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 February, 2012

veinte y nueve de febrero




(4년 만에 돌아온 29일인가? 뭐 그래서 어쩌라고)



어제-오늘에 걸쳐서 혈액 및 소변검사를 받았다
'검사를 받았다'라는 표현은 적당치 않은 듯, 그저 내 피와 오줌을 갖다 바쳤을 뿐이니까
2월 16일 check-up을 갔을 때, 3월 1일 전 까지 이런 저런 검사를 받으라는 미션을 받았다
검사지 항목을 들여다보니 풍진, 간염 등 항체 검사, HIV 검사, 소변 검사 등등
한국에서 흔히 '산전검사'라고 부르는 그런 것인 모양이다
차일피일 미루고 미루다 결국 날짜의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어제(28일) 병원 방문
혈액검사는 병원 1층 lab에서 하는데 여긴 따로 예약을 받지 않아 줄 서서 기다려야 했다
내 차례가 되어 주사실에 들어갔더니 소변검사를 한 적이 있는지를 묻는다
자가임신확인을 하고 처음 병원에 갔을 때도 소변검사는 안 해주던데?
우선 피를 두 통 뽑더니 소변통을 주면서 "내일 아침 첫 소변을 받아와"라고 한다
"내일 다시 오라고?"
"응 첫 소변을 이만큼만 받아오면 돼"
아니 이게 무슨 효율이라는 걸 모르는 시스템이람
집과 병원이 가깝긴 하지만, 좁은 주차장에 차 넣고 빼는 것도 일이고 주차비도 내야 하고 -_-
민망하게 생긴 소변통 하나 받아들고 병원을 나섰다

el corte inglés 1층 para farmacia로 발걸음을 총총
지난 주부터 배와 옆구리, 허벅지 부분에 소양증으로 의심되는 빨간 좁쌀이 퍼지고 있어서
보습을 강화할 겸 이젠 정말 튼살방지제품을 바르자! 라고 다짐
무난하게 clarins의 오일과 stretch mark control cream을 사서 바르려고 했는데
스페인으로 오일은 수입되지 않는다고 하네 0_0
A언니가 추천한 독일제 frei라는 브랜드도 여기서는 찾을 수 없고, 미제 plagentra도 없고
대충 서치해보니 weleda의 튼살방지오일도 평이 괜찮은 것 같다
weleda는 디자인은 참 구리지만 믿을 만한 유기농 친환경 브랜드, 그리고 별로 비싸지 않다
아낌없이 팍팍 바를 생각을 하면 비싸고 구하기 힘든 건 도움이 안 되겠지
스페인식 제품명은 'aceite para masaje antiestrías'
100ml에 가격은 20유로 정도
집에 와서 테스트해보니 아주 약한 아몬드향에 발림성도 좋다 (병은 구리다)
더이상 고민할 것 없이 오일은 이걸로 정착하고, 후기 들어서면 클라란스 크림을 덧발라줘야지



그리고 오늘 새벽같이 소변을 채집하고
밀봉했지만 찝찝한 소변통을 가방에 넣고 다시 병원 행
오늘은 lab 앞에 줄이 없더라 - 소변통을 제출하니 3월 7일 이후에 결과를 받으러 오란다
"또 오라고? 여기로?"
주치의에게 결과를 곧장 쏴준다던지 우편으로 보내주는 서비스는 없는 거니..

신경질이 나서 쇼핑으로 화풀이나 할 겸 다시 백화점으로 차를 돌렸다
이번 행선지는 lancome 매장 ㅋㅋ
어제 우연히 인터넷에서 본 봄 신상품들이 너무 예뻐서, 더군다나 limited edition!!!
가장 아끼는 308 립스틱을 변기에 빠뜨리고 공황상태가 계속되었기 때문에
그 빈 자리를 채워줄 대단한 립스틱이 절실히 필요했다
스페인의 화장품 매장녀들은 쿨하게 손님에게 신경을 안 써서 테스트하기 편하긴 한데
너무 신경을 안 쓰는 나머지 리무버나 티슈도 안 주고 손거울도 딱히 없다;;
하나 골라서 계산하려니 29유로, 현재 환율로 치면 44000원 정도?
... 4만원 짜리 립스틱인데 ㅠ_ㅠ
여기서는 뭘 사도 항상 손해보는 느낌이다



28 February, 2012

veinte y ocho de febrero




할머니, 9월이면 할머니의 외증손자가 한 명 더 태어나요
갓난쟁이 때 부터 할머니 손으로 키워놓은 꼭지도 할머니처럼, 엄마처럼, 엄마가 된답니다
지금 어디서 무얼 하고 사느냐고 궁금하시죠
왜 이렇게 오랫동안 찾아오지 않느냐고요
죄송해요, 이번 봄에 한국 들어가면 제일 먼저 찾아뵐께요
달곰이가 외증조할머니께 첫 인사 드려야 하니까요
그때 쯤이면 배도 볼록 나왔을테니까, 모습이 어색해도 놀라지 말아주세요 ㅎㅎ
항상 소녀같은 엄마도 이제 '외할머니'라는 타이틀을 갖게 되었어요
과연 엄마가, 할머니 만큼 조건 없는 무한대의 사랑을 손주에게 베풀 수 있을까요?
할머니, 사실 난 그 점에 있어서는 좀 걱정돼 ㅋㅋㅋ
엄마가 좀 계산적이잖아 ㅋㅋㅋ 달곰이 맡긴다고 하면 막 화 낼 것 같거든 ㅋㅋㅋ
막상 엄마는 할머니한테 학교 다니는 우리 맡기고 유럽여행 다녀오고 그랬으면서 ㅋㅋㅋ
난 뭐 그때 좋았어요, 할머니 도시락 먹는 거 신났거든
방앗간에서 방금 뽑은 가래떡 사다가 같이 꿀 찍어 먹는 것도 너무 좋았구
우리 엄마가 달곰이에게 물질적인 원조 뿐.만.아.니.라 그런 소소한 사랑을 가르쳐줬으면 좋겠어
할머니의 첫 외증손자가 아마 한씨 가족 첫째 딸이지요?
증손자가 생겼을 때 기분이 어떠셨어요?
할머니가 이룩한 4대에 걸친 거대한 가족을 보는 기분이 어떠셨을지 궁금해요
나는 나 결혼하는 모습을 할머니께 못 보여드린 게 마음 속 큰 바위가 되어 박혀버렸어요
웨딩드레스 입고 버진로드를 걸어가는 모습을 할머니만 못 봤잖아..
결국 할머니께 손주사위랑 달곰이도 인사시키지 못 했어
그런 점에 있어서는 나보다 20살이 더 많은 J언니가 너무 부럽네요 =_=

