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October, 2011
veinte y cuatro de octubre
A&J 언니들과 함께 a-1도로 변에 있는 carrefour planet에 가서 장을 봤다
주말 내내 양파, 우유, 과일 따위가 똑 떨어져서 텅텅 빈 냉장고를 보며 한숨을 쉬었는데
언니네 차를 타고 나가는 김에 많이 사야겠다는 생각에 카트까지 끌고 출정
평소에 잘 사지 않는 디저트랑 처음 사 보는 문어, 송어, 홍합 따위도 잔뜩 쟁여 왔다
kaki라고 적힌 커다란 단감도 괜찮아 보이는 걸 몇 개 골라왔다
송어는 버터 바르고 마늘 올려서 화이트 와인 뿌려가며 구우면 되겠지만
혹시 더 화끈한 레시피가 있을까 싶어서 네이버 검색 go go-
마침 스페인에서 어학 연수 중인 아가씨가 올린 레시피가 검색 결과 첫 줄에 떠오른다
바야돌릿이거나 그라나다에 살고 있는 것 같으니 나랑 마주칠 일은 없겠구나
돌아오는 길 alex언니와의 대화 중에
A언니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연락이 닿아 만나게 되었다는 근처에 사는 한국 사람이
alex언니로부터 유아용품을 얻어갔던, ikea에서 카트 바꿔치기를 당한 그 사람과
동일 인물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남편의 법관 연수로 왔다고 했으니 한국에 계신 mo family와 아는 사이 일지도?
솔직히 고백하자면, 마드리드 도착 후 지난 한 달 동안 너무 많은 사람들을 알게 되어
두뇌 속 인간 관계를 관장하는 뉴런에 과부하가 걸렸다
한국 사람이랍시고 끈끈한 정을 유지하고 상부 상조, 또는 무조건적인 베품을 행하는
분위기라면 학을 떼고 싫어하는 나의 치졸한 개인주의에 위협을 느낀다
그렇지만 마드리드의 한국인 사회는 너무 좁고
나 역시 한 해, 두 해 살다 보면 싫어도 아는 사람이 더 늘어 가겠지
안락한 우리집 밖으로 한 발짝도 나가고 싶지 않다는 기분이 든다
주말 내내 사람에게 시달려서 신경이 예민해졌나보다
조용한 휴식을 가지는 편이 좋을 것 같아서 초콜렛 무스를 떠 먹으며 침대에 엎드려
<그 후에>를 마저 읽었다
팔꿈치와 어깨가 아파질 때 까지 꼼짝 않고 책을 보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다
문득 방이 어두워진 것 같아 고개를 들어 창 밖을 보니 언제 비가 왔는지 땅이 젖어 있다
오전에는 세찬 비바람이 몰아쳤지만 점심 나절에는 파란 하늘에 해가 났었는데..
어느새 다시 추적 추적 비가 내린다
오빠는 우산을 가지고 갔으니 괜찮을 거고, 귀가 시간에 맞춰서 난방을 켜야지
난방을 켜지 않으면 수면 양말을 신어도 발이 시렵다
저녁 메뉴는 trucha(송어) 구이
머리, 지느러미와 내장을 제거한 송어를 반을 갈라 호일을 깐 쿠키롤 팬에 놓고
민물 고기인 만큼 비린내가 심할테니 화이트 와인을 골고루 뿌려야 좋다
감자, 양파, 파프리카, 아스파라거스를 굵직하게 썰어 마구 섞어 올린다
EEVO도 넉넉하게 갖은 허브도 넉넉하게 뿌리고
송어 살에는 녹인 버터를 듬뿍 바른 뒤 소금을 뿌리고 마늘 슬라이스를 얹어 준다
200도로 예열한 오븐에서 20분, broil로 10분 더 구우면 끝
심플하면서도 다이나믹한 요리
나는 손이 너무 많이 가면서 먹을 건 없는 치장만 요란한 요리 보다는
모양새도 푸짐하고 버리는 부분 없이 다 먹을 수 있는 신나는 요리가 좋다
민물 송어의 비릿한 흙내음이 어린 시절을 불러왔다
낚시로 잡은 무지개 송어를 손질하던 아빠의 어깨 너머로 배웠는지
오늘 송어를 손질하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다
(역시 뭐든 많이 알아두는 편이 좋다 :D)
내일은 집에 전화를 해서 엄마에게 오늘의 송어에 대해 이야기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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