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 January, 2012
veinte y nueve de enero
새벽 2시 쯤 심한 복통이 왔다
배 전체를 쥐어짜듯 허리와 치골까지 아픈 게 내려와 식은땀을 흘리며 20분 정도 끙끙
복통이 조금 가라앉고 나니 -평소처럼 완전히 가라앉지 않더라- 손이 많이 붓고
팔다리에 근육통이 와 오빠에게 한참 맛사지를 받았다
아픔이 심해 토사곽란처럼 헛구역질이 올라오기도 했다
꾸르륵거리는 게 배탈이 난 것 같기도 하고
저녁 때 사먹은 군밤 중에 곰팡이 핀 걸 미처 모르고 조금 씹어 먹은 게 해가 되었을까
그 푸르스름한 곰팡이에 태아에게 위험한 성분이 있진 않을까
아픈 게 쉬이 가시지 않으면 ER로 가보는 게 옳을까
혹시나 혈이 비치지 않나 싶어 화장실을 몇 번 들락날락 했는지 모른다
살짝 잠들었다가 다시 배가 뭉쳐 깨고 자다가 깨는 걸 반복하다가
아침 7시 쯤 되어서야 창밖의 돌풍 소리를 들으며 잠이 깊게 들었다
눈을 뜬 건 정오 즈음, 여전히 바람 소리가 거세다
배 아픈 건 많이 가라앉은 것 같지만 여전히 조금 불편하고 속이 울렁거린다
앉으나 누우나 약한 멀미를 느끼는 듯 속이 불편하다
심장에 메가폰을 단 듯, 쿵쿵 뛰는 소리가 평소보다 훨씬 크게 들린다
결국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오후 내내 침대에 누워서 시간을 보냈다
이제 수요일(2월 1일)이면 병원에 첫 진료를 받으러 갈텐데,
제발 그 전 까지 달곰이가 별 탈 없이 무사했으면 좋겠다
몸도 튼튼하고 자궁에도 문제가 없고 무리한 일정도 없이 편안하게 지내고 있는데도
맘XX릭 카페에서 읽은 수많은 계류유산이나 자궁외임신 글 때문에
아직 아기집 조차 보지 못한 나는 도통 마음이 놓이질 않는다
서양놈들은 항상 천하태평 일 수 있을까?
아기를 가졌다고 (막연하게 테스터기로) 확인만 하고 12주까지 룰루랄라?!
복부 통증도 생기고 출혈이 있을 수도 있는데 무작정 기다리라니
아무런 증상도 없이 유산이 되는 경우도 있는데도 무작정 기다리라니
먹고 싶은 것 못 먹고 병원에도 마음대로 못 가는 요즘에는 스페인이 너무너무 밉다
급한 대로 인터넷 폭풍 검색에, J와 A에게 SOS도 쳐보고
나처럼 식은땀 나게 아픈 사람도 있다고는 하니 좀 더 지켜봐야지
몸도 불편한데 없던 nausea까지 생기니 오늘은 정말 우울하구나
어제까지만 해도 완전 해피모드에 기운도 펄펄 나서 밀린 집안일도 하고
저녁 때는 오빠를 졸라 몰에 나가 체중계도 사오고 아기용품점도 구경했는데...
mood swing 이라는 말은 이럴 때 쓰는 듯
어제 하루 딱 하나 안 좋았던 건 : D양이랑 또 싸웠다
얼마 전에 임신 소식 알리면서 오래 전화통화도 하고 조금 누그러졌었는데
불과 몇 주도 참지 못하고 또 남의 속을 긁어놓는 D양은 정말이지 -_-
사건의 배경은 역시나 카톡
mac을 써보고 싶다며 뭐를 살까 물어보더라고
이래저래 따져보니 mac os는 전혀 쓸 줄 모르는 D가 값비싼 pro를 쓸 것 까진 없어보여
그냥 편하게 쓰라고 air를 추천했다
"맥 입문용으론 에어가 좋아, 남은 돈으론 머리 하소 ㅎㅎ"
절약한 돈은 너 자신을 위해 쓰라는 배려넘치는 이 한마디가 불씨가 되었다
D: 머리? 머리했는데? 머리하는데 뭐 얼마다 든다구
내 머리 뜯어 고치란 얘긴가
C: 휴 그냥 하는 농담은 그냥 그렇게 넘겨 제발..
D: 미안하다 내가 요새 갱년기 아줌마처럼 예민하다
엄마 왈, 노처녀 히스테리란다
C: 진짜 센스없네
D: 그래 센스 없어서 농담도 못 받아치는데 내가 무슨 글을 쓰고
컴퓨터 활용능력도 떨어지는데 무슨 고가의 장비를 사서.. blah blah
C: 완전 히스테리 장난 없네 -_- 왜 또 나한테 화풀이야
D: 재가 좋아하는 친구한테 센스 없다는 걸 확인 받아서 너무 슬프다
C: 내가 더 슬프다
절약하는 돈을 너를 위해서 쓰라는 말에 존트 히스테리나 부리고
D: 머리 나쁘자나 이해 못했다
C: 피곤하다 진짜.. 그냥 주무삼
D: 니가 언제 틀린 말을 해야 말이지 맞는 말만 하는데
나라는 인간이 진짜 싫은 밤이구나 저녁 맛있게 먹어
내가 무용지물이라는 사실을 각인 받아서 슬픈 것 뿐이다
C: (대화창 종료)
아니, 너 센스 없는 거 이제 알았냐고 -_-
나이 30에 무슨 노처녀 히스테리야, 노처녀 히스테리 좋아하네, 그냥 마음이 꼬인거지
하긴 20대 초반부터 결혼을 꿈꿔왔으니 지금쯤 정신상태는 이미 노처녀인가
이렇게 또 한 달 정도 연락 안 하겠지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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