐능
태어나자마자 입술에 와인을 발랐다는 마담 르루와도 생각난다
이런 게 바로 진정한 조.기.교.육

앞으로 달곰이를 어떠한 방법으로 이끌어줘야 할지 고민스럽다
더 많은 것을 들려주고 보여주고 먹여주고..
(불행인지 다행인지) 먼 타향에서 태어난 만큼 그걸 어떻게 살려줘야 할지



당장은 유럽에서 살고 있는 아가로서의 이점을 십분 살려
스웨덴의 온라인샵인 babyshop.com 세일을 노려 달곰양의 옷을 실컷 질렀다
유럽 대륙 내 배송비는 5유로 밖에 안 하거든요!!!
mini rodini도 사고, imps & elfs도 사고, farg&form도 사고 ㅋㅋㅋㅋㅋ
... 아 이게 아닌데 ㅋㅋㅋㅋㅋ
북유럽삘 충만한 고운 색감의 옷들에 파묻혀 디자인에 눈을 뜰지도? ㅋㅋㅋ



25 December, 2012

veinte y cuatro de diciembre




어차피 3개월 된 아기를 데리고 파인다이닝을 즐기는 건 불가능하고
북적대는 바에서 자정이 넘도록 술을 마실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달곰이 아파서' 크리스마스인데도 외출을 할 수 없다고 생각하지는 말자

다행히 효녀 달곰 답게 일찍 -무려 7시 40분!- 잠이 들어서
종일 짬 나는 대로 만들어뒀던 음식들을 주섬주섬 차려 먹을 수 있었다
언젠가부터 양갈비를 굽는 것이 우리 부부의 christmas tradition
오늘도 오전 일찍 hipercor에 가서 잘 손질된 cordero lechal을 한 팩 집어왔다
우리는 스테이크를 구울 때 오븐 대신 staub의 무쇠 그릴팬을 쓰는데,
고기를 굽는 건 항상 오빠 몫이라 나는 그 방법을 전혀 모른다




honey-roasted brie with walnut
모양은 빠지지만
엄청 간단하고 맛도 좋다

mixed salad with sun-dried tomato & parmigiano reggiano
드레싱은 EEVO와 발사믹크림으로 쉽게 쉽게




grilled lamb
소금 후추 EEVO 타임 로즈마리 
maille whole grain mustard



오빠는 inedit 75cl 한 병을 혼자 다 마시고, 나는 또 탄산음료;
디저트로는 이탈리안 퀴진 코너에서 panettone와 파티사이즈 티라미수를!
빠네또네는 잘못 사면 퍽퍽하고 톱밥같은 질감인데
오늘 사온 녀석은 아띠제의 밤빵보다 촉촉하고 콕콕 박혀 있는 건포도가 예술 +_+
스페인에서의 크리스마스에는 당연히 roscón이어야겠지만
그 빵은 정말이지.. 어떤 이유로 그 빵을 먹는 것인지 아직 모르겠다
그래서 올해의 크리스마스 디너엔 어쩌다보니 빠네또네가...



아픈 아가에 대한 걱정은 아주 잠깐이라도 접어두고
오랜만에 단둘이 잔 부딫히며 홈메이드 크리스마스 디너를 즐길 수 있었다
인생에 관한 진지한 토론 대신 뚱보 특집 <런닝맨>이 함께 했지만...
그나저나 계획대로라면 내년엔 한국에서 크리스마스를 보낼 수도 있겠는데,
그때는 달곰이도 양고기 조금만 드셔보세요 :)



23 December, 2012

veinte y tres de diciembre




서울식품에서 서비스 받은 새우깡을 씹으며 떡볶이를 끓이는 중
6.50 짜리 김 한 봉지를 산 Y씨도 새우깡
250유로 넘게 카트를 꽉 채운 나도 새우깡
뭐지? ㅋㅋㅋㅋㅋ
여튼 어제 여행에서 돌아와서 이제서야 첫 끼니를 준비한다;



가기 전부터 콜록+코맹맹이던 반달곰은
아니나 다를까, 여행 이틀 째 걸걸한 기침이 급격히 심해지기 시작
숨 쉴 때 마다 갈비뼈 부근이 쏙쏙 들어가는 게 심상치 않았다
(대부분의 일정을 다 포기하고 알함브라 관광 마저 대충 대충 해버린 터라
여행 후기 따위 쓸 내용이 별로 없을 지경 ㅠㅠ)
결국 어제 마드리드 올라오자마자 ER로 직행

