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 March, 2012
treinta y uno de marzo
(심하지는 않지만) 이하선염이 도져서 오전 중에 또 ER에 다녀왔다
제 집 드나들 듯 하다보니 이제는 약국 가는 것 보다 ER 진료 받는 편이 더 친근하다
주중에 COS에서 샀던 오빠 티셔츠 사이즈를 바꾸러 나갈 일이 있어서
아파트에 오빠만 내려주고 혼자 시내 마실에 나섰다
내일부터 비 예보가 있긴 하지만 오늘 날씨는 그야말로 전형적으로 아름다운 봄날씨 ♥
주말 만큼은 가족과 함께하는 스페인 전통 돋게 세라노 거리는 쇼핑 나온 가족들로 북적거린다
사람이 1/3, 유모차가 1/3, 개님이 1/3
우선 COS -평일과 달리 사람이 어찌나 많던지!- 에 가서 티셔츠를 교환하고
한 블럭 위에 있는 carmen kaiser에서 A언니에게 줄 작별선물을 샀다
마땅히 떠오르는 근사한 아이디어가 없어서 그냥 VPA의 gardenia 캔들로 때우기
바로 아래 papelmania에서 'bon voyage' 카드도 한 장 구입
디자인이 출중한 마데인홀란드 카드를 팔아서 애용하지만 가격이 좀 비싸다 (5.50유로 ㄷㄷ)
이렇게 남을 위한 미션을 종료하고...
c/ c. coello를 쭉 따라 레티로 공원에 맞닿는 곳 까지 걸어내려간다
가는 길에 sandro, maje, oscar de la renta, louboutin에서 폭풍 아이쇼핑
따뜻한 공기가 골목을 가득 채우고 연두빛 새싹이 돋아 푸르른 나무들이 촉촉해 보인다
스페인에서도 역시 사계절 중, 봄이 제일 아름답다
한들한들 나무 그늘 사이로 느긋이 걸어 도착한 곳은 자그마한 moulin chocolat
(http://www.moulinchocolat.com/)
마카롱을 주력으로 하는 프랑스 빵집이다
초콜렛 칩이 팍팍 박힌 식사용 브리오시와 카눌레를 각각 두 개씩 포장하고
타르트 코너에서 치즈케익과 초콜렛 무스컵 등 이것 저것 골라봤다
가까운 곳에 주차했더라면 아이스크림도 좀 사가는 건데 넘넘 아쉽네 ㅇㅅㅇ
(마카롱은 안 먹어봤지만) 이 집 카눌레, 감동이다
카라멜라이즈 된 겉껍질은 달콤 빠삭빠삭하고 속살은 초크초크한 달걀찜 그 자체
비아리츠 갔을 때 먹었던 henriet의 카눌레는.. 그건 카눌레가 아냐
카눌레의 본고장 생떼밀리옹에서 사먹던 맛에 가장 가까운 카눌레를 마드리드에서 먹을 수 있다니
더군다나 가격도 착해서 한 개에 단 돈 2유로 ♥
과자상자에 쇼핑백을 주렁주렁 들고 한시간 남짓의 홀로 데이트 후 귀가
카눌레를 내놓고 루이보스 티라떼를 끓여서 오빠랑 주말 오후 티타임을 냠냠 했다
이제 이렇게 혼자 마실 다니는 데에 익숙해져야 할 것 같다
30 March, 2012
treinta de marzo
3월이 끝나간다
A언니와 함께한 소중한 시간도 끝나간다
내일 모레가 되면 언니는 이삿짐을 바리바리 싸들고 장장 5일에 걸친 폴란드로의 여정에 나선다
1년 동안 PL 번호판을 달고도 씩씩하게 마드리드를 누비던 P 407 역시
3,000km의 어마어마한 거리를 되돌아가 고국의 품에 안기겠지
지난 해 9월 처음 만날 때 부터 2012년 4월이 되면 이별해야 한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넉넉할 것만 같았던 수 개월은 짧기만 하고 시간은 예외없이 흘러 여기에 이르렀다
비행기를 잡아타고 손바닥만한 세상 이리저리 넘나드는 게 우리네 인생이라
지금은 빠이빠이-를 하더라도 어디서든 또 보겠지 라고 믿어 의심치 않지만
익숙해져도 즐겁지 아니한 건 역시 이별이다
수많은 낮과 밤을 수다로 채우던 언니네 집에서 점심 식사를 했다
언니가 뽑아주는 네소 -마성의 카자르- 한 잔으로 마지막 식사를 장식했다
갈 때 마다 김치에 잡채에 밑반찬까지 얻어들고 오던 친정같은 공간이 사라지다니 ㅠ.ㅠ
이제 정말로 '마음 둘 데 없는' 마드리드가 되어 버린다
내가 마음 둘 사람은 정녕 달곰이 뿐인가 ㅋㅋㅋ
웃는 게 웃는 게 아니다
내가 웃는 게 웃는 게 아니야
28 March, 2012
veinte y ocho de marzo
스페인에 온 지 6개월이 넘어서야, NIE 카드를 받은 지 5개월이 되어서야
우리는 드디어 한국 운전면허증을 스페인 운전면허증으로 교환, 발급 받았다
게을러 정말 ㅋㅋㅋ
평일 중에 오빠가 시간을 내기도 어렵고, 추운 겨울에 길바닥에서 벌벌 떨고 싶지 않았고,
그러던 중에 임신으로 모르는 길 쉽게 나설 수 없게 되었고, 뭐 그런 이유? ㅋㅋ
4월 중으로 자동차 보험회사에 스페인 운전면허 사본을 제출해야 하는 조건이 걸려 있어서
이태리 가기 전에 신청하자고 다짐하고 오늘을 d-day로 잡았다
스페인으로 오는 한국인 대부분이 (현지 면허가 굳이 필요 없는) 나이 어린 연수생이라
실제로 면허 교환을 하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다
인터넷 검색을 해봐도 2010년 이후에 작성된 후기는 거의 찾을 수 없고
블로그 포스트 대부분이 대사관에서 제공하는 기본적인 정보의 ctrl c + ctrl v
그나마도 오래된 정보라 그 사이에 수수료도 많이 올랐는데 ㅠ.ㅠ
IE 선배들 중에 이거 하나 제대로 정리해둔 사람이 없다는 것도 안습이다
울 오빠와 마찬가지로 스페인어 문맹이라 이런 일 마다 고통받는 사람들이 많을텐데..