할머니, 나 있쟈나, 사실 요즘 좀 힘들어
미국에 있을 때 보다 훨씬 더 한국에 가고 싶고 가족들이 너무 보고 싶어요
아는 사람 하나 없어서 일주일에 5일은 약속도 없이 집에만 처박혀 있는 게 예사인데
이렇게 심심하게 지내면 달곰이에게도 별로 안 좋을 거야
내가 어릴 때 그랬던 것 처럼, 우리 달곰이도 외할머니가 놀아줬으면 좋겠는데 말이죠
그런 생각을 하면 어린 시절이 사무치게 그리워지면서 가족 품으로 돌아가고 싶은 거야
타임슬립을 하지 않는 이상 나의 어린 시절로 돌아갈 수는 없으니까
적어도 내가 받았던 사랑 만큼 달곰이의 어린 시절을 채워주고 싶다고나 할까
그러려면 따뜻하고 인자한 외할머니와 이모, 삼촌 같은 등장인물들이 많이 필요하잖아
(난 정말 할아버지에 대한 기억은 전혀 없나봐?!)

아빠 몰래 ㅋㅋ 내 손에 묵주를 쥐어주고 주기도문을 가르쳐주던 할머니가 보고 싶어요
근데 할머니, 할머니가 가르쳐줄 때랑 지금이랑 주기도문이 달라졌나봐!!!
나 교리 공부 할 때 다시 외웠는데, 많이 바뀌어서 헷갈렸어
근데 심지어 지금은 그 마저도 끝까지 다 외우지도 못해
그래서 할머니께 기도를 바치고 싶은데, 할 수 있는게 성호경 밖에 없어서 죄송해요...

사랑하는 할머니
5월에 귀국하면 후딱 얼굴 보러 갈게요 ♥



27 February, 2012

veinte y siete de febrero




정말 오랜만에 미역국을 한 솥 끓였다
기억이 가물가물해서 미역을 너무 많이 불렸더니 정말 솥 하나가 꽉 찼어 ㅡ0ㅡ
집 마다 국 끓이는 방식이 다르고 재료가 다른 법인데,
어린 시절 우리집 간판 미역국은 양지육수로 끓이고 고기를 쪽쪽 찢어넣은 고깃국 st 이었다
어느 명절에 진해 외가에 놀러갔다가 갈치 넣은 미역국을 보고 어찌나 놀랐던지 ㅎㅎ
그런데 어느 순간 엄마의 미역국이 변했다
고기가 사라지고 조갯살과 관자가 미역 사이에 둥둥 떠다니는 것
치아 문제로 조개와 관자를 안 먹는 나로서는 고기미역국이 절실했지만,
우리 가족 고기 섭취량이 너무 과하다는 식영과 출신 엄마의 논리를 이길 수가 없었다
그래서 결혼하고 내 살림을 차리면서 '나의 미역국'에는 단연코 고기로 끓인 미역국이 등극했다
H-mart에 가면 작게 나눈 beef brisket을 쉽게 살 수 있었다
항상 냉동칸에 떨어지지 않게 구비해두었다가 소고기무국도 끓이고 떡국도 끓이고

왠걸, 마드리드로 오니 brisket 부위를 뭐라고 부르는지 모르겠다
진열되어 있다면 비슷한 걸 집어오겠지만, 스페인의 고기 분류는 미국과 많이 다르다
스테이크용 고기는 안심과 등심 부위를 섞어서 넓적하고 얇게 잘라 무조건 "buey chuletón"
미국에서 사먹던 fillet mignon이나 T-bone은 절대 찾을 수 없다
도축과정 -피를 빼는 방법- 에서부터 차이가 나는 것 같고 해체를 다르게 하나 보다
어쨌거나 마트에서 보면 "para guisar(끓이기)"이라고 쓰인 스튜용 고기는 팔고 있지만
그런 고기로는 양지육수의 맛을 낼 수 없어!
그래서 결국 구하기 쉬운 홍합으로 미역국을 끓이게 되었다...
홍합살은 푸슬푸슬하고 맛이 없지만 육수는 기름기 없이 개운해서 괜찮은 것 같다

얼마 전 '산모미역'이라 불리는 기장미역의 존재를 알아버렸는데
그 미역으로 국을 끓이면 얼마나 뽀얗고 진한 국물이 우러날까 0_0 무척이나 궁금하다
기장미역이 갖고 싶어!!!



23 February, 2012

veinte y tres de febrero




오랜만에 IE 마나님들과의 점심 회동
3주 전 나의 두드러기 파동으로 취소되었던 태국 음식점 thaidy 에서 다시 만났다
1시 반 부터 문 여는 걸 1시로 잘못 알고 갔다가 뺀찌 먹고 ㅋㅋ santa barbara로 가서 커피 한 잔
두드러기 오크 사진을 보여주며 신나게 수다를 떠는 도중에
J언니가 실수로 임신 사실을 흘리는 바람에 결국 모두 알게 되었다능;
내가 단속을 한다고 해도 언젠가는 누구에게서든 흐를 수 있다고 염두에 두고 있었지만
막상 숨기고 있다가 들통이 나니까 좀 민망하기는 했다 ㅋㅋㅋ

