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March, 2012
doce de marzo
빌트인 오븐이 영 시원찮아보여서 스페인에서는 베이킹을 한 적이 없다
아날로그식 온도 조절에 기능도 roast와 broil, 단 둘 뿐이다
섭씨 온도도 헷갈리고 발효 할 때 쓰기 편한 warm 기능도 없으니 베이킹 할 엄두가 안 났었는데..
쿠키 후진국에서 살다보니 쫀득쫀득한 청키 초코칩 쿠키가 너무 먹고 싶은 거라 ㅠ
할 수 없이 오랜만에 미쿠 사이트를 뒤져 간단한 레시피를 골라냈다
'귀차니스트를 위한'이라는 제목이 붙는 "케익 믹스 쿠키 레시피" ♥
당장 베이킹파우더도 없고 파우더슈가도 없으니, 재료가 간단 할 수록 좋다
믹스는 여기서도 마트에 가면 betty crocker의 devil's food 정도는 살 수 있다 (4유로 미만)
쿠키 정도야 미세한 온도 조절이 불가능해도 눈대중으로 맞출 수 있으니까
케익 믹스로 만든 쿠키는 결과물이 아주 좋았다
좀 후진 오븐이지만 아주 못 쓰진 않겠다 싶어서 몇 가지 더 구워볼까 하고 보니
스페인에서의 베이킹을 가로막는 장애물은 사실 오븐이 아니라, 재료였다
스페인은 미국만큼 홈베이킹이 보편적인 나라가 아닌가보다
하긴, 패스트리의 예술을 모르는 니들이 무슨 놈의 홈베이킹이냐 -_- 본 게 없는 걸 -_-
미국 마트의 어마어마한 베이킹 섹션을 기대하면 안된다
애초에 밀가루 섹션도 작고, 초콜렛은 저기, 설탕은 윗층, 베이킹소다는 세제 섹션에...
마트를 빙빙 도는 것도 큰 일이지만 우선 스페인어 표현을 알아야 물어물어 찾기라도 할 수 있겠지
•unsalted butter (무염버터)
버터 코너에 가보면 적어도 한 브랜드 쯤 'sin sal'이라고 적힌 게 있다
물론 미국에서처럼 1 stick 용량으로 계량해 나눠져 있는 친절함은 기대하면 안된다
•all purpose flour (중력분)
다른 수식어 없이 harina de trigo라고 적힌 걸 사면 오케이
'candeal'이라고 적힌 것이 일반적으로 쓰는 하얀 빛깔의 refined flour
•bread flour (강력분)
harina de fuerza 라고 하고 대부분 커다란 빵이 그려져 있다 ㅋ
•cake flour (박력분)
이거슨 좀 고난이도 미션.. 직역한 표현은 harina floja 지만
마트에서는 'para repostería'라고 표기가 된 밀가루를 사고 박력분이라고 믿어야 한다
글루텐 함유량이 적은 것은 맞는데, soft silk 브랜드처럼 특화된 밀가루는 아닌듯
정 찝찝하면 전분이랑 섞어서 써야지 뭐
•corn starch (옥수수 전분)
전분은 원래 almidón
maizena(=maicena)라는 옥수수 전분 전문;;; 브랜드가 존재한다
그나마도 옥수수 외에 감자나 고구마 전분은 존재하지도 않는 듯
미국에서도 감자 전분은 아시안 마켓에서만 팔았으니, 여기서도 중국 마켓에 가면 있을 것 같다
밀가루 섹션에서 maizena를 찾는 걸 실패한 경우에는
carrefour의 alimentación internacional - argentina 코너로 가십쇼
•confectioner's sugar / powdered sugar (파우더 슈가)
20분 넘게 설탕 코너를 이 잡듯 뒤져 찾은 단 한 종류의 파우더 슈가는
azucarera 브랜드의 azúcar glace especial para repostería
불투명한 플라스틱 통에 담겨 있어 뜯어서 확인해 볼 수도 없었지만
뒷면에 희미하게 'icing sugar'라고 적혀있는 걸 보고 확신에 차 데리고 왔더니 성공!
•baking powder
royal 브랜드 제품은 친절하게도 영어로 적혀있으니 쉽게 살 수 있다
스페인어 표현은 levadura en polvo
이상한 표현이다.. levadura는 원래 yeast인데, 그럼 yeast는 뭐라고 하고 파는거야?
•baking soda
스페인 사람들은 요리 할 때 베이킹 소다를 전혀 쓰지 않거나
베이킹 파우더와 베이킹 소다의 근본적인 차이점을 모르는 멍청이가 분명하다
구글링을 해보면 나처럼 "대체 왜 마켓에서 베이킹 소다를 찾을 수가 없니?"라고 묻는
영미권 출신의 외국인들이 엄청나게 많다는 걸 알 수 있다
원어적 표현은 bicarbonato de sódico(soda) 이지만, 약국이나 병원에 가서나 써야 할 듯
결국 요리를 위한 베이킹 소다를 부를 수 있는 적절한 표현은 없다
단, 청소용품 섹션에 가보면 arm & hammer 같은 박스에 든 베이킹 소다가 있긴 한데,
이것 역시 마냥 levadura라고 부른다...
•yeast (효모)
위에서 언급한대로 levadura 라고 한다
dried yeast -levadura seca- 의 경우에는 밀가루 코너에서 팔고
fresh yeast는 버터나 크림치즈와 함께 냉장고 어딘가에 서식한다는 제보를 들었으나
아직 찾아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다 - 이스트 써야 하는 베이킹까지는 안 할 생각 ㅋ
•parchment paper
호일이나 랩을 파는 코너에 가보면 다양한 종류의 papel들이 있는데,
wax paper와 parchment paper가 다른 것과 마찬가지로 비슷한 듯 하면서 미묘하게 다르다
papel de horno 나 papel para hornear 로 사면 실패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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