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 February, 2012

veinte y siete de febrero




정말 오랜만에 미역국을 한 솥 끓였다
기억이 가물가물해서 미역을 너무 많이 불렸더니 정말 솥 하나가 꽉 찼어 ㅡ0ㅡ
집 마다 국 끓이는 방식이 다르고 재료가 다른 법인데,
어린 시절 우리집 간판 미역국은 양지육수로 끓이고 고기를 쪽쪽 찢어넣은 고깃국 st 이었다
어느 명절에 진해 외가에 놀러갔다가 갈치 넣은 미역국을 보고 어찌나 놀랐던지 ㅎㅎ
그런데 어느 순간 엄마의 미역국이 변했다
고기가 사라지고 조갯살과 관자가 미역 사이에 둥둥 떠다니는 것
치아 문제로 조개와 관자를 안 먹는 나로서는 고기미역국이 절실했지만,
우리 가족 고기 섭취량이 너무 과하다는 식영과 출신 엄마의 논리를 이길 수가 없었다
그래서 결혼하고 내 살림을 차리면서 '나의 미역국'에는 단연코 고기로 끓인 미역국이 등극했다
H-mart에 가면 작게 나눈 beef brisket을 쉽게 살 수 있었다
항상 냉동칸에 떨어지지 않게 구비해두었다가 소고기무국도 끓이고 떡국도 끓이고

왠걸, 마드리드로 오니 brisket 부위를 뭐라고 부르는지 모르겠다
진열되어 있다면 비슷한 걸 집어오겠지만, 스페인의 고기 분류는 미국과 많이 다르다
스테이크용 고기는 안심과 등심 부위를 섞어서 넓적하고 얇게 잘라 무조건 "buey chuletón"
미국에서 사먹던 fillet mignon이나 T-bone은 절대 찾을 수 없다
도축과정 -피를 빼는 방법- 에서부터 차이가 나는 것 같고 해체를 다르게 하나 보다
어쨌거나 마트에서 보면 "para guisar(끓이기)"이라고 쓰인 스튜용 고기는 팔고 있지만
그런 고기로는 양지육수의 맛을 낼 수 없어!
그래서 결국 구하기 쉬운 홍합으로 미역국을 끓이게 되었다...
홍합살은 푸슬푸슬하고 맛이 없지만 육수는 기름기 없이 개운해서 괜찮은 것 같다

얼마 전 '산모미역'이라 불리는 기장미역의 존재를 알아버렸는데
그 미역으로 국을 끓이면 얼마나 뽀얗고 진한 국물이 우러날까 0_0 무척이나 궁금하다
기장미역이 갖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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