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January, 2012

trece de enero





올해 두번째 방문자 CH양이 오늘 새벽에야 떠나가고 집이 다시 고요해졌다
이번에도 그녀의 뒤에 남은 건 엄청난 양의 긴 머리카락 뭉치
한 시간 짜리 설거지 후, 3일이나 밀린 청소기를 싹싹 돌리고나서 두 명이 거쳐간 이불과 베갯닛 빨래를 하고 있다
여주인의 체력 고갈로 올해 상반기에는 민박 종료..


CH의 madrileña 간접 체험을 위해 이것 저것 하면서 나도 새삼스레 내 생활을 다시 볼 수 있었다
어느새 편애하는 식당 몇 곳의 menu del día를 먹으러 가면 식사 시간이 기본 2시간
점심 식사라고 해도 clara나 맥주 한 잔 정도는 '의아함' 없이 자연스럽게 시킬 수 있게 되었고
디저트는 종류를 물어 볼 것도 없이 cafe con leche나 helado를 주문한다
(그러나 여전히 flan을 시킬 엄두가 안 나는 걸 보면 아직 멀었나 싶기도 하고 'ㅅ')
핀쵸에 와인이나 한 잔 하자며 lateral에도 갔다
촛불을 가운데 두고 서로 마주보고 그림자가 일렁일렁, 너무 데이트 분위기이긴 하지만 어쨌든 힙한 곳이니까
수많은 핀쵸 메뉴를 읽기 귀찮아서 늘 시키는 degustación de pintxos
lateral의 화이트 와인은 berdejo로 만든 아주! 저렴한 와인 하나 뿐인데 나쁘진 않지만 만족스럽지도 않다
좀 저렴한 cava가 있음 좋으련만 taittinger 한 종류 뿐?
그러고보니 여긴 하드리커나 칵테일 셀렉션이 좋고 와인 마시기엔 그럭저럭이구나
어쨌거나 CH는 많이 드라이하고 미네랄이 느껴지는 깔깔한 종류를 좋아하는 것 같았는데
역시나 berdejo는 많이 마시지 않고 남겨 버렸다
처음에는 뭔가 싶었던 절인 파프리카나 잘게 갈아서 올리브유에 버무린 jamón도 쌀밥 먹듯 들이키고
레몬 띄운 콜라를 좋아하게 된 것도 마치 스페인 사람의 조건을 충족 한 것만 같다
(실제로 lateral에서 우리 테이블의 좌우앞뒤 모두 콜라를 드링킹 하고 있었다는 ㅋㅋ)
길 가다 보이는 아무 까페나 바에 들어가서 메뉴판 볼 일도 없이 커피를 주문하고
아직 추운 겨울이지만 햇볕만 따사롭다면 노천 테이블에 앉아 길 가는 사람 구경하는 여유도 생겼다


마드리드 생활 4개월 째
GPS 없이 시내 곳곳을 운전하고 다닐 수 있는 나, 어느새 꽤나 madrileña가 되었다
시간을 길게 쓸 줄 알고 먹고 마시며 수다 떠는 것의 즐거움을 만끽하는 어엿한 마드리드의 cloé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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