여튼 정확한 위치나 과정을 모르는 상태로 부딫힌 만큼,
삽질까지는 아니라도 불필요한 시간 낭비와 발품을 많이 팔아야 했다
한국 면허를 스페인 면허로 교환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은,
i) NIE 카드 - 번호만 받은 상태는 결격 - 를 득템한 자
ii) NIE 카드의 개시일자 이전에 발급 받은 한국의 운전면허증을 가지고 있는 자
개시일자는 비자를 지참한 사람의 스페인 입국일과 같다 (카드 신청 or 발급일이 아님)
i)과 ii)를 만족한 사람은 대한민국 대사관 민원실로 가서
한국 운전면허증의 스페인어 번역 공증을 받는데, 민원실 사정에 따라 1~2시간이나 걸리니까
아침 일찍 가서 신청하고 죽치고 앉아 기다렸다가 받아오는 편이 좋다
(대사관 돋게 오전에만 민원 업무를 봐주니까)
NIE 카드를 가진 자 만이 은혜를 받을 수 있으니, 여권/NIE/운전면허증을 전부 지참해야 함
난 이걸 지난해 11월에 미리 받아놨었는데.. 서류 유효기간은 딱히 없나보다
수수료는 1건 당 3.20유로 였다
그럼 이제 본격적인 RPG에 나서기 전에 장비 점검을 해야지
‧ NIE 카드 원본
‧ NIE 카드 앞/뒷면 사본 1장
‧ 한국 운전면허증 원본
‧ 한국 운전면허증 앞/뒷면 사본 1장
‧ 증명사진 2매 (반명함판 사이즈)
‧ 대사관이 발급한 운전면허 번역공증 확인서 원본
‧ (NIE와 현재 주소가 일치하지 않는 사람에 한해서) 주소가 명시된 empadronamiento
혹시나 해서 여권과 여권 사본도 들고 갔지만 전혀 보지 않았고
NIE와 한국 운전면허증 사본은 흔히 알려진 2장이 아니라, 1장이면 충분하다
이제 장비를 주섬주섬 챙기고 먼저 신체적성검사를 받으러 갔다가,
교통국으로 가서 운전면허 교환 신청을 하는 일정으로 움직이도록 한다
내가 갔던 교통국(jefatura provincial de tráfico)은 c/ arturo soria 125에 위치
125번지와 143번지, 두 건물에 나눠져 있는데 교환(canjes) 업무는 125번지에서 담당한다
워낙 주차하기 어렵기로 유명한 길이라 처음부터 스트릿파킹은 포기하고
골목 3개 거리에 있는 arturo soria plaza 주차장을 이용했다
아래는 내가 생각하는 the best procedure ♥
이대로만 했더라도 최소 1시간은 세이브 할 수 있었을텐데..
우리는 처음에 4층, 다시 1층, 다시 4층, 다시 1층, 클리닉, 다시 1층, 결국 4층 -_-
⓵
교통국 건너편 길가에는 centro médico y psicotécnico del conducción
이라고 써붙인 자그마한 사설 적성검사소가 바글바글 하다
가격비교를 해보지는 않았지만 이미 카르텔이 형성되어 있을 것이라 믿고, 수수료는 인당 40유로
접수처에 NIE를 제출하며 "para canje de permiso de conducción"이라고 말해둔다
신규발급자와 교환신청자의 적성검사 항목이 다르기 때문
간단한 인적사항을 적고나서 수수료를 지불한 뒤 첫번째 검사관을 만난다
나이, 병력, 알콜 섭취 및 흡연 빈도수, 키, 몸무게 등을 질문하고
양안 시력을 잰 뒤 교정시력인지 운전 중에 어떤 교정기(안경 or 렌즈)를 착용하는지 확인한다
두번째 검사관이 기다리고 있는 방으로 간다
인적사항을 확인하고 나서 정체불명의 검사를 받는다
검사관 말로는 플레이스테이션보다 쉽고, 실제로는 플레이스테이션보다 어렵다
그냥 공간지각력을 테스트하는 전자게임이랄까
(나는 30,000점까지 통과하는 테스트를 불과 1,500점으로 통과하고 극찬을 받음;;)
검사자가 웹캠으로 즉석에서 얼굴사진을 찍고 적성검사서를 발급해주면 끗
간단해보이는 검사 같지만 실제로 대기시간이나 문진시간이 길다
우리는 둘이 한 명씩 하다보니까 클리닉에서만 거의 1시간이 소요되었는데,
certificado médico의 유효기간은 90일이니 시간 날 때 미리 받아두는 것도 좋겠다
⓶
값비싼 적성검사서를 품에 안고 c/ arturo soria 125번지로 향한다
1층(B층 X) 넓다란 방의 왼쪽 'canjes para extranjeros' 창구에 줄을 선다
한국인이고 면허 교환을 하고 싶다고 하면 마데인대사관 번역공증서를 가지고 있냐 등의
간단한 확인을 하고나서 종이 3장과 번호표를 준다*
먹지가 붙어있는 종이는 신청서(solicitud)이고 나머지는 그냥 그런 잡다한 것들
세 장 모두 작성을 하고 firma 표시 된 곳에 싸인을 휘갈겨 줄 것
⓷
신청서를 받고 돌아서면 저멀리 건너편에 caja 창구들이 보인다
(작성된) 신청서를 내밀면 수수료 26.60유로를 지불하라고 하는데,
현금 뿐만 아니라 카드로도 낼 수 있으니까 미리 "카드로 지불하겠어요"라고 말해야 함
신청서 중간에 수수료가 지불되었다는 도장을 찍어준다
⓸
엘리베이터를 타고 4층으로 올라가면 canjes에 관련된 업무를 처리하는 사무실이 있다
1층에서 받은 번호표는 4층에서의 대기번호이기 때문에,
신청서를 작성하고 수수료를 내는 중간에 땡땡이를 치거나 굼뜨게 행동했다가는
4층에 도착해서 내 번호가 이미 지나가버린 걸 확인하고 땅을 칠 수 있음**
오전 10시 반 경 처음 4층에 올라갔을 때는 대기자가 1~2명 뿐이었는데,
12시가 되어서는 어림잡아 30명 정도가 앉아있었다
그 외에도 아직 안 올라온 사람, 수수료 내고 있는 사람, 클리닉에 간 사람 등등을 더하면
최소한 40명 정도가 내 앞에 있다는 얘기 -_-
그러므로 뭐든 관공서 업무는 아침 일찍 가는 게 좋은 법이다
⓹
내 번호가 호명되고 창구로 가면 고이고이 간직해둔 무기를 죄다 풀어놓는다***
태어난 곳이 어디니, 집 주소가 어떻게 되니, 전화번호는? 등등 몇 가지 질문에 대답을 하고
3개월 짜리 임시면허 종이쪼가리를 받는다
본 면허증은 2~3주 내로 우편으로 날아온다고 하니 주소를 정확히 알려줄 것
NIE 카드는 돌려받지만 한국 운전면허증은 여기서 이만 빠이빠이-
나중에 스페인 면허증을 가지고 오면 한국 면허증을 돌려받을 수 있다고는 하지만,
대체 누가 10년 짜리 EU 운전면허증을 도로 토해내겠어?