반갑게(?)도 소아응급실 당직 의사가 달곰의 주치의 산체스쌤
수요일에 멀쩡히 체컵 받고 갔는데 갑자기 왠 일이냐고...
왜긴요.. 3일 만에 애가 심상치 않어!!!
열도 없고 맥박도 정상이지만 폐에 피리소리 같은 잡음이 들린단다
급히 콧물을 한가득 채취해서 lab에 보내고 네블라이저로 호흡기 치료 시작
바이러스 검사 결과, 내내 마음 속 한구석에서 의심했던 대로
바이러스성 모세기관지염(영 bronchiolitis / 스 bronquiolitis) 이란 진단이 내려졌다
6개월 이전에 걸리면 대부분 입원한다는,
만성이 될 경우 천식으로 이어진다는 그 무서운 호흡기 질환 ㄷㄷㄷ
다행히 oxymetry test 결과가 양호해서 통원 치료 하기로 했지만
더 나빠지면 언제라도 입원해야 한단다
자칫하면 크리스마스나 100일이나 병원에서 보내게 생겼네..
무려 100일이 1월 1일인데!!! ㅠㅡㅠ
9시면 자는 새나라의 아가는 자정까지 이어진 치료를 마치자 완전 탈진
하지만 24시간 여는 약국을 찾아 약을 사는 미션이 남았고..
흡기마스크와 ventilon을 사서 집으로 오니 1시 반
아가 먼저 옷 갈아입혀 재우고 나서 오빠와 함께 폭풍 집안일 시작
짐 정리 하고 빨래 내놓고 젖병 닦고 청소하고..
오빠까지 몸살이 심하게 들어놔 오는 길 내내 내가 운전도 잔뜩 했는데
4시간에 한 번씩 벤틸론을 쏴줘야하니 제대로 푹 잘 수도 없었다..
엄마 노릇 느무 어려워

오늘도 밤 10시에 walk-in으로 가서 경과를 봐야한다
여전히 호흡이 안 좋으면 입원할지도..?
아가들은 엄마에게 받은 면역이 있다며.. 6개월까진 감기도 안 걸린다며..
추운 날씨에 너무 데리고 돌아다녔나.. 내겐 넘겨줄 만한 면역이 없었나..
오만가지 생각에 실컷 자아비판 중이다
아가가 채 100일도 되기 전에 나쁜 엄마로 등극하다니 =_=



18 December, 2012

diez y ocho de diciembre




주말 내내 집에 갇혀 있다가 더는 참을 수 없어
어제 오후 느지막히 "cacao sampaka에 가서 핫초콜렛을 마시겠어!" 라며
5시간 밖에 못 잔 남편과 외출에 질린(?) 딸래미를 추운 바깥 세상으로 끌고 나갔다



"whether it's cold or not, i don't care"



thㅣ익하고 뜨뜻한 핫초콜렛을 입술에 잔뜩 묻히고 온 것 까진 좋았는데..
달곰이가 기침을 시작했다 + 가래 끓는 소리까지!!!
그 기침이 오늘 오후까지 계속되어서 현재 상태를 지켜보고 있는 중
내일 3개월차 체컵이 예약되어 있어서 굳이 ER까지 갈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그런데 오늘 밤은 ladies' nite 이거등 o_O
가정을 버리고 탈출한 아줌마들끼리 pan de lujo에서 디너 하기로 했는데?!
오빠가 잘 봐주겠다고 해서 나가긴 나가는데
밤이 되면서 아가가 더 아프지 않을까 걱정이 되어 도저히 발이 떨어지지 않......
(하지만 이미 나는 빡센 슴옥희 메이크업을 마쳤다 ㅋㅋㅋ)

ladies' nite 후기는 다녀와서 커밍 쑨







"국민애벌레..가 아니고 butter balls"


부내나는 빵이라는 뜻의 "pan de lujo" (http://www.pandelujo.es/) 는
예전에 베이커리가 있던 자리에 만들어진 레스토랑
쇼윈도에 있는 발목 없이 튼실한 다리를 가진 발레리나 조각이 눈길을 잡는,
밖에서 봐선 이게 뭐하는 가게인지? 좀 알기 힘든 집이다
캐주얼하면서도.. 어째 좀 posh한 분위기에 부가세 별도 ㅋ
유모차 끌고는 못 갈 곳이라 (아픈;) 아가를 저버린 날에 안성맞춤이었다

