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 March, 2012
veinte y ocho de marzo
스페인에 온 지 6개월이 넘어서야, NIE 카드를 받은 지 5개월이 되어서야
우리는 드디어 한국 운전면허증을 스페인 운전면허증으로 교환, 발급 받았다
게을러 정말 ㅋㅋㅋ
평일 중에 오빠가 시간을 내기도 어렵고, 추운 겨울에 길바닥에서 벌벌 떨고 싶지 않았고,
그러던 중에 임신으로 모르는 길 쉽게 나설 수 없게 되었고, 뭐 그런 이유? ㅋㅋ
4월 중으로 자동차 보험회사에 스페인 운전면허 사본을 제출해야 하는 조건이 걸려 있어서
이태리 가기 전에 신청하자고 다짐하고 오늘을 d-day로 잡았다
스페인으로 오는 한국인 대부분이 (현지 면허가 굳이 필요 없는) 나이 어린 연수생이라
실제로 면허 교환을 하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다
인터넷 검색을 해봐도 2010년 이후에 작성된 후기는 거의 찾을 수 없고
블로그 포스트 대부분이 대사관에서 제공하는 기본적인 정보의 ctrl c + ctrl v
그나마도 오래된 정보라 그 사이에 수수료도 많이 올랐는데 ㅠ.ㅠ
IE 선배들 중에 이거 하나 제대로 정리해둔 사람이 없다는 것도 안습이다
울 오빠와 마찬가지로 스페인어 문맹이라 이런 일 마다 고통받는 사람들이 많을텐데..
여튼 정확한 위치나 과정을 모르는 상태로 부딫힌 만큼,
삽질까지는 아니라도 불필요한 시간 낭비와 발품을 많이 팔아야 했다
한국 면허를 스페인 면허로 교환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은,
i) NIE 카드 - 번호만 받은 상태는 결격 - 를 득템한 자
ii) NIE 카드의 개시일자 이전에 발급 받은 한국의 운전면허증을 가지고 있는 자
개시일자는 비자를 지참한 사람의 스페인 입국일과 같다 (카드 신청 or 발급일이 아님)
i)과 ii)를 만족한 사람은 대한민국 대사관 민원실로 가서
한국 운전면허증의 스페인어 번역 공증을 받는데, 민원실 사정에 따라 1~2시간이나 걸리니까
아침 일찍 가서 신청하고 죽치고 앉아 기다렸다가 받아오는 편이 좋다
(대사관 돋게 오전에만 민원 업무를 봐주니까)
NIE 카드를 가진 자 만이 은혜를 받을 수 있으니, 여권/NIE/운전면허증을 전부 지참해야 함
난 이걸 지난해 11월에 미리 받아놨었는데.. 서류 유효기간은 딱히 없나보다
수수료는 1건 당 3.20유로 였다
그럼 이제 본격적인 RPG에 나서기 전에 장비 점검을 해야지
‧ NIE 카드 원본
‧ NIE 카드 앞/뒷면 사본 1장
‧ 한국 운전면허증 원본
‧ 한국 운전면허증 앞/뒷면 사본 1장
‧ 증명사진 2매 (반명함판 사이즈)
‧ 대사관이 발급한 운전면허 번역공증 확인서 원본
‧ (NIE와 현재 주소가 일치하지 않는 사람에 한해서) 주소가 명시된 empadronamiento
혹시나 해서 여권과 여권 사본도 들고 갔지만 전혀 보지 않았고
NIE와 한국 운전면허증 사본은 흔히 알려진 2장이 아니라, 1장이면 충분하다
이제 장비를 주섬주섬 챙기고 먼저 신체적성검사를 받으러 갔다가,
교통국으로 가서 운전면허 교환 신청을 하는 일정으로 움직이도록 한다
내가 갔던 교통국(jefatura provincial de tráfico)은 c/ arturo soria 125에 위치
125번지와 143번지, 두 건물에 나눠져 있는데 교환(canjes) 업무는 125번지에서 담당한다
워낙 주차하기 어렵기로 유명한 길이라 처음부터 스트릿파킹은 포기하고
골목 3개 거리에 있는 arturo soria plaza 주차장을 이용했다
아래는 내가 생각하는 the best procedure ♥
이대로만 했더라도 최소 1시간은 세이브 할 수 있었을텐데..