한국 면허야 귀국 했을 때 분실신고 하고 새로 발급받으면 되는 것을 ㅎㅎ
(기존 면허를 맡겨두고 새 면허를 받는다고 스페인 면허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는 본 적 없음)
*
신청서(solicitud o impreso)는 교통국 홈페이지에서 다운 받을 수 있다
http://www.dgt.es/portal/gl/oficina_virtual/conductores/canje_permisos/
오른쪽 리스트 세번째 'corea'를 클릭하면 화면 맨 아래 impreso 링크가 뜬다
그러나 그저 신청서 뿐, 신청서와 함께 제출해야 하는 다른 두 장의 서류(declaraciónes)
는 올라와있지 않으니까 그냥 창구에서 한꺼번에 받는 게 낫다
**
우리는 삽질 덕분에 당연히 번호를 놓쳤고 1층으로 돌아가 새 번호를 받으려 했다
그러나 1층 창구직원은 그냥 올라가서 먼저 하라는 거다
아니, 수십 명이 도끼눈을 하고 앉아 기다리고 있는데 뭘 어떻게 먼저 하라는 거야?!?
라고 궁시렁거리면서도 그대로 올라가 재빨리 주변 스캔 후 빈 창구로 돌진
근데 정말 지나간 번호를 찾아서 받아주더라고
대기실에 있던 성질 나쁜 남자가 쫒아와 소리지르며 항의했지만 직원에게 뺀지 먹음
덕분에 우리는 2시간은 족히 걸릴 대기시간 없이 여유롭게 업무를 보았다
***
네이년 블로그를 검색해보면 certificado de extranjeria에 대한 내용을 볼 수 있다
2000년 이후에 발급 받은 한국 면허의 경우에 외국인관리소에서 신원증명서를 받아오라는 건데,
이건 현재에는 전혀 유효하지 않은 정보니 깔끔히 무시하길
NIE만 있으면 여권도 보지 않는데, 이런 서류는 창구 직원들도 존재를 모른다
24 March, 2012
veinte y cuatro de marzo
겨울학기를 마무리한 오빠가 급 마실 나가자 꼬셔대어
하루 안에 salamanca와 ávila를 한 큐에 다 보고 오는 강행군에 나섰다
마드리드에서 살라망카까지는 차로 2시간 반, 노 트래픽에 평균 120km/h로 달릴 때 말이다
미국에서는 어딜 갈 때면 집 앞 별다방에서 커피를 사서 출발하는 게 당연했는데,
그 당연한 일상이 얼마나 소중했는지 여기 와서 느끼고 있다 ㅠ
근처에 커피를 to-go 할 수 있는 곳이 없으니 집에서 텀블러에 커피를 담아 나선다
✟ salamanca
'학문의 도시', '대학의 도시'라는 별명에 걸맞게
짐승에 가까운 어린 대학생 아이들이 바글바글하다 못해 길에 굴러다녀 발에 치이는 동네
캠퍼스가 따로 없는 애들이라 plaza mayor의 돌바닥에 삼삼오오 모여 앉아있더라
세계문화유산으로 선정된 광장이라곤 하지만 그냥 예쁘고 조그맣다
plaza 23이라는 모던 스타일의 pintxos를 파는 바에서 간단하게 점심을 때우고
성당을 보러 갔는데 점심시간이라고 문을 닫았다
관광안내소 역시 점심시간이라고 문을 닫았다
크리스마스날 점심에 문을 닫는 맥도날드 다음으로 쇼킹한 시츄에이숑 -_-
관광안내소에서 지도를 얻어 다니려고 했는데 5시까지 문을 닫고..
toledo나 segovia 등 다른 관광 도시와 달리 관광지 이정표도 따로 없어서 길 찾는데 애먹었다
체력이 예전같지 않은지 비탈 진 돌바닥을 몇 시간 오르내리고 나니
발바닥도 아프고 새끼발가락도 아프고 허리도 아프고 배도 좀 땡기는 것 같고 ㅠ
살라망카 특산 과자라는 bollo maimón을 먹어보고 싶었는데
특별히 유명한 빵집이 있는 것 같지도 않고 주말이라 가게들이 대부분 문을 닫아서 실패
대충 angel food나 쉬폰 케익처럼 생겼더라
깨끗하고 활기찬 마을 -도시라고 부를 수 없음- 이기는 하지만
몇몇 여행 블로거들이 극찬하는 만큼 꼭 봐야하는 스팟은 절대 아님! never ever!
스페인어를 전공하는 대학생 조카;;가 어학연수 할 지역을 찾고 있는데
아무리 DELE를 주관하는 도시라고 해도 절대 추천하고 싶지 않다
주변을 둘러봐도 대도시는 커녕, 풍화된 화강암 바위가 굴러다니는 황야만 끝도 없이 펼쳐져 있고..
나는 city girl 타입이라 이런 자그마하고 고립된 도시에서는 한 주도 못 살겠지
✟✟ ávila
여긴 '성녀 대테레사의 도시' 또는 '성벽의 도시'
살라망카에서 마드리드로 돌아가는 길목에 바로 위치해서 들리기 편했다
체력 게이지가 바닥을 찍은 터라 1시간 남짓 졸면서 헤드뱅잉을 하다보니 도착 :)
santa teresa de jesus의 생가 터에 지은 성전에는 미라가,
성녀님의 넷째 손가락 미라가 ROTC 반지를 낀 채 전시되어 있었다
끄아악 -ㅁ-
대체 우상숭배를 금지하는 카톨릭에서 성자들의 relic을 모시고 숭배하는 전통이 왜 생긴건지
(성녀의 임종지인 alba de tormes에는 팔과 심장이 전시되어 있다고...)