날씬한 처자 넷이 스타터와 메인을 세 개씩 시켜 나눠 먹었다

burrata trufada, ensalada de tomates raff y EEVO
mejillones abiertos al vapor con salsa de verduras asadas y azafrán
croquetas de jamón ibérico
pluma de cerdo ibérico a la parrilla, salsa de miel y mostaza
solomillo salteado con ajos y romero, salsa de vino tinto
vieiras a la plancha, salsa holandesa

와인리스트는 괜찮은 편인데 칵테일이나 샷 종류는 그냥 그냥
입구에 웨이팅 바가 따로 있는 것 치곤 술이 빈약하다
대부분 와인이나 tinto de verano를 마시던데 우리 일행들은 과감히 모히또를 시킴
모히또는 완전 스페인답게 설탕이 과한.. 달달한 모히또였다 -_- 별로 -_-
(어차피 수유부인 나는 그러거나 말거나 agua con gas -_-)

등심스테이크 빼고는 -고기 질이 별로였음- 전부 맛있었다
맛도 맛이지만 프레젠테이션에 신경을 많이 쓰는 집이라
윗 사진처럼 버터를 시켜도 거하게 주고 나서 깨알같이 돈을 받는다지요 ㅋㅋㅋ

dulce도 시켜보고 싶었지만 너무 배가 불러서 패쓰
밤마실이 고팠던 우리는 무조건 2차를 가야 했거든요 ㅋㅋㅋ



16 December, 2012

diez y seis de diciembre




크립에 이어서 달곰이의 가구 하나 더
지난 여름 한국에서 돌아오자마자 ikea에 가서 달곰의 서랍장을 장만했다
hemnes 의 아기들을 위한 하얀색 서랍장,
확장용 부속을 달면 diaper changing station 으로 변신 가능
(http://www.ikea.com/us/en/catalog/products/10153790/)
딸래미의 보송한 엉덩이를 위해 기저귀를 자주자주 갈아주어야 할텐데
바닥은 차갑고 크립 매트리스는 오염되어선 안되고..
그래서 여느 서양애들처럼 '기저귀 교환대'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뒤집거나 기기 시작하면 무용지물이다보니
기저귀를 갈기 위해서만 쓸 수 있는 건 좁아터진 우리집에는 사치다요-
hemnes의 이 서랍장은 윗 상판을 넓혀 교환대로 쓰기 때문에
아기가 좀 더 크고 나면 넓힌 상판을 장난감 따위의 진열 공간으로 활용하거나
부속을 떼어버리고 일반 서랍장으로 돌려놓아도 좋다



"뽀송해진 엉덩이가 좋아 하이킥을 구사하는 아가"

서랍장  ikea hemnes
정리용 바구니  zara home
기저귀 쓰레기통  tommee tippee
빨래정리함  ikea



현재 키가 약 60cm 넘는 달곰이 누우면 양 옆으로 공간이 남는 정도
기저귀 교환 매트리스 -중고로 얻은 것- 위에 의료용 흡수패드를 깔아둔다
(오빠는 강아지 배변훈련 할 때 쓰는 게 아니냐고 했지만)
혹시나 기저귀를 가는 찰나에 쉬야를 해도 흡수패드가 쫙쫙 빨아들임 ㅎㅎㅎ
마트의 기저귀 코너에 가보면 한 쪽에 이런 패드가 사이즈 별로 진열되어 있다
20장에 10유로 정도
(스페인어로는 empapador, empapadores desechables)
상판 아래 널찍하게 남는 공간이 있어 zara home에서 산 바구니들을 두고
기저귀랑 물티슈, 흡수패드를 보관한다
기저귀 갈 때 마다 서랍을 열 필요도 없이 손만 쓱 넣어 꺼내면 OK

반달곰양은 이 쯤 되니 교환대에 올려두면 뭘 하려는지 아는 듯 하다
스킨케어용품 바구니에 꽂힌 장난감을 보며 여유있게 케어를 받으신다 =_=;



이 참에 달곰의 스킨케어를 살짝 엿보자면...