우리는 처음에 4층, 다시 1층, 다시 4층, 다시 1층, 클리닉, 다시 1층, 결국 4층 -_-
⓵
교통국 건너편 길가에는 centro médico y psicotécnico del conducción
이라고 써붙인 자그마한 사설 적성검사소가 바글바글 하다
가격비교를 해보지는 않았지만 이미 카르텔이 형성되어 있을 것이라 믿고, 수수료는 인당 40유로
접수처에 NIE를 제출하며 "para canje de permiso de conducción"이라고 말해둔다
신규발급자와 교환신청자의 적성검사 항목이 다르기 때문
간단한 인적사항을 적고나서 수수료를 지불한 뒤 첫번째 검사관을 만난다
나이, 병력, 알콜 섭취 및 흡연 빈도수, 키, 몸무게 등을 질문하고
양안 시력을 잰 뒤 교정시력인지 운전 중에 어떤 교정기(안경 or 렌즈)를 착용하는지 확인한다
두번째 검사관이 기다리고 있는 방으로 간다
인적사항을 확인하고 나서 정체불명의 검사를 받는다
검사관 말로는 플레이스테이션보다 쉽고, 실제로는 플레이스테이션보다 어렵다
그냥 공간지각력을 테스트하는 전자게임이랄까
(나는 30,000점까지 통과하는 테스트를 불과 1,500점으로 통과하고 극찬을 받음;;)
검사자가 웹캠으로 즉석에서 얼굴사진을 찍고 적성검사서를 발급해주면 끗
간단해보이는 검사 같지만 실제로 대기시간이나 문진시간이 길다
우리는 둘이 한 명씩 하다보니까 클리닉에서만 거의 1시간이 소요되었는데,
certificado médico의 유효기간은 90일이니 시간 날 때 미리 받아두는 것도 좋겠다
⓶
값비싼 적성검사서를 품에 안고 c/ arturo soria 125번지로 향한다
1층(B층 X) 넓다란 방의 왼쪽 'canjes para extranjeros' 창구에 줄을 선다
한국인이고 면허 교환을 하고 싶다고 하면 마데인대사관 번역공증서를 가지고 있냐 등의
간단한 확인을 하고나서 종이 3장과 번호표를 준다*
먹지가 붙어있는 종이는 신청서(solicitud)이고 나머지는 그냥 그런 잡다한 것들
세 장 모두 작성을 하고 firma 표시 된 곳에 싸인을 휘갈겨 줄 것
⓷
신청서를 받고 돌아서면 저멀리 건너편에 caja 창구들이 보인다
(작성된) 신청서를 내밀면 수수료 26.60유로를 지불하라고 하는데,
현금 뿐만 아니라 카드로도 낼 수 있으니까 미리 "카드로 지불하겠어요"라고 말해야 함
신청서 중간에 수수료가 지불되었다는 도장을 찍어준다
⓸
엘리베이터를 타고 4층으로 올라가면 canjes에 관련된 업무를 처리하는 사무실이 있다
1층에서 받은 번호표는 4층에서의 대기번호이기 때문에,
신청서를 작성하고 수수료를 내는 중간에 땡땡이를 치거나 굼뜨게 행동했다가는
4층에 도착해서 내 번호가 이미 지나가버린 걸 확인하고 땅을 칠 수 있음**
오전 10시 반 경 처음 4층에 올라갔을 때는 대기자가 1~2명 뿐이었는데,
12시가 되어서는 어림잡아 30명 정도가 앉아있었다
그 외에도 아직 안 올라온 사람, 수수료 내고 있는 사람, 클리닉에 간 사람 등등을 더하면
최소한 40명 정도가 내 앞에 있다는 얘기 -_-
그러므로 뭐든 관공서 업무는 아침 일찍 가는 게 좋은 법이다
⓹
내 번호가 호명되고 창구로 가면 고이고이 간직해둔 무기를 죄다 풀어놓는다***
태어난 곳이 어디니, 집 주소가 어떻게 되니, 전화번호는? 등등 몇 가지 질문에 대답을 하고
3개월 짜리 임시면허 종이쪼가리를 받는다
본 면허증은 2~3주 내로 우편으로 날아온다고 하니 주소를 정확히 알려줄 것
NIE 카드는 돌려받지만 한국 운전면허증은 여기서 이만 빠이빠이-
나중에 스페인 면허증을 가지고 오면 한국 면허증을 돌려받을 수 있다고는 하지만,
대체 누가 10년 짜리 EU 운전면허증을 도로 토해내겠어?
한국 면허야 귀국 했을 때 분실신고 하고 새로 발급받으면 되는 것을 ㅎㅎ
(기존 면허를 맡겨두고 새 면허를 받는다고 스페인 면허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는 본 적 없음)
*
신청서(solicitud o impreso)는 교통국 홈페이지에서 다운 받을 수 있다
http://www.dgt.es/portal/gl/oficina_virtual/conductores/canje_permisos/
오른쪽 리스트 세번째 'corea'를 클릭하면 화면 맨 아래 impreso 링크가 뜬다
그러나 그저 신청서 뿐, 신청서와 함께 제출해야 하는 다른 두 장의 서류(declaraciónes)
는 올라와있지 않으니까 그냥 창구에서 한꺼번에 받는 게 낫다
**
우리는 삽질 덕분에 당연히 번호를 놓쳤고 1층으로 돌아가 새 번호를 받으려 했다
그러나 1층 창구직원은 그냥 올라가서 먼저 하라는 거다
아니, 수십 명이 도끼눈을 하고 앉아 기다리고 있는데 뭘 어떻게 먼저 하라는 거야?!?
라고 궁시렁거리면서도 그대로 올라가 재빨리 주변 스캔 후 빈 창구로 돌진
근데 정말 지나간 번호를 찾아서 받아주더라고
대기실에 있던 성질 나쁜 남자가 쫒아와 소리지르며 항의했지만 직원에게 뺀지 먹음
덕분에 우리는 2시간은 족히 걸릴 대기시간 없이 여유롭게 업무를 보았다
***
네이년 블로그를 검색해보면 certificado de extranjeria에 대한 내용을 볼 수 있다
2000년 이후에 발급 받은 한국 면허의 경우에 외국인관리소에서 신원증명서를 받아오라는 건데,
이건 현재에는 전혀 유효하지 않은 정보니 깔끔히 무시하길
NIE만 있으면 여권도 보지 않는데, 이런 서류는 창구 직원들도 존재를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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