성 밖으로 나와서 성벽(muralla)을 간단히 구경하고 그만 컴백홈
21 March, 2012
veinte y uno de marzo
거의 3개월 만에 마드리드에 비가 내렸다
아침 일찍 눈도 왔다지만, 10시 반에 일어난 나는 확인 할 길이 없지 ㅎㅎ
하루종일 춥고 우중충한 건 맘에 들지 않지만 오랜만에 비 냄새를 맡으니 상쾌하긴 하다
이런 날씨에 외출 할 리도 만무하고 집에서 뭘 하며 시간을 보낼까 고민하다가
'하나만's earl grey cookie'를 굽기로 했다
(http://blog.naver.com/mdchung1/80155016177)
향이 많이 날아가버린 오래된 얼그레이 티를 처치 할 수 있을 것 같아 뿌듯했지만
아.뿔.싸, 내가 가진 티는 grounded가 아니라 직접 빻아야했다
너무 적은 양이라서 푸드 프로세서로 갈 수도 없어 ㅠ
손목이 부서저라 빻아주고, 오렌지 제스트를 만들기 위해서 제스터를 찾았다
0_0?
제스터가 안 보여?
나의 oxo zester가 안 보여?
베이킹을 다시 시작하면서 도구를 몇 가지 더 사야겠다 싶었는데 리스트에 하나 추가됐다
결국 오렌지 껍질을 감자칼로 얇게 벗겨내고 칼로 일일이 다져서 제스트 완성 ㅠ_ㅠ
스쿱으로 떠서 패닝하는 쿠키보다는 대충 반죽해서 차갑게 굳혀 잘라 굽는 쿠키가 훨씬 쉽다
커터로 찍기 귀찮아서 반죽을 빈 랩통에 넣어서 네모 기둥 모양으로 잡고
냉동고에 40분 정도 얼렸다가 칼로 썰어서 패닝
(묵칼로 썰면 물결무늬가 나와서 예쁘던데 여기서도 구할 수 있으려나..)
이 쿠키, 반죽 할 때도 가루 재료에 비해 버터가 좀 많다 싶었는데
역시나 정말 느끼 할 정도로 리치하다
다행히 오렌지 제스트를 레시피보다 많이 넣었더니 (얼그레이 향은 묻혔지만) 느끼한 게 잡힘
옆집 J네 주려고 절반은 싸놓고 나머지는 바구니에 넣어 식탁에 올려뒀는데
오빠가 손도 안 댐 -_- 입맛에 안 맞나봐 -_-
이거 또 내가 혼자 다 먹고 배만 더 나오게 생겼다
20 March, 2012
veinte de marzo
드디어 미국에서부터 날아온 소포를 찾아왔다
aviso가 날아온 건 지난 토요일, 어제는 쉬는 날(el día de padres)이라 패스하고
오늘 아침 일찍 일어나서 준비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출발했다
그래.. 집을 나설 때만 해도 발걸음이 가벼웠지..
지난 주 내내 초여름처럼 더운 날씨가 이어지더니만 오늘은 다시 겨울로 돌아간 듯 하다
내가 찾아가야 하는 세관 품목 관련 우체국은 주소가 엉망이라
(스페인은 주소체계가 잘 안 되어 있어 외곽으로 나가면 길 이름만 있고 번지수가 없는 주소가 많다)
GPS에 무작정 길 이름만 찍고 찾아가는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내가 도착한 calle de trespaderne에는 세관도, 우체국도 없더라고
후미진 골목에 구멍가게 몇 개와 구질구질한 맨션들이 줄지어 있는 음산한 동네였다 ㅠ
큰 길로 나와 로똔다 몇 개를 돌다보니 centro de carga aérea라는 표지판이 보인다
저 곳이 바로 내가 가고자 하는 "마드리드 세관"!!!
calle de trespaderne랑은 아무 상관도 없는 곳에 있잖아 ㅠㅠㅠ
소포 찾기 후기에서 많이 봤던 커다란 유리 건물의 세관 앞 주차장에 차를 세웠다
음, 근데 우체국은 어디지?
i) 우체국의 aduana 관련 사무실에서 aviso를 제출하고 송장 원본을 받는다
ii) 세관으로 가서 (관세를 물고) 송장 원본에 통관 도장을 받는다
iii) 다시 우체국으로 돌아가 aviso와 송장을 보여주고 보관료(5유로)를 내고 소포를 수령한다
그러므로 세관보다는 우체국부터 찾아야 한다
지나가는 세관 직원을 붙들고 물어보니 친절하게 골목까지 인도해주심
세관 주차장과 우체국 사이는 겨우 걸어서 5분 거리, 그치만 오늘은 너무 추웠다 ㅠ
오늘 가장 오랜 시간을 잡아먹은 건 아마 '우체국에서 송장 받는 미션'
일하는 직원은 한 명인데, 기다리는 사람은 수십 명이고
나처럼 달랑 하나 찾으러 온 사람 보다는 여러 개 씩 찾으러 온 회사 직원들이 많더라
aviso를 제출하고 25분을 기다리니 내 송장이 나왔다
뙇!
"total value : 250 USD"
오.. 씨벨레스.. 지쟈스 크라이스트.. C언니는 대체 왜 정직하게 쓴 거야?!?
이 망할 놈의 소포가 세관에 걸릴 만도 하네
신발 한 켤레에 200불이라고 적어놨으니 그걸 봐주는 사람이 세상 어디에 있겠어
찢어버리고 싶은 송장을 움켜쥐고 세관으로 이동하면서 치밀한 작전을 짰다
'미국에서 살다 왔는데.. 친구네 집에 물건을 몇 개 두고 왔다.. 친구가 보내준건데..
보험에 드느라 본래 가격을 적을 수 밖에 없었지만.. 사실 이건 다 쓰던 물건이다 등등등..'
