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 January, 2012

treinta y uno de enero




A언니네 집에 여럿이 모여 수제비를 나눠먹던 중, A언니가 떠나버리면 어쩌나.. 싶었다
작년 4월 intake 멤버들은 4월 말 졸업식이 끝나는대로 5월 중에 떠난다고 하고
A언니는 예정대로 4월 초에는 이미 폴란드로 가버리고 없겠지
결국 왕래 없는 이웃 하나 빼고는 J랑 나랑 둘이 남아버릴텐데
요즘 A언니가 나서지 않아 'IE 부인회(?)'는 이미 해산 상태가 되어 버렸고
매주 가지던 모임이 없어져버리니 생활이 좀 더 무료해 진 것도 사실이다
아주 가깝게 지내진 않아도 알고 지내던 사람들이 떠난 후의 공허함을 또 느끼긴 싫은데 -_-
한국으로 완전히 귀국하기 전까지, 또 몇 해를 더 견디며 지내려나

한국 가는 시기를 5월 초로 잡고 7월 중순 즈음 돌아오는 걸로 해야겠다
혼자 가 있는 중간에 오빠가 들어와 함께 지내다가 함께 돌아오는 걸로
(IE 여름방학이 언제부터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6월 중순엔 시작하겠지?)
NIE 갱신 예약이 8월부터 가능하니까 그 전에는 오는 게 좋겠고
텅 빈 5월의 마드리드를 느낄 새도 없이 나도 한국으로 가서 호강 좀 하다 오는 거다 ㅋㅋ

아, artisee 모카쉬폰케익이 꿈에 보일 정도로 먹고 싶었는데
나 들어갔을 때 이미 아띠제 문 다 닫는 거 아냐 혹시?! 망할 놈의 나라 같으니라고..



29 January, 2012

veinte y nueve de enero




새벽 2시 쯤 심한 복통이 왔다
배 전체를 쥐어짜듯 허리와 치골까지 아픈 게 내려와 식은땀을 흘리며 20분 정도 끙끙
복통이 조금 가라앉고 나니 -평소처럼 완전히 가라앉지 않더라- 손이 많이 붓고
팔다리에 근육통이 와 오빠에게 한참 맛사지를 받았다
아픔이 심해 토사곽란처럼 헛구역질이 올라오기도 했다
꾸르륵거리는 게 배탈이 난 것 같기도 하고
저녁 때 사먹은 군밤 중에 곰팡이 핀 걸 미처 모르고 조금 씹어 먹은 게 해가 되었을까
그 푸르스름한 곰팡이에 태아에게 위험한 성분이 있진 않을까
아픈 게 쉬이 가시지 않으면 ER로 가보는 게 옳을까
혹시나 혈이 비치지 않나 싶어 화장실을 몇 번 들락날락 했는지 모른다
살짝 잠들었다가 다시 배가 뭉쳐 깨고 자다가 깨는 걸 반복하다가
아침 7시 쯤 되어서야 창밖의 돌풍 소리를 들으며 잠이 깊게 들었다

눈을 뜬 건 정오 즈음, 여전히 바람 소리가 거세다
배 아픈 건 많이 가라앉은 것 같지만 여전히 조금 불편하고 속이 울렁거린다
앉으나 누우나 약한 멀미를 느끼는 듯 속이 불편하다
심장에 메가폰을 단 듯, 쿵쿵 뛰는 소리가 평소보다 훨씬 크게 들린다
결국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오후 내내 침대에 누워서 시간을 보냈다
이제 수요일(2월 1일)이면 병원에 첫 진료를 받으러 갈텐데,
제발 그 전 까지 달곰이가 별 탈 없이 무사했으면 좋겠다
몸도 튼튼하고 자궁에도 문제가 없고 무리한 일정도 없이 편안하게 지내고 있는데도
맘XX릭 카페에서 읽은 수많은 계류유산이나 자궁외임신 글 때문에
아직 아기집 조차 보지 못한 나는 도통 마음이 놓이질 않는다
서양놈들은 항상 천하태평 일 수 있을까?
아기를 가졌다고 (막연하게 테스터기로) 확인만 하고 12주까지 룰루랄라?!
복부 통증도 생기고 출혈이 있을 수도 있는데 무작정 기다리라니
아무런 증상도 없이 유산이 되는 경우도 있는데도 무작정 기다리라니
먹고 싶은 것 못 먹고 병원에도 마음대로 못 가는 요즘에는 스페인이 너무너무 밉다
급한 대로 인터넷 폭풍 검색에, J와 A에게 SOS도 쳐보고
나처럼 식은땀 나게 아픈 사람도 있다고는 하니 좀 더 지켜봐야지
몸도 불편한데 없던 nausea까지 생기니 오늘은 정말 우울하구나



어제까지만 해도 완전 해피모드에 기운도 펄펄 나서 밀린 집안일도 하고
저녁 때는 오빠를 졸라 몰에 나가 체중계도 사오고 아기용품점도 구경했는데...
mood swing 이라는 말은 이럴 때 쓰는 듯