thaidy는 정말 고맙게도 중국인이 아니라 오리지널 태국인들이 운영하는 가게
오랜만에 태국어를 들으니 옛날 생각이 새록새록 나면서 반갑고 ㅎㅎㅎ
메뉴판도 태국어로 병행 표기가 되어 있어서,
"까이는 닭, 꿍은 새우, 딸레는 생선, 까오는 쌀, 운센은 당면, 얌은 무침, 팟은 볶는 거에요~"
라며 좀 아는 척 작렬 했음 ㅋㅋㅋㅋㅋ
똠양꿍을 시켜보고 싶었지만 실란트로가 들어있을까 싶어 못 시키고
(※ 난 실란트로를 염소처럼 씹어먹는 매니아지만 나머지 멤버들이 싫어해요 ㅠ)
대신 꼭 먹고 싶었던 얌문센이랑 satay kai(피넛소스 닭꼬치)를 주문했다
사테는 방콕에서 박부 & 소상무랑 갔던 PTT 행사 피로연에서 먹었던 게 참 맛있었는데...
여튼 얌문센은 좀 덜 새콤했지만 사테는 아주 맛있었고
팟타이는 쌀국수가 쫄깃하게 잘 살아있고 적당히 달콤한 게 내 입에 꼭 맞았다
볶음밥은 짱개 스타일 -달걀이 부슬부슬 섞여있는- 인데 기름이 적고 보슬보슬, 굿굿
주문받는 아저씨는 태국남자 답게 나긋나긋하고 친절했다
"컵 쿤 카압-" 하는 억양 그대로 "무차스 그라시아-ㅅ" 라고 ㅋㅋㅋ

매일 맛있는 걸 먹으러 다니는 인생은 정말 아름답구나 ♥



22 February, 2012

veinte y dos de febrero




점심을 먹으러 recoletos에 다녀왔다
colón 광장과 puerta de alcalá 사이에 펼쳐진 지역으로 길 건너 justicia만큼 맛집이 많다
calle de recoletos는 관광객은 전혀 찾아오지 않는 좁고 긴 골목
한 집 건너 카페와 레스토랑이 빼곡이 차 있는 맛집 골목이다
cuzco 근처에 있던 "new york burger"가 여기에 분점을 냈다길래 햄버거 먹으러 고고-
(국립도서관 밑으로부터 엄청 크고 깨끗한 공영주차장이 있어서 주차가 편함)

오픈 시간에 딱 맞춰서 들어갔는데 한 방송국에서 촬영을 하고 있었다
버터를 바르고 소금 쳐서 구운 옥수수를 시키고 오빠랑 나랑 각각 햄버거 하나 씩
패티 사이즈가 160 / 250 / 350 / 500g 까지 있는데
160g이 딱 평범한 햄버거 사이즈, 250g은 두께가 1인치가 넘는 것 같았다
500g짜리를 시키면 너비아니 석쇠구이가 3인분 쯤 나오려나?!
옥수수를 들고 뜯는데 자꾸 방송국 카메라가 돌아다녀서 너무 민망했다
<6시 내고향> 같은 데 나와서 후루룩 쨥쨥 땀 흘리며 맛있게 먹는 사람들은 어떻게 찍는 거지?
패티 굽기를 지정 할 수 있고 빵 -참깨 or poppy seed- 도 고를 수 있는데
패티를 'hecha poco'로 부탁했더니 250g 녀석은 너무 덜 익어서 과하게 부드러웠고
고기가 별로 안 따뜻해서 그런가, 윗빵이 너무 차가워서 그게 좀 에러
햄버거 생각 날 때면 또 올 것 같지만 역시 햄버거는 미국만한 곳이 없는 것 같다
스페인 애들은 햄버거가 뭔지 잘 몰라 =_=

디저트 메뉴가 상당히 마음에 들었다
라즈베리소스를 곁들인 뉴욕치즈케키라던가 브라우니, 피칸파이, 당근케키, 레몬치즈케키
당근케키나 뉴욕치즈케키는 스페인에서 찾기 힘든 디저트라서 꼭 먹으려고 했는데
프렌치프라이가 너무 맛있어서 마셔버린; 덕분에 디저트 먹을 배가 없어서
결국 cheesecake with dulce de leche 한 조각을 포장 주문했다
소다 2잔에 햄버거 2개, 구운 옥수수에 케키 한 조각까지 해서 30.15유로 밖에 안 나왔다
동네 자리값에 비해서 가격은 싼 듯 :)

new york burger



21 February, 2012

veinte y uno de febrero




입덧이 없다고 좋아했더니 도리어 식욕이 너무 왕성해서 걱정이다
사실 내가 지금 느끼는 식욕의 정도는 일반 사람들의 평소 수준이나 되려나 싶은 정도이지만
평소에 워낙 잘 안 먹었기 때문에 스스로 느끼는 변화의 폭이 너무 크다
회사 동료였던 J언니가 속칭 '먹는 입덧'으로 모든 동기사원들을 셔틀로 삼아 부려먹고
하루종일 간식을 입에 달고 살다가 30kg나 쪄버리는 바람에 내가 못 알아보고 지나가고 ㅋㅋ
나도 '먹는 입덧'인가 싶어서 걱정이 되긴 하는데..
아침에 일어나서 공복으로 오래 있으면 속이 쓰리기도 하지만
먹고 돌아서자마자 시장끼가 느껴져서 울렁거리는 정도는 아니니까, 그럼 아닌 건가?

요즘 나의 food craving을 살펴보면
생선은 생각만 해도 비릿비릿해서 싫고, 아플 때는 고기가 그리웠는데 지금은 별로 별로
비린 음식이 싫다보니까 멸치 육수에도 좀 거부감이 와서 수제비 같은 건 못 먹겠다
닭육수로 만든 칼국수는 좀 땡기길래 영계 두 마리를 사다놓았고
가끔 라면이 생각나고 군만두나 오징어튀김 같은 바삭바삭한 게 먹고 싶다
(서울식품에서 사다놓은 군만두가 있긴 있는데 너무 맛이 없어서 좀 싫어.. -ㅠ-)
아침 공복을 다스리려고 먹는 씨리얼바나 초코씨리얼은 잘 먹는 편
우유는 씨리얼에도 먹고 그냥 마시기도 하고 kefir랑 섞어 먹기도 해서 많이 섭취하는데
달곰이 준비하면서부터 엄청 마셔댔던 두유는 완전히 끊어버렸다
서양 두유 특유의 바닐라향이 이상하게 거슬리네 (아니면 콩비린내?!)
고기는 안 땡기지만 소시지는 잘 먹히는 편이라 홈메이드 핫도그를 자주 해먹고 있고
해산물 생각은 안 나도 먹긴 먹어야 할 것 같아서 홍합 미역국 끓일 재료 사왔다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초콜렛 탐닉이 제일 심한 편
(원체 좋아하기도 하지만) 커피나 탄산음료를 마실 수 없다고 하니까 대체재로 생각이 나는건지
엄마가 보내준 브라우니부터 magnum의 초코아이스바, 초콜렛 티라미수, 초코씨리얼,
지금은 마트에서 사온 초콜렛 머핀이 다소곳이 날 기다리고 있다 ㅋㅋㅋ
당분 섭취가 과하면 임당이 올 수도 있고 애가 거대하고 비대하게 태어난다고 하는데
잘 익은 딸기에도 설탕 뿌려먹고 싶으니 이걸 어쩌란 말이냐 ㅠ_ㅠ

