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 February, 2012

veinte y ocho de febrero




할머니, 9월이면 할머니의 외증손자가 한 명 더 태어나요
갓난쟁이 때 부터 할머니 손으로 키워놓은 꼭지도 할머니처럼, 엄마처럼, 엄마가 된답니다
지금 어디서 무얼 하고 사느냐고 궁금하시죠
왜 이렇게 오랫동안 찾아오지 않느냐고요
죄송해요, 이번 봄에 한국 들어가면 제일 먼저 찾아뵐께요
달곰이가 외증조할머니께 첫 인사 드려야 하니까요
그때 쯤이면 배도 볼록 나왔을테니까, 모습이 어색해도 놀라지 말아주세요 ㅎㅎ
항상 소녀같은 엄마도 이제 '외할머니'라는 타이틀을 갖게 되었어요
과연 엄마가, 할머니 만큼 조건 없는 무한대의 사랑을 손주에게 베풀 수 있을까요?
할머니, 사실 난 그 점에 있어서는 좀 걱정돼 ㅋㅋㅋ
엄마가 좀 계산적이잖아 ㅋㅋㅋ 달곰이 맡긴다고 하면 막 화 낼 것 같거든 ㅋㅋㅋ
막상 엄마는 할머니한테 학교 다니는 우리 맡기고 유럽여행 다녀오고 그랬으면서 ㅋㅋㅋ
난 뭐 그때 좋았어요, 할머니 도시락 먹는 거 신났거든
방앗간에서 방금 뽑은 가래떡 사다가 같이 꿀 찍어 먹는 것도 너무 좋았구
우리 엄마가 달곰이에게 물질적인 원조 뿐.만.아.니.라 그런 소소한 사랑을 가르쳐줬으면 좋겠어
할머니의 첫 외증손자가 아마 한씨 가족 첫째 딸이지요?
증손자가 생겼을 때 기분이 어떠셨어요?
할머니가 이룩한 4대에 걸친 거대한 가족을 보는 기분이 어떠셨을지 궁금해요
나는 나 결혼하는 모습을 할머니께 못 보여드린 게 마음 속 큰 바위가 되어 박혀버렸어요
웨딩드레스 입고 버진로드를 걸어가는 모습을 할머니만 못 봤잖아..
결국 할머니께 손주사위랑 달곰이도 인사시키지 못 했어
그런 점에 있어서는 나보다 20살이 더 많은 J언니가 너무 부럽네요 =_=

할머니, 나 있쟈나, 사실 요즘 좀 힘들어
미국에 있을 때 보다 훨씬 더 한국에 가고 싶고 가족들이 너무 보고 싶어요
아는 사람 하나 없어서 일주일에 5일은 약속도 없이 집에만 처박혀 있는 게 예사인데
이렇게 심심하게 지내면 달곰이에게도 별로 안 좋을 거야
내가 어릴 때 그랬던 것 처럼, 우리 달곰이도 외할머니가 놀아줬으면 좋겠는데 말이죠
그런 생각을 하면 어린 시절이 사무치게 그리워지면서 가족 품으로 돌아가고 싶은 거야
타임슬립을 하지 않는 이상 나의 어린 시절로 돌아갈 수는 없으니까
적어도 내가 받았던 사랑 만큼 달곰이의 어린 시절을 채워주고 싶다고나 할까
그러려면 따뜻하고 인자한 외할머니와 이모, 삼촌 같은 등장인물들이 많이 필요하잖아
(난 정말 할아버지에 대한 기억은 전혀 없나봐?!)

아빠 몰래 ㅋㅋ 내 손에 묵주를 쥐어주고 주기도문을 가르쳐주던 할머니가 보고 싶어요
근데 할머니, 할머니가 가르쳐줄 때랑 지금이랑 주기도문이 달라졌나봐!!!
나 교리 공부 할 때 다시 외웠는데, 많이 바뀌어서 헷갈렸어
근데 심지어 지금은 그 마저도 끝까지 다 외우지도 못해
그래서 할머니께 기도를 바치고 싶은데, 할 수 있는게 성호경 밖에 없어서 죄송해요...

사랑하는 할머니
5월에 귀국하면 후딱 얼굴 보러 갈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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