(글이 너무 길어지니 결론으로 건너뛰자)
여차저차 마음씨 좋게 생긴 남자 직원에게 불쌍한 표정으로 징징대며
쓰던 물건인데 어떻게 안 되겠니?를 수십 번 외친 끝에 나는 면세 도장을 받았다
너무 갑자기 + 흔쾌히 면세 도장을 찍어줘서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정확히 판단이 안 섰지만
직원이 혹시나 맘을 바꿀까봐 문워킹으로 사무실을 빠져나와 우체국으로 달렸다
그리고 내 손에는 보관료 5유로와 맞바꾼 소중한 나의 소포님하,
오랜만이라 너무 반가운 USPS priority flat-rate medium box가 들려있었다
16 March, 2012
diez y seis de marzo
항생제와 진통제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엄마와 달리, 달곰이는 그저 잘 지낸다
오늘은 12W4D, 1st screening test 가 있는 날
NT(nuchal translucency)와 AFP를 포함한 혈액 검사 결과를 종합해서 진단이 나오는 것
한국에서는 quad를 지나 integrated test로 발전했다는데
여긴 triple을 하는지 quad를 하는지도 잘 모르겠고, 결국 지금도 내가 뭘 한 건지 모르는 상태
소노그래퍼 샘이 영어가 넘 짧으셔서 도저히 의사소통이 불가능했다
어떤 검사를 했는지에 관계 없이 우리 달곰이는 지극히 정상, "perfect baby" 란다 ㅋㅋ
늘 찝찝한 질초음파는 이제 안녕, 오늘부터 배 초음파
초음파를 첨 시작했을 때 달곰이는 늘어져라 자고 있었다.. 나를 닮은 듯 ㅇㅅㅇ
배를 흔들어서 애를 깨웠더니 그 때 부터 성질을 부리기 시작.. 나를 닮은 듯 ㅇㅅㅇ
팔을 허우적거리고 점프, 또 점프
하도 등을 돌려대서 소노그래퍼가 도저히 각도를 잡질 못하고 애꿎은 배만 계속 흔들었다
힘겹게 키를 재고 목 투명대 두께를 재고 앉은 키를 재고
두 손 두 발 확인하고 각종 장기 확인하고 HPM 재보고 몸무게 예측하고
혹시나 다리 사이가 무언가가 보일까 계속 각도를 잡아보려고 노력했지만
달곰이는 무얼 숨기고 싶은건지... 끝까지 다리를 꼰 채 등을 돌리고 있을 뿐이었다
오늘의 달곰이는,
키 : 8.9cm (추정)
앉은키 : 6.9cm
NT : 0.7mm
목 투명대 정상 기준이 2.5mm에서 3.0mm 정도라니 달곰이는 무척이나 안정권
그 외 피검사에서 나온 이런 저런 수치들이 있지만 정상이라길래 더 들여다보지도 않았다
검사결과지에 위험도를 보여주는 총천연색 그래프가 있는데
나는 내 나이(만 29세) 표본군에서 가장 위험도가 적은, 그야말로 바닥에 붙어있더라고
코가 유난히 오똑하게 보이는 실루엣 사진을 찍어서 여기저기 카톡으로 뿌렸다
내 새끼라 그런지 괜히 더 코도 높아보이고 머리통도 이뻐보이네 ㅋㅋ
오빠도 사진 보자마자 "아주 이목구비가 또렷한데!"라며 팔불출 멘트를 ㅋㅋ
(이목구비 따윈 보이지도 않는데)
1st screening에서 합격하면 페북에 달곰이를 공개하려고 했었는데
막상 또 타임라인에 뭐라도 적을까 하니 손이 오그라지고 민망해서 도저히 쓸 수가 없다
이대로 아무도 모르는 채로 마냥 숨기고 있을 수도 없는데
어쩌지 어쩌지 :'(
15 March, 2012
quince de marzo
신은 나에게 '입덧'을 대신해서 '그 외 모든 것'을 내려주셨나 보다
6주차에 시작해서 거의 열흘의 시간을 앗아간 두드러기부터 소양증 초기로 의심되는 붉은 반점,
지난 주에는 눈다래끼가 나서 고름이 차더니 드디어 어제는 치통이 찾아 왔다
왼쪽 윗 송곳니 바로 뒷니에서 시작된 통증은 코를 넘어 광대뼈, 눈, 귀까지 퍼졌고
한밤중이 되어서는 왼쪽 얼굴 전체가 마치 뒤틀리는듯이 너무 아팠다
잠을 설쳐가면서 무려 52번 쯤 "지금 응급실을 갈까?"하고 고민했으나
왠지 응급실에 덴탈까지는 없을 것 같고 기껏해야 진통제 정도 처방해줄텐데
집 앞 약국은 아침 9시에 문을 여니까 괜히 두 번 나가는 수고를 하느니 좀 더 참는 게 낫겠지
...
라며 긴 긴 밤을 지새우고 결국 아침 7시 반, 더이상 참을 수 없어!!!
주섬 주섬 세수를 하고 빈 속에 운전하고 갈 수는 없으니 바나나를 반 개 먹는데
물컹한 바나나 하나 씹는 것도 엄청난 챌린지 ㅠ_ㅠ
8시 반에 응급실에 도착해서 접수를 했는데 하필 교대 시간에 걸려 의사를 만난 건 9시 반
역시나 의사는 4주 내로 치과 예약을 잡아 root canal 치료를 받으란다
그리고 임신부에게도 안전(?)하다는 항생제와 진통제를 처방해줬다
돌아오는 길에 약국에 들러 약을 사고 집에 오자마자 요거트 스무디 한 잔 원샷 한 후
항생제와 진통제를 주저없이 들이부었다
두드러기 때 혹시나 달곰이에게 해가 될까 약 안 먹고 버티다 개죽음을 당할 뻔 했기 때문에
내 심신이 건강해야 내 새끼도 산다는 신념 하에 그냥 먹기로 했다
사실 이런 치통을 쌩으로 참아야 하는 건 정말 정신 건강에 좆치 못하다
(그래도 치통이랑 두드러기 중에 고르라면, 망설임 없이 치통을 고르련다 ㅋㅋㅋ)
약발이 잘 들어서 앞으로 두 달만 버틸 수 있으면 좋겠다
신경치료에 크라운까지 하려면 여기서보단 한국에서 하고 싶으니까
빈 속이나 다름없이 항생제를 먹었더니 곧장 부작용
A언니와 함께 J의 차를 타고 점심을 먹으러 가는데 속이 울렁울렁 =_=
금방이라도 넘어올 것 같았지만 꾹꾹 밀어넣으며 MG몰 주차장에 도착할 때 까지 겨우 참다
도착하자마자 웩 =_=
그냥 nausea라고 생각했는데 정말 요거트가 넘어올 줄은 몰랐다
정말 쉽게 넘어가는 게 별로 없네
13 March, 2012
trece de marzo
새벽녘부터 잠을 설치고 불쾌한 기분으로 하루를 시작했는데
밀린 설거지더미보다 더 기분 나쁜 일이 기다리고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내가 가진 힐들은 전부 킬힐, 기본 9cm라는 높은 수준을 자랑하기 때문에
신을 수 있는 신발이 운동화와 플랫슈즈로 한정되어, 몇 켤레를 가지고 돌려 신는 상황이다
매일같이 당바닥에 붙어있자니 옷태도 안 살고 -몸매도 망가져가는데!- 자존심도 하락;
너무 높지 않은 웻지라면 신을 수 있지 않을까 해서
고민 끝에 ash에서 나오는 약 6cm 높이의 genial sneakers를 사기로 했다
ash는 이태리브랜드라, 유럽에 설마 매장이 없겠어? 라고 안일하게 생각했지만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스페인, 마드리드에는 매장이 한 곳도 없다
유일한 플래그쉽 스토어는 620km 떨어진 바르셀로나에 있군요!