어제 하루 딱 하나 안 좋았던 건 : D양이랑 또 싸웠다
얼마 전에 임신 소식 알리면서 오래 전화통화도 하고 조금 누그러졌었는데
불과 몇 주도 참지 못하고 또 남의 속을 긁어놓는 D양은 정말이지 -_-
사건의 배경은 역시나 카톡
mac을 써보고 싶다며 뭐를 살까 물어보더라고
이래저래 따져보니 mac os는 전혀 쓸 줄 모르는 D가 값비싼 pro를 쓸 것 까진 없어보여
그냥 편하게 쓰라고 air를 추천했다
"맥 입문용으론 에어가 좋아, 남은 돈으론 머리 하소 ㅎㅎ"
절약한 돈은 너 자신을 위해 쓰라는 배려넘치는 이 한마디가 불씨가 되었다

D: 머리? 머리했는데? 머리하는데 뭐 얼마다 든다구
   내 머리 뜯어 고치란 얘긴가
C: 휴 그냥 하는 농담은 그냥 그렇게 넘겨 제발..
D: 미안하다 내가 요새 갱년기 아줌마처럼 예민하다
   엄마 왈, 노처녀 히스테리란다
C: 진짜 센스없네
D: 그래 센스 없어서 농담도 못 받아치는데 내가 무슨 글을 쓰고
   컴퓨터 활용능력도 떨어지는데 무슨 고가의 장비를 사서.. blah blah
C: 완전 히스테리 장난 없네 -_- 왜 또 나한테 화풀이야
D: 재가 좋아하는 친구한테 센스 없다는 걸 확인 받아서 너무 슬프다
C: 내가 더 슬프다
   절약하는 돈을 너를 위해서 쓰라는 말에 존트 히스테리나 부리고
D: 머리 나쁘자나 이해 못했다
C: 피곤하다 진짜.. 그냥 주무삼
D: 니가 언제 틀린 말을 해야 말이지 맞는 말만 하는데
   나라는 인간이 진짜 싫은 밤이구나 저녁 맛있게 먹어
   내가 무용지물이라는 사실을 각인 받아서 슬픈 것 뿐이다
C: (대화창 종료)

아니, 너 센스 없는 거 이제 알았냐고 -_-
나이 30에 무슨 노처녀 히스테리야, 노처녀 히스테리 좋아하네, 그냥 마음이 꼬인거지
하긴 20대 초반부터 결혼을 꿈꿔왔으니 지금쯤 정신상태는 이미 노처녀인가
이렇게 또 한 달 정도 연락 안 하겠지 ㅋㅋ



25 January, 2012

veinte y cinco de enero




다음주 초진(la primera visita)을 대비해서 <pregnancy journal>을 시작하기로 했다
뭐든지 본격적으로 시작 -하지만 유종의 미는... 그게 뭐지?- 하는 나답게
앞으로 8개월 간 꾸준히 사용할 장비를 신중하게 결정해야 했다
(한국에서는 산모수첩? 이라는 건 주는 것 같던데.. 여기서 받는다고 해도 스페인어로
쓰여 있는 수첩을 사용하기는 좀 귀찮을 듯)

꾸미는 것도 귀찮고 포맷이 정해져있는 것도 싫은 나는
그저 줄만 쫙쫙 쳐진 하드커버의 플레인 노트를 사서 내 맘대로 쓰고 싶었다
그렇다고 또 싸구려는 싫으니 딱히 생각나는 게 moleskine 밖에 없네
그리고 희귀한 브랜드로 골라봐야 마드리드에서 쉽게 구할 수 있을 리가 없지 않어 -_-
진작부터 써보고 싶었던 것은 moleskine에서 나오는 baby journal
















근데 막상 매장에 가서 보니 '임신' 섹션이 너무 작아 지금 실컷 쓰기엔 갑갑해보인다
그리고 2돌이 될 때 까지 쓸 수 있다는데,
대체 한 가지 수첩을 3년 씩 쓰는 사람이 어딨냐 0_0
그래서 그냥 뒤지고 뒤져서 빨간색 하드커버의 ruled note를 찾아냈다
그나마도 중간 사이즈는 없고 라지 뿐이라서 ㅠ.ㅠ 만화책 만한 걸 사왔다능



어쨌거나 수첩 쇼핑은 즐거웠지만.. 사자마자 흥미가 떨어져 대충 소파에 던져놨더니
오빠가 꺼내보고 "어 정말 몰스킨으로 샀네? 여기서도 파나보지?" 라고 하다가
가격표를 보고 얼굴이 굳어진다 ㅋㅋㅋ
미국에서 8-9불이면 살 수 있었는데 여기서는 16유로 ㅋㅋㅋ
비싸게 샀으니까 안 쓰면 눈치 보일 것 같아서 드디어 오늘 비닐 뜯고 개시!
줄 간격은 아주 좁지 않아서 쓸만하지만
역시 몰스킨은 가격 대비 명성 대비 종이가 안습이다 - 얇고 눅눅해
뒷장까지 글씨 자국이 눌리기 때문에 뒷면은 포기하고 앞면만 사용하도록 합니다
당장은 쓸 게 별로 없어서 우선 임신/출산 관련 단어를 영어-한국어-스페인어로 정리해보았다
앞면만 쓴다고 해도 페이지가 워낙 많은데,
앞으로는 적을 거리가 더 늘어나겠지? 늘어나야 한다 ㄷㄷㄷ



