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 January, 2012
cuatro de enero
시간과 삶의 흐름에 있어 '폭풍같다'라는 부사를 써야만 하는 경우가 있다
2011년에서 2012년으로 넘어온 나의 시간에야말로 '폭풍같이 흘렀다'라는 표현을 달아줌이 옳다
크리스마스날 부터 2박 3일로 san sebastián - biarritz - bilbao 여행을 다녀오고
밀린 빨래, 청소에 치여 여독을 풀 새도 없이 손님 맞이를 했으며
오늘에서야 B양을 공항에 데려다주고 집에 돌아오니 그녀의 뒤에 남은 건
구불구불하게 파마한 그녀의 수많은 머리카락과 설거지 안된 컵 무더기, 두 봉지가 넘는 쓰레기
졸립고 노곤하지만 머리카락에 뭉친 먼지 덩어리들이 굴러다니는 위로 몸을 뉘일 수 없어
청소기를 돌리고 빨래를 모으고 화장실 청소를 했다
거실 전등 하나가 죽어버린지 일주일이 되었지만 여전히 교체를 못 했고
파스 앨러지 후유증으로 피부염을 심하게 앓고 있는데 병원에도 못 갔고
내일 만큼은 늦잠 자고 느긋히 하루를 보내고 싶은 나에게
아파트 사무실을 찾아가고 병원 응급실에서 대기를 타야 하는 미션이 또 남아있다니...
...라고 써놓고 포스팅도 못 한 채 잠들어버린 게 어젯밤
한참 쓰다 말고 옆집 A언니네 잠시 밤마실을 가서 무려 1시간 반이나 수다를 떨고 왔더니
이미 하루가 또 끝나 있었다
밀려 있는 설거지를 마치고 취침, 오늘 아침 11시 반이 지나서야 침대에서 기어나왔다
안방에 커튼을 단 뒤로 낮이고 밤이고 볕이 들어오지 않아 늦잠 자는 데에는 안성맞춤이지만
새빨간 커튼이 비쳐 방 안이 정육점처럼 되어버리는 건 어찌해야 할 지 모르겠다
요즘 한 방, 원샷원킬, 이런 단어를 자주 쓰는데..
멀쩡히 있던 사람을 단번에 우울하게 만들어 버리는 한 방을 맞고야 말았다
'부부불화'의 대명사 G사장 내외에게 둘째가 생겼단다
돈이 많아 셋, 넷도 키울 수 있거나 우수한 유전 형질을 길이길이 이어가야 하는 사람들은
가능한 한 아이를 많이 낳아 불임의 시대를 극복하는 게 좋다고 생각하지만
G사장이 가정의 평화를 가장하고 아내를 임신시키고 입덧하는 걸 돌봐주는 모습을 상상하니
주인공을 제외한 모든 것이 거짓이고 허상인 블랙코미디 영화를 보는 것만 같다
나는 왜 절친의 좋은 소식을 순수하게 기뻐하지 못하는 건지 'ㅅ'
사실 원샷원킬이 아닐 수도 있는 거잖아
그렇게 성공한 S언니, J, A, B언니까지, 사실 원샷원킬이 아니었을 수도 있는 거잖아?
몇 달 동안 매번 배란일 계산해서 숙제하고 고생하다가 생긴 건 아닐까?
(근데 뭐 누가 그런 걸로 거짓말을 하겠어 -_-)
나만 빼고 모든 married들이 애를 쑥쑥 낳으며 정상적인 가정생활을 영위한다니
왠지 모를 배신감이 들어서 마음을 곱게 쓰지 못하게 되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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