여기서 구입하는 건 일찌감치 포기하고 영국에 주문하기로 마음 먹었다
영국 ash의 온라인 스토어도 있고, amazon.co.uk에 주문해도 스페인까지 배송 해준다
리턴이나 후처치를 대비해서 아마존에 주문을 넣었더니
내 미국 태생의 데빗카드가 'not verified'라며 주문이 취소가 되질 않나 -_-
영국 사이트에서 제대로 결제가 안 되는 미국 카드들이 많은 건 알고 있으니 뭐 그러려니 했다
그러던 중, 미국 bloomingdales.com에 마침 찾아 헤메던 검은색 가죽 모델이 들어왔네!
내 사이즈(EU37)는 빛의 속도로 품절되는 아이템이라
손을 바들바들 떨며 카드 정보를 기입하고 C언니네로 배송 신청을 하고 주문 완료
레어템 중의 레어템, 37사이즈 블랙 레더 주문에 성공한 뿌듯한 마음으로
그 날 밤에는 ash를 신고 마드리드 거리를 뛰어다니는 꿈까지 꿨는데...
다음 날 주문이 취소됐다 -_-
블루밍에 무려 국제전화를 걸어서 따졌더니 내 카드가 안 먹는다나?
빌링이 틀린 것도 아니고 카드가 막힌 것도 아닌데!!!
혹시 몰라 PNC Bank에 전화해서 "내 카드에 문제 있니? 블라 블라~" 확인까지 해봤지만
문제가 있는 건 내가 아니라, 내 카드가 아니라, 블루밍이다 블루밍 -_-
내가 주문했던 37사이즈는 다시 스탁으로 되돌아왔고
품절될까 두려웠던 나는 자고 있는 C언니를 득달같이 깨워 대리 주문을 부탁했다
C언니의 BoA 카드는 무난하게 주문을 성공시켰고
귀하디 귀한 애증의 ash는 C언니네 집으로 무사히 배달되었다
여기까지는 어쨌거나 해피엔딩이었지?
손 큰 C언니는 신발 외에 이것 저것을 얹어서 소포를 싸 신속하게 마드리드로 부쳐주었다
EMS가 아닌 (좀 더 저렴한) priority international로 보냈다길래
관세도 별로 안 물겠구나~ 하고 기쁜 마음으로 소포가 도착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오늘 아침 '불길한 기분'으로 트래킹을 해보니 세관에 걸.려.있.다
마드리드에 온 뒤로 소포를 8개 쯤 받았지만 그 중에 관세를 냈던 건 2개 뿐이라
나름 나의 운이 좋은 편이라 자부하고 있었는데 ㅠ
막상 남들은 잘 걸리지도 않는 "세관 방문하기" 벌칙이 주어지다니 ㅠ
스페인에서 해외 소포를 관리하는 방식은 대충 다음 세 가지
i) 그냥 잘 가져다준다
ii) 집까지 가져다주지만 임의로 책정한 관세를 '무조건' 물린다
iii) 세관으로 직접 방문해서 관세 및 보관료를 물고 찾아가라는 '레터'를 날린다
작년까지는 i)번으로 잘 막았는데, 올해 도착한 2개는 ii)가 되어 관세를 냈었고,
이번 미국 소포 건은 iii)이 걸린 셈이다
내일이나 모레 쯤 "aviso llegada"라고 부르는 세관 명의의 레터가 집에 도착할테니
그걸 들고 바라하스 공항 근처에 있는 세관에 가서 소포를 찾아와야 한다
이게 또 aviso 없이는 소포를 미리 찾을 수도 없어 -_-
다른 건 더 바라지도 않으니 aviso나 제대로 보내주었기를 바랄 뿐이다
스페인, 정말 싫어
12 March, 2012
doce de marzo
빌트인 오븐이 영 시원찮아보여서 스페인에서는 베이킹을 한 적이 없다
아날로그식 온도 조절에 기능도 roast와 broil, 단 둘 뿐이다
섭씨 온도도 헷갈리고 발효 할 때 쓰기 편한 warm 기능도 없으니 베이킹 할 엄두가 안 났었는데..
쿠키 후진국에서 살다보니 쫀득쫀득한 청키 초코칩 쿠키가 너무 먹고 싶은 거라 ㅠ
할 수 없이 오랜만에 미쿠 사이트를 뒤져 간단한 레시피를 골라냈다
'귀차니스트를 위한'이라는 제목이 붙는 "케익 믹스 쿠키 레시피" ♥
당장 베이킹파우더도 없고 파우더슈가도 없으니, 재료가 간단 할 수록 좋다
믹스는 여기서도 마트에 가면 betty crocker의 devil's food 정도는 살 수 있다 (4유로 미만)
쿠키 정도야 미세한 온도 조절이 불가능해도 눈대중으로 맞출 수 있으니까
케익 믹스로 만든 쿠키는 결과물이 아주 좋았다
좀 후진 오븐이지만 아주 못 쓰진 않겠다 싶어서 몇 가지 더 구워볼까 하고 보니
스페인에서의 베이킹을 가로막는 장애물은 사실 오븐이 아니라, 재료였다
스페인은 미국만큼 홈베이킹이 보편적인 나라가 아닌가보다
하긴, 패스트리의 예술을 모르는 니들이 무슨 놈의 홈베이킹이냐 -_- 본 게 없는 걸 -_-
미국 마트의 어마어마한 베이킹 섹션을 기대하면 안된다
애초에 밀가루 섹션도 작고, 초콜렛은 저기, 설탕은 윗층, 베이킹소다는 세제 섹션에...