23 January, 2012

veinte y tres de enero




<이제부터 하면 안 되는 것들>

a. 킬힐, 웻지힐
사실 소영언니는 임신 기간 내내 ash 웻지힐을 신고 다녔고
졸리언니나 니콜 리치, 그리고 아길레라 언니도 로봇탱에서 내려온 걸 본 적이 없지만
애쉬도 루부탱도 없는 나는 앞으로 주구장창 스니커즈만 신기로 합니다
(그러나 기껏 주문한 나이키 루글은 back ordered.. 취소해야 할 듯 싶다 -_-)
귀여운 레페토들은 괜찮을까?
쿠션이 너무 없는데다가 사이즈 때문에 -평소에도 작은데 이젠 발등 터질 듯- 당분간 아디오스

b. 향수
특정 향수 냄새를 맡으면 푸헹취! 하는 나의 민감민감 돋는 콧구멍 덕분에
향수라고 쓰는 건 그나마 좀 부드러운 샹스 오 땅드르(이름 하고는;;) 뿐이지만
이젠 이것도 빠이빠이
왜 안되나 했더니 달곰이가 남아 일 경우
.. 남아?
.. 남아?
그런 경우는 엄썽!!!!!
...
...
만의 하나, 또는 0.03%의 확률로 달곰이가 남아 일 경우 무정자증을 유발한다나

c. 커피, 초콜렛
하필이면 오늘 미쿡 다녀온 분에게 ghiradelli 초콜렛을 선물받았는데 말입니다 ㅠ
초콜렛이야 조금씩 먹는 건 괜찮겠지
그치만 커피 한 잔만 마셔도 하트비트가 90dB로 뛰는 나로서는 커피는 금물
나중에 2nd trimester 안정기에 접어들면 cacao sampaka에 가서 민트초코나 한 잔 해야지

d. 연성치즈 & embutido
까망베르, 모짜렐라, 고트, 브리, 고르곤졸라, 페타, 코티지, 크림치즈여 안녕
이제 나는 속까지 단단한 queso curado만 먹기로 합니다
'embutido'는 뭐라고 번역해야 하나, 익히지 않은 가공육?
jamón이나 chorizo, salchichón, salami, 말린 순대, 육포류는 전부 해당되는 모양
ㅠ.ㅠ
하몽 하몽 ♥ 이젠 너도 굿베이

e. 허리와 배에 무리가 가는 무거운 것 들기
주부의 팔이 굵어지는 건 말이다, 집안일 류의 계급장과도 같은 것이다
생수 1.5L X 6 세트도 날라야지, 매일같이 쳐묵하여 발생하는 쓰레기도 가져다 버려야지
살상무기로도 손색 없는 staub 그릴팬 같은 건 쓰지 말라는 얘기?
"무거운 건 들 수 없으니까 오빠와 함께 장 보러 갈래"
임신 확인하고 나서 단 한 번도 오빠와 마트에 갈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

f. 대 임산부 위험 물질 : herbs
고이 고이 모셔두고 애용하던 바질, 파슬리, 로즈마리, 타임, 시나몬, 아니스..
를 쓰지 않고 어떻게 요리를 하란 말이야?!
더군다나 로즈마리는 불과 한 달 전에 사서 완전 새거란 말이다
날 로즈마리라고 부르지 말아!
알겠어요 로즈마리
...
(아, 조큼 무리수)

g. 술
"no alcohol, no life"
나 이래뵈도 와인 관련 자격증도 있는 여잡니다
일반 주당생활 이상으로 꽤나 전문적인 주조 양조 지식도 갖췄다구요
그런데 이런 나한테 술을 마시지 말라니
kalimotxo도 안되나요? 와인도 안되고 콜라도 안되니 never ever 안된다구요
기껏 A언니가 부드카의 본고장 폴란드에서 보드카도 사다줬는데
왜 사다줬는데도 먹지를 못하니 ㅠ.ㅠ

i. 전신욕, 반신욕
자궁 또는 양수의 온도가 일정 수준 이상 올라가면 안되기 때문에 욕조에 들어갈 수가 없단다
이제 때는.. 마법의 때비누를 써서 미는 수 밖에 없다

j. 아마 z 까지 써도 다 못 쓸 것 같아서 이쯤에서 마친다



뭐야 0_0
하지 말라는 게 너무 많잖아 ㅠ_ㅠ
정말이다, 임신 테스트기에 positive 반응이 뜬 날 이후로 나의 삶은 변해도 너무 변했다
좋은 점이 아주 없는 건 아니지만 아직까지는 안 좋은 게 더 많다
달곰이 이색히, 네가 글을 읽게 되는 그날 이 포스팅을 꼭 소리내어 읽게 할 테다