뻥코를 위한 식염수  rhinomer baby 
bepanthol
바디워시  kiehl's
바디워시  aveeno baby
california baby calendula cream
physiogel a.i. cream
physiogel a.i. intensive
california baby diaper area wash
거즈 손수건  밤부베베



rhinomer 는 우리나라에서도 많이 쓰는 physiomer(피지오머)랑 같은 것
국민상비약 비판텐크림은 여기서 이름이 살짝 달라서 bepanthol
physiogel(피지오겔)의 a.i. 라인 역시 뭐가 다른건지,
여기서는 crema 말고도 intensive 라고 하는 200ml 대용량 크림을 판다
crema는 얼굴에 intensive는 몸에 발라주고 있다
겨울이 되어 난방을 하니 좀 건조해서 시험삼아 구입했지만,
사실 달곰이는 그 흔한 신생아 여드름 하나 없는 아기라서 효과를 보고 말고가 없네
다행히 여기선 가격이 괜츈하다 - 50ml a.i. 크림이 10유로



15 December, 2012

quince de diciembre




항상 크립(=아기침대)에 대해서는 말이 많다
스토케의 실용성 다음으로 카더라성 안티가 많은 게 크립의 활용도
육아카페나 블로그를 검색해보면 이해 할 수 없는 디스가..
"아기가 잡고 떨어져요"
: 높이 조절 하면 되잖아요
"굴러다니면 못 써요"
: 그럼 운동장에서 재우는 게 낫지
"안아올리다 엄마 손목 나가요"
: 바닥에서 재우다 엄마 무릎 나가요
나도 크립 들이기 전에 "그거 필요없다"는 말을 얼마나 많이 듣긴 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크립은 백번 옳다능



크립  stokke sleepi
모빌  tinylove tiny princess
나이트스탠드  heico
크립 오거나이저  textura
초점책  애플비
blabla doll "fleur" medium
sock monkey 50cm
슬리핑백  jacadi
버피빕  aden+anais
방수패드  밤부베베



• 밤에 들여다보기
한쪽 가드를 열어서 내 침대 옆에 붙여둔다
높이까지 맞추어 두었기 때문에 마치 한 침대에 누워 자는 듯한 효과까지
달곰이 울면 팔만 뻗어 토닥토닥 할 수 있고 손을 잡고 자기도 한다

• 타이니러브 모빌
바닥이 차갑고 더러운 양놈나라에선 크립을 안 쓰는 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라
국민 모빌이라지만 사실 양놈 모빌인 타이니러브 시리즈 역시
크립 가드에 고정시킬 수 있게 만들어졌다
그래서 크립 안 쓰는 한국의 엄마들은 '모빌거치대'까지 구비해야 하는 실정

• 0세부터 3세까지
(이건 크립마다 차이가 있지만)
달곰이 쓰는 sleepi는 3개월까지 쓸 수 있는 미니 사이즈가 아니라
가드를 열고 높이를 낮추면 3-4세까지도 쓸 수 있을 만큼 크기가 넉넉하다
확장팩을 사면 토들러베드로 변신 가능하다지만
그때 쯤 되면 싱글베드를 사고 babyhome 같은 가드를 달아주는 게 낫겠지

• 잠자리 습관 들이기
병원에서의 두 밤 이후 쭉 자기 침대에서만 자는 달곰은
60일 경 부터 정해진 시간에 침대에 눕히면 군말 없이 잠을 잔다
heico 토끼램프 불빛에 어른거리는 모빌을 잠시 쳐다보다가 스르륵 잠드는 패턴
낮잠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아무데서나 재우지만,
밤잠 만큼은 꼭 침대에 누워 스스로 잠이 드는 습관을 만들어 가고 있다
낮에 놀던 거실 바닥에 이불을 깔고 자는 아기에겐 불가능한 일이다

• 위생
아기를 키우면서 바닥을 매일같이 쓸고 닦고 하는 게 쉽지 않다
먼지 하나 없는 깨끗한 마룻바닥을 만들지 못한다면
바닥에 이불을 깔거나 범퍼침대를 놓고 자는 아기의 호흡기 건강은 어떻게 할건지?
(도우미 이모가 최적의 솔루션이 될 순 있겠지)
물론 크립 구석구석과 매트리스 청소를 열심히 해야하는 것도 당연하지만

• 예쁘다
정말 예쁘다



"사랑하는 쪽쪽이도 던져버린 곰아가씨"