마트를 빙빙 도는 것도 큰 일이지만 우선 스페인어 표현을 알아야 물어물어 찾기라도 할 수 있겠지
•unsalted butter (무염버터)
버터 코너에 가보면 적어도 한 브랜드 쯤 'sin sal'이라고 적힌 게 있다
물론 미국에서처럼 1 stick 용량으로 계량해 나눠져 있는 친절함은 기대하면 안된다
•all purpose flour (중력분)
다른 수식어 없이 harina de trigo라고 적힌 걸 사면 오케이
'candeal'이라고 적힌 것이 일반적으로 쓰는 하얀 빛깔의 refined flour
•bread flour (강력분)
harina de fuerza 라고 하고 대부분 커다란 빵이 그려져 있다 ㅋ
•cake flour (박력분)
이거슨 좀 고난이도 미션.. 직역한 표현은 harina floja 지만
마트에서는 'para repostería'라고 표기가 된 밀가루를 사고 박력분이라고 믿어야 한다
글루텐 함유량이 적은 것은 맞는데, soft silk 브랜드처럼 특화된 밀가루는 아닌듯
정 찝찝하면 전분이랑 섞어서 써야지 뭐
•corn starch (옥수수 전분)
전분은 원래 almidón
maizena(=maicena)라는 옥수수 전분 전문;;; 브랜드가 존재한다
그나마도 옥수수 외에 감자나 고구마 전분은 존재하지도 않는 듯
미국에서도 감자 전분은 아시안 마켓에서만 팔았으니, 여기서도 중국 마켓에 가면 있을 것 같다
밀가루 섹션에서 maizena를 찾는 걸 실패한 경우에는
carrefour의 alimentación internacional - argentina 코너로 가십쇼
•confectioner's sugar / powdered sugar (파우더 슈가)
20분 넘게 설탕 코너를 이 잡듯 뒤져 찾은 단 한 종류의 파우더 슈가는
azucarera 브랜드의 azúcar glace especial para repostería
불투명한 플라스틱 통에 담겨 있어 뜯어서 확인해 볼 수도 없었지만
뒷면에 희미하게 'icing sugar'라고 적혀있는 걸 보고 확신에 차 데리고 왔더니 성공!
•baking powder
royal 브랜드 제품은 친절하게도 영어로 적혀있으니 쉽게 살 수 있다
스페인어 표현은 levadura en polvo
이상한 표현이다.. levadura는 원래 yeast인데, 그럼 yeast는 뭐라고 하고 파는거야?
•baking soda
스페인 사람들은 요리 할 때 베이킹 소다를 전혀 쓰지 않거나
베이킹 파우더와 베이킹 소다의 근본적인 차이점을 모르는 멍청이가 분명하다
구글링을 해보면 나처럼 "대체 왜 마켓에서 베이킹 소다를 찾을 수가 없니?"라고 묻는
영미권 출신의 외국인들이 엄청나게 많다는 걸 알 수 있다
원어적 표현은 bicarbonato de sódico(soda) 이지만, 약국이나 병원에 가서나 써야 할 듯
결국 요리를 위한 베이킹 소다를 부를 수 있는 적절한 표현은 없다
단, 청소용품 섹션에 가보면 arm & hammer 같은 박스에 든 베이킹 소다가 있긴 한데,
이것 역시 마냥 levadura라고 부른다...
•yeast (효모)
위에서 언급한대로 levadura 라고 한다
dried yeast -levadura seca- 의 경우에는 밀가루 코너에서 팔고
fresh yeast는 버터나 크림치즈와 함께 냉장고 어딘가에 서식한다는 제보를 들었으나
아직 찾아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다 - 이스트 써야 하는 베이킹까지는 안 할 생각 ㅋ
•parchment paper
호일이나 랩을 파는 코너에 가보면 다양한 종류의 papel들이 있는데,
wax paper와 parchment paper가 다른 것과 마찬가지로 비슷한 듯 하면서 미묘하게 다르다
papel de horno 나 papel para hornear 로 사면 실패하지 않는다
10 March, 2012
diez de marzo
말도 안돼
5월 중순부터 7월 말까지, 두 달 넘게 한국에 있을 예정인데 그 사이에 결혼식 하나 없다니
하긴 작년 여름에도 들어가 있었지만, 아무도 결혼하지 않았다
한국 나이로 배스킨라빈스를 찍었는데 왜 내 친구들은 결혼하지 않나요 ㅠ_ㅠ
진심으로 자리에 참석해서 직접 축하해주고 선물을 전해주고 싶단 말이다
계좌 받아 송금하고 한국 온라인쇼핑몰에 주문해서 선물을 보내주는 건 정말 재미없어
대학 동기인 B군(31세/미혼)과 페북 채팅을 했다
학교 다닐 적만 해도 '누가 봐도 부산 남자'였던, 촌티를 채 못 벗은 복학생이었지만
서울 생활 오래 하고 번듯한 직장에 자리 잡으면서부터 사람이 되었다
무난한 성격, 무난한 외모, 무난한 학벌, 무난한 집안, 무난한 직장
이리저리 뜯어봐도 모난 구석 없는 무난한 신랑감이 되었다
자연스럽게 소개팅이 많이 들어오는 것 같고 나가기만 하면 백전 백승!!!
