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March, 2012

veinte de marzo




드디어 미국에서부터 날아온 소포를 찾아왔다
aviso가 날아온 건 지난 토요일, 어제는 쉬는 날(el día de padres)이라 패스하고
오늘 아침 일찍 일어나서 준비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출발했다
그래.. 집을 나설 때만 해도 발걸음이 가벼웠지..
지난 주 내내 초여름처럼 더운 날씨가 이어지더니만 오늘은 다시 겨울로 돌아간 듯 하다
내가 찾아가야 하는 세관 품목 관련 우체국은 주소가 엉망이라
(스페인은 주소체계가 잘 안 되어 있어 외곽으로 나가면 길 이름만 있고 번지수가 없는 주소가 많다)
GPS에 무작정 길 이름만 찍고 찾아가는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내가 도착한 calle de trespaderne에는 세관도, 우체국도 없더라고
후미진 골목에 구멍가게 몇 개와 구질구질한 맨션들이 줄지어 있는 음산한 동네였다 ㅠ
큰 길로 나와 로똔다 몇 개를 돌다보니 centro de carga aérea라는 표지판이 보인다
저 곳이 바로 내가 가고자 하는 "마드리드 세관"!!!
calle de trespaderne랑은 아무 상관도 없는 곳에 있잖아 ㅠㅠㅠ
소포 찾기 후기에서 많이 봤던 커다란 유리 건물의 세관 앞 주차장에 차를 세웠다
음, 근데 우체국은 어디지?
i) 우체국의 aduana 관련 사무실에서 aviso를 제출하고 송장 원본을 받는다
ii) 세관으로 가서 (관세를 물고) 송장 원본에 통관 도장을 받는다
iii) 다시 우체국으로 돌아가 aviso와 송장을 보여주고 보관료(5유로)를 내고 소포를 수령한다
그러므로 세관보다는 우체국부터 찾아야 한다
지나가는 세관 직원을 붙들고 물어보니 친절하게 골목까지 인도해주심
세관 주차장과 우체국 사이는 겨우 걸어서 5분 거리, 그치만 오늘은 너무 추웠다 ㅠ
오늘 가장 오랜 시간을 잡아먹은 건 아마 '우체국에서 송장 받는 미션'
일하는 직원은 한 명인데, 기다리는 사람은 수십 명이고
나처럼 달랑 하나 찾으러 온 사람 보다는 여러 개 씩 찾으러 온 회사 직원들이 많더라
aviso를 제출하고 25분을 기다리니 내 송장이 나왔다



뙇!



"total value : 250 USD"



오.. 씨벨레스.. 지쟈스 크라이스트.. C언니는 대체 왜 정직하게 쓴 거야?!?
이 망할 놈의 소포가 세관에 걸릴 만도 하네
신발 한 켤레에 200불이라고 적어놨으니 그걸 봐주는 사람이 세상 어디에 있겠어
찢어버리고 싶은 송장을 움켜쥐고 세관으로 이동하면서 치밀한 작전을 짰다
'미국에서 살다 왔는데.. 친구네 집에 물건을 몇 개 두고 왔다.. 친구가 보내준건데..
보험에 드느라 본래 가격을 적을 수 밖에 없었지만.. 사실 이건 다 쓰던 물건이다 등등등..'
(글이 너무 길어지니 결론으로 건너뛰자)
여차저차 마음씨 좋게 생긴 남자 직원에게 불쌍한 표정으로 징징대며
쓰던 물건인데 어떻게 안 되겠니?를 수십 번 외친 끝에 나는 면세 도장을 받았다
너무 갑자기 +  흔쾌히 면세 도장을 찍어줘서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정확히 판단이 안 섰지만
직원이 혹시나 맘을 바꿀까봐 문워킹으로 사무실을 빠져나와 우체국으로 달렸다
그리고 내 손에는 보관료 5유로와 맞바꾼 소중한 나의 소포님하,
오랜만이라 너무 반가운 USPS priority flat-rate medium box가 들려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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