22 January, 2012

veinte y dos de enero




오빠의 입덧은, 입덧이 아닌 '전정신경염'으로 병명이 바뀌었다
의사의 확진을 받은 건 아니지만 뭐 자체적인 진단 시스템(= 검색)을 통해 알아냈지
어지러움이 심하니 쉽게 몸을 못 가누고 똑바로 걷지도 못하고
심할 때는 앉아서 밥도 못 먹을 지경이라 밥에 김 싸서 입에 넣어주는 병수발까지...
곧 나아지겠지, 하고 미뤄두었던 집안일이 포화상태에 이르러서
어제는 쓰레기 3 봉투를 가져다 버리고 설거지 4번에 빨래 2번, 집안 청소까지 끙끙대며 해냈다
결국 복부 통증이 심해져서 드러누워 버렸지만 ㅠ_ㅠ
피로해서 그런건지 모르겠지만 이젠 나도 폭풍 콧물을 흘리고 있다
뭐 쓰레기는 계속 내가 가져다 버려도 좋으니 오빠의 증세가 더 심해지지만 않았으면 좋겠다
이래서야 학교는 갈 수 있을지, 병원에 가려면 예약은 어찌 해야 할 지



하지만 한편으론, 내가 시중 받아야 하는데 오히려 식순이가 되어 버린 게 좀 억울했다
더군다나 D양에게 임신 사실을 알렸더니 대뜸
"그래서 오빠가 뭐 해줬어?"
라고 묻는 바람에, 뭐든 보상심리를 충족시켜줄 만한 것이 필요하게 되었다
그래서 대뜸 걷기 운동과 나의 소중한 허리를 지지해 줄 운동화를 사기로 마음 먹었다 ㅋ
(사실 D양이 기대한 건 tiffany에서 산 charm bracelet 따위겠지만;)
그래서 무려 6시간에 걸쳐 소드 쇼핑방, 장발, 네이년 검색을 총망라해서 타겟 확정
nike lunarglide+ 3 woman's livestrong
작년 여름에 나온 오래된 모델이긴 하지만 색이 이쁜 거 같아서..
오빠가 저 모양이라 나이키 매장에 가볼 수도 없어서 그냥 온라인샵에 주문을 했다
(쇼핑의 후진국 답게 나이키 정식 매장은 granvia에 단 하나!!!)

사이즈가 잘 맞아야 할텐데 'ㅅ'
처음에는 임신 후기에 발이 부어 사이즈가 커질 것을 감안해서 사려고 했는데
발이 커보이는 건 싫으니까.. 3 trimester 쯤 되면 여름이니까 운동화 신겠어? 후훗
그래서 정사이즈로 주문했다 하하하



오늘까지, 달곰이의 존재을 알게 된 지인은
SM양, 보수동의 S언니, J, A, 옆집 A언니, 옆집 J, D, 그리고 필리의 H언니
8명이면 충분하지
이제는 정말 조심 조심 입조심 해야겠다



19 January, 2012

diez y nueve de enero




어젯밤부터 오빠의 입덧이 시작됐다
아내를 너무 너무 사랑하는 사람만 겪는다는 그 유명한 '남편의 입덧' ㅋㅋㅋㅋㅋ
어지럽고 입맛없고 헛구역질에 시름시름 앓더니 결국 자기 직전에 조금 게워내더라고
정말 웃긴다 ㅋㅋㅋㅋㅋ
금슬 좋은 부부에게만 나타난다는 남편의 입덧
임신한 부인이 남편에게 족발 따위를 사다 바쳐야 한다는 남편의 입덧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결국 오늘 머리하러 나가는 길에 약국에 들러 멀미약을 사다줬다
근데 멀미약으로도 차도가 없는 걸 보니 정말 입덧인가보네 ㅋㅋㅋㅋㅋㅋㅋㅋ
Omg, 정말 내가 달곰이 품은 채로 몸조리 시켜줘야 할 판이네
무거워서 블랑카 트렁크에 내버려뒀던 생수 6병도 결국 내가 들고 올라와야 했다 ㅠ






























하하 그럼 그렇지 ㅋㅋ
평소에도 예민하고 걱정이 많아서 과제나 빡센 수업이 잡힐 때 마다 끙끙 앓는 저 사람
이번에도 신경성인가보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지만 이건 정말 곤란하다구
지금은 내가 어리광 부려야 할 때란 말이야 -_-