결혼적령기의 여성이라면 누구라도 공감하겠지만,
돈 많은 싸이코나 집안 좋은 옥동자보다 만나기 어려운 남자가 '무난한 남자'렸다
지금 만나고 있는 여자는 (구여친 평균보다 조금 많은) 29살이란다
나이가 차서 그런지 결혼하자는 농담을 많이 해서 부담스럽단다
캬, 이 배부른 남자 같으니라고
30대에 들어선 남자들은 여전히 예쁜 여자를 좋아하지만 예쁜 게 다가 아니라는 것도 알고 있다
경제적으로 자리잡기 시작한 자기들을 노리는 20대 중반 어린 녀성들이 많다는 것도 안다
맘만 먹으면 30대 중반을 넘어선 골드미스 누나들을 잡을 수 있다는 것도 안다
굳이 동갑내기 여성을 만나는 경우는 손해보는 장사라는 걸 무엇보다 잘 알고 있다
그래서 31세의 여자사람들은 게임이 되질 않는다
현재 남친도 없는 내 친구들은 어쩌란 말이야 ㅠㅠㅠㅠ
06 March, 2012
seis de marzo
컴 앞에 앉아있는 시간이 너무 긴 것 같아서 다른 (생산적인) 일을 해볼까 하고 눈을 돌려보지만
읽을 책도 마땅치 않고, 격렬하게 청소나 운동을 할 수도 없으니 이내 공황상태에 빠지게 된다
몇 권 안 되는 태교 및 임신/출산 관련 서적은 이미 다 뗀 지 오래되었고,
아이패드에 받아놓은 <먼나라 이웃나라> 시리즈도 다 읽었다
소싯 적에 1,200번은 읽은 터라 대사까지 알고 있는데도 또 읽었음 ㅠ
선물받은 <심야식당> 여덟 권도 세 번 씩 정독한 것 같다
폰 끼고 누워서 뒹구는 것 보다 차라리 TV를 보는 게 더 '생산적'일 것 같지만
안타깝게도 우리집엔 TV는 모니터 일 뿐, 채널이 연결되어 있지 않다
42인치 사이즈 LED, 비싼 모니터
미국에서 모셔오는 바람에 전송방식이 유럽 기준에 맞지 않아 (미국: NTSC, 유럽: PAL)
방송을 수신하려면 AV 컨버터를 구입해서 설치해야 했지만
'어차피 들리지도 않는 스페인어 방송, 비싼 돈 주고 뭐하러 봐'라고 판단해서 반려
비싼 TV군께서는 다운받은 영상 파일만 돌리는 모니터군으로 제 역할을 변경하셔야 했다
축구채널이라도 볼 수 있으면 가입을 할까 했지만,
약아빠진 스페인 방송국들은 la liga를 비롯한 주요 리그 경기를 한 채널에 몰아놓고
기본 채널도 아닌, 추가 비용을 내야 하는 선택 채널로 편성을 해놓았다
더군다나 위성 채널!!! 접시를 달아야 해!!!
그래서 '스페인에 가면 축구를 실컷 보겠지~'라던 우리의 부푼 꿈은 물거품이 되고...
신의 은총으로 인터넷은 제법 빨라 다운 받는 건 문제 없다
(막상 난 제대로 할 줄 모르지만 오빠가 빼놓지 않고 다 받아주니까 ㅋㅋㅋ)
수요일엔 <라스> <해품달>, 목요일엔 <해투3>, 금요일엔 <보코>, 토요일엔 <무도>,
일요일엔 <케이팝스타> <런닝맨>...
여기에 <walking dead>, <spartacus>, <hawaii five-0> 등등 미드 몇 편
간간히 영화나 다큐를 다운 받아서 보는 게 우리 부부의 낙이다
그래도 가끔, 혼자 있어 집이 너무 적막할 때 TV 소리라도 들리면 좋을텐데.. 라고 생각하지만
전기 잡아먹는 2kw 변압기를 하루종일 돌릴 수도 없는 노릇이지 :-(
btw, 방송국들이 죄다 파업을 해서 TV군이 무한 침묵을 지키고 있는 요즘은 너무 슬프다
재방도 본방도 광고도 없는 우리는 너무 외로워요 ㅠ_ㅠ
02 March, 2012
dos de marzo
"baby on board" (아기가 타고 있음)
"bebé a bordo" (아기가 타고 있음)
"baby in (the) car" (차 속에 들어있는 아기)
미국에 있을 때 미쿠에서 "baby in the car" 패러디 게시물을 보고 빵 터졌다가
한국에 갔을 때 정말로 저렇게 써붙인 차들이 돌아다니는 걸 보고 얼마나 웃었는지 모른다
물론 아기가 있는 내 친구들 중에도 저 표지를 붙이고 다니는 이들이 있겠지마는..
웃긴 건 웃긴 거고 틀린 건 틀린 거지 =_=

safety 1st에서 나오는 미국 정식 규격 "baby on board" 표지판을 구입했다
노란 마름모 꼴에 검은 글씨, 미국 어디서나 볼 수 있는 그것
(핑크나 하늘색도 파는데, 달곰이 성별을 모르니 원..)

콩글리쉬 "baby in car" 역시 디자인은 대부분 비슷비슷하다
베낀 거니까 당연하겠지
이게 왜 틀렸나고 반문한다면 달리 할 말이 없다, 그냥 이상한 표현이니까
"차 속에 있는 아기", 물론 이걸로도 차 속에 아기가 있다는 의미는 전달 할 수 있겠지만
우리말로도 "차 속에 아기"가 아니라, "아기가 타고 있어요" 라고 표현하잖아
그런 차이다
"baby in car"는 문법적으로 오류가 있는 건 아니지만, 상황에 적합한 표현은 아니라는 것
이런 웃기는 표지판을 만들어 낸 건 다름아닌 방사능국 원숭이들이다
일본식으로 뒤틀린 영어표현이 우리나라로 그대로 들어온 것
영어에 취약한 한국 사람들에게는 "baby on board"라는 관용어구 표현 보다는
"baby in car"라는 직관적(?)이고 저차원적인 표현이 더 빨리 눈에 들어왔던 거지
근데, 영어권에서 오리지널 표지를 본 적이 있는 사람을 제외하고 대부분이
"baby in car"의 표현 자체의 오류는 간파하지 못하면서 자꾸 문법을 들먹이더라 ㅋㅋㅋ
왜 baby 앞에 a가 없냐고
car 앞에 the를 붙이는 게 옳으냐
안쓰럽다, 중학교 때 성문기초영어 관사편을 너무 열심히 공부하셨어 들 ㅠ_ㅠ
(네이년에서 검색해봤다가 빵 터졌음 ㅋㅋㅋ)
스페인어 표현으로는 "bebé a bordo", 영어 표현과 동일하다
여기서 주로 쓸테니까 스페인어로 쓰인 걸 사는 편이 덜 위험할 것 같지만
(i 영어를 해석하지 못하는 운전자를 만난 경우, ii 한눈에 외국인으로 낙인 찍히는 경우?)
붙이고 다니는 차들은 간간히 보이는데 막상 어디서 파는지 모르겠다
이럴 땐 그냥 만만하게 미국 아마존에서 주문을 하는 거다 ㅋㅋㅋ
정 스페인어 표지가 필요하다고 판단이 되면, 미국에서 파는 히스패닉 용을 사면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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