임신 전과 미묘하게 달라진 허리선 -지방이 얇게 깔리고 말랑해졌다- 을 보면 우울하지만
실제로 몸무게는 전혀 늘지 않았고 임산부 주제에 뱃살 고민을 하는 것도 웃긴 것 같아
먹고 싶은 건 가능하면 다 먹기로 했다
대신 조금씩, 자주, 중간 중간 집안일을 해서 운동량을 키우고
지난 주의 자궁출혈 진단만 없었으면 (간단한 동작만 골라서) 요가도 다시 하려고 했는데
복근을 자극하는 건 아직 겁이 나니까 집안에서라도 자주 걸어다니려고 한다
같은 맥락에서 그로서리 쇼핑만 나가도 기본 1시간 이상 꼬박 걸을 수 있으니까
굳이 오빠가 필요없이 혼자 쉬엄쉬엄 시간을 오래 들여서 직접 하는 게 좋은 것 같다

3월 말 까지는 지금 몸무게를 유지해야지



17 February, 2012

diez y siete de febrero




매일같이 점심, 저녁을 다 차려내기엔 내 체력이 딸리고
학교-집-학교-집만 왔다갔다 하는 오빠 처지가 안쓰럽기도 해서 외식 횟수를 늘리기로 했다
마드리드에서 가장 좋아하는 동네, justicia로 고고씽-
항상 주차를 하는 alonso martinez 역 근처 주차장이 문을 닫았길래 bilbao까지 가야했다
길 건너 plaza de santa barbara로 넘어오는데 이탈리안 그로서리샵이 있더라
혹시나 해서 들어갔더니 역시나 de cecco의 링귀니면을 팔고 있어서 구입
(de cecco는 다른 마트에서도 취급하기는 하는데 주로 스파게티랑 엔젤헤어 뿐이라 ㅠ)
oishii 에 가서 소유라멘, 가쓰동, 교자, 연어꼬치를 먹었다
라멘은 소유보다는 돈코츠가 나은 것 같고, 가쓰동은 돈가쓰가 실하지 않았음

디저트 코스로 (당연스럽게) sampaka를 갈 생각이었지만
부른 배를 좀 가라앉히고 싶어 이 골목 저 골목 돌아다니며 아이쇼핑을 했다
주로 영국브랜드를 취급하는 편집샵인 yube에서 몽클레어 세일(20-30%)을 하던데
겨울 다 지나갔는데 이제 와서 몽클레어는 무슨 몽클레어 -_-
fernando VI 거리를 지나다보니 쇼윈도에 간지나는 타르트를 가득 진열해 둔 예쁜 카페가 있다
언뜻 보니 사람이 바글바글한데 따뜻해보이는 인테리어가 마음에 들어 들어가봤다
빈티지 프로방스 풍으로 꾸민 소녀 감성 폭발하는 까페
열가지 정도의 타르트와 각종 빵, 키쉬, 샐러드 같은 가벼운 식사류를 팔더라고
desayuno set와 merienda set도 있었다
커피와 핫초콜렛을 한 잔 씩 주문하고, 한참 고민 한 끝에 타르트를 두 개 골랐다
tarta de manzana : 브레드크럼이 미친듯이 많이 올라간 사과 타르트
tarta de yogur con frutas del bosque : 베리를 올린 요거트 크림 타르트
이건 절대 스페인사람의 솜씨가 아니다
이렇게 정교하고 완벽한 타르트를 만들 수 있는 건 분하지만, 프랑스사람 밖에 없어
그다지 좁은 가게는 아니지만 어찌나 사람이 많던지, 웨이팅도 있고
그래도 테이블이 널찍하고 자리가 편해서 오래 앉아있어도 괜찮을 것 같았다
주문한 타르트들이 다 마음에 쏙 들어서 A언니와 J에게 주려고 3개 씩 선물 포장을 했다
미니 타르트 하나에 2.95, 파티사이즈는 16.95
커피는 1~2유로 사이, 핫초콜렛 그란데사이즈 -사발에 나옴;- 는 3유로
저렴하다 저렴해 ♥

집에 와서 검색해보니 마드리드에서 가장 오래되고 유명한 프렌티 파티쉐리라고 나온다
진작에 알았으면 발렌타인데이 한정판 케익도 살 수 있었을텐데 ㅠ_ㅠ
맨날 산책하던 길인데 왜 여태껏 보질 못 한건지 ㅠ_ㅠ
어쨌거나 오빠는 내 맘에 쏙 드는 디저트 가게가 생겨서 무척 다행이라며
다음에는 주말 브런치를 먹으러 오전에 행차하기로 약속했다 (일요일에도 오픈)



아 타르트 또 먹고 싶은데, 이웃에 나눠줄 생각만 하다가 내 몫을 안 사왔어 0_0

mamá framboise



16 February, 2012

diez y seis de febrero




오늘은 8W2D 체크업, 드디어 달곰이의 하트비트를 들을 수 있었다
무슨 물고기 심장 뛰는 마냥 팔딱팔딱, 헐떡헐떡
주수에 맞추어 잘 커줘서 머리랑 몸통, 탯줄도 구분이 가는데 자궁에 피가 고여있더라
6W 체크업 소노그램에서는 안 보였던 거라 착상혈이 고인 건 아닌 것 같고
지난 2주 동안 앓았던 게 어쨌거나 몸에 심각한 무리를 줬던 모양인지, 자궁이 피를 흘리다니 ㅠ
엄마를 배려할 줄 아는 달곰이 덕분에 나는 입덧도 없고 무증상 임신으로 편하게 지내는데
막상 나는 아프고 못 먹고 못 자서 달곰이에게 미안한 일을 만드는구나
다행히도 위험한 수준은 아니니까 집에서 take a rest 하란다
흘러나오지 말고 그냥 자궁으로 흡수되었으면 좋겠다 - 피 보면 무서울 것 같아 0_0