그래, 단점이 없는 건 아니다
우선 공간을 많이 차지하니까 집 평수가 넉넉해야 좋다
우리집은 방이 너무 좁아서.. 결국 스스로 불편을 감수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
그렇지만 뭐니뭐니해도 값이 비싸다는 게 제일 큰 단점
확장이 가능하거나 큰 사이즈에, 원목으로 산다고 하면 값이 저렴할 수 없다
(스페인에서 stokke sleepi 가격: 640유로)
더군다나 스토케 크립은 혼자 독특하게 oval 형이라
베딩 역시 스토케 오리지널 디자인을 쓰지 않으면 모양새가 나지 않는다
나도 달곰이 굴러다닐 시기를 대비해서 미리 범퍼을 사두었는데
그것만 해도 150유로 가까이;;

그래도 워낙 뽕을 뽑고 있어서 투자 금액 이상으로 만족스러운 달곰이 크립 :)



14 December, 2012

catorce de diciembre




20일부터 2박 3일 간의 andalucia 여행을 계획했다
네르하 -파라도르를 예약- 에 베이스를 두고 말라가와 그라나다를 돌아볼 예정
수월한 아기 반달곰만 믿고 질러버리긴 했는데,
요 며칠 -좀 이른 듯 하지만- 공포의 '3개월 급성장기'가 온건지
잠투정이 생기고 새벽녘에 용 쓰다 깨어나기 일쑤
덕분에 밤중수유 리턴즈 ㅠ.ㅠ
여행 가서도 이러면 정말 곤란한데...



어젯밤에도 세시간을 채 못 잔 듯 하다
달곰이 오전잠 잘 때 나도 자야지 했는데
막상 오빠가 <뉴스룸(the newsroom)> 을 트는 바람에...
요즘 보기 시작한 뉴스 인더스트리를 다루는 HBO의 미드인데,
<쿠퍼옵햐의 360도> 같은 케이블 뉴스 프로의 뒤를 훔쳐 보는 재미가 쏠쏠
대사 하나 하나 블랙 유머와 지성이 폭발한다
그와 함께 절대 이해불가능인 미국의 정치 이슈도 폭발;
어쨌거나 영어공부하기에도 안성맞춤이다
(워커들이 "크아아" "으드득" 하고 다니는 것 보다야 뭔들?)
아 나도 한때 미디어엘리트를 꿈꾸는 신방과 학도였는데 ㅋㅋㅋ
함께 공부하던 친구는 미국 유수의 대학에서 박사까지..
나는 아기똥치우기 박사;;;

미국은 'number of adults who believe angels are real' 부문 세계 1위를 먹은
꿈과 상상력이 샘솟는 위대한 나라여서 그런지 드라마가 너무 훈늉
오빠 볼 때 어깨 너머로 같이 보는 <홈랜드 (homeland)> 라던지
어쩜 저런 소재로 드라마를 만들어내는지
어쩜 드라마가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지

오늘은 비가 주룩주룩 내리니 산책은 포기하고 텔리나 봐야겠다



11 December, 2012

once de deciembre




드디어 크리스마스 카드를 부쳤다
크리스마스 전까지 한국과 미국에 도착할 거란 기대는 하지 않지만...
3개월 된 아가 시중 드는 틈틈이 카드 쓰는 게 결코 쉽지 않았다
그렇게 8장을 겨우겨우 완성하고나니 이미 우편 성수기;
우체국에서 족히 1시간 줄을 서야했다
매년 쓰고 부치는 크리스마스 카드라지만,
올해는 특히 손이 많이 가고 -달곰을 참여시키느라- 시간도 오래 걸렸네



하지만 오늘의 메인 미션은 동사무소 가기
반달곰양의 거주등록을 하러 ayuntamiento(=동사무소)에 갔다
렌트 계약서, 우리 부부의 거주증, 여권, 달곰 출생증명서, libro de familia 등등
지참해야 하는 서류만 두께가 3cm
방학을 해도 페이퍼가 밀렸다는 오빠가 아기를 봐줄 것 같지 않아,
또 유모차의 아기를 얼러가며 복잡한 등록 업무를 봐야했다
아, 정말 사는 게 쉽지 않다
가뜩이나 스페인어도 후달리는데 관공서 일이 너무 많다
미국에서는 기껏해야 dmv 가는 것 뿐이었는데
여기선 이민국, 교통관리국, 경찰서, 세무서..
현지인들에 섞여 손짓발짓으로 온갖 업무를 보아야 한다
그럼 아예 10년 짜리 영주권이라도 주던가 ㅠ

