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아침이나 점심 메뉴로 pan con tomate를 애용하고 있는데
매번 토마토를 으깨는 게 귀찮으니 놔두고 먹을 요량으로 퓨레를 잔뜩 만들어 버렸다 ♥
며칠 전에 사온 토마토가 껍질이 좀 두꺼운 종이라 손으로 으깨기 어렵길래
푸드프로세서를 써서 갈아버리고 나머지 재료 넣어서 완성
(너무 오래 갈아서 죽이 되어 버렸지만 ㅠ)
paleta ibérico 남은 걸 쪽쪽 찢어 올리니까 만족감 두 배!
오늘 밤엔 거의 한 달 전부터 계획하던 ladies' night out이 있는 날이다
오랜만에 차려 입고(?) 나가는 일이나 뭘 입을까 틈틈히 고민을 해놨었는데
고민을 해봤자 사실 차려 입을 만한 옷이 없다보니 답이 안 나온다
더군다나 요 며칠 사이 날씨가 너무 추워져버려서
맨발에 힐을 신고 나가면 발등이 얼어붙고 피부가 갈라지는 꼴이 되어 버렸다
덕분에 바람막이 삼아 두르려고 LV의 커다란 숄을 꺼냈는데
3개월 동안 이삿짐 구석에 끼어 있느라 구깃구깃해져 당장 다림질이 필요했다
(실크인데다가 크기도 너무 커서 다리느라 무지 고생 ㅠ)
오빠가 늦은 밤에 배고플지도 몰라 beef stew를 끓이고 새로 밥도 짓고
그 사이사이 화장 하고 드라이 하고 옷 꺼내 입어 보고
이렇게까지 했는데 오늘 가는 레스토랑이 별로거나 입고 간 옷이 마음에 안 들면
완전 우울해질텐데... 제발 그런 일은 없어야지요
... 그리고 그 후의 이야기

astrid y gastón
페루가 낳은 가장 유명한 셰프인 gastón acurio가 이름을 걸고 만든 레스토랑
물론 메뉴는 peruvian이지만 상당히 현대화되고 퓨전에 가깝다
레스토랑 내부 인테리어는 깨끗하기만 할 뿐 조금 실망스러웠지만,
입구 한 편으로 있는 waiting bar는 작지만 모던하고 조명을 잘 쓴 것 같았다
기본으로 제공되는 물이 -sparkling을 따로 주문하지 않는다면- solán de cabras라서
그 부분에서부터 합격점!
(혹시 solán 물통에 탭워터를 채워뒀을까 잠깐 의심했지만 물맛은 옳았다 ㅎㅎ)
6명이 cava 한 병, 애피타이저 3, 메인 6(각각), 디저트 3 종류를 주문
메뉴 하나하나가 뭐 하나 빠지는 것 없이 만족스러운 수준이었다
welcome dish : 크림치즈가 들어간 캘리포니아 롤
쌀이 쫀득 쫀득한 게 찰밥에 가깝고 겉에는 깨가 발라져 있었다
causas clásicas : 매쉬드 포테이토로 만든 타워에 참치살과 달걀 조각, 소스로 모양을 냈다
감자는 약간 신맛이 나고 소스와 참치와의 궁합이 좋다
한 접시를 시켰더니 3 unidades라고 친절히 일러주길래 곧장 한 접시 추가 ㅎ
cebiche clásico : 페루식 회무침
코리앤더+레몬 드레싱에 흰살 생선살(회!)과 각종 해물을 섞은 것인데
생선살이 탄력있고 고소한데다 상큼한 드레싱이 식욕을 마구 자극
anticuchos : 꼬치구이, 보기엔 무난해 보였지만 무려 소 염통! 소 심장!
saltado de otoño : see bass를 구워서 quinoa를 뭉친 크러스트에 얹은 요리
lomo saltado : 바싹 구워진 스테이크를 생각했는데 야채와 함께 끓인 스튜 스타일이었다
alex 언니의 주문으로 많이 익혀 나왔지만(hecha bien) medium 정도?
고기가 부드럽고 소스도 좋았는데 배불러서 야채는 손도 못 댔다
asado de tira : beef rib이라고 설명이 되어 있었는데 한국의 찜갈비와 일맥 상통
고기 밑에 깐 감자가 신기했는데, 얇게 저며서 레이어처럼 층층이 쌓았다
버터향이 많이 나고 각 층끼리 딱 붙어있던데 어떻게 요리한거지?
ají de ganilla : 아랍 돋는 닭고기 요리 (그냥 닭고기 커리)
밥이랑 같이 나오는데, 분명 길쭉한 쌀인데 찰지고 끈끈한게 대체 뭔지...
(J언니가 먹은 돼지고기 요리는 이름이 기억이 안 나네)
페루 음식이라는 걸 처음 먹기도 했지만, 낯선 식재료가 많아서 이것 저것 신기해하며
식사를 하느라 사실 음식이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도 몰랐다
옥수수알은 엄지 손톱 만큼 컸고 바나나도 고구마도 아닌 맛을 내는 것도 있었고
여기에도 quinoa, 저기에도 quinoa
뭐 먹고 왔냐고 묻는다면 "김밥, 회무침, 꼬치구이, 갈비찜에 밥 먹었어"라고 할 만큼
한국 음식과 일맥상통한 점이 많다
그리고 이 집이 postre를 정말 잘 하더라고
다른 사람에게 여길 추천한다면 디저트 메뉴 하나쯤은 꼭 시켜보라고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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