임신 관련 app에서는 현재 8W4D 라고 나오는데 주치의샘의 계산은 항상 이틀이 늦다
예정일 계산만 정확하게 나오면 현재 일수는 별로 중요한 게 아닌가?
하긴 자기의 막생일을 정확하게 모르는 사람도 있을테니까

심박동 확인이 되었으니 '정식으로' 임산부가 되었다
이런 저런 서류를 주긴 하던데 한국처럼 산모수첩 같은 건 없더라고?
개인적으로 수첩 사서 저널을 만들어 쓰길 잘 했다
다음 주 중에 아무때나 lab에 가서 산전검사(혈액검사로 풍진 같은 거 잡는 듯)를 하고 나면
4월에 잡힌 12W first screening test까지는 병원 갈 일이 없다



14 February, 2012

catorce de febrero




엄마가 보낸 EMS 소포가 일주일 만에 도착!
관세 25.41유로를 내고 받은 상자에는 지살롱에 주문했던 치마레깅스 두 벌과 책 두 권, 달력,
마켓O 리얼브라우니와 닥터U 임실치즈쿠키가 빼곡이 들어있었다
국물용 '국산'멸치와 볶음용 '최고급'멸치.. (최고급 멸치는 대체 뉘신가)
그리고 뭔가 포장이 너무 예뻐 비싸보이는 볶음고추장이 두 병, 키조개맛 & 표고버섯맛
당장 리얼브라우니를 하나 뜯어 입에 넣었더니 어이없게도 삼엔 사무실이 그려졌다
내가 이걸 근무시간 중에 얼마나 흡입했었길래 0_0

엄마♥의 소포를 받고 탄력받아 한결 가뿐해진 몸을 이끌고 외출에 나섰다
우선 moraleja green mall의 단골 옷집에 가서 임부복 같은 느낌;의 니트를 두 벌 사고
hipercor에서 2주 만에 제대로 그로서리 쇼핑을 했다
MG에서 마트로 운전하고 가는 길에 달달하게 졸인 닭찜이 먹고 싶길래
닭허벅지 -여기는 뼈 없는 걸 안 팔아ㅠ- 를 한 팩 사고, 닭칼국수용으로 노란 영계 커플을 납치
KFC 스타일 콘샐러드를 해볼까 싶어 스위트콘 코너로 갔다
초록거인 깡통옥수수가 있었지만 GMO가 혹시나 달곰이에게 해코지 할까
사야되나 말아야되나 한참 고민하며 서성이다보니 유기농 깡통옥수수 코너가 따로 있더라고
기쁜 마음에 집어들었지만 캔 하나가 애기 주먹만해... 두 아빠숟가락 거리
마침 오늘 baby bump의 조언 :
"organic meats, poultry, and dairy products are worth the additional charge"
유기농 깡통옥수수는 주저없이 카트 속으로 퐁당
(다른 캔에는 maiz dulce라고 쓰여 있었지만 이 놈은 maiz bio라고만 적혀 있어서
'혹시 단맛이 하나도 안 나면 어떡하지?'라는 기우에 못 이겨 두 캔만 구입)
씨 없는 포도랑 요거트에 넣어 먹을 바나나도 한 송이 샀다
우린 바나나를 정말 안 먹는 편이라, 이중에 4개 정도는 썩어 나가겠지만...
처음 스페인에 왔을 때는 kefir를 파는 곳이 없어서 여긴 역시 좀 수준이 낮아- 라고 생각했었는데
얼마 전에 "yogur especial"이라는 코너가 생기더니 다양한 kefir를 골라 살 수 있게 되었다
kefir de vaca(소젖)와 kefir de cabra(염소젖) 중에 또 폭풍 고민을 하다가
염소치즈를 잘 만드는 나라니까 기대해볼까 라는 심정으로 de cabra를 골랐다
작은 병에 4.50유로 정도 하니까 미국보다는 조금 비싼 듯
오빠가 좋아하는 trina의 레몬에이드랑 핫도그 재료를 끝으로 1시간에 걸친 쇼핑 완료



집에 오자마자 늦은 점심 메뉴로 핫도그를 만들었는데..
heinz sweet relish가 없는 게 통탄의 한이로다 - 이게 빠지면 대체 어디가 핫도그야!
미국에서 짐 싸기 전에 heinz picnic pack를 사서 넣었어야 했는데 ㅠ
taste of america 온라인 스토어에도 sweet relish는 현재 품절이다 ㅠ

어쨋거나 incomplete hotdogs를 먹고 속이 부대껴서 저녁 닭찜은 취소하고
(감자가 너무 많이 남아서) 스위트콘을 넣은 '감자 사.라.다'로 메뉴 변경
찐감자 깍둑 썰고 양파랑 당근도 잘게 다져 넣고 씨 없는 포도도 반으로 잘라 섞어줬다
화룡점정으로 에멘탈 치즈랑 파슬리를 솔솔 뿌려주고
맛있는 마요를 쓴 게 아니라서 좀 아쉬웠지만 오빠는 엄청 잘 먹어줬음
사실 스위트콘이 너무 맛있길래 손으로 야금야금 집어먹다가 절반이 사라져서 좀 부족했다 ㅋㅋㅋ
남은 한 캔으론 스끼다시 스타일 콘치즈를 만들 생각



맞다, 새로 산 치마레깅스를 세제 푼 물에 담가 초벌 세탁을 했는데
난 내가 무슨 먹물에 옷을 넣고 염색하고 있는 줄 알았네 =_= 그대로 입었으면 토인 됐을 뻔