어쨌거나 친절한 직원을 만나 일처리는 수월히 되었다


08 December, 2012

ocho de diciembre




어제 첫 예방접종을 받은 -태어나자마자 맞는 B형간염 빼고- 75일 된 달곰은
하루가 지난 지금은 축 늘어져 계속 선잠을 잔다
오전 10시 반에 접종을 마치고 오후 4시 쯤 부터 보채기 시작,
눕히면 기절할 듯 울고 안아주면 끙끙대며 졸기를 반복하며 저녁 나절을 보내고
밤 10시 반에야 침대에 등을 붙이고 잠이 들었다
(그런 와중에도 밤에는 혼자 잘 자는 그대는 잠만보 ㅋㅋㅋ)
저녁까지 체온이 37.5도 언저리였던 게 새벽이 되자 38.3도까지 치솟았지만,
끙끙대며 깊게 못 자긴 해도 특별히 울며 보채지 않길래
해열제를 쓰지 않고 조금 더 지켜보았다
다행히 아침이 되자 37.2도로 떨어져서 안심!
여전히 기운이 없고 잘 놀란다
(거의 없어졌던 모로반사가 다시 생긴 건 뭐지?!)
아직 주사맞은 부분이 불편한지 로션바르다 건드렸더니 칭얼칭얼 ㅠ
이래저래 안쓰러워 죽겠는데..
하루사이 수척해졌나? 왼쪽 눈에 쌍꺼풀이 잡히기 시작
주사 한 번 더 맞으면 미래의 수술비용을 아낄 수 있을지도 ㅋㅋ


아기 키우기는 공부의 연속
우리나라의 소아보건법이나 접종법과는 좀 차이가 있는 스페인에서
제 때 제대로 예방접종을 받으려면 심도 있는 공부가 필요하다
우선 질병과 백신의 이름을 스페인어로 정확히 알아둘 필요가 있고,
육아수첩 상의 접종 스케줄도 외우고 있어야지
멍청해서는 애도 못 키우겠구만 ㅎㅎ


"comunidad de madrid에서 제공하는 육아수첩"


생후 2개월에 맞는 필수접종에는

difteria  디프테리아
tetanos  파상풍
tosferina  백일해
HiB  뇌수막염
polio  폴리오(소아마비)
hepatitis B  B형간염
meningcoco C  수막구균
neumococo 13v  폐구균

총 8가지가 있는데, 이 중에서 폐구균은 아직 유료접종이다
13가 백신인 prevenar 13 을 약국에서 직접 사다 병원에 제출해야 함
가격은 우리나라나 비슷하게 1회분 65유로 줬다
(한국에선 10가 백신도 쓴다지만 스페인에선 13가 백신이 원칙임)

meningcoco C는 영어로 meningitis, 수막구균 백신이다
미국으로 유학가는 한국인 학생들의 골치를 아프게 하는 바로 그 백신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갓난 아기일 때 접종하는 필수 백신이지만,
한국에서는 특정 종합병원에서나 개인적으로 약을 사서 맞을 수 있다고 하네
(비용은 10만원 안팎)

한국과는 달리 이 모든 백신을 한꺼번에 접종한다
나눠 맞추면 아기가 덜 아플 것 같지만, 그냥 하루 한 번 놀라고 마는 게 낫다고 ㅋ
DTaP와 HiB, B형 간염 백신이 하나로 합쳐진 infanrix 라는 콤보 백신을 쓰기 때문에
8가지를 하루에 다 맞지만 실제로 주사바늘은 3번 꽂히는 셈

세 번 따끔하고 세 번 '으앙'(이라고 쓰지만 사실 '끄으으으아아악')하고 나서
엄청 달달하고 끈끈한 rotateq 을 한 병 원샷하고 모든 접종 완료
스페인에서는 로타바이러스 백신 중 rotarix 는 판매하지 않는다
로타는 필수가 아니라서 병원 원무과에서 내 돈 내고 -70유로- 샀다



한국 사람들이 스페인을 좀 무시(?)하는 경향이 있는데..
올리브 따서 기름 짜고 소 잡아 하몽이나 만들어 햇빛 아래서 낮잠이나 잔다고;
아무리 스페인이라도 유럽은 유럽이고 EU 국가인지라
이처럼 예방접종에 대해서 한국보다 훨씬 앞서있듯
사회 보장이나 국민 보건에 대해서는 역시 한국과 비교할 수 없는 선진국이다



