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 February, 2012

nueve de febrero




polaramine 주사를 맞고 피가 흥건히 묻었던 팬티는 빨고 나니 흔적도 없이 깨끗해졌다
내 몸도 그렇게 깨끗히 씻궈낼 수 있으면 좋으련만
여전히 두드러기는 아침에 한 번, 저녁에 한 번 올라와 하루종일 나를 괴롭히는 중
간신히 흰밥에 김, 귤, actimel, 씨리얼 만으로 버티고 있는데
오늘로 꼬박 일주일이 되니 이젠 좀 너무하다.. 슬슬 정상의 생활을 잊어가고 있다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를 다 읽었다
이 책은 2010년 G사장이 생일선물로 보내준 십수권의 책 사이에 끼어 있었다
신경숙이 <엄마를 부탁해>를 쓰고 필리에까지 왔던 건 알고 있지만
이 작가가 우리나라 문단에서 얼만큼의 자리를 차지하는지 나는 모른다
나는 도통 소설에는 관심이 없다

어쨋거나 이 책은 다 읽고 나니 괜히 읽었다
나는 청춘의 낭만과 방황 -어이없이 잦은 죽음과 잠수를 그렇게 부른다면- 이 없는 시대
를 겪은 사람이고 주변에 누구 하나 낭만을 부르짖는 사람이 없었다
강북의 도심을 매일매일 몇 시간 씩 걷고
굳이 의미를 부여한 시집 한 권을 여러 명이 돌림노래 하듯 낭독하는
그런 풍경은 상상도 되지 않을 뿐더러 나에겐 감동이 없다
작가의 말에 의하면 이는 '상실'에 관한 이야기이다
상실을 겪은 젊은이들이 모여 기억을 공유하다 새로운 상실을 불러내고
거기서 또 살아남은 이들은 당시를 고통스럽게 추억하며 어른이 된다.. 뭐 그런 것이겠지
세상에 시집을 읽고 편지글에 글귀를 적어 보내는 사람은 단 한 명 뿐이다
노처녀 히스테리를 부리다 내 카톡 대화상대에서 쫒겨난 D
그녀는 여전히 시를 쓰고 청춘을 노래하지만, 뭐 아무도 들어주지 않으니

그저 내가 상실한, 평소의 생활이 정말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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