13 February, 2012

trece de febrero




열흘이 넘도록 투병생활을 한 나를 위로하고자 A언니와 형부가 점심을 사줬다
너무 오랜만에 외출이라 들떠서 화장도 곱게 하고 머리도 정성껏 말고 ㅋ
튀김, 인스턴트, 자극적인 양념, 해물을 피해야 하는 내 사정을 고려해서 정한 메뉴는 '라멘'
alonso martinez 역 근처에 있는 oishii로 갔다
바로 옆 골목에 cacao sampaka가 있어서 발렌타인데이 선물 사기도 안성맞춤 ♥

비록 중국인-_-이 하는 일본 라멘집이기는 하지만 메뉴는 곧잘 갖춰놓은 편
라멘은 돈코츠, 소유, 미소, 야사이(채소), 치킨까스, 카레, 비프칠리, 해물 등이 있고
가츠동, 치킨가츠동, 오야코동, 우나기동, 카레라이스, 다양한 볶음밥
덴푸라우동, 야사이우동, 가라아게우동, 카레우동, 야끼우동, 야끼소바
primero plato로는 에다마메, 교자, 야끼도리, 사케(연어꼬치) 등등
여느 일식집처럼 helado té verde(녹차아이스크림)이나 녹차 푸딩 같은 것도 판다
덴푸라우동이 넘넘 먹고 싶었지만 튀김이라 패쓰하고
돈코츠라멘을 시켰는데, '돈코츠'라고 생각하면 영 아니지만 '라멘'이라고 생각하면 괜찮다
제대로 된 일본 음식 찾기 쉽지 않은 마드리드에서 먹을 만한 일본 라멘이면 고맙지
차슈 -라기보단 얇은 삼겹살;;;- 외에 숙주나 오뎅 고명이 푸짐한 편이고
특히 면발이 인스턴트보다 탄력있고 쫄깃해서 마음에 들었다
어차피 ippudo처럼 생면을 직접 만들 능력이 없는 가게라면 이 정도가 적당한 것 같아
(필리에서 가끔 먹던 tampopo보다는 훨!씬! 낫다)
야끼도리는 너무 작고 소스가 좀 싱거웠지만 어찌 구웠는지 불맛이 좀 나더라

postre로 녹차아이스크림을 먹을까 잠깐 고민하다가
미친듯이 추운 날씨에 아이스크림이 왠말이냐며 그대로 sampaka로 직행
쫀쫀한 chocolate caliente를 한 잔 씩 시키고
형부가 초콜렛무스케잌도 두 개나 시켜주셨다 (내가 다 먹었음!!! 최고 최고!!!)

이렇게 자극적으로 많이 먹어도 되나 싶었지만 다행히 아직까지 두드러기 0%



함께 자리하지 못한 오빠를 위해서 초콜렛바 따위를 사왔는데
'chocolate blanco con té verde'가 있었다! 스페인에서 말차맛 초콜렛이라니!
기대에 충만해서 둑흔둑흔하는 하트를 고이 안고 집으로 모셔왔는데
하겐다즈 녹차아이스크림보다 진한 맛에 레몬슈거까지 콕콕 박힌 진정 특제 초콜렛이었다
몇 조각 맛 본 오빠는 당장 10개 쯤 사오라며 ㅋㅋㅋ
(10개를 사도 40유로, 착한 가격 ♥)
주말 전에 오빠랑 한 번 더 똑같은 코스로 돌아야겠다



11 February, 2012

once de febrero




내가 매달 내는 건강보험료(sanitas)는 79~82유로 선
왜 금액에 조금씩 차이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뭐 적은 금액이니까 그냥 넘어가고..
12개월 X 80유로 = 960유로, 한화로 1년에 150만원 정도를 내는 셈이다
아플 일이 없어 병원은 안 간다면 아까운 돈이지만
병원 갈 일이 없다는 건 또 결코 나쁜 일이 아니니까 ㅎㅎ
나 같은 경우에는 150만원으로 임신 전반의 검사와 진료, (자연분만시) 출산까지 커버가 되니까
한국에서 (자연분만으로) 아기를 낳는 총 비용이랑 비슷한 셈
"240일 이상 보험을 유지해야 출산이 커버된다"라는 일몰조건이 걸려 있기는 한데,
가입일이 2011년 10월 1일이므로 2012년 7월 이후의 출산은 전부 커버가 된다
이러한 일몰조건은 사보험마다 조금씩 다른 듯

학생신분으로 스페인 비자를 취득하기 위해서는 무조건 보험을 가져야 한다
우리도 예외 없이, 한국에서 assist-card의 유학생 보험을 들어왔다
결국 나는 27만원 짜리 assist-card와 150만원 짜리 sanitas, 두 개의 보험을 가진 보험 부자 ㅋ
하지만 보험 카드 하나 주지 않는 assist-card는 임신/출산이 커버되지 않기 때문에
나로서는 공공의료의 혜택을 받거나 스페인 현지 사보험을 드는 수 밖에 없다
공공의료를 이용한다는 것은 결국 GP 등록을 하고 동네 보건소(centro de salud)를 통해
의료 서비스를 받는다는 것인데, 이런 건 내 취향이랑은 안 맞아서 패스
내가 원하는 때에 진료를 받을 수 없고 예약도 오래 걸리고
그리고 타국에서 생보계층도 아닌데 공짜 손님 취급 받는 건 딱 질색이라;;;
사보험은 mapfre, allianz, sanitas, axa 등 수십 종류가 있지만
IE와 sanitas 사이에 특약이 맺어져 있어 IE 학생이면 보험료 특혜가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처음 와서 멋도 모르고 c/ velazquez에 있는 sanitas 사무실을 찾아갔다