17 January, 2012

diez y siete de enero




a.
PV(primera visita)는 2월 1일 오전으로 잡았다
몇 주차에 방문하는 게 좋은가 싶어 sanitas english reception에 전화를 해보긴 했지만
i) 상담원이 영어를 너무 못해서 상황을 설명하기 어려웠고
ii) 예약을 잡아주는 게 아니라 닥터 리스트를 제공하면 내가 직접 전화해서 예약을 잡는 거란다
의사가 영어를 못하면 예약 하나 잡기도 어려운 셈이니
그냥 어림잡아 7주 차에 가보는 걸로 인터넷 예약을 했다
beating heart baby-

b.
우선 엄마에게 소식을 전했다
엄마는 엄청나게 앞서나가, 작명소를 알아보겠다고 했다 ㅇㅅㅇ
이름은 내 맘대로 짓고 싶었는데..
시어머니의 간섭이 없다고 좋아했더니만 친정엄마라는 더욱 꺾기 힘든 강적을 만났다
(다행히 '달곰'이라는 태명은 마음에 들어 하셨다;;)



15 January, 2012

quince de enero




"Having a baby is like having a tattoo on your face"

<eat pray love>에 나오는 명대사
그래, 나는 드디어 두 개의 지울 수 없는 문신을 가지게 되었다
아직 하나는 지울 수도 있고 지워질 수도 있는 불안정한 상태이긴 하지만 그렇게 될 리가 있나 ;)

어플에서 일러주는 생리예정일은 어제(14일)
배가 아프긴 한데 허리가 묵직하거나 밑이 빠질 것 같은 PMS 다운 증상이 아니라
배꼽 좌.우.밑이 땡기는, 살갗 밑의 근육을 꼬고 또 꼬는 듯한 근육통이었다
그 외에 다른 증상은 완전 無
아니다, 화장실이 좀 자주 -2시간에 한 번씩?- 가고 싶긴 하다

그래서 아침에 느지막히 일어나 꽉 찬 방광을 끌어안고 일회용 컵 하나 들고 화장실 행
목욕재계는 못해도 눈곱은 떼고 하자는 생각에 우선 세수부터 했다
컵에 소변을 받으며 생리가 시작하진 않았는지 다시 한 번 확인
클리어-
좋아 그럼 임테기를 뜯어볼까
소변에 담그고 5초를 기다리니 모래시계가 돈다
내가 사용한 임테기는 clearblue digital

돌고 도는 모래시계를 곁눈질하며 얼굴에 세럼을 바르는데 손가락이 발발 떨렸다
너무 떨려서 parsley seed serum의 스포이드를 병 입구에 제대로 넣을 수가 없었다
나란 사람도 이렇게 떠는구나..
싶다가 표시창에 "embarazada"라고 뜨는 순간 훗!
그럼 그렇지, 나도 한방이다!!!
뚱뚱한(;) 임테기를 다시 박스에 넣고 방으로 돌아가
의기양양하게 오빠에게 내밀었다
어? 오늘 테스트 해볼라구? 내가 뜯어줄게
읭??
이미 뜯은거야?
벌써 한거야?
이거 뭐라고 써있는거야?

이거 뭐라고 써있는거야..
이거 뭐라고 써있는거야..
이거 뭐라고 써있는거야..

왜 읽지를 못하니
왜 까막눈이라 읽지를 못하니
서로 얼싸안고 감동의 눈물을 흘리는.. 따위의 풍경은 펼쳐지지 않았다



낯선 단어 하나가 내 인생을, 내 생활을 바꿔버렸다
어제부터 계속되는 똑같은 복부 통증이라도 오늘은 유난히 신경이 쓰이고
요근래 저녁 나절부터 졸려도 참았었지만 오늘은 낮잠을 푹 잤다
sanitas.es에 들어가 2월 1일에 초진 예약을 해두고
이번 주 중에 한 번 더 테스트를 해본 다음 부모님들께 말씀드리기로 했다
heart-beat를 듣고 나서 알려드리고 싶지만, 혹시 잘못 되더라도 그것도 아셔야 하니까
(당장 몇가지 조언을 얻기 위해서 임신 6개월의 J양에게만 알렸음)

애기씨(앗)의 태명은 고민할 것도 없이 달콤이다, 반달콤
사실 '달곰'이 맞는데 너무 시골스러운데다가 남성성이 강해서 약간 변형했다;



14 January, 2012

catorce de enero




<패션왕>이 드라마화 된다고 한다
나는 자타공인 인터넷 덕후라 고딩들 사이의 유행어나 패션에 대해 백지상태인 건 아니지만
이 만화의 등장인물들의 학교 생활에 적잖게 놀랐다
내가 고등학교를 다닌 후로 10년이 넘게 흘렀는데, 별로 달라진 게 없잖아?!?