06 December, 2012

seis de diciembre




제 18대 대통령 선거 재외국민 부재자 투표를 하고 왔다
(부끄럽게도) 이거슨 나의 첫 대선 투표...;
첫번째 기회엔 절친 언니오빠들과 에버랜드에 가서 사파리를 봤고
두번째 기회엔 현재의 신랑님과 회사 안 가는 기쁨에 별 거 없어도 데이트
그렇게 투표일 마다 깨알같이 공휴일처럼 놀아버리고선,
남의 나라에 와서야 갑자기 나의 권리와 의무를 주장하고 나섰으니...
사실 자의로 재외국민 신고를 하고 투표 신청을 한 게 아니라
대사관에 다른 볼 일이 있어 갔다가 낚인 케이스 =_=

여튼 기표함 님께서 비행기 타고 귀국하시는 일정 따라
투표는 본국보다 빨리 시작한다
바스크지방이나 그란카나리아 같이 멀리서 오는 교민을 위해
주말을 끼어 일주일에 거쳐 길게 길게 운영


"태어나서 처음으로 대한민국의 territory에 들어가는 셈"


주 스페인 대한민국 대사관은 우리집에서 걸어서 15분 거리
영상 5~6도 언저리의 추운 날씨라
달곰이도 곰돌이우주복 입히고 풋머프로 단디 포장해서 출발
가는 길에 한국인들을 여럿 만났다
한국 사람은 커녕 아시안도 보기 힘든 동네인데, 다들 투표에 의외로 열정적
대사관 직원은 영사과에 몇 명 뿐인 줄 알았더니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투표 지원을 하고 있었다
(물론 몇몇은 선관위일테고, 봉사자 한 명은 다름아닌 서울식품 사장님 ㅋㅋㅋ)
본주소 확인을 하다가 '오리지널 강남스타일' 소리도 듣고;
평생 투표 한 번 안 해본 티를 착실히 내느라
도장 뚜껑 열 생각을 못해 투표용지에 빈 샷 날림 ㅋㅋㅋ
영사과 언니랑 달곰이 여권 만드는 거에 대해 얘기 좀 하고 컴백홈
이렇게 나는 대한민국 국민의 의무를 다했습니다
다음 투표는 -언제가 될 지 모르겠지만- 꼭 한국에서 하기를...


05 December, 2012

cinco de diciembre




<똥이 무서워 외출이 어렵다는 이야기>

자기 전에 분유를 배불리 먹는 달곰은
다음날 오전에만 세 번 넘게 응을 배출하곤 한다
그 응의 규모가 대단해서 가히 샨티샨티 카레 한 그릇
바운서나 카시트에 앉아있다 응이 폭발하면
카레국물이 엉덩이골로 치솟아 등을 타고 흘러 옷은 물론 시트까지 적신다
때문에 외출 중에 응이 터지면 너무 곤란해
물티슈로 응 닦아주는 것도 큰 일인데
옷까지 버렸다간 외출이고 뭐고 당장 컴백홈 해야 할 듯
그래서 오전 외출은 나에겐 너무 챌린지..



오빠가 짧고 굵었던 이번 학기를 마감했다
방학 시작을 축하하고자 la cesta de recoletos 에 런치를 예약했다
정오까지 오빠를 픽업하러 가려니 아침 내내 어찌나 바쁘던지
그 와중에 쾌변선생은 착실히 세 그릇의 응을 생산하셨다
그래, 밖에 나가 싸는 것 보단 집에서 백 번 싸는 데 낫다
응 치우고 엉덩이 닦아 다시 옷 입히느라 당연히 픽업시간에 늦었지만요


"모자만 쓰면 심기가 불편한 쾌변선생"

이어플립 비니 로컬샵
스웨터 nanos baby
레깅스 petit bateau
슬리퍼 normandie


la cesta는 모히또가 맛있는데!!!
추워죽겠는데, 수유부 주제에 모히또는 무슨 모히또;
나는 오빠가 시킨 와인 향이나 맡아보고 군말 없이 탄산수를 시킵니다....
croquetas de jamon
dados de rape (아구살 튀김)
solomillo de buey
를 시켜서 사이좋게 냠냠하고 커피로 입가심까지
la cesta는 캐주얼한 밥집이지만 음식 프레젠테이션이 나쁘지 않고
음식이 바뀔 때 마다 식기류를 새 걸로 바꿔줘서 좋다
물론 가격은 그리 캐주얼하지 않지 ㅋㅋㅋ