가장 저렴한 basic 프로그램이 월 80유로선 -내가 가입한 것- 인데 반해
IE 학생 특약 월 금액은 월 50유로 정도라고 했다
IE 특약 프로그램은 dental 항목이 빠진 basic이라고 보면 된다
물론 임신/출산도 커버가 된다
다만 학생 주체(우리 경우에는 오빠)가 가입을 해야만 나머지 dependent들도 가입 가능
즉, 내가 IE 특약에 가입하기 위해서는 오빠도 무조건 가입을 해야 하고
두 사람 몪으로 한 달에 100유로 이상 내야 한다는 소리 (택스 불포함이라)
미국에서 2년 동안 차티스에 수백을 쏟아붓고 병원 한 번 가지 않았던 오빠인지라
두 번 생각 할 것도 없이 IE 특약 따위 쌍콤하게 잊어버리고 나만 basic에 가입을 했다
내 이빨이 워낙 저질이라 한번쯤 덴탈 진료를 받게 될 지도 모르고 ㅋㅋ
올해 가을에 달곰이가 태어나게 되면 달곰이 몫으로도 사보험을 들어줄 생각이라
NIE 연장 신청을 할 때는 오빠도 sanitas IE 특약에 가입을 시킬 계획

오빠가 전정신경염 진단을 받았을 때 assist-card를 이용해보니
한국어로 예약 대행을 할 수 있었지만 신속하지 않고 편리하지도 않은 서비스인 듯
오빠 > 한국 서비스센터 > 스페인 서비스센터 > 병원 > 스페인 서비스센터 > 한국 서비스센터
를 돌아 오빠에게 예약 여부가 알려지기 때문에
처음 전화로 신청하고 나서 병원에 예약이 되었음을 통보받기까지 4시간이 걸렸다
더군다나 병원도 집에서 가깝지 않은 '그저 그 시간에 예약이 가능한' 병원 일 뿐
그에 비하면 인터넷 접수가 가능하고 expat들을 위한 english reception call도 있고
아무때나 ER을 통한 walk-in 진료가 가능한 sanitas가 천 배 쯤 편한 것 같다
뭐든지 돈을 많이 내면 그만큼 돌아오는 게 많은 법이다



09 February, 2012

nueve de febrero




polaramine 주사를 맞고 피가 흥건히 묻었던 팬티는 빨고 나니 흔적도 없이 깨끗해졌다
내 몸도 그렇게 깨끗히 씻궈낼 수 있으면 좋으련만
여전히 두드러기는 아침에 한 번, 저녁에 한 번 올라와 하루종일 나를 괴롭히는 중
간신히 흰밥에 김, 귤, actimel, 씨리얼 만으로 버티고 있는데
오늘로 꼬박 일주일이 되니 이젠 좀 너무하다.. 슬슬 정상의 생활을 잊어가고 있다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를 다 읽었다
이 책은 2010년 G사장이 생일선물로 보내준 십수권의 책 사이에 끼어 있었다
신경숙이 <엄마를 부탁해>를 쓰고 필리에까지 왔던 건 알고 있지만
이 작가가 우리나라 문단에서 얼만큼의 자리를 차지하는지 나는 모른다
나는 도통 소설에는 관심이 없다

어쨋거나 이 책은 다 읽고 나니 괜히 읽었다
나는 청춘의 낭만과 방황 -어이없이 잦은 죽음과 잠수를 그렇게 부른다면- 이 없는 시대
를 겪은 사람이고 주변에 누구 하나 낭만을 부르짖는 사람이 없었다
강북의 도심을 매일매일 몇 시간 씩 걷고
굳이 의미를 부여한 시집 한 권을 여러 명이 돌림노래 하듯 낭독하는
그런 풍경은 상상도 되지 않을 뿐더러 나에겐 감동이 없다
작가의 말에 의하면 이는 '상실'에 관한 이야기이다
상실을 겪은 젊은이들이 모여 기억을 공유하다 새로운 상실을 불러내고
거기서 또 살아남은 이들은 당시를 고통스럽게 추억하며 어른이 된다.. 뭐 그런 것이겠지
세상에 시집을 읽고 편지글에 글귀를 적어 보내는 사람은 단 한 명 뿐이다
노처녀 히스테리를 부리다 내 카톡 대화상대에서 쫒겨난 D
그녀는 여전히 시를 쓰고 청춘을 노래하지만, 뭐 아무도 들어주지 않으니

그저 내가 상실한, 평소의 생활이 정말 그립다



07 February, 2012

siete de febrero




2월 7일은 아빠의 생신
아빠는 지금 런던 패딩턴역 근처의 한 호텔에서 BBC worldwide 따위를 보고 계시겠지
아, 부럽다 런던



나의 food craving은 디저트를 타깃으로 잡았는지
매일 밤 마다 (평소에는 거들떠도 안 보던) 생크림케이크나 판 티라미수가 허공에 맴돈다
지방의 천국을 떠나 디저트의 불모지로 이주한 댓가를 톡톡히 치루는 셈이다
c/ velazquez에 가면 영국식 컵케이크 집이 있고 mercado de san anton 안에 있는 케이크 가게
맛이 꽤 괜찮다는 건 알고 있지만 몸이 성하지 않아 먼 외출은 아직 무리무리
더군다나 북극에서 강림하신 한파를 피하려면 뭐래도 집이 최고다
방콕하는 동안 주워먹을 간식거리를 사러 까르푸에 갔지만 실적은 시원찮다
코코볼 대용으로 사온 네스퀵퍼프와 씨리얼바, actimel 바나나&딸기맛 따위..
BB가 밀라노에 있는 마트에서 파는 맛있는 초코디저트라는 걸 사진까지 찍어 보내줬지만
danone이나 nestle같은 다국적 브랜드가 아니라 여기엔 수입되지 않는 것 같다
한국에 들어가 그토록 그리워하던 디저트들을 실컷 흡입하려고 매일매일 날짜를 세는 나에게
'모두가 못살기 위해'서 artisée를 무너뜨리는 고국의 개미들은 야속하기만 하다
뉴욕에 가서 payard나 dean&deluca에 앉아 커피 한 잔 마시지 못 할 것들이,
신세계 본점 명품관까지 찾아와서 사과타틴을 앞에 두고 찍은 싸이 인증샷 속의 자기 자신은
새까맣게 잊어버리는 참새만한 두뇌로 평등이니 상도덕을 지껄이는 건지
동네 빵집 안 가고 곧 죽어도 파리바게뜨 가는 주제에
빕스보다 아웃백을 더 자주 가는 주제에
생크림케이크도 없는 곳에서 아띠제 모카쉬폰을 그리워하는 나에게
이러지 말란 말이다!!!



