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October, 2011
diez y nueve de octubre
18일 어제는 축구 경기를 보러 다녀왔다
물론, 당연히, estadio santiago bernabeú에서 열리는 real madrid의 경기
champs 조별리그, 홈으로 olympique lyonnais가 찾아왔다
일반적으로 la liga 경기 중 인기 없는 팀과의 대전이나 champs 초반의 조별리그 경기라야
표값이 싼 편이다 - affordable한 가격이라고나 할까
... 총알이 넉넉하다면 왜 el clásico를 못 보겠어
TV로 축구 보는 걸 썩 좋아하는 편도 아니고
특히 한국 축구에는 아예 관심이 없는 편이지만
신기하게도 유럽 축구에 대해서는 꽤° 아는 편이다
어떻게 아는 걸까... 게임?
(° 꽤는 '보편적인' 한국 여성이 가진 축구에 대한 지식의 평균 이상이라는 얘기)
그리하여 잘 알지도 못하면서 괜시리 마음을 주는 팀은
barcelona, manchester united, bayern münchen, inter milan
좋다고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바르샤는 잘 해서, 맨유는 가봤으니까, 뮌헨은 옷이 예뻐서, 인테르는 피렐리 ♥
축구 매니아들이 보기엔 얼토당토 않겠지만
원래 호감이라는 것은 아주 작은 씨앗에서 꽃 피는 법이다
호감형 리스트에 real madrid가 없다
바르샤가 좋다고 하면서 레알도 좋아요 라고 하기 어렵거니와
유니폼에 박힌 스폰서 bwin의 무식한 로고가 심한 시각적 스트레스를 주기 때문이다
(같은 맥락에서 맨유 스폰서가 더이상 vodafone이 아니라는 사실이
맨유에 대한 뿌리 깊은 애착을 좀먹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마드리드 이주를 계기로 좀 더 연고주의자가 되기로 결심했고
축구를 사랑하는 뭇사람들의 부러움을 사며 kaká의 이름을 새긴 공식 져지도 구입했다
사실 연고팀이 별 볼 일 없는 팀이었다면 과연 응원할 수 있었을까?
연고팀이 real betis라면 과연 누가 나를 부러워할까?
그런 만큼, real madrid인 만큼, 무조건적인 응원을 해야 하는 것이다
지난 여름 한 술자리에서 아이폰으로 찍은 citizens bank stadium(phillies 전용 구장)
사진을 꺼내 자랑 한 적이 있었다
축구 못지 않게 야구도 좋아하는 G사장과 S집사는 그 작은 사진 한 장에 감동해서
곧 santiago bernabeú에까지 입성할 나를 무척이나 부러워했다
사실 다른 이들의 부러움은 그다지 대수로운 건 아니지만
가끔은 오랜 떠돌이 생활에 부스터가 되기도 하는 것 같다
경기 관람 소감을 한 줄로 요약하자면,
미치도록 재미나고 마음 한 구석이 뿌듯해지는 감동이 있었다
85,000명이 가득 들어찬 푸른 빛깔의 대형 구장
짧게 깎인 파란 잔디에 깔린 거대한 champs 로고
각각 응원하는 선수의 이름을 등에 새긴 깨알같은 사람들을 내려다보며
(가장 저렴한 좌석에는 '내려다본다'라는 동사가 적합하다)
"드디어 왔다"라는 성취감에 도취되었지만
시작 휘슬과 종료 휘슬 사이의 100분 남짓한 시간은
우와아 아아 앜 꺄아아아 우우우 아후 와아 하악하악 에이 으아아아아
의 메아리만 남기고 공기 중에 분해되어 버렸다
경기를 보는 내내 자잘한 이야깃거리 하나 하나까지 다 기록해야지 라고 다짐했는데도
경기장을 떠나는 사이에 두리뭉실한 감동과 흥분만 남아버려서
무언가 자세히 적고 싶어도 적을 거리가 없다
엄청나게 좋은 공연이나 장면을 보고 '할 말을 잃는다'라는 게 이런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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