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March, 2012

trece de marzo




새벽녘부터 잠을 설치고 불쾌한 기분으로 하루를 시작했는데
밀린 설거지더미보다 더 기분 나쁜 일이 기다리고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내가 가진 힐들은 전부 킬힐, 기본 9cm라는 높은 수준을 자랑하기 때문에
신을 수 있는 신발이 운동화와 플랫슈즈로 한정되어, 몇 켤레를 가지고 돌려 신는 상황이다
매일같이 당바닥에 붙어있자니 옷태도 안 살고 -몸매도 망가져가는데!- 자존심도 하락;
너무 높지 않은 웻지라면 신을 수 있지 않을까 해서
고민 끝에 ash에서 나오는 약 6cm 높이의 genial sneakers를 사기로 했다
ash는 이태리브랜드라, 유럽에 설마 매장이 없겠어? 라고 안일하게 생각했지만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스페인, 마드리드에는 매장이 한 곳도 없다
유일한 플래그쉽 스토어는 620km 떨어진 바르셀로나에 있군요!
여기서 구입하는 건 일찌감치 포기하고 영국에 주문하기로 마음 먹었다
영국 ash의 온라인 스토어도 있고, amazon.co.uk에 주문해도 스페인까지 배송 해준다
리턴이나 후처치를 대비해서 아마존에 주문을 넣었더니
내 미국 태생의 데빗카드가 'not verified'라며 주문이 취소가 되질 않나 -_-
영국 사이트에서 제대로 결제가 안 되는 미국 카드들이 많은 건 알고 있으니 뭐 그러려니 했다

그러던 중, 미국 bloomingdales.com에 마침 찾아 헤메던 검은색 가죽 모델이 들어왔네!
내 사이즈(EU37)는 빛의 속도로 품절되는 아이템이라
손을 바들바들 떨며 카드 정보를 기입하고 C언니네로 배송 신청을 하고 주문 완료
레어템 중의 레어템, 37사이즈 블랙 레더 주문에 성공한 뿌듯한 마음으로
그 날 밤에는 ash를 신고 마드리드 거리를 뛰어다니는 꿈까지 꿨는데...
다음 날 주문이 취소됐다 -_-
블루밍에 무려 국제전화를 걸어서 따졌더니 내 카드가 안 먹는다나?
빌링이 틀린 것도 아니고 카드가 막힌 것도 아닌데!!!
혹시 몰라 PNC Bank에 전화해서 "내 카드에 문제 있니? 블라 블라~" 확인까지 해봤지만
문제가 있는 건 내가 아니라, 내 카드가 아니라, 블루밍이다 블루밍 -_-
내가 주문했던 37사이즈는 다시 스탁으로 되돌아왔고
품절될까 두려웠던 나는 자고 있는 C언니를 득달같이 깨워 대리 주문을 부탁했다
C언니의 BoA 카드는 무난하게 주문을 성공시켰고
귀하디 귀한 애증의 ash는 C언니네 집으로 무사히 배달되었다

여기까지는 어쨌거나 해피엔딩이었지?



손 큰 C언니는 신발 외에 이것 저것을 얹어서 소포를 싸 신속하게 마드리드로 부쳐주었다
EMS가 아닌 (좀 더 저렴한) priority international로 보냈다길래
관세도 별로 안 물겠구나~ 하고 기쁜 마음으로 소포가 도착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오늘 아침 '불길한 기분'으로 트래킹을 해보니 세관에 걸.려.있.다
마드리드에 온 뒤로 소포를 8개 쯤 받았지만 그 중에 관세를 냈던 건 2개 뿐이라
나름 나의 운이 좋은 편이라 자부하고 있었는데 ㅠ
막상 남들은 잘 걸리지도 않는 "세관 방문하기" 벌칙이 주어지다니 ㅠ

스페인에서 해외 소포를 관리하는 방식은 대충 다음 세 가지
i) 그냥 잘 가져다준다
ii) 집까지 가져다주지만 임의로 책정한 관세를 '무조건' 물린다
iii) 세관으로 직접 방문해서 관세 및 보관료를 물고 찾아가라는 '레터'를 날린다

작년까지는 i)번으로 잘 막았는데, 올해 도착한 2개는 ii)가 되어 관세를 냈었고,
이번 미국 소포 건은 iii)이 걸린 셈이다
내일이나 모레 쯤 "aviso llegada"라고 부르는 세관 명의의 레터가 집에 도착할테니
그걸 들고 바라하스 공항 근처에 있는 세관에 가서 소포를 찾아와야 한다
이게 또 aviso 없이는 소포를 미리 찾을 수도 없어 -_-
다른 건 더 바라지도 않으니 aviso나 제대로 보내주었기를 바랄 뿐이다

스페인, 정말 싫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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