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 만큼 따뜻한 날씨가 아까워서 급마실 나가기로 결정
부랴부랴 달곰 런치백만 챙겨 향한 곳은 el escorial
거대한 수도원으로 유명한 곳이지만 막상 유모차 가지고는 돌아보기 힘들 듯 싶어
그냥 주변 산책 하는 걸로 만족 ㅎㅎㅎ
차를 돌려 향한 곳은 valle de los caídos
우리말로 하면 전몰자의 계곡 이라는데 전몰자? 뭔 말인지 모르겠다
영어로는 valley of the fallen, 어째 이 편이 더 이해하기 쉽네
'프랑코 무덤'이라고 오래 전부터 알고만 있었는데 막상 가보기는 처음
맨날 오가는 a6 도로에서 보이는 거대한 십자가가 바로 이 곳
http://en.wikipedia.org/wiki/Valle_de_los_Caidos
(여행정보 블로그는 아니니까 장황한 설명 대신 위키 링크 정도로 ㅋ)
독재자할배 말고도 내전 희생자들이 4만명 씩이나 묻혀있다고 해서
괜히 원귀-_-가 득실득실하는 곳에 아가 데리고 가는 거 아니냐고 마구 걱정
근데 막상 가보니 전혀 떼무덤 분위기 안 나고 그냥 장엄하더라
어쨌거나 성당(basilica)이니까 셋이 나란히 성호경 긋고 :)
프랑코가 독재의 힘으로 만들어놓고 성당이라고 포장했다느니
전범 노동력을 착취해 만든 주제에 니편 내편 구분 없이 다 묻어줬다느니
여행 후기마다 참 다양한 의견들이 많던데,
우린 그런 건 제껴두고 그냥 입이 딱 벌어지는 동굴 속 성당에 감탄 감탄했다
학교 다닐 때 '스페인내전'에 대해 그렇게 열심히 공부하고선
지금 머릿 속에 남은 게 얼마 안 되어 오빠한테 설명도 제대로 못 하고;
진짜 우리나라 대학교는 다니나마나 라니깐
달곰은 꼭 독일 뮌헨으로 보내야지 (후훗)
150m 짜리 십자가가 하나의 바위로 만들어졌다고 하길래
크레인도 없던 시절에 그걸 어떻게 세울 수 있었을까 궁금했는데,
뭐야 막상 가보니까 벽돌로 만든 십자가야? -_-
심지어 십자가 안에 계단도 있고 리프트도 있다고 -_-
성당 입구부터 내부 곳곳에 (길진 않지만) 계단이 많아서
오빤 앞에서 끌고 난 뒤에서 밀고 스토케를 가마 모시듯 들어 옮기기를 수차례
공주마마께서 더 무거워지시면 이 짓도 더는 못 하겠네
나중엔 여기저기 "silencio" 라고 적힌 엄숙한 성당 안에서
폭풍옹알이 메아리치는 바람에 프랑코할배 깨울까봐 급히 안아올려 얼르고 달래고
주변이 온통 울창한 침엽수림이라 마치 수목원에 온 듯 공기가 상쾌하다
오랜만에 침엽수 냄새 -송진 냄새?- 를 맡으니 솔의 눈을 마셨나, 막힌 코가 뻥!
사막;에서 태어난 달곰이 숲에는 처음 와보는 거니
반달곰 답게 초록을 느껴보라고 나무 사이사이로 산책 좀 하고 그만 하산
일요일마다 미사 있던데 미사보러 한 번 왔음 좋겠다
근데 신부님께 옹알이로 화답하면 좀 안습 ㅋㅋㅋ
입장료가 1인당 5유로 -아기는 면제- 니까 또 오기에도 부담 없고
새로 개시한 spring court 스니커즈
개시하자마자 아파트 엘리에 떨어뜨려 잃어버릴 뻔 ㅠ_ㅠ