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October, 2011
diez y ocho de octubre
이웃 언니들 -A여사와 J여사- 을 따라 처음 가보는 마트에 다녀왔다
이름은 mercadona
스페인어로 시장을 mercado라고 한다
그러므로 무의미한 어미 변형을 한 mercadona는 '마트'나 별 반 다를 게 없다
5분에 한 번씩 "mer-ca-do-o-na, merca-dona-a"라는 노래가 나오는데
내 귀에는 "마트으 마아트으~"로 들린다
미국보다 규모도 적고 물품의 가짓수도 적지만
구석 구석에 진동하는 jamón 냄새 때문에 나는 스페인의 마트를 좋아하게 됐다
jamón과 salchichón, chorizo 등을 파는 코너를 지날 때 마다
콤콤하고 짭짜름한 냄새가 두텁게 깔리면서 콧속을 마구 자극하는데
주렁 주렁 줄지어 매달린 수백 마리 돼지 뒷다리들의 시각적 자극까지 더해져
왠지 오늘 하몽을 사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아 라고 세뇌가 된다
물론 마트를 나오는 장바구니에 한 팩 정도 담겨 있게 마련이다
쉬운 내용도 어렵게 쓰기 으뜸인 알랭 드 보통의 책 <여행의 기술> 중에
학회 참석 차 마드리드를 여행 한 이야기가 나온다
(이 책은 번역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몇 장 읽다 말고 묵혀 두었던 것인데
여기 와서 너무 심심한 나머지 이틀 만에 다 읽어 버렸다)
... 호텔로 걸어 돌아오는 길에 주변에 식당들이 있었지만
소심한 나는 나무 널을 댄 어두컴컴한 식당에 혼자 들어갈 용기가 없었다
식당에는 천장에 햄까지 대롱 대롱 매달려 있었다
그런 식당에 들어가려면 호기심과 연민의 대상이 될 위험을 각오해야 할 것 같았다
그래서 호텔 방 냉장고에 들어 있는 파프리카 맛이 나는 감자 칩 한 봉을 먹고
위성 방송의 뉴스를 본 뒤에 잠자리에 들었다 ...
이 곳의 마트나 바, 레스토랑에 거대한 돼지 뒷다리들이 삭은 기름을 떨구며
벽이나 나무 서까래에 박쥐 떼 처럼 거꾸로 매달려 있는 풍경은 가히 스페인적이다
거칠고 물론 예쁘지 않고
(jamón 특유의) 칙칙한 색감에
그 앞에는 밍밍한 café con leche를, 또는 작은 mahou 맥주잔을 앞에 둔 노인이
삐걱대는 철제 스툴에 앉아 인상을 찌푸리고 있을 것이다
예민하고 섬세한 보통씨에게는 두려운 자극이겠지
마트에 진열된 jamón의 종류는 수십 가지가 넘는데
처음에는 등급이나 분류법도 잘 모르고 관련 단어의 뜻도 잘 모르다보니
슬라이스 한 팩을 사기 위해 코너를 수십 번 맴돌면서 들었다 놨다 들었다 놨다-
이제는 de bellota(도토리)가 표기되어 있으면 상급이구나 하고
paleta는 정식 jamón이 아닌 앞다리로 만든 생햄
jamón serrano는 이베리코 흑돼지가 아닌 평범한 흰돼지...
더듬 더듬 라벨을 읽으면서 마음에 드는 jamón을 고르는 법을 터득하고 있다
이렇게 사 온 jamón은 그냥 손가락으로 죽죽 찢어 먹어도 맛있지만
지방이 적어 빳빳한 부분은 EEVO를 뿌려주거나
가위로 잘게 썰어 EEVO와 perejil(파슬리)에 살짝 버무려 토스트 위에 얹어도 좋다
참, 염분이니 콜레스테롤이니 하는 건 귀찮으니 따지지 말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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