네이년 카페 ㅁㅅㅎㄹ의 게시판에서 노페 등급 분류표를 보았다
노페를 사 본 적도, 매장에 들어가 본 적도 없는 나는 노페가 얼마쯤 하는지 잘 몰랐었는데
대장급이 70만원대, 찌질이는 20만원 정도면 살 수 있단다
10만원 대의 guess 청바지를 사 입어야 했던 나의 초딩 시절을 생각해보면
거의 20년이 지난 지금의 물가 상승률을 고려해서 노페는 차라리 싼 편이네
우리나라의 기성세대 -세월이 흘러 구성원이 바뀌더라도- 나 언론은 청소년에게 회의적이다
청소년 세대가 덜 자란 악의 축이라도 되는 듯이
15년 전에도 왕따가 있었고 모두에게 유행하는 옷이 있었고 청소년 범죄가 있었고
일진도 있었고 특목고생도 있었고 강남귀족이 있었고 심지어 8학군도 있었다
들고다니는 핸드폰이 플립형 공짜폰에서 8~90만원 대의 아이폰으로 바뀌었을 뿐

그리고 예전이나 지금이나, "요즘의 청소년은 위험하다"고 한다
차라리 american teens를 '발정난 짐승' 정도로 보는 미국 사회의 시각이 건강한 듯 싶다
나중에 내 자식이 필요하다고 조르는 건 그냥 사줘야겠다
김정은 같은 놈이 아닌 이상 WMD나 수퍼카, 여자를 사달라고 하진 않을테니까



13 January, 2012

trece de enero





올해 두번째 방문자 CH양이 오늘 새벽에야 떠나가고 집이 다시 고요해졌다
이번에도 그녀의 뒤에 남은 건 엄청난 양의 긴 머리카락 뭉치
한 시간 짜리 설거지 후, 3일이나 밀린 청소기를 싹싹 돌리고나서 두 명이 거쳐간 이불과 베갯닛 빨래를 하고 있다
여주인의 체력 고갈로 올해 상반기에는 민박 종료..


CH의 madrileña 간접 체험을 위해 이것 저것 하면서 나도 새삼스레 내 생활을 다시 볼 수 있었다
어느새 편애하는 식당 몇 곳의 menu del día를 먹으러 가면 식사 시간이 기본 2시간
점심 식사라고 해도 clara나 맥주 한 잔 정도는 '의아함' 없이 자연스럽게 시킬 수 있게 되었고
디저트는 종류를 물어 볼 것도 없이 cafe con leche나 helado를 주문한다
(그러나 여전히 flan을 시킬 엄두가 안 나는 걸 보면 아직 멀었나 싶기도 하고 'ㅅ')
핀쵸에 와인이나 한 잔 하자며 lateral에도 갔다
촛불을 가운데 두고 서로 마주보고 그림자가 일렁일렁, 너무 데이트 분위기이긴 하지만 어쨌든 힙한 곳이니까
수많은 핀쵸 메뉴를 읽기 귀찮아서 늘 시키는 degustación de pintxos
lateral의 화이트 와인은 berdejo로 만든 아주! 저렴한 와인 하나 뿐인데 나쁘진 않지만 만족스럽지도 않다
좀 저렴한 cava가 있음 좋으련만 taittinger 한 종류 뿐?
그러고보니 여긴 하드리커나 칵테일 셀렉션이 좋고 와인 마시기엔 그럭저럭이구나
어쨌거나 CH는 많이 드라이하고 미네랄이 느껴지는 깔깔한 종류를 좋아하는 것 같았는데
역시나 berdejo는 많이 마시지 않고 남겨 버렸다
처음에는 뭔가 싶었던 절인 파프리카나 잘게 갈아서 올리브유에 버무린 jamón도 쌀밥 먹듯 들이키고
레몬 띄운 콜라를 좋아하게 된 것도 마치 스페인 사람의 조건을 충족 한 것만 같다
(실제로 lateral에서 우리 테이블의 좌우앞뒤 모두 콜라를 드링킹 하고 있었다는 ㅋㅋ)
길 가다 보이는 아무 까페나 바에 들어가서 메뉴판 볼 일도 없이 커피를 주문하고
아직 추운 겨울이지만 햇볕만 따사롭다면 노천 테이블에 앉아 길 가는 사람 구경하는 여유도 생겼다


마드리드 생활 4개월 째
GPS 없이 시내 곳곳을 운전하고 다닐 수 있는 나, 어느새 꽤나 madrileña가 되었다
시간을 길게 쓸 줄 알고 먹고 마시며 수다 떠는 것의 즐거움을 만끽하는 어엿한 마드리드의 cloé :D



07 January, 2012

siete de enero




오래간만에 -아마도 2, 3개월 만에?- S양과 긴 긴 전화통화를 했다
침대에서 뒹굴면서 온갖 주제에 격하게 흥분해가며 수다 떨고 나니 티셔츠가 땀에 젖었다
이런 시기에는 반갑지 않은 뉴스 -S의 친구인 M양의 '원치 않았는데 임신' 소식- 도 있었지만
밀린 근황 폭풍 업데이트를 하고 나니 속은 시원하다
요 며칠 마음 한 구석에 묻어놓고선 어쩔 수 없이 신경이 쓰이던 D에 대한 이야기도 하고..
결국 A언니의 조언 대로, '친구도 인생의 업보' 라는 거다
5년 전 만 해도 "왜 자꾸 끌려다니니" "이제 그만 신경 꺼" "버려 그냥" 이라고 말하던 S였는데
그녀 역시 나 못지 않은 업보친구(업친?)가 있다 보니 많이 누그러졌다
어떻게 버리니..
뒤끝 없이 버릴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모를까
연락 없이 일주일 쯤 됐나, 아마 한 달 정도 끌다가 제 풀에 지쳐 연락이 올거다
(안 오면 말고ㅋ)