"바구니(cesta)가게의 빵 바구니"


느긋하게 먹다보니 거의 두 시간;
달곰의 수유시간이 다가와 시내 구경은 다음으로 미루고
신속하게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쾌변선생은 식사 중 밖에서 참았던 만큼 시원하게 뿜어주셨다는,
듣기만 해도 콤콤하고 시원한 이야기



03 December, 2012

tres de diciembre




팔자도 사납지, 또 마드리드 세관(aduana)에 다녀왔다
한국에서 친구 SS양이 달곰이 선물 -옷으로 알고 있었던- 을 보내줬는데
뜬금없이 그게 세관에 잡혔다는 aviso를 받은 것
혹시나 해서 물어보니.. 아, 과자를 넣었단다
서프라이즈로 참치캔까지 ㅋㅋㅋㅋㅋ
(내가 EEVO와 오레가노에 젖은 참치로 김치찌개 끓였다고 페북에 올린 게
그토록 불쌍해보였더냐 ㅋㅋㅋㅋㅋ)
12월 5일까지 오지 않으면 반송한단다 ㅠㅁㅠ
나는 달곰이를 맡기고 가야하고 오빤 한창 시험 준비로 바쁘고
가능한 건 오늘 오전 뿐, 원래 달곰의 예방접종이 있는 날이다
결국 병원 예약까지 바꿨다
정말이지 애 맡길 곳 하나 없는 나는 외롭고 서럽다

힘들게 찾아온 소포상자엔 반가운 마데인코리아 과자들이 잔뜩
맛밤 봉투를 발견한 순간엔 추위에 오그라든 마음이 군밤처럼 따뜻해졌다 ㅋㅋㅋ

오빠는 맛밤 한 봉지를 들고 학교에 가고
나는 닥터유 초코케익을 입에 물고 달곰 앞에서 쪽쪽이 셔틀을 도는 중
(제 손으로 -의도치않게- 쪽쪽이를 낚아채 집어던지기 일쑤)




"SS가 보내준 patagonia의 신칠라 폴리스 점퍼
3m 사이즈라고 되어 있지만 왠지 내년 겨울에도 입을 수 있을 것 같다"



02 December, 2012

dos de diciembre




목숨이 아홉 개라도, 몸이 열 개라도 부족한 나는
오늘 또 새로운 미션을 부여받았는데 - 다름 아닌 오빠의 오피스 잡을 돕는 일
as you already know 오빠(라고 쓰고 지도교수의 꼬봉이라고 읽는)는
종종 교수가 시키는 허드렛일을 들고 와 집에서 밤을 새는데
통계프로그램을 무한 돌리는 것 부터 단순한 엑셀 작업, 설문조사지 정리까지..
이번에는 약 60여 개에 이르는 published paper들을 파일링 하는 일이다
이번 잡의 강도와 난이도를 따져보니
나의 퇴화해가는 지적 능력을 발휘하는데 안성맞춤이었는지,
하루종일 몇 번 씩 손에 똥을 묻혀가며 아기 앞에서 재롱을 떨다
틈틈이 가재수건 빨래를 머리에 이고 부엌 바닥을 닦느라
수유 할 때나 자리에 앉을 수 있는 마누라에게 엉덩이를 붙일 기회를 하사하셨다

그래서 IE와 Penn의 웹라이브러리를 풀가동하여
(그래도 찾기 힘든 건 애증의 구글을 구석구석 뒤져보고)
생전 듣도보도 못한 경영분야 전문 저널의 바다를 헤엄치며
당대의 유명 교수들이 끄적인 화려한 페이퍼들을 하나씩 다운받아
넘버링을 해서 폴더별로 파일링을...
키보드 치고 영어단어만 읽을 줄 알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었지만
저널 하나를 열어 내용을 확인하는 동안 달곰이는 열 번 쯤 나를 부른다
점심 나절에 시작해서 밤 11시가 되어 완료
결국 오늘 저녁밥은 네꼬맘마(a.k.a 버터밥)와 쉰김치로 때웠다



당신 학위 따는 날에 나.. 꼭 가방이라도 하나 받아내고 말겠어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