날씨만 좀 따뜻했더라면, 몸이 가벼웠더라면 지금쯤 런던으로 갔을텐데
하지만 이도 저도 받쳐주는 게 없으니 그냥 멍하니 창 밖의 돌풍 소리만 듣고 있을 뿐이다



05 February, 2012

cinco de febrero




목요일 점심 나절 오빠와 장 보러 나갔다 온 직후 시작된
원인 모를 급성 두드러기에 온 몸이 잠식당해서 한밤중에 응급실 신세도 지고
주말 내내 우르크하이의 피부에 호빗의 손발, 고은애의 입술에 고통받으며
내 생애 다시는 아보카도와 단무지 -알러지 유발 추정 용의자- 를 입에 대지 않으리라
다짐하고 또 다짐하며 울며 3일 밤을 보내고 오늘에서야 몸이 좀 풀렸다
(밤이 되니 다시 온 몸이 가려워 ㅠ.ㅠ 불길해 ㅠ.ㅠ)

치욕과 고통의 나날 동안 나를 지탱해준 건 actimel 베리맛과 오빠표 꼬리곰탕 ♥
소꼬리 두 팩을 사다 초벌 끓이고 기름 걷어내고 두번째 끓이고 섞어서 또 끓이고
보글보글 보글보글
(먹기 편하게 잘게 찢어준) 고기 고명이 말간 국물 위에 동동
하룻밤을 꼬박 새고 일용할 양식을 선사해주신 오빠느님께 영원한 사랑을 ㅎㅎ
반면에 nausea가 심할 때를 위해 준비한 perrier와 granini 자몽주스의 혼합물은
토할 때 자몽펄프 만큼 목구멍을 쓰라리게 하는 게 없다는 걸 깨닫고 곧장 퇴출

누워서 병수발 받고 여한없이 푹 쉬긴 했지만
먹는 건 잘 챙겨먹어야 하지만 청소따윈 필요 없다는 삶의 자세를 가진 오빠 덕분에
쓰레기요괴 두 마리가 사는 집안 꼴이 되어버렸다
발의 붓기가 풀려서 거동이 편해지는대로 청소부터 해야겠네 ㅠ_ㅠ
당장 집에 굴러다니는 actimel 빈 병만 모아보니 4개나 된다;



01 February, 2012

uno de febrero




이른 아침 병원에 다녀왔다
아직 출근시간 전이라 막히지 않아 널럴한 rotonda를 하나, 둘 돌아 옆 동네로 넘어가면서
새삼스럽게 내가 사는 동네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내가 사는 hortaleza에서 길 하나만 건너면 sanchinarro
canillas와 arturo soria에서 이어지는 hortaleza는 신도시가 아니고 오래된 아파트가 많아
내가 사는 아파트는 후진 주거 지역 한복판에 성처럼 솟아있는 모양새이다
동네 분위기나 수준은 공동주거건물로 꽉 찬 canillas와 hortaleza가 거의 비슷한 것 같고
arturo soria는 주택이나 고급 빌라가 많아 거리가 깨끗하다
canillas 남쪽으로는 concepción, pueblo nuevo 같은 동네가 있는데
우리나라 강북 저 멀리.. 청량리역 근처 같은 느낌이랄까
도로가 좁고 어두운데 중남미 이민자들이 많아서 절대 가고 싶지 않은 동네..

스페인이나 이태리의 주택에는 강한 햇살을 막아주는 '차광막(persiana)'이 달려있는데
알루미늄 셔터로 깔끔하게 마무리 된 곳도 있지만
오래된 주택들은 구멍가게 차양 같은 비닐 천막을 쓰는 경우가 많아서
마드리드의 아파트 외관은 대부분 좀 너덜너덜하다
하나같이 황갈색 건물에 세월에 찌든 초록색 차양이 바람에 나부끼며 너덜너덜 -_-
(M30 도로변이 이런 지저분함의 끝판왕)
우리 아파트 남쪽으로는 찢어진 차광막이 바람에 한들거리는 유쾌하지 못한 풍경이 펼쳐지고
북쪽으로는 gran vía de la hortaleza라는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있는데
새로 지은 건물에 디자인도 독특해서 나름 볼 만 하다 (한국 사람들도 많이 살고)

M11을 건너 북쪽 sanchinarro로 넘어가면 지저분한 풍경 대신
팔목보다 가는 (심은 지 3년도 안 되어 보이는) 앙상하고 작은 가로수와 붉은 흙밭
그리고 겉보기에는 삐까뻔쩍한 그림같은 새 아파트들이 줄지어 나타난다
아파트마다 펜트하우스에는 넓은 야외정원이 딸려 있고 단지 중앙에는 전용 수영장
PB층에는 자잘한 가게와 수퍼마켓들
여기서부터 las tablas, alcobendas 등 마드리드의 신 주거지역의 시작
우리 아파트는 hortaleza 끝자락이라 아무래도 sanchinarro 생활권이다
병원도 그 쪽에 있는 la moraleja로 다니고 있고, 장도 hipercor sanchinarro에서 보고
J언니네 집 앞에 카페가 많아서 커피 마시러 나가기도 하고
널찍널찍한 것 치고 주차하기 ㅈㄹ맞은 건 여기나 거기나 마찬가지지만;
현대차나 삼전 법인이 그 근처에 있어서 그런지 주재원 가족들이 선호하는 지역인 것 같다
나라도 여기보단 sanchinarro에서 살고 싶은데 (집값도 더 싸고!)
안타깝게도 IE에서 한번에 대중교통으로 닿는 마지노선이 hortaleza라 ㅠ.ㅠ

이 도시에서 얼마나 더 살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나중에 달곰이와 활동하려면 arturo soria로 이사를 가는 편이 좋을 것 같다
안전하고 깨끗하고 산책하기 좋은 분위기에 시내 접근성도 더 좋아지고
대신 3 dorms으로 옮겨야 할테니 집값은.. 여기의 2배 쯤으로 잡으면 대충 맞겠네 -_-
사실 그 전에 내 집, 내 가족 있는 한국으로 빨리 돌아가야지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