연애든 우정이든 사람과 사람이 연관된 만큼 서로에게 잘 해야만 한다
한 쪽만 노력을 쏟는 관계는 인간관계라고 부를 만한 의미도 없고 좋은 결말을 보기도 힘들고
나도 그다지 따뜻한 사람은 아니기 때문에 D에게 완벽한 친구이진 않겠지만
나에게 있어 D는, 이렇게 말하고 싶진 않지만 친구 이하로 떨어져 버렸다
내 안부를 물어주는 친구, 손수 쓴 생일카드를 보내주는 친구, 나의 삶에 관심을 보이는 친구
D는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다
내가 지속적으로 그녀의 안부를 묻고 생선을 보내고 근황을 체크하는 동안
그녀는 자기 자신에게만 관심이 있을 뿐 나는 늘 뒷전이다
카톡 한 번 자기 손으로 먼저 써 보낸 적이 있었나요?
A언니는 D에게 있어 나라는 사람은 '종신보험' 삼은 친구인 것 같다고 했는데
그 말이 정답일세
설사 내가 종신보험이라고 해도, 유지하고 싶으면 약관을 지켜야 하잖아?
친구 사이에 존재하는 암묵적인 룰이 곧 인간관계 보험의 약관이다
그리고 그녀는 약관을 무시한 채 보험금 중도 상환을 해달라고 조르고 있는 모양새

D에게 악의가 없다는 건 잘 알고 있다
D는 일에 치이고, 주변을 돌아볼 만큼 마음의 여유가 없으며, 인간관계에 서툴다
하지만 나는 꽤나 냉정한 사람이라 무한한 이해를 베풀지 못한다
모자르고 서툰 사람은 그만큼 불이익을 당해도 별 수 없다
sociopath도 아니고 뭣도 아니지만 어쨌거나 나는 이럴 때는 심해에서 온 cold fish
더군다나 나도 사람인데!
나만 마음고생하고 이해하고 용서하는 건 억울하잖아



거참
D가 이걸 볼 것도 아닌데 이렇게 투정해서야 무슨 소용이 있담? 'ㅅ'



05 January, 2012

cinco de enero




집 앞 약국에서 사온 항히스타민 연고를 손목에 쳐발쳐발 하고
사케바의 성의 없는 블로그 포스팅을 읽으며 3분 동안 귤 5개를 마셔버렸다 - 껍질은 뱉어내고
J가 줬던 nappy rash용 연고는 따갑더니 이번 연고는 무지무지무지무지 간지럽다
이래서야 낫긴 낫는걸까..
먹는 항히스타민제도 받아올까 하다가 임산부는 복용하면 안 된다길래 마다하고 왔는데
임신 중인 것도 아닌데, 이러다가 1월 중순에 생리가 빵 터지면 엄청 억울 할 것 같다
(집에 와서 찾아보니 '알레그라D'라는 항히스타민제가 이미 있있네 ㅇㅅㅇ)



내일은 epiphany, 동방 박사들이 아기 예수를 만나러 간 날
이 나라 사람들은 아기 예수의 생일 보다는 동박 박사들에게 축복 받은 이 날이 더 중요하다며
겨울 세일도 1월 7일부터 시작하고 애들에게 폭풍 선물을 준단다
못생긴데다 묘한 (화장품 같은) 향이 나는 roscón de reyes라는 빵을 먹는 풍습도 있는 듯
오늘 마트에 가니 roscón이 종류 별, 크기 별로 산더미 처럼 쌓여 있었다
온 나라가 크리스마스 한참 전 부터 여태껏 홀리데이 분위기에 취해서 매일 같이 길이 막히고
마트니 백화점이니 사람이 넘치고 관광지에는 관광객이 개미떼처럼 줄을 서 있고
떠들썩하게 명절을 보낼 가족이 없는 나는 그저 이 분위기가 짜증 날 뿐이다
빨리 다 집어치우고 제자리로들 돌아가란 말이야!!!
... 이거 이거 여름철 관광 시즌이 절정을 이룰 때는 어떻게 되려고 말이지

그래도 어쩔 수 없이 꽤나 스페인 거주민 다워지기도 한 것 같다
좋아하지도 않던 sidra(=cider)가 요즘 들어 입에 짝짝 붙어 오늘도 한 병 사왔고
charcutería 앞을 지날 때면 하몽 냄새가 코를 간지럽혀 도저히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던가

