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 October, 2011
treinta de octubre
'마드리드 답지 않은' 우중충한 날씨가 잠시 물러가고
파란 하늘에 작은 구름만 드문 드문 있는 밝고 화창한 주말이다
하지만 여전히 바람이 세서 창문을 열어놓으면 춥다 =_=
건조한 기후에 주변은 온통 바싹 마른 모래밭이라 바람이 불면 바람 반, 먼지 반 이다
거실과 베드룸 창문은 "창문"이라고 부르기엔 너무 커서
환기 좀 해볼까 하고 문을 열었다간 집 안으로 광풍이 휘몰아친다
더군다나 밝은 햇살 아래 문틈으로 들어오는 미세먼지까지 똑똑히 보이고
□ 모양으로 가운데를 뚫어놓고 여러 유닛이 싸고 도는 이 나라 특유의 건축 구조 때문에
우리집 화장실에는 창문이 없다 (환풍기도 없다)
이런 저런 이유로 자연풍으로 환기를 시켜 음식 냄새나 화장실 냄새를 뺄 수 없다보니
인공적인 방향 시스템에 더더욱 몰두하게 되었다
내가 향초를 처음 접한 건 2005년 런던, ikea에서 무려 무향!인 조그마한 초를 몇 개
사왔던 걸로 기억한다
그 때는 향초를 어떻게 켜는지도 어떻게 쓰는지도 몰랐을 뿐 아니라
좁아터진 방 안에 초를 올려놓을 자리도 마땋찮아서
행여나 불이 날까봐;; 몇 번 켜보지도 못하고 남은 건 옆방 언니에게 줘버렸다
향초를 다시 만난 건 2009년 미국
양놈초 -yankee candle- 의 나라 답게 어딜 가나 향초, 디퓨저, 에어졸 스프레이를
쉽게 찾을 수 있고 브랜드도 수백 가지는 되는 것 같았다
(좋은) 향초는 비싼 아이템이기 때문에 제 값 주고 큰 사이즈 초를 사는 게 부담스러워서
처음에는 할인 매장까지 굴러 내려온 yankee candle을 애용했다
향초의 노예로 종신 계약을 하게 되면서부터는 '제 값 주고 좋은 걸 사자'라는 주의로
정식 매장에서 favorite fragrance를 정해두고 꾸준히 사다 썼지만 ㅎㅎ
내가 좋아하는 초는 jar가 깊은 것 보다는 옆으로 넓게 퍼지고
wick이 2~3개 쯤 꽂혀 있어서 초의 표면이 골고루 녹아 내려 갈 수 있도록 된 것
이런 모양의 초는 yankee candle(2 wicks)이나 bbw(3 wicks)에 많다
2년 내내 큰 불만 없이 두 브랜드의 초를 번갈아가며 사용했는데
사실 향이 좀 싸구려..라고 해야 하나 톡 쏘거나 멀미 날 정도로 달달한 게 많아서
향을 고르는 데 굉장히 신중해야 했다
그러다 우연히 들렀던 pottery barn에서 방향제 섹션을 구경해보니
은은한 -거의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자연향이 주를 이루는 게 왠지 우아하게 느껴져!!!
패키지 디자인도 고급스럽고!!!
그래서 미국에서 스페인까지 긴 항해를 마치고 내 품에 안긴 이삿짐 속에는
yankee candle의 pink sands 향초와 pottery barn의 pomegranate diffuser,
섬세한 tuber rose 미니 향초들이 즐비했고
환기를 포기한 이 집에서 제 몫을 톡톡히 하고 있다
거실에는 디퓨저를 놓아서 항상 달콤한 향이 유지가 되도록 하고
냄새가 강한 생선 요리 같은 걸 먹은 날은 큰 사이즈 pink sands를 두시간 정도 켜놓는다
손님이 왔을 때는 있는 듯 없는 듯 부드러운 tuber rose에 불을 붙이고 ♥
이렇게 매일 같이 애용하다보니 쟁여둔 초가 마구 줄어드는 게 눈에 보인다 ㅠ.ㅠ
여기엔 yankee candle이나 bbw는 당연히 없거니와
그다지 세련되지 않은 문화 덕분에(?) 고급 향초 전문점도 본 적이 없다
아무래도 남은 초를 다 쓰고나면 isolée에 가서 diptyque를 사게 되지 않을까
300g에 40유로가 넘는 값비싼 몸이지만.. ㅎㄷㄷ
diptyque에서는 타고 남은 심지를 다듬을 때 쓰는 wicktrimer(23유로)도 파는데
이건 누가 선물해줬음 좋겠다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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