이렇게 몇 년을 지내고 나면 roscón도 맛있게 느껴지려나



04 January, 2012

cuatro de enero




시간과 삶의 흐름에 있어 '폭풍같다'라는 부사를 써야만 하는 경우가 있다
2011년에서 2012년으로 넘어온 나의 시간에야말로 '폭풍같이 흘렀다'라는 표현을 달아줌이 옳다
크리스마스날 부터 2박 3일로 san sebastián - biarritz - bilbao 여행을 다녀오고
밀린 빨래, 청소에 치여 여독을 풀 새도 없이 손님 맞이를 했으며
오늘에서야 B양을 공항에 데려다주고 집에 돌아오니 그녀의 뒤에 남은 건
구불구불하게 파마한 그녀의 수많은 머리카락과 설거지 안된 컵 무더기, 두 봉지가 넘는 쓰레기
졸립고 노곤하지만 머리카락에 뭉친 먼지 덩어리들이 굴러다니는 위로 몸을 뉘일 수 없어
청소기를 돌리고 빨래를 모으고 화장실 청소를 했다
거실 전등 하나가 죽어버린지 일주일이 되었지만 여전히 교체를 못 했고
파스 앨러지 후유증으로 피부염을 심하게 앓고 있는데 병원에도 못 갔고
내일 만큼은 늦잠 자고 느긋히 하루를 보내고 싶은 나에게
아파트 사무실을 찾아가고 병원 응급실에서 대기를 타야 하는 미션이 또 남아있다니...



...라고 써놓고 포스팅도 못 한 채 잠들어버린 게 어젯밤
한참 쓰다 말고 옆집 A언니네 잠시 밤마실을 가서 무려 1시간 반이나 수다를 떨고 왔더니
이미 하루가 또 끝나 있었다
밀려 있는 설거지를 마치고 취침, 오늘 아침 11시 반이 지나서야 침대에서 기어나왔다
안방에 커튼을 단 뒤로 낮이고 밤이고 볕이 들어오지 않아 늦잠 자는 데에는 안성맞춤이지만
새빨간 커튼이 비쳐 방 안이 정육점처럼 되어버리는 건 어찌해야 할 지 모르겠다



요즘 한 방, 원샷원킬, 이런 단어를 자주 쓰는데..
멀쩡히 있던 사람을 단번에 우울하게 만들어 버리는 한 방을 맞고야 말았다
'부부불화'의 대명사 G사장 내외에게 둘째가 생겼단다
돈이 많아 셋, 넷도 키울 수 있거나 우수한 유전 형질을 길이길이 이어가야 하는 사람들은
가능한 한 아이를 많이 낳아 불임의 시대를 극복하는 게 좋다고 생각하지만
G사장이 가정의 평화를 가장하고 아내를 임신시키고 입덧하는 걸 돌봐주는 모습을 상상하니
주인공을 제외한 모든 것이 거짓이고 허상인 블랙코미디 영화를 보는 것만 같다
나는 왜 절친의 좋은 소식을 순수하게 기뻐하지 못하는 건지 'ㅅ'

사실 원샷원킬이 아닐 수도 있는 거잖아
그렇게 성공한 S언니, J, A, B언니까지, 사실 원샷원킬이 아니었을 수도 있는 거잖아?
몇 달 동안 매번 배란일 계산해서 숙제하고 고생하다가 생긴 건 아닐까?
(근데 뭐 누가 그런 걸로 거짓말을 하겠어 -_-)

나만 빼고 모든 married들이 애를 쑥쑥 낳으며 정상적인 가정생활을 영위한다니
왠지 모를 배신감이 들어서 마음을 곱게 쓰지 못하게 되었나보다



01 January, 2012

uno de enero




<가요대축제>를 다운 받아 보다가 마지막 순서로 나온 슈주에 정신이 팔려
슈주 초기의 날티가 지금은 많이 사라졌다, SM의 프로듀싱 능력이 정말 대단한 것 같다,
등등 우리에게 전혀 생산적이지 않은 격론을 벌이다 0시 0분이 되는 순간을 놓치고 말았다
이렇게 새해를 맞이한 해가 또 있었던가
... 있었다 -_-
분명 카트라이더를 타다가 제야의 종을 놓친 해가 있었다

이것 저것 간식을 실컷 집어먹으며 영화를 한 편 보고 4시가 다 되어서야 잠들었나
아침에 일어나니 11시가 넘어 있었다
게으른 사람 셋이 모여있으니 새해의 시작이 굼뜨기 짝이 없구나
그래도 떡국도 끓여 먹였고 하루종일 요리해서 먹고 놀고 먹고 노는 설날다운 설날을 일구어 냈다



일찍 결혼을 해서 '나이 서른의 압박'을 느껴볼 새도 없었고
해가 바뀌나 안 바뀌나 지난 2년 + 향후 몇 년 간의 내 생활은 크게 변화가 없을 것이고
나이에서도 날짜에서도 자유로운 나에게 오